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의 행선지는 부산입니다.
최근에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라는 책을 읽었는데,
문득 기차 여행이 그리워져서 기차로 갈 수 있는 곳들을 몇 곳 추려보다가 가장 뻔한 답이 나와 버렸습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토요일이라 그런지, 각지로 가는 사람들로 역이 바쁘네요.
생각해보니 KTX는 기차 여행의 묘미를 느끼기에는 조금 부족한 선택이었네요.
차창 밖은 단조롭고, 시간은 짧고, 덜컹거림도 없습니다.
뭐, 그래도 이제는 부산까지 네다섯 시간 걸려가며 느끼는 낭만보다는 두 시간 만에 가는 부산이 더 끌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 수도권은 비 예보에 미세먼지도 평소보다 훨씬 심합니다.
그래서인지 밖 풍경도 경상도에 들어서기 전 까지는 계속해서 안개뿐이었네요.
동대구를 넘어설 즈음, 마땅히 볼 것도 없고...
갑자기 이전에 봤던 '고독한 미식가, 한국 출장편'이 생각나서 틀어 봅니다. 언제 봐도 고로상은 참 맛있게 먹어서 좋아요.
부산 도착! 참 오랜만이네요.
이상하게 몇 번 다녀갔던 기억인데 써놨던 여행기를 거슬러 올라가도 부산에 다녀온 기록이 없습니다.
가장 마지막 기억이 벌써 6~7년 전 기억이네요.
요즘 지방 여행을 다니다 보니 수도권만 벗어나면 묘한 적막을 느끼기 마련인데,
그래도 부산은 부산입니다. 확실히 북적이는 맛이 있네요.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까지 살짝 걸어 봅니다.
이번 여행은 마냥 걸을 생각이거든요. 첫 단추를 꿰봐야죠.
먼지가 난리긴 한지 수도권에 비하면 훨씬 낫긴 하다만, 여기도 살짝 뿌옇고 목도 칼칼하네요.
저 뒤로 부산타워가 보입니다.
조금 이따 가까이 가 볼 생각이긴 합니다만, 금강산도 식후경이죠.
기차 안에서 먹은 삶은 계란 1개가 전부인지라, 지금은 풍경이 영 눈에 안 들어옵니다.
이런 곳에 식당이... 약간 광화문 쪽 골목에 있는 식당들이 생각나네요.
이런 곳에 있는 오래된 가게는 항상 만족스러웠는데, 오늘은 어떨는지요.
횟밥을 먹고 싶어서 왔는데, 아직 회가 안 들어왔답니다.
뭐... 둘이서 왔으니 생선구이 하나에 생대구탕 하나를 시켜 봅니다.
밑반찬으로도 생선이 나와버려서, 졸지에 생선 3종을 같이 먹는 호화로운 상차림이 돼버렸네요.
짭조름한 생선구이.
밥도둑입니다. 잘 말린 생선을 소금 간해서 구웠으니 이게 맛이 없을 수가 있나요?
대구탕은 심심하고 시원하게 잘 끓이셨네요.
다만 전 칼칼하거나 짭짤한 맛을 좋아해서 이놈만 시켰으면 조금은 아쉬울 뻔했습니다.
밥 반 공기 말아서 생선구이 올려서 먹으니, 딱 좋네요.
자고로 생선은 가생이가 맛있습니다.
그리고 흰쌀밥에 올린 짠 반찬엔 역시 김치를 곁들여야죠, 아마 이런 걸 보고 다다익선이라고 할 겁니다.
주린 배고 가득 채웠고, 이제 슬슬 부산을 걸어봅시다.
빨리 걷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식후땡은 챙겨야죠. 근처에 있는 카페에 왔는데 아직 오픈 시간이 아니랍니다.
한 번 들러보고 싶었던 곳인데, 아쉽게 됐네요.
딱히 근처에 열린 카페도 없는 것 같아, 그냥 영도로 넘어가기로 합니다.
방금 배불리 먹어서 배도 부르니, 운동 겸 해서 용두산 공원을 가로질러 가보기로 합니다.
옛 기억엔 공원에서 보이는 풍경이 꽤 트여있었던 것 같았는데,
이번에 올라가 보니 앞에 건물들이 많이 올라와서 보기에는 살짝 답답하네요.
뭐, 안 보이면 직접 가면 그만입니다. 다시 영도로 걸어가 봅시다.
어째서인지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만 있던 용두산 공원 입구를 내려오니 바로 영도대교가 눈앞에 보이네요.
그나저나 옷을 긴팔을 입고 왔는데, 여기 가을 날씨를 넘어 약간 여름 날씨 느낌까지 납니다.
설마 11월에 더워서 힘들 줄이야...
영도대교 위에서 부산대교 방향으로 사진을 찍을 때, 마침 지나가던 배 한 척.
이제 영도로 넘어왔으니, 다시 카페를 향해 걸어 봅시다.
땀까지 뺐더니, 시원한 커피가 더없이 간절해지네요.
부둣가 창고들 사이에 뜬금없이 큼직하게 있는 카페, '모모스 커피'에 왔습니다.
굉장히 유명한 카페라고 하던데요, 사실 친구 따라 온 지라 그런 건 잘 모르겠네요.
다만 창고에 가득 쌓여져 있는 커피들 중에 꽤나 귀한 녀석들도 보이고, 커피 맛도 발군이네요.
시원하고, 산미 강한 녀석으로 달라고 했더니 정말 딱 좋은 커피를 내줬습니다.
요즘 여행 다니면서 커피 맛이 좋은 카페를 만나기 힘들었는데, 확실히 큰 도시가 좋긴 좋네요~.
다시 부산대교를 거쳐 절영해안산책로로 향해 봅니다.
지도를 보니 영도를 거의 반쯤 가로지르는 길이네요, 뭐 이제 와서 버스를 타기도 애매하니 걸어 봅시다.
좁다란 골목길, 군데군데 재밌는 풍경도 많았다만...
주말에도 다들 바쁘게 일하고 계시는 중이어서 사진은 접고 눈으로만 두리번거리며 걸어 봤습니다.
어느덧 멀리 방파제가 보이더니, 다시 바다가 보이네요.
부산을 걸으며 느낀 점 중 하나는, 확실히 조사님들이 많이 계신다는 겁니다.
남항대교 바로 밑, 나름 유명한 목인지 많이들 모여 계시네요.
저 앞에 보이는 산책로.
사실 산책로에 대한 기대감 보다는 하늘에서 내리쬐는 땡볕에 대한 걱정이 점점 커집니다.
선글라스라도 챙겨올 걸 하는 후회가 들기 시작하네요.
뭐, 설마 걷다가 눈이 멀기라도 하겠습니까.
긴 팔 후드티에 백팩... 등은 포기하고 걸어봅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해안에 붙어 가는 산책로였습니다.
해안이 모래사장이 아니라 그렇지, 모래사장이었으면 해수욕장 걷는 수준의 거리감이네요.
중간 즘에 해녀의 집이 있는 것 같았는데, 어차피 카드 계산은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자리도 없어 보여서 사진만 담아 갑니다.
풍경도 좋아서 멍게에 초장 딱 찍어서 소주 한 잔만 먹어도 좋을 것 같네요.
다음엔 만원 몇 장은 들고 와야겠습니다.
딱 이 사진을 찍고, 어휴 저 계단을 누가 올라가냐 하며 동굴로 들어갔는데...
...?
지난번 태풍 피해로 길이 여기서 끝났습니다.
올라가야죠.
왔던 길을 돌아가는 것보다는, 새로운 길을 오르는 게 조금 더 기분이 좋을 것 같습니다.
조금 걷고 나니 등에 맨 가방이 보통 거슬리는 게 아니네요.
어차피 오후에는 여기 외에 일정을 잡지 않았으니 일단 숙소로 가봐야겠습니다.
짐 좀 내려놓고, 일찍 일어났으니 낮잠도 살짝 자고!
아, 그전에 늦은 점심을 한 끼 먹어야겠어요.
땀도 빼고,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프니... 답은 밀면입니다.
밀면을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던 차, 영도에서 나가는 버스가 가는 곳에서 먹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눈앞에서 버스 한 대를 놓치고 나니, 시간이 어느덧 두 시가 다 돼 가네요.
영도대교를 건너기 직전, 영도경찰서에 도착할 때 시간이 1시 57분... 도개에 걸렸습니다.
버스도 잠시 문을 열어 주시네요.
어차피 남포동에서 지하철을 탈 생각이었으니, 그냥 내려서 걷기로 합니다.
겸사겸사 도개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구요.
관광 온 저야 재밌는 구경거리다만, 꽤나 통행량이 많은 길 같은데 15분이나 멈추면 사는 분들은 이래저래 불편할 것 같네요.
생각보다 길었던 15분이 다 지나고 다시 이어진 길을 따라 저도, 버스도, 사람들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배가 고파서 그런가요? 서면역에서 여기가 왜 이리 먼지...
생각해보니 부산에서 밀면은 처음 먹어보네요, 기대가 큽니다.
일단 배가 많이 고픈 관계로, 바로 나오는 만두를 한 판 흡입을 해봅니다.
쫀득하니 맛있네요, 속도 알차고.
뭔가, 국물에서 한약 냄새가 꽤 납니다.
덥고 지쳐서 그랬는지... 그게 너무 좋아서 국물을 물 마시듯 벌컥벌컥 마셨네요.
딱 필요한 모든 요소가 갖춰진 한 끼였습니다.
시원하고, 기운 나고, 짭짤하고...
밀면을 맛있게 먹는 방법, 땀날 정도의 날씨에 두 시간 정도만 걷고 먹으면 됩니다.
자자, 이제 배도 부르니 잠깐 눈 붙이러 숙소로 갑시다.
해운대에 오고 나니 하늘이 갑자기 어둑어둑해졌네요.
부산도 밤에는 비가 온다 했는데, 생각보다 금방 어두워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짐을 던져 놓고, 잠깐 휴식 시간을 가져 봅니다.
저녁은 술 마실 곳만 찾아 놓고 정작 밥 먹을 곳은 생각을 안 하고 왔는데, 저녁 먹을 곳이나 찾으며 시간을 보내야겠어요.
호텔 안내 책자에 근처 추천 맛집 리스트가 있더군요.
마침 오늘 한식 위주로 먹기도 했고, 맥주 한 잔 하고 가고자 했던 바에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이자카야로 골라 봤습니다.
음, 에비스 생맥주가 있나 보네요?
있으면 마셔야죠.
요즘 집에서 논알콜 카스만 마셔서 그런지, 거의 몸에 스며드는 느낌마저 듭니다.
그렇죠, 맥주가 이런 맛이었죠...
모츠나베를 하나 시켜 봤는데, 국물이 맑은... 정말 전골이군요.
뭔가 돈코츠스러운 국물에 기름 둥둥 떠다니는 비주얼을 기대했는데, 약간 샤브샤브 느낌이 돼버렸습니다.
고기는 맛있는데... 뭔가 좀 아쉬운데요.
자리 뒤편으로 화로가 보여서 꼬치도 한 접시 시켜봤습니다.
가장 기대했던 건 제일 오른쪽의 꼬치, 뭔가 대파를 고기에 말아 놓은 것 같아서 마지막에 먹겠다고 남겨 뒀는데...
치즈떡이었네요?
조금 아쉽게 끝내게 됐습니다... 맛있게 먹고 마지막이 수틀린 느낌.
배도 충분히 부르고, 맥주도 두 잔이나 마셨으니 이제 오늘 하루 끝내러 바에 가봅시다.
해운대의 '파복스'에 왔습니다.
시작은 탈리스커로 만든 '하이볼', 대학생 때 자주 가던 바에서는 여기에 후추를 뿌려 놓고 교자에 먹곤 했죠.
두 번째 잔은 '드라이 마티니'.
베이스는 탱커레이 No.10이네요. 딱 좋아하는 정석입니다. 비피터도 칵테일에는 나쁘지 않지만, 역시 마티니는 탱커레이죠.
물론 핸드릭스나 몽키 같은 선택지도 있지만, 여기부턴 좀 다른 길의 느낌이니까요.
사실상 마지막 잔은 위스키를 1 온스만 시켜봅니다.
'아드벡 코리브레칸', 도수로 따지면 50도가 넘는 녀석이지만 그것보다도 강렬한 향에 더 넘기기 힘든 녀석입니다.
예전에 한참 이 동네 위스키 좋아할 때에는 아드벡 라인업을 집에다 쭉 모아놓고 간간히 홀짝였는데,
요즘은 술을 최대한 자제하는 중이라 정말 오랜만에 마셔보네요.
마지막 잔은 '블러디 메리'를 마시고 싶었지만, 안 된다고 해서 'B&B'.
여러모로 좋은 바였습니다. 술의 종류도 굉장히 다양하게 갖추고 있고 가게의 분위기도 깔끔했죠.
다만 바텐더 분들이 바빠도 너무 바쁘네요.
저같이 하이볼이나 샷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바는 바텐더와 나누는 실없는 대화가 목적인 셈인데,
아무래도 대화할 여유까진 이 시간에 없는 모양입니다.
함께 대화를 많이 할 사람이 있다면, 괜찮은 바가 될 것 같네요.
술이 들어가니 라면이 확 당겨서, PC방에서 게임 좀 하며 라면 한 그릇을 먹고 여행 첫 날을 마쳐 봅니다.
알딸딸한 것이, 좋은 밤이네요.
오랜만에 마신 도수 있는 술에 살짝 숙취가 있는 아침이네요.
창문을 여니 간밤에 비가 오긴 했는지 빗물이 잔뜩 묻어 있습니다.
술도 깰 겸, 떨어진 물도 살 겸, 커피도 한 잔 마실 겸~
쓰고 나니 할 일이 많았네요. 시원한 날씨 속에 해운대를 살짝 걸어 봅니다.
집에 계신 분에게 영상 통화 한 번 걸어서 브이로그를 해드리며 걷는 아침 바다.
제때 정기보고를 올리지 않으면 소중한 정기외박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어제 낮에는 더웠던 날씨가 비가 오고 나니 딱 좋은 가을 날씨가 됐습니다.
커피와 초콜릿. 숙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죠.
거기에 10분 정도 눈을 붙이고 나면 회복 끝입니다.
숙소에 가방을 맡기고 오늘의 첫 끼니인 복지리를 먹으러 나왔습니다.
어제부터 창 밖으로 계속 보이던 금수복국 현수막.
어디 한 번 먹어 보겠습니다.
입구에 줄이 있어서 뭔가 하고 봤더니 대기가 25팀이네요.
세트를 주문할 분은 바로 2층으로 올라오라고 해서 그냥 냅다 올라갔습니다.
자고로 시간을 돈 주고 살 수 있으면, 이건 사는게 맞으니까요.
일단 전채로 스프와 수육이 들어간 샐러드가 나옵니다.
복어 콜라겐무침이라는 굉장히 멋없는 이름의 메뉴.
이름은 무슨 합성식품 같은데, 맛은 꼭 편육 같습니다. 넉넉히 두른 참기름이 입맛을 돋우네요.
뒤이어 모둠튀김 한 접시가 나옵니다.
새우랑 고구마야 그냥 부피 채우는 용도고, 메인은 복어인데 이게 맛이 참 좋네요.
좀 싸구려 비유라 미안하긴 하지만, 닭가슴살과 닭다리살의 장점만 모아놓은 느낌입니다.
그다음은 튀김을 졸인 복어 조림이 나옵니다.
친구 말로는 코다리강정 맛이라고 하는데, 비유가 PTSD 유발 급이네요.
개인적으론 간장치킨 맛에 가깝다 생각이 듭니다. 아까부터 뭔가 닭고기 느낌이 많이 나네요.
그리고 메인 요리인 복지리.
적당한 크기의 수육이 세 덩이 들어가 있네요. 어제 대구탕도 그렇고, 이상하게 국 간이 싱겁게 느껴집니다.
뭔가 반찬들은 밑간이 센 편인데 국만 약해서 그런지 입 안에서 심심하게만 느껴지네요.
소금간 조금만 더 돼있어도 맛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향도 좋고 맛도 시원한데, 반찬이랑 먹으면 자꾸 빈 맛이 나네요. 그렇다고 반찬을 안 먹기엔 반찬이 맛있고...
코스 아니랄까 봐 디저트로 모주 아이스크림까지 나와 줍니다.
단품으로 먹는 것보단 이게 나았을 것 같기도 하네요. 이것저것 한 입씩 먹어볼 수도 있고요.
아 물론 다음에 온다면, 전 복어튀김만 잔뜩 시켜놓고 먹을 겁니다.
복지리는 마산 가서 먹어야겠어요. 거긴 밑간이 좀 세서 밥 말아먹기에 좋았거든요.
동으로 갈까, 서로 갈까 고민이 되는 시간입니다.
원래는 이기대를 쭉 걸을 생각이었다만, 어제보다 더 땡볕인 날씨에 역시 고민이 되네요.
카메라도 충전할 겸 잠깐 카페에 앉아 있다가, 역시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베야 한다는 느낌으로 이기대로 향합니다.
그래도 시간이 조금 남으니, 이기대로 가기 전에 동백섬을 따라 마린시티까지 걸어보기로 합니다.
놀러 올 때도, 학회 때문에 출장 왔을 때에도 동백섬은 꼭 한 번 걷게 되네요.
그만큼 걷기 좋은 길이란 뜻이겠죠.
혼자 철 모르고 핀 동백 한 송이가 보여 한 장 찍어 봅니다.
곳곳에 동백나무가 있는 게, 조금 더 추워지고 오면 장관이겠네요.
참 좋은 날씨입니다. 땡볕에 덥다고 징징거리긴 했다만 한여름에 비할 바는 아니니까요.
조금이라도 트인 곳이 나오면 잠깐 서있다 가고 싶을 정도네요.
조금 더 걷다보니 마린시티가 나오는데 해안길 따라 벽에 유명한 영화들을 타일로 붙여놨습니다.
사실 이 길은 태풍특보 뉴스에서 더 자주 봤던 길이긴 합니다만, 직접 와보니 소소한 즐길거리가 있었네요.
이대로 동백역까지 죽 걸어가 봤습니다.
빽빽하게 하늘로 솟은 건물들 옆으로 걷다 보니 딱히 사진은 남은 게 없습니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탁 트인 바다와 광안대교가 절경이긴 한데, 어제부터 하도 봐서 카메라로 영 손이 안 가네요.
지하철을 타고 남천에서 내렸습니다.
오륙도로 가려면 여기서 버스를 타고 조금 더 들어가야되네요.
버스가 오기까지 조금 시간이 남아, 도너츠 한 입 베어 물고 다시 출발입니다.
이런 곳에 아파트가? 싶었던 오륙도.
여태 봤던 부산 앞바다와는 다른 개방감이 일품이네요.
저 멀리 스카이워크가 보이는데, 지금은 휴업 중이라 그냥 바로 산책로로 올라왔습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라 그런지, 저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파도 소리가 엄청나네요.
자, 이제 또 실컷 걸을 시간입니다.
해파랑길을 따라 오륙도에서 용호동까지 쭉 걸어 봅시다.
방금 전 까지는 산책로였는데, 갑자기 길의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뭔가 등산화를 신고 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하네요.
그나마 오륙도에서 출발해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내리막의 느낌이긴 합니다.
계단이나 난간도 잘해놨고, 런닝화로 걷기에 힘든 길은 아니네요. 그래도 돌부리가 많아서 등산화가 더 나을 것 같긴 합니다.
슬슬 바닷가로 다가가는 느낌.
길은 해안 절벽따라 좁게 나 있는데, 나무가 꽤 자라 있기도 하고 난간도 잘 돼있어서 그렇게 위험하진 않네요.
오히려 파도소리가 계속 들려오니까 점점 걷는데 힘이 붙기 시작합니다.
왠지 군가를 틀어야 할 것 같은 왼쪽 난간은 애써 무시하도록 하고요.
길 따라 걸으며 볼 수 있는 풍경은 바야흐로 장관입니다.
태종대에서 보는 풍경보다 훨씬 현장감이 있는게 제일 마음에 드네요.
풍경 좋은 목마다 전망대도 작게 설치되있어서 잠시 서서 풍경을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슬슬 나무 틈으로 광안대교가 다시 보이기 시작하네요.
용호동에 다 와가나 봅니다.
해파랑길은 여기서 더 이어지지만,
어차피 버스를 타고 다시 해운대에 있는 숙소에 가야 하기에 일단 어울마당에서 빠져나오기로 합니다.
풍경이 참... 충분히 걸을 이유가 있는 길이었네요.
나중에 날이 더 좋을 때 한 번 더 걸어보고 싶습니다. 그때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봐도 좋을 것 같네요.
이번 여행의 굵직한 일정은 이제 다 끝났군요.
잠시 숙소에 들러 가방을 꺼내고 마지막 식사도 할 겸, 돌아갈 기차도 탈 겸. 부산역으로 가봅시다.
해운대를 들렀다 다시 부산역으로 오니 어느덧 저녁이네요.
석가탄신일은 아닌 것 같고... 뭔가 연등처럼 생긴 등이 차이타나운 길을 따라 쭉 걸려 있습니다.
뭔가 길 분위기부터 이색적이어서 좋네요.
이번 여행의 마지막 끼니를 장식해 줄 일품향.
하루 종일 걸어 다닌 굶주린 성인 남성 두 명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15분 정도 웨이팅을 했는데 정말 괴롭네요.
시작은 바로바로 나와주는 오향장육.
이걸 다 먹고 시계를 보니 10분 정도 걸렸더군요.
짜게 먹으면 몸에 안 좋으니, 맥주도 한 병 시켜봅니다.
역시 바로바로 나오는 찐만두.
여기가 물만두 맛집인지 단골로 보이는 분들마다 물만두를 물어보시네요.
아쉽게도 오늘은 이미 다 떨어져서 물만두는 구경도 못했습니다.
심지어 나갈 때쯤에는 찐만두도 매진이었으니 이거라도 먹은 거에 만족을...
부산에서 먹은 만두가 두 번째인데, 둘 다 평균 이상의 맛이네요.
찜의 시대는 끝나고, 튀김의 시대가 시작됩니다.
새로운 부대에는 새로운 술. 칭따오를 한 병 더 주문하고 탕수육을 달리기 시작합니다.
앞뒤가 바뀐 것 같지만 기분 탓입니다.
탕수육은 요즘 보기 힘든 근본 있는 탕수육이네요.
고기함량 두둑하고, 바삭하진 않지만 쫄깃하니 실로 부먹에 어울리는 맛입니다.
사람들이 튀김만두를 별로 안 먹고 있길래 기대를 안 했는데,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건 튀김만두입니다.
이렇게 바삭하게 튀겼는데 속은 촉촉하고 만두소도 꽤나 두둑하니 맛있습니다.
남자 둘이서 3~40분 만에 음식 네 접시에 맥주 두 병을 끝냈네요.
역시 시간 대비 객단가 최고 조합은 남자 둘입니다.
배도 빵빵하니, 여행의 끝이 즐겁습니다.
바로 앞에 부산역이라 시간도 넉넉해서 좋네요.
올해의 마지막 외박이네요.
생각해보니 오랜만의 기차여행으로 기획을 했는데, 기차는 이동수단으로 끝이고 신나게 걷기만 했네요.
덕분에 여행을 가서 그 동네를 온전히 느끼려면 역시 걷는 게 최고라는 생각은 점점 확신으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집 앞을 가더라도 차 없이는 못 가는 요즘입니다만, 적어도 여행은 조금 걸을 생각을 하고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즐거운 이틀이었습니다.
2022. 11. 12 ~ 2022. 11. 13
이야~~ 읽으면서 저도 같이 부산여행 하고 있는거 같았어요
ㅎㅎ 감사합니다~. 바라는 대로 쓰여진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사진 멋지네요 잘 보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금수복국 세트는 얼마인가요?!
3만 3천원이었습니다. 시간을 돈으로 사는 느낌도 살짝...?
나도 저기 갔는데 그냥 복국도 2만원은 했었음... 3만3천원이면 그렇게 비싼 느낌은 아니네요..
부산에서 태어나 30년을 넘게 살다가 지금은 경기도 거주 중입니다. 추억의 장소들 사진 보니 반갑네요. 저도 고향 여행 가고 싶어지네요. 그런데 이제는 본가도 서울로 다 이사했고 친구들도 부산에 이제는 없어서....ㅜㅜ
멋진 동네에서 오래 사셨네요 ^^. 부산 여행이야 주말 이용해서 다녀오기도 좋지요. 연고가 없어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ㅎㅎ. 저도 즐거웠구요.
영도 대교 도개 행사가 원래 매일 12시에 시작했었는데 점심 시간이고 해서 주민 불편으로 시간이 변경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 터지고 한동안 하지 않다가 최근 들어 매주 토요일에 하는 것으로 변경이 된 것으로 알고 있구요.
확실히 주민분들 불편해보이긴 하더군요. 뒤에 사거리까지 길이 꽉 막히니까요;
일품향은 만두국 맛집입니다. 다음에 가시면 꼭 드셔보세요.
메모해두겠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나도 얼마전에 부산 갔다왔었음... 20년전에 갔을때는 해운대, 용궁사, 허심청 빼고 볼만한게 없다는 인상이었는데.. 이번에 갔을때는 굉장히 놀랐습니다.. 구석구석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놨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