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화유산으로 남겨야 할 1세대 고기부페
여러분은 '고기부페'에 대해 잘 아십니까?
저는 고기부페의 시작부터 아무리 못해도 월 1회(군 제외) 이상 꼬박꼬박 갔던 사람으로서
이 고기부페 시스템의 변화를 몸소 겪어온 역사의 산 증돈(豚)입니다.
한식부페 느낌에 고기불판과 고기 냉장고가 있는 좌식식당 태에서 시작해
'쎌빠'로 대표되는 젊은층을 노린 저가형 고기부페가 생겨났고
이후 '하이미트'로 대표되는 돼지고기에 초점을 맞춘 집들이 생기고
한때 수입산 소고기가 싸게 들어올 때는 숯불에 구워먹는 소고기 무한리필집들이 우후죽순 생겼다가
'엉터리삼겹살 무한리필' 같이 두꺼운 삼겹살에 초점을 맞춘 집도 생기고
최근에는 명륜진사갈비식 시스템이 인기를 끌고 있지요
물론 그 사이에도 뜨고 진 고기부페들이 많지만, 대충 흐름은 여기까지 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저 맨 위에 있는
<한식부페 느낌에 고기불판과 고기 냉장고가 있는> 1기형 고기부페는 어디 있을까요?
아쉽지만 국내에는 그 느낌이 살아 있는 곳을 찾기 힘듭니다.
90년대 중반에 유행을 타서, 길어봐야 2010년 내외에 전부 사라졌거든요.
시대의 변화니 뭐니 하는 변덕에 휘말려서요.
그리고...
아마도 전국으로 따져도 세 손가락 안에나 들 법한...
1세대 고기부페가 남아 있는 곳이 한 곳 있습니다.
여기는 광명시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서울 구로구 개봉동과의 경계선쯤에 있는 곳이죠.
제가 이 집을 처음 본 것이 대략 99년? 2000년? 쯤이었으니
못해도 25년은 넘은 집입니다.
가격은 슬금슬금 올라 이제는 대인 17,000원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 가격 안 받고서는 장사가 어려운 시절이 되었으니 이해는 합니다.
참고로 25년 전에는 1인 7000원이었나 8000원이었나 했습니다.
시대가 바뀌며 이 곳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는데요
다름아닌, 좌식에서 입식으로의 변화입니다.
옛날엔 미끈미끈한 바닥에 방석 깔고 먹는 곳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신발 신고 들어가 의자에 앉아 먹는 곳이 되었어요
개인적으로 매우 반가운 변화입니다
냉장고입니다.
이것이야말로 1세대 고기부페를 상징하는 마스코트죠.
아래쪽에 발 형태로 깔려 있는 것도 빼놓으면 안됩니다.
저 대야(?)는 반드시 동그란 형태여야 합니다.
냉장고에 맞게 제작된 네모 반듯한 공간활용형 형태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각종 고기들과
수많은 밑반찬들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점심시간엔 이 반찬들에 제육 같은거 추가해서 한식부페도 하는 모양이에요
빼놓으면 안 될 것이 바로 이 음식들입니다
국수와 샌드위치는 당연히 있어야죠.
꿀떡처럼 보이는 경단떡도 후식으로 아주 좋습니다.
김밥은 예전엔 있었는데 갑자기 사라져서 여쭤보니, 주말에만 나온다고...
참고로 아주 옛날엔 초밥도 있었습니다
이것이 제 첫 초밥이었던 것은 비밀
접시는 탄 부분이 군데군데 있어야 제맛입니다
수정과와 석류음료가 있습니다.
원칙대로라면 석류 대신 식혜가 있어야 하건만
이것은 시대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여겨야죠.
(석류음료 역시 한참 유행 지난 것이긴 하지만)
반찬들입니다.
반찬가게라고 해도 믿을 만큼 종류가 많고, 전통적입니다.
어린 시절, 맛있는 반찬이 없다며 이런걸 싫어했는데
요즘은 없어서 못 먹네요
고기 코너에는 뜬금없이 꼼장어와 조기가 있고
쭈꾸미와 오리고기, 각종 고기들도 있습니다.
메인은 냉동 삼겹과 양념갈비 등이죠
쭈꾸미나 닭똥집, 혹은 소곱창 같은 건 여기선 항상 보기만 하고 안 먹습니다.
어른이 되면 이런걸 맛있게 먹게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어른이 되자 이런건 제대로 하는 집 가서 먹게 되더군요.
백종원 관련 논란 중심에 서 있는 대패삼겹과, 우삼겹을 가져왔습니다
처음엔 배고프니 빨리 구워 먹어야 하거든요
이런 반찬이 더 반가워지면 나이 먹은 거라는데
사실 전 아직 고기가 더 반갑습니다
국수도 하나 말아왔고, 쌈장은 개인용으로 하나 떠옵니다
모든 것이 셀프에요
가스불 불판에 호일 깔아 굽는 방식입니다.
이 호일도 옛날엔 그냥 쿠킹호일이었는데
어느순간부터 고기굽는 전용 호일로 바뀌어 있네요.
판 갈지 않고 호일만 교체하면 되기에 바꿔달라고 말하기에 부담이 적습니다
수정과는 뭐... 옛날 수정과 맛입니다
사실 전 식혜를 좋아하는데요
배고프니까 빨리 익는 고기 먼저 마구 먹습니다
그렇게 배를 좀 채워놓고 두꺼운(?) 고기를 굽는거죠.
참고로 오른쪽 아래에 있는 비계삼겹살은 제가 굳이 찾아서 가져온겁니다.
딱 저정도 비율 삼겹살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얼마전 비계 삼겹살 논란때도 "어...? 저건 좀 맛있겠는데?" 라고 생각한 건이 몇 건 있습니다
이 곳에선 흔치 않은 술도 팝니다.
2000년대 초반, 술집들에서 팔던 대통주를 제품화 시킨 대잎소리주입니다.
대통주는 위생 논란이 일며 순식간에 사라지고, 이것만 남았네요
원래 고기 먹으며 술 잘 안먹습니다.
이건 술이 아니고 추억이라 먹는 겁니다
고기는 계속 구워서 먹어주고
불판을 갈아 줍니다.
아니... 불판은 그대로고 그 위에 호일만 새걸로 깔아줍니다.
고기 전용 호일이라 나름 튼튼하군요
앙념고기 시즌이다!
저 부위가 목살이건 갈비건 전지건 상관없어.
양념고기는 불을 중불로 줄여서 굽습니다
강불에서는 타요
고기가 익는 사이 샌드위치를 가져옵니다.
저 불고기 같은 건 그냥 먹으면 별로 맛이 없는데
이렇게 샌드위치 사이에 끼워먹어주면 꽤 맛있습니다.
고기부페 오면 한번씩은 먹는 타입
사진에 찍힌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
약 두시간에 걸친 고기와의 사투를 끝냈습니다.
고기 질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옛날 기억과 함께 먹으면 꽤 맛있어요.
어차피 급냉 아닌 냉동 삼겹살이란 걸 알고 먹으니까 기대감도 없어서, 만족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하이라이트로, 나오는 길에 아이스크림 한 개 퍼먹어 줘야 진짜 1세대 고기부페죠.
옛날에 저걸 통째로 퍼온 사진 같은게 돌아다니곤 했는데
여긴 콘으로만 먹으라고 쓰여 있습니다.
설마 그 가게가 여기였나...??
오랜만에 가 본 1세대 고기부페.
이제는 이런 곳이 거의 남아있지 않을 지경이기에, 현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90년대를 현역으로 보내신 분들은 한번쯤 가보시면 백 투더 90's 느낌에 젖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보다 어린 친구들은 아마 신기해할듯...
위치정보는 네이버나 카카오지도에 '오래갈비부페' 치면 광명시 주소로 나오는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여러분도 츄라이 츄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