어릴때 기분 좋게 술에 취해있던 외삼촌이 생각난다.
외삼촌의 얼굴은 녹색유리병의 뚜껑처럼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는 음료수라 생각하고 몰래 한 모금을 마셨었다.
역한 맛과 냄새.
그 뒤론 두 번 다시 입에 대지 않았다.
어느날의 외삼촌은 여느떄와 같이 술을 마시고 있지만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옆에서 안주를 주워먹던 나에게 용돈을 쥐어 주셨다.
조용히 혼자 쓸쓸하게 잔을 비우셨다.
슬프고 힘들어 보였다.
난 커서 술을 마시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그 어린 시절의 꼬마는
고등학교 2학년때 맥주 한 잔에 취해
홍대 도로 한 복판에서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었고,
소주는 역한 냄새와 맛 때문에 못마시고 맥주와 막걸리를 좋아하게 되었다.
가끔 소주를 마시게 되면 콜라를 섞어 마시거나 과일소주를 마시며 구박을 받았다.
세상에 혼자 덩그러이 남겨진 것 같은 날이였다.
조그마한 방에 누워 멍하니 흘러가는 구름만 바라보고 있었다.
동굴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였다.
꾸역꾸역 약속을 잡아서 밖으로 나왔다.
약속장소에 도착했는데 바람을 맞았다.
바람에 날린 머리는 산발이 되어 있었다.
흩날리는 마음들을 모아서 고무끈으로 묶었다.
아무생각없이 사람들이 북적이는 번화가를 걸었다.
웃고 떠드는 사람들 사이에 내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1시간즘 걸었을까.
그 와중에 배가 고파왔다.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없었다.
친구, 연인, 모임이 북적이는 가게 말고 조용한 곳이면 좋을것 같았다.
시장 끝 자락에 있는 가게에 들어가서 제육볶음과 소주를 주문했다.
몇 명이냐고 묻는 말에 혼자요 라고 말하는 것도 익숙해졌는데
오늘따라 너무 서글펐다.
주문한 제육볶음을 기다리며 밑반찬에 한 잔 마신다.
달다.
안주용 제육볶음이라 공깃밥 추가해서 같이 먹었다.
얇은 돼지고기에 적당한 비계 맵지도 짜지도 달지도 않은 양념.
처음 온 가게지만 자주 오게 될 것 같았다.
왜 달아?
즐겁고 기뻐서 마시기 보다는
슬프고 외로워 힘들어서 마시는 날이 더 늘어났다.
술이 달다.
라는 말을 이해 못했는데
진짜 달게 느껴지는 날이 있긴 있었다.
다시 작은 동굴로 돌아와 몸을 뉘인다.
창 밖에 보름달이 휘영청 떠있었다.
달도 참 밝았고
술도 참 달았던 날.
술은 마시지 않겠다던 꼬마는 이제 혼자 소주 3병을 비운다.
+++
오잉 오른쪽에 등록되어 있네요!
이렇게나 외로운 분들이 많은건가요 ㅠㅜ
영자님 제가 소주 사드릴게요 ^-^
같이 한 잔 하시죠 ㅎ_ㅎ
좋은 글이네요
안주건 반주건 한 잔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육볶음의 완성은 초록병이 함께하는 겁니다. 그리고 소주는 차면 맛이 없습니다.
내 자신을 찾지 못한 날들이 늘어간 그때마다 내 술도 늘었지 내 자신이 지칠 때마다 찾았던 술도 불안함도 다 습관이었지 라는 노랫말이 생각나게 되는 글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빨간병 3병이면... 세시군요.. 희석식 소주는 밥반찬이죠..
공감가는 글이네요. 잘 보고 가요:)
좋은 글이네요
아앗?!?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orz
공감가는 글이네요. 잘 보고 가요:)
거북님은 공감하지마세요! 행복하시라구엿 😊😊😊
빨간맛은 20대 초반에는 잘 넘어갔는데 한번 미지근한 빨간맛 먹고 술체 겪어본 이후는 그때 후유증 으로 손이 안잡히더라구요 담금주 만들때나 유자차 섞어마실때만 아주 가끔...
소주의 끝은 미지근한 소주 아님니까!!! 시원한 맛은 떨어지지만 달달함이 더 좋던데요 ㅎ_ㅎ 유자차에 소주는 너무좋조! ><
안주건 반주건 한 잔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육볶음의 완성은 초록병이 함께하는 겁니다. 그리고 소주는 차면 맛이 없습니다.
저도 안주던 반주던 한 잔(병??) 하는 거 조와해오! 제유기에는 하얀병 노란병 초록병 다 조와오!!! ...미지근한 소주를 좋아하시니 찐이시군요 ㅎ_ㅎ
빨간병 3병이면... 세시군요.. 희석식 소주는 밥반찬이죠..
으잌ㅋㅋㅋㅋ 밥반찬이라뇨! 그정도는 아니에요! 빨간거3개면 세시의 드립을 이해 못하는 중 ...🤔🤔🤔
술 마시지 않는 사람이지만 공감이 가네요.
슬퍼하지마요! 이 세상의 모든 슬픔은 제가 안을테니 😇😇😇
문구 하나하나가 주옥같네요.
주옥같다고욧? 😇😇😇
찬 소주 맛은 목을 때리고 미지근한 소주 맛은 코를 때리는 느낌 뭐든간에 한 대 맞고 싶을 때 마시면 좋죠
때려주세요 읏흥 🥲🥲🥲 차가운소주로 시작하다 미지근한 소주로 섞어마시면? 😇😇😇
내 자신을 찾지 못한 날들이 늘어간 그때마다 내 술도 늘었지 내 자신이 지칠 때마다 찾았던 술도 불안함도 다 습관이었지 라는 노랫말이 생각나게 되는 글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사랑은 한 잔의 소주~ 끝을 알면서 또 한잔들이키는 유혹 도 좋아하는 노래 입니다 ㅎ_ㅎ 알려주신 노래도 한 번 들어봐야겠네요. 김진호 - 술을 찾는 불편한 이유!
저도 말씀하신 노래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ㅎㅎ
헤헤헤. 술을 부르는 노래 좋으당!
삭제된 댓글입니다.
방랑여행객
방랑소주객!!!
글귀가 이쁘시다! 힘들고 우울할땐 소주한잔만한게 없죠! 좋은 얘기는 아니오나, 확실히 심신 달래주는건 맛있는 안주에 소주한잔만한게 없는거 같아요.
아잉. 이쁘게 봐주시니까 고마워요 😊😊😊 그제도 마시고 어제도 마시고 오늘도 마시고 내일도 마시고 모레도 마시고 글피도 마실듯 😇😇😇
좋은일, 나쁜일, 이런저런일들로 이젠 너무 자연스럽게 내 삶의 일부과 된 파랑병과 초록병.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나 봅니다.
저는 소주를 못 마시다가 레트로 열풍때 진로이즈백 파란병 나오고 그걸로 배웠어요. 참이슬이랑 처음처럼보다는 알콜맛이 덜 나서 (부드러워서?) 지금은 참이슬 첨처럼 진로 대선 뭐 안 가리고 다 먹습니닼ㅋㅋㅋ 헤헷
같은 마음으로...글의 전개가 그렇게 흘러갈것이다 했는데 역시나... 글솜씨 너무 좋으십니다!... 그래도 또 내일을 위해 살아야하고 그러기위해 오늘 또 한잔을 하고 털어내고 내일은 내일 또 힘들자...되내이면서 잠들고 그렇습니다 저도 ㅠ
ㅠㅜ 과찬이시옵니다. 그냥 술 마시다가 끄적였는데 좋게 봐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힘들어도 술을 마시는 이유가 술 마시면 기분이가 좋으니까... 내일의 행복을 끌어다 쓴다는 내용을 어디선가 본거같은데... 알콜중독이자낫 !!!
나레이션 넣어보고 싶은 명문과 식욕을 부르는 제육볶음에 추천 누르고갑니다
어엌ㅋㅋ 1994님을 위해 녹음해서 올려드리죠 ㅋ_ㅋㅋㅋ_ㅋ 제육복음 1장의 말씀입니다
휴,,, 요즘 술술하네요.. 근데 혼자서는 한병 이상은 못 까겠더라구요... 모여서 같이마시면 몇병은 들어가는데..
저능 혼자 자주 마셔서 그런가봐요. 아무래도 사람들이랑 시끌시끌 마시면 즐겁고 신나서 더 마시게 되죠 ㅋ_ㅋ
글이 묘하게 달달하니..쏘주 땡기네요 ㅜ
술이 단날을 조심하십시오 ㅎ_ㅎ
필력이 상당하십니다. 필자의 감정이 고스란히 저에게 전달되는군요..
아...앗... 그러면 죄송한걸요 이런 우울하고 슬픈 감정을 전달하다니 ^_ㅠ
처음으로 여친한테 차이고 세상 무너졌을때 이게 설탕물보다 달더라구요. 기분따라 맛이 변하는 놈임
크윽. 실연의 상처에 소독은 역시 소주죠!!! 지금 사모님 사랑하시죠?
그그시 벌써 22년전 이야기네요 ㅋㅋㅋ 와이프 최곱니다~!
그냥 공감이 가서 더 슬프네요
광광 공감하지마오 ㅠ_-
소주는 대가리 빨간게 최고 술맛을아시네요
맞조! 어딜 녹색대가릴 들이밀어! 버럭
공감 100배 ~~!!!
공감 최대로!!!!!!!!!!!!!!!! 둠칫둠칫
나중에 혼술할때 다시 읽어보려고 댓글을 남기려고 합니다 혼자 찾아간 식당의 소주 한잔… 더할 나위 없습니다 !
나중에 혼술하고 나서 또 글 올릴게요 ㅎ_ㅎ 도레미파... 솔로시조?
빨간맛이라고 봤을 때 제육볶음 이야기인 줄 알았네요. ㅎ 그리고 글을 읽으면서 제 자신도 돌아보게 만드는군요..공감합니다.
ㅠㅜ 다들 공감하지 말라구엿!
혼술하다 글읽고 울고갑니다 글솜씨가 뛰어나시네요
울지마 바보야! 난 정말 괜찮아! ㅠㅜㅜㅜㅜㅜㅜㅜㅜ
식당에서 혼술 용기가없어 아직 못해봤는대~ 완전 혼술 땡기는 글이네요~ ㅎ_ㅎ
에엣!? 용기내서 한 잔 해보세요! 맛있어오 ㅎ_ㅎ
요즘이 오십인생중에 가장 힘들고 외롭고 슬픈 시깁니다. 장사가 안되서 폐업을 매우 심각하게 고려중이에요. 자기전 매일 술이라 참 공감이 가네요 ㅎㅎ
....에고 자영업자 사장님이군요 ㅠㅜ 힘내시라는 말밖에 해드리지 못하겠네요! 식당이나 술집이면 제가 가서 매상 올려드리겠습니다 +_+ 힘내세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불행히도 요식업계는 아니네요 ㅎㅎ
있지... 난 행복하고 싶어!
루리웹에서 보기 힘든 소주 찬양글이다 ㅠㅠㅠ
인터넷 커뮤만 봐도 소주는 까이기 바쁘죠 공장에서 찍어내는 화학주라고 ;ㅅ; 뭔들 어떻습니까. 정작 힘들떄 날 위로해주는건 2만원짜리 증류소주가 4천원짜리 화학소주인걸요 😘😘😘
멋집니다^ ^ / 글고 한자리에서 3병이랑 강한데요 ~
2차까지 혼자 가면 서글퍼지니 1차에서 끝내기 위함?! 🤔🤔🤔
글 잘 쓰시네요! 술을 못 마시지만 술이 먹고 싶어집니다....
진짜 부끄러워요 ㅠ 술기운에 쓴 글을 이렇게들 좋아해주셔서!!! 술은 못 마시는게 더 좋은거 같아요 😊😊😊
나는 너고 너는 나다
나는 네가 되고 나도 네가 될 수 있었던 수 많은 기억들... 🙃🙃🙃
와 빨간거 3개?ㅋㅋㅋ대단하시네용
그리고 취해버리기!!! 😇😇😇
술값은 계속 오르는데 술이 달게 느껴져서 걱정입니다.
인생이 씁쓸하시니 계속 술이 다신거에요 😇😇😇 술 좀 쓰고 싶다!
외삼촌 이야기 더해주세요... 어떤 힘든일이 있으셨을까...ㅠ ㅠ
그때 외삼촌 나이가 지금의 제 나이대 였을거에요-! 아마 여자 문제였을걸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저도 제육에 소주한잔 땡기네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같이 힘내요
저도 다시 먹으러 가고 싶네요 ㅎ_ㅎ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텔라 eat님??? 맥주 마시고싶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