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화 요약
1. 안타까운 상황들
2. 떠날준비함
3. 선생님 아내가 죽음
#남겨진이
담날 이제 닉이랑 헤어질려고 했는데 선생님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리니까 당황스럽더군요..
닉이 엄청 슬퍼했습니다.
여튼 그래서 일단 자고 담날 곧바로 댄네 집으로 찾아갔어요
저번화에도 말했듯이 댄의 집은 키베라 안쪽에 있습니다.
닉은 사람들한테 안면이 익어서 그렇다쳐도 저는.... 범죄 타겟이 될수도 있다는 말이죠 ㅜㅜ.
실제로 엄청 위험한 곳... 그래서 어떤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닉이 먼저 친구한테 연락해서 우리 둘을 안내해달라고 부탁을 했답니다.
너무너무 드러워서 신발 신고갔습니다. 우욱 .... 열악하더군요
진짜 미로같고 드러운 골목을 지나서.. 가면갈수록 이곳에 사람이 사는게 믿기지 않더군요 ㅜㅜ
걸어걸어 마침내 댄이 사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
집에 도착하니 이미 이웃들이 3평 남짓한 공간에 빼곡히 앉아있었습니다.
모두의 표정에서는 적막함이.,.,
집주인인 죽은 아내 질파의 남편 댄은 없더라구요.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어젯밤 아내가 죽은 뒤 아침까지 울다가 어디론가 뛰쳐나갔다고 합니다... . 전화를 아무리 해도 받지 않더라구요.
닉이 그동안 죽은 아내, 질파를 병원에 갈 돈으로 펀딩으로 모은 돈이 어느새 200만원 가량 되었는데 그게 고스란히 장례비용에 쓰이게 되었습니다.
그 누가 알았겠습니까... 헙
제일 안타까운거는 질파가 몇 개월 전에 아파서 직장을 그만두고 쉬었는데
처음에는 증세가 별거 없어서 집에서 쉬었지만 아픈 동안 제대로 된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해서 상황이 악화되었다는 겁니다
닉이 이야기를 들어보니 질파가 약 4개월간 침대에 누워서 저번에 말한 우갈리있죠?
그 옥수수 찐거 덩어리랑 음료수... 스프라이트만 먹었다고 하더군요.
댄이 아프리카 사람들의 주식인 찐 옥수수 분말에다가 외국인들이 주로 마시며 가격이 꽤나 비싼 스프라이트가 몸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지극정성으로 그 두 가지 음식으로만 간호를 한 겁니다ㅜㅜ
- 참고로 저기가 5가족이 사는 집
초창기에 질파는 집 안에서 그나마 화장실을 가는 등 침대에서 일어설 수 있을 정도였으나 이렇게 ... 간호를 하니까 점점 악화될 수밖에 없었던 거죠
병원에 왜 안갔냐고 하는데 입원비도 병의 경중에 따라 곱절로 올라버려서 병원에 가지도 못했고 또 아프리카에는 과잉진료가 진짜 많습니다.
그래서 별거 아닌걸로도 장기입원을 시키는데... 댄은 키베라에 사니까 그만한 돈이 없으니까 무서웠던 거죠...
그래서 죽었어요
너무 안타깝더군요
아프리카의 사람들이 무식하고 미개하기 때문에 이렇게 사는 게 아닙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신뢰하는 민간요법과 현대 의학의 간극을 교육으로 연결해주지 못한 거죠
왜냐하면 누구도 가난한 사람들을 교육하지 않으며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니까요...
물질적 혜택을 받으면서도 그들을 돕고 교육하지 않는사람.
그냥 주어진 것에 어떻게든 사는 사람
누가 더 야만적일까요??
누가더 미개한 걸까요
댄의 아들이랑 그리고 어릴 때 고아가 되어 댄이 맡아 키우고 있던 조카는 질파의 죽음이 실감이 나지 않는지 앉아있는 우리에게 재롱을 부리더라구요
죽음을 받아들이기엔 너무 어린 나이인가, 아니면 죽음이 일상이 되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일까 고민했답니다. 잠시..
에효
-사람사는곳 맞습니다!
여튼 그렇게 우울하게 댄을 하루종일 기다렸는데 안오더라구요
뭐 마땅히 할것도 없고 ㅜㅜ 우울한 분위기가 계속되니 닉이 분위기 전환한다면서 자기가 밥을 사겠다고 다같이 키베라 바깥으로 나가자고 했습니다.
근데 아직 밥때가 아니라서 그런가 식당에 메뉴가 애매하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제가 애들 둘 데리고 영화보여준다고 하고 영화관으로 갔답니다. 거기서 인크레더블 2봤어요 ㅋㅋ 셋이서
그리고 이제 영화를 다 보고...
키베라 사람들이랑 애들 둘이랑 다함께 밥먹는데
애들이 밥을 잘 못먹는거에요??
레스토랑에서 원하는 걸 시켜줬는데 그 질파네 아들이 치킨을 안먹고 샌드위치만 계속 먹는겁니다
그래서 제 샌드위치를 주니까 또 잘 먹더라구요?
근데 치킨은 절대로 안먹더라구요...?
그래서 뭐지 이러고 물어보니까
이건 내일까지 아껴먹을거라고 .,.,. 후.,
집에 싸갈거라구 하더군요
그래서 하나 더 시켜서 포장해주니까 그제야 잘 먹었답니다
엄마가 죽은 날에 애가 치킨 한조각 때문에 웃는게
뭔가 슬펐어요
-끝-
1부 주소
https://bbs.ruliweb.com/hobby/board/300261/read/30563426?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5359828
가슴 아픈 경험이셨겠네요 ㅠ
내 ㅜㅜ 너무 생생히 남아서 힘든 경험이어요 ㅜㅜㅜ
사진만 봐도 열악한데 현실에서는 얼마나 참혹할지...
아프리카 ㅕ행을 하면서 종종 아예 내가 다른 행성에 간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는데 여기도 그랬답니다 ㅜㅜ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케냐에서 나름 고등교육 받은 친구들도 이번 코로나 사태 터지고 나니, 아프리카 사람들은 코로나 걸려도 잘 안 죽는다. 미국 사람들은 정크푸드 먹지만 우리는 건강한 음식만 먹어서 괜찮다 할때, 뭔가 안타깝기도 하고... 우갈리가 실제로는 영양이 거의 없어서, 배만 채우는 음식인데... 안타깝네요. 탄자니아 사는 친구들도 여기는 코로나가 없다 할때도 안타까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