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걸어가기 시리즈
턱없이 멀었으면 생각도 않았겠지만, 발로 갈 수 있는 곳에 가지 않고는 못 참았습니다.
거리는 지난 광명·부천행보다 약간 짧지만 길이 험난해서 체감 난이도는 훨씬 높았던 도전. 행군이라도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집에서 4월 7일 오전 6시 정도에 출발
거리는 약 45km
100% 도보로만 갔습니다.
※ 지도는 실제 도보 경로와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이번 여행은 각지에 꽃이 예쁘게 많이 피어서 보는 맛이 있었습니다.
광교호수공원 지나며 시작
집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인 광교푸른숲도서관입니다.
아직 7시가 안 되어 개장을 안 했습니다.
흥덕지구 가는 길.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_-) 수원에서 용인으로 넘어갑니다.
이 근처에 전철 흥덕역이 생길 예정입니다. 인덕원동탄선, 용인경전철 계획이 있는데 하나는 언제 착공할지 모르고, 다른 하나는 과연 착공할지 모르고...
이날의 첫 휴식지 흥덕도서관 (07:00)
도서관 개장시간이 대개 7시인데 딱 직후에 들어왔습니다. 서고는 아직 이용시간이 아니라 사진만 찍고 나왔습니다.
수원신갈 나들목
신갈오거리
이천 41km...?
도발(?) 접수했습니다. 일단 용인시 기흥구부터 돌파해야...
신갈천
아침 일찍 운동하러 나온 시민이 몇몇 있었습니다.
분당선, 용인경전철 기흥역 (07:55)
현재 용인경전철의 시종착역입니다.
지나가는 경전철
기흥역 다음, 강남대역
계단을 올라서 보니 저 멀리 강남대학교가 보입니다.
다리를 건너 우측의 공원에서 쉬다 갑니다.
이름은 '구갈상하 레스피아'이고, 후기 쓰면서 지도를 보니 이름 그대로 구갈동과 상하동에 걸쳐 있습니다.
여기서 용인경전철과 갈라섭니다. 경전철은 동백지구로 우회.
표지판은 '이천 37km'로 아직도 갈 길이 한참 멀었음을 알립니다.
불과 1주 전과 기후가 너무 달랐습니다. 따스하고 자비롭게 느껴졌던 햇빛이 이마를 끝없이 지지는 웬수 같은 햇빛으로 변해버렸고, 똑같은 츄리닝을 입었는데 전에는 춥고 이날은 덥고...
여기까지 와서 웬 수원인가 했지만, 마을 이름이 '수원동'입니다.
으 어 어 어
효자고개. 이걸 넘으면 처인구가 시작됩니다.
수원에서 이천에 가려면, 서울특별시 전체의 약 77%(!)에 달하는 엽기적인 면적을 가진 용인시 처인구를 가로질러야 합니다.
용인시민체육공원 주경기장. 여행 전날 여기서 한국과 아이슬란드의 여자축구 대표팀 경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접근성이 영 안 좋아 보이네요. 용인경전철이 지나기는 하는데 역은 없고, 주변은 산.
삼가역 (09:30)
겨우 햇빛을 가릴 건물 그늘로 들어왔습니다. 용인경전철에 다시 합류.
용인시청과 '시청·용인대역'. 경전철로에 가려 잘 안 보이지만 시의회도 시청 옆에 있습니다.
표지판에 적힌 곳을 따라 우회전합니다. 아직도 계속되는 따가운 햇빛
용인중앙도서관 (10:05)
바깥 날씨와 안 맞게 난방을 하고 있어서 더웠습니다.
중부대로로 복귀. 인근에 처인구청이 있습니다.
작년에 집-수지구청-기흥구청-용인시청-처인구청 순서로 걷는 여행을 해봤으니 이번에는 그냥 지나칩니다.
용인버스터미널 (10:50)
1주 전 부천에서 집에 돌아올 때 탄 공항버스입니다.
마평삼거리. 대략 여기까지가 처인구의 번화가였습니다. 이제부터 행군 같은 여행의 시작입니다.
외로운 걸음이지만 이건 아직 약과입니다. 적어도 인도는 있거든요.
용인잔듸
이천까지는 차량 기준 26km로 아직도 멀었습니다.
일단 처인구 양지면을 중간 목표로 전진.
인도가 있다가 없다가 오락가락. 사전에 길을 조사할 때 쓰는 카카오맵은 답이 없는지 국도 갓길로 안내합니다. 빨리 걸어서 탈출하는 수밖에요.
사이클리스트 행렬이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간신히 양지면 읍내(?)까지 왔습니다.
점심 먹을 곳 (12:20)
간짜장 곱빼기를 시켰는데 어째 짜장과 큰 차이를 못 느끼겠더군요.
양지면 풍경
양지톨게이트 밑을 지나갑니다. (13:35)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국도 도보. 따가운 햇빛은 그칠 줄 모르고, 마치 해탈한 기분으로 계속 걸었습니다.
의왕에서 봤던 버튼식 신호등을 여기서 또 보게 됩니다.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우측으로 가는 횡단보도에 적용되는 버튼입니다.
나란히 나란히
보 행 로(......)
뭔가 아늑한 정류장
기숙학원
좁은 갓길에 의존하며 빨리 걷습니다. 가끔 편의점이나 주유소가 있으면 걸어갈 길이 트이니 그나마 낫습니다.
이천시 진입 (14:48)
드디어 드넓은 용인시 처인구를 넘었습니다. 하지만 이때는 기뻐할 게 아니라 국도 탈출이 시급.
"쌀, 도자기, 온천, 복숭아의 고장 이천시"
이천이 온천도 유명한 줄은 몰랐군요
마장택지지구가 보입니다. 지긋지긋한 국도 도보는 이제 끝!
복하천을 등진 저 건물은
마장도서관. (15:10)
몇 시간 전 들렀던 용인중앙도서관은 난방중이었는데, 여긴 1층에 들어서니 냉방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종합자료실은 난방중... 바깥 날씨만큼이나 오락가락했습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마장역이 자꾸 생각나지만 여기는 이천시 마장면입니다.
마장택지지구는 개발되고 있습니다. 커밍 쑨
논ㅡ밭
이천 11km. 많이 줄었습니다.
뒷 표지판에 적힌 마장면 체육시설에 쉬러 갑니다. (16:10)
아무도... 읍어요?
양말 바닥에 구멍이 뚫린 걸 여기서 알았습니다. 이것 외에도 다리나 발이 쑤시는 등 여행 중 참 위기가 많았습니다.
이치1리
이치천과 42번 국도를 옆에 끼고 농촌길 걷기 시작.
정말 조용했습니다. 하도 심심해서 중얼거리듯이 노래를 불렀는데 참새놈들이나 들었겠죠
쿠르르...
별 생각 없이 지나가다 개가 사납게 짖어 깜짝 놀라는 건 도보 시리즈에서 예삿일입니다.
중부고속도로 밑 통과
어떤 물류창고. 거대합니다. 그림 그려넣기 엄청 힘들었을 듯
사진 오른쪽의 오르막길이 보이시나요? 저리로 올라가야 합니다.
2단 급경사
오르막길 너머로는 이렇습니다. 외진 곳 너무 무서워요;
차량 통행의 편의를 위해서인지 길은 잘 닦여 있습니다.
이름 모를 마을
세련된 버스정류장
지나가는 경강선 전철
성남(판교)에서 이천, 여주를 잇습니다. 옛날에는 수원에서 이천, 여주로 가는 '수려선' 철도가 있었는데 지금은 흔적도 거의 안 남았습니다.
집 나와서 12시간 30분 만에 시야에 들어온 목표물
이천시청, 그리고 이천시의회 (18:30)
하지만 문이 잠겨있어 청사에 들어가보지는 못했습니다.
올해 시흥, 하남, 평택, 광명, 부천에 이어 6번째로 방문하는 기초자치단체인데 처음으로 막혀버렸습니다. 으으으......
너무 아쉽지만, 이천시청까지 왔으니 끝.
이 아니라
집 돌아가야 합니다.
가는 길에 이천시내도 조금 구경하고 갑니다.
터덜터덜 이천 중일사거리를 지나다 목격한 러브라이브 페인팅 차량인데 우측면에 틀림없이 박혀있을 1학년들을 못 봐서 좀 아깝군요.
하나요가 제일 좋은디...
이천공설운동장
서희동상오거리. 날이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분수대오거리
관광은 못하고 그저 스캔하는 수준으로 봤지만 있을 법한 건 다 있습니다.
이천터미널 (19:22)
여기서 시외버스 8424를 탑니다.
아주대입구에 정차한 버스
19:30 이천터미널 출발, 20:30 아주대입구 도착. 딱 1시간 걸렸고, 운임은 4,800원입니다. 아주대에서 집 가는 시내버스 요금을 더하면 6,050원.
이천에서 수원에 저렴하게 가려면 이천역 가서 전철 타시면 됩니다. 이쪽은 환승할인이 되니까요.
진짜 끝!
이 무모한 걷기 여행은 계속됩니다.
이번에도 잘봤습니다. 단거리로 가셨을줄 알았는데, 보니까 약간 돌아서 가신 길도 있으시고, 아무래도 도보로만 가시려다 보니 그러신듯. 많이 힘드셨을꺼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보는내내 관절 걱정이 되더군요. 암튼 잘보고 갑니다. ^^
이번에도 고맙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카카오맵이 제시한 최단거리를 따라갔습니다. 예외는 도서관 2개 경유와, 에필로그(?)로 일부러 빙 돌아서 간 이천시청-이천터미널 정도.
어라?? 저 이천 사는데 저도 이타샤 본적있어요. 신기하다;;
저런 차를 가리키는 단어가 있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이천이 별로 걷기 좋은 동네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대단하시네요. 잘 보고 갑니다 ㅎㅎ
대단하십니다 수원분이신가요? 저도 수원에서 30년 살았었네요 거의 고향이죠 궁금한게 이렇게 매번 걸으실때 신발은 무엇을 신으시나요? 등산용 트래킹화?? 운동화?? 조깅화?? 궁금하네요
수원 거주 4년차입니다. 신발은 그냥 운동화에요
도보시리즈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관광지여행기나 해외여행기보다 훨씬 재밌는거 같아요. 목적지 위주의 사진이 아니라, '과정'을 보여주는 여행기라서 더 재밌는것 같습니다. 익숙한 한국풍경이지만 가본적 없는 곳의 풍경들이, 묘한 재미를 더해주네요.^^ 인도없는 국도 걸으실땐 차량 조심하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실제로 시청이란 목적지라기보다 명분 같은 거고 과정을 빼놓을 수 없는데 그걸 알아봐주셨군요.
와 장난 아니군요 ㄷㄷ 부평쪽이 이천보다 더 멀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네요 ㄷㄷ 작성자님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다음에 떠나실떄도 안전하고 무사히 보도여행을 끝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수원광교 기준으로 인천광역시 부평구라면 이천시보다 조금 더 먼 것 같습니다.
양지... 제 고향을 지나가셨군요ㅋㅋㅋ
양지부터 제일리까지는 전부 어딘지 정확히 알고있는 곳이라 더 재밋게 봤습니다 :)
반갑습니다. 양지면은 점심 먹으며 머물렀던 중간지점이라 여행에서 이천시만큼이나 기억에 남았던 곳이었습니다.
제가 걸었던 곳도 지나가셨네요. 40km를 넘게 걷다니... 대단하십니다!
본가집 옆동이 사진 찍혀있네요. 202라고 써있는 곳 옆동인데 ㅎㅎ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