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시간은 쪼그라드는데 올 봄은 코로나까지 겹쳐 라이딩은 거의 개점 휴업이었네요.
얼마전 제 바이크, 알 나인티는 누적 주행거리 3만 킬로미터가 되어 정비 다녀왔습니다.
여태 3만 밖에 못탔나 하고 세어보니 공개되자마자 예약 걸고 데려온 얘도 벌써 6살이네?
워낙 취향 저격에 안성 맞춤이라 그간 기변 욕구따위 없이 무심한듯 시크하게 잘 타왔는데...
문제는 이번에 새로 데뷔한 BMW 모토라드의 알 에이틴(R 18)이 등장하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알 나인티(R nine T)로 복고 붐을 일으킨 BMW가 크루저 시장을 노리고 새로 내놓은 알 에이틴.
뭐 저야 크루저보다는 네이키드 취향이라 갈아탈 일은 없겠지만 뽀대는 대박이네 싶은 와중에
이녀석 신형 엔진부터 차대까지 모조리 신조 부품이에요? 게다가 치장까지 온통 블링블링!
아니 새끈하고 근사하고 다 좋은데, 재주는 나인티가 넘고 보상은 에이틴이 가져가는거야??
옛 사진이라 지금과는 모습이 조금 다릅니다마는 어쨌든 제 나인티, 구월호는 이렇습니다.
BMW 모토라드 90주년 기념 모델인데다 당시로서는 다소 모험적인 시도이기도 했다지만
탱크와 시트, 램프같은 바이크의 인상을 좌우하는 부분들 말고는 엔진부터 스윙암 계기류까지
R 1200 시리즈의 기존 부품들 중에서 가져온게 대다수였죠. 기념 모델이라며 원가 절감 쩐다~
이래놓고서 신모델 에이틴에는 온통 전용 부품들에다 화려하게 치장까지 했단 말이지?
이 상대적 박탈감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꿀리지 않을만큼 구월호를 꾸며주는 방법밖에 없어!!
지금은 나인티도 여러 변종이 나와있지만 저는 최초기형이므로 원형을 돌아보기로 합니다.
이 사진도 정말 오랜만에 보는군요. 알나인티가 공식적으로 데뷔하기 전 콘셉트 모델이었던
콘셉트 나인티(Concept Ninety) 였죠. 엔진 옆의 네임 플레이트에서 보듯 왕년의 명기
R 90 S의 오마주 모델이었고, 알 나인티보다 좀더 날렵한 타입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근래 나인티 레이서도 결국 이대로 양산되지는 못했지만 이 콘셉트는 중요한 부품을 남겼죠.
이제 알 나인티용 커스텀 부품들도 수없이 많은 종류가 나와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또 클래식 지향인 제 스타일에 가장 맞는건 역시 롤랜드 샌즈(Roland Sands Design) 입니다.
대부분 알루미늄 블록을 CNC 가공한 것들이며 디자인도 품질도 보장된 것들이죠.
나인티 드레스업의 정석같은 부품이니 클리앙 나인티 오너 중에도 쓰신 분이 계신 걸로 아는데
거기까지 돈 들이기 싫다며 외면하던 저도 뒤늦게 동참하게 되었네요. -,.-
RSD에서 BMW 모토라드에 공식 납품하는 부품도 생각해보긴 했지만 아무래도 RSD 오리지널이
더 취향인데다 의외로 가격도 더 저렴해서 (BMW 쪽이 너무 비싼건지도) 고민 없이 RSD로 낙착!
적용 부위는 물론 가장 잘 드러나는 헤드 커버!
그래서 제 나인티, 구월호도 클래식한 분위기에 생뚱맞던 R1200 시리즈 공용 헤드에서 벗어나
원래 이랬던 것처럼 아름다운 곡선에 검은색과 은색이 조화로운 헤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 해놓고 보니 왜 진작 안했나 싶을만큼 정말 예쁘긴 하네요.
어, 근데... 엔진의 헤드를 치장했더니 엔진 앞쪽이 영 허전해 보이네??
그래서 엔진 앞판(breast plate)도 바꾸기로 했습니다. 역시 이 둘은 세트로 가는게 맞는거죠.
그런데 문제가 생겼네? 분명 엔진 헤드를 교체할 6월 말까지만 해도 부품 재고가 있었는데
달을 넘겨 확인하니 품절이라고? 언제 재입고되냐고 물어봤더니 뭐? 부품이 단종됐다고??
순간 'X됐다' 는 생각이 머리를 강렬하게 때립니다. RSD 샵에도 정말 올블랙 컬러만 남아있고
구글의 도움을 받아 북미 부품샵들을 뒤져 주문하는 족족 재고 없음으로 강제 취소;;;;
아놔 반쪽짜리 드레스업이 될 걸 알았다면 시작도 안했지! 어째서 내가 하려는 타이밍에~~!!!
결국 이베이를 탈탈 털어서 독일에 단 하나 남은 재고를 찾아 주문했습니다.
처음 생각했던 예산을 한참 초과해버린건 당연하지만 예산보다 물건이 제대로 올지가 더 걱정.
블랙/실버 컬러라고 판매자에게 몇 번이나 확인했음에도 직접 볼때까지 안심할 수 없었죠.
다행히 제품은 제대로 왔고, 나사 다섯 개 풀었다가 다시 조이면 간단한 장착되는 부분이지만
오일 쿨러로 가려진 나사는 굴절식 공구가 필요하기에 그냥 근처 정비 샵에 맡겼습니다.
그리하여 우여곡절 끝에 구월호 엔진의 RSD 치장 완료! 아흐~ 짝짝이 되는가 싶어 식겁했네.
만약 저 부품이 정말 재생산 없이 단종된다면 제 구월호가 저 부품을 쓴 마지막 차인지도~?
근데 가만, 그럼 엔진 헤드 쪽도 조만간 단종된다는거고, 이제 만약 깨먹기라도 하는 날에는
비용을 떠나 교체 부품을 구하지 못하게 된다는 얘긴데, 그럼 어렵사리 교체한 의미가 없잖아?
바이크를 넘어뜨리는 일은 좀처럼 없다지만 과연 앞으로도 영원히 넘어뜨리지 않을 수 있을까?
그보다 좌우로 튀어나온 엔진 헤드가 다른 곳에 긁히는 일이 앞으로도 정말 없을까??
아....;;;;; 이 상태가 가장 예쁘긴 하지만 도리 있나요. 보호 장구를 달아줘야지. ㅠㅠ
기껏 교체한 헤드를 가릴 수도 없고, 슬라이더 류는 취향이 아니니 방법은 쇠파이프(...) 네요.
흔히 국외에서는 크래시 바 또는 프로텍션 바, 국내에서는 엔진 가드라고 칭해지는 그것.
BMW 모토라드 관련으로 가장 빠르게 관련 부품을 내놓으며 또 준공식 액세서리 취급을 받는
분덜리히(Wunderlich)의 해당 제품은 이런 형태입니다. 쌓인 경륜답게 오소독스 그 자체랄까~
그에 비해 보다 고급 감성(...)을 추구하는 리조마(Rizoma)의 제품은 형태가 적잖이 달라서
말 그대로 파이프를 가지고 엔진을 감싸듯 엮은 분덜리히와 달리 엔진 형태를 따라 밖으로
돌렸는데 그에 따라 파이프가 엔진 헤드를 전혀 가리지 않는다는게 가장 큰 장점이 되지요.
일부러 헤드를 예쁜 걸로 바꾼 참이니 이왕이면 밖에서 잘 보이는게 좋겠죠? 이걸로 고고??
하지만 리조마 제품도 단점이 있으니 바깥으로 빙 돌린 결과 전체적인 외경 사이즈가 커지고
분덜리히처럼 타이트하게 밀착되지 않다보니 각도에 따라 다소 루즈해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게다가 회사들간에 무슨 제휴 관계가 있는지는 몰라도 분덜리히의 것과 거의 똑같은 제품을
헵코 앤 벡커(Hepco & Becker)에서, 리조마 제품과 유사한 것을 SW 모텍(SW-Motech)에서
보다 저렴한 가격에 생산 판매하고있고 국내에는 그 제품들이 주로 유통되고 있는 상황인데
SW 모텍 제품은 품절이라네? 언제 다시 들어올지도 모른다네? 고민을 줄여주는군요. -,.-
그래서 장마와 폭우 속에 잠깐 갠 틈을 노려 헵코 앤 벡커의 제품으로 장착했습니다.
아 물론 이 두 가지 타입 이외에도 많은 제품들이 있고 국내에서는 아마 푸치(Puig)의 제품이
넘버 쓰리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은데 기본적으로 분덜리히와 유사한 형태이나 상단의 바가
더 위로 올라붙은 형상이어서 헤드 중앙을 가려버리므로 미적으로 추천하긴 어렵습니다.
그리하여 무식한 쇠파이프의 보호를 받게 된 엔진 헤드. 만약 넘어지면 쟤가 너를 지켜줄거야!
물론 이런 파이프 따위 없는게 훨씬 아름답지만 마음 졸이며 타느니 안전망을 하나 치는게 낫죠.
하지만 엔진 헤드, 전면 플레이트에 보호대까지 3단 연속 지출로 지갑은 빵꾸가 나버렸고~
경량 마그네슘 합금과 플라스틱 부품을 알루미늄 덩어리로 교체한데다 쇠파이프까지 붙였으니
중량은 왕창 늘어 연비 저하는 불보듯 훤하겠고~ 저는 이 짓을 대체 왜 한걸까요?
왜긴 왜겠어요. 예쁘니까 했지. ㅠㅠ
그저 흔한 부품 몇 개 붙였을 뿐이고 시간과 정성을 들인 커스텀 모델에 비할 것은 못되나
6주년 및 3만킬로 기념으로 3개월 걸려 꾸며주었다는데서 제멋대로 633 에디션이라 칩니다.
여기서 엔진 하부 가드를 달거나 오일 쿨러나 에어 인테이크에 보호망을 붙이고 각종 소소한
부분까지 전용 부품을 붙이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여기까지. 아 미러...는 나중에 바꿀지도?
아무튼 몇 년을 눈에 밟히던걸 해치우니 지갑이야 어찌됐든 속이 시원하긴 합니다.
근데 그간 신경을 너무 안썼는지 반짝반짝하는 새 부품과 대비되어 때가 찌든 부위가 많군요.
영등포 부근 잘하는 디테일링/세차샵 아시는 분~
빨간녀석 gta5 본것같아요.
GTA는 해본적 없지만 이거 말씀하신 걸까요? 음 만약 저 엔진 묘사가 박서를 의미한 거라면 정말 원형이 나인티 맞겠는데요?
이거맞아요.제가 지티에이에서 오토바이랑 전기차만 타서 ^^
제목만 보고 ? 633cc 박서의 알나인티가 새로나왔나 싶었는데... 시무룩.. 하지만 사진보고 힐링하고 갑니다. 돈 안아까울만 하군요.
오오 정말 크기를 절반쯤으로 줄인 신형 박서 엔진 라인업이 나오면 재밌겠는데요? 하지만 BMW 모토라드가 그럴 일은 없겠지..;;
rsd가 알나인티하고도 궁합이 잘맞네요? ㅎㅎ 할리한테나 어울리는 브랜드인가 했는데
RSD가 감성적인 디자인이라 기계적인 BMW 모토라드와는 별 접점이 없었는데 알나인티는 레트로를 표방하고 처음부터 협업한 모델이라 안성맞춤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알에이틴 부품들도 잘 어울리겠죠. ^^
루리웹 진출하셨네요 ㅋㅋ 나인티로 갈아티신지도 벌써6년이나 됬군요
하지만 3년 탔던 이전 아이의 주행거리를 아직까지도 따라잡지 못했다는건 비밀입니다;; 그리고 바이크 타기 한참 전부터 루리웹에 있었다는건 더욱 비밀입니다;;;;
차 이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