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해외여행 다니기 편해졌더라구요
그래서 일을 쉬어 시간이 남는 때 여행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삿포로나 도쿄는 가봤는데 후쿠오카는 처음이라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이번에 혼자 가면서 컨셉은 먹고 마시고 쉰다 였습니다
체력도 많이 떨어진 지금 굳이 여러군데를 돌기보다는 그냥 먹으면서 편하게 보내기로 했습니다
요즘 사람이 많다길래 5시에 일어나서 첫차타고 6시 전에 도착해서
바로 와이파이 도시락 수령하고 줄을 섰는데도 간신히 시간에 맞췄을 정도로 사람이 많더라구요;;
덕분에 제대로 아침도 못 먹고 바로 출발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굶으며 아침 9시20분 비행기로 출발 1시간만에 도착
처음 오는 공항이라 우왕좌왕하기도 했지만 가까운 하카타역이라 금새 왔네요
위 사진은 하카타역에 있는 킷테의 입구에서 찍었어요
벌써 10년전 얘기인데 당시 친구와 처음으로 도쿄에 여행을 갔을 때 얘기에요
첫 해외여행이라 뭔 준비도 없이 돌아다니다가 여주인분의 영업으로 한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쇼유베이스의 돈지루 츠케소바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사고로 먼저 가버리고 같이 가려던 것도 잊어버렸죠
그러다 이번에 생각이 나서 찾아보니 다르지만 나름 비슷한 메뉴가 있더라구요
제가 원했던 거랑은 다르지만 고기국물 츠케소바란 것에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맛은 소고기국물에 쇼유로 맛을 낸 감칠맛과 짠맛이 확 느껴지는 맛이었어요
거기에 실파에 튀긴 야채(처음에는 생선 껍찔 튀김인가 했어요)인데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네요
5시에 일어나 굶다 먹으니 너무 맛있더라구요
그렇게 점심을 해결하고 하카타역에서 숙소가 있는 나카스까지 소화도 시킬 겸 걸어서 이동했습니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 공항 오고가는 거 말고는 전부 걸어다녔는데요 이유는 소화시키고 더 먹으려고....
애초에 먹으려고 봐뒀던 집들도 나카스를 중심으로 체크했기에 그렇게 멀리 이동할 일도 없긴 했어요
숙소 가는 길에 본 작은 신사 구글 번역의 힘을 빌려보니 대충 인연의 신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100엔을 넣고 간청했습니다 여친은 바라지도 않고
제발 직장에서 좋은 사람들만 좀 만나게 해달라고요....빌런은 더 이상 싫어...
체크인이 3시부터라 시간이 남으니 근처의 카와바타 상점가를 가봤습니다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타이야키 사진이 있길래 먹어볼까 했는데 제가 못 찾은 건지 안 보이더라구요
점심 즈음이라서 식사하러 오신 주민분들도 많고 딱 로컬적인 분위기라 구경하는 맛이 있었어요
사실 이번 여행하면서 어느 식당을 가던 눈감고 있으면 여기가 한국인가 일본인가 싶을 정도로
많은 한국분들과 만나게 되는데 그래서인가 한글메뉴판이라던가 안내문구라던가
일본어를 몰라도 편하게 다닐 수 있겠더라구요
아 그리고 위 사진 외에도 자갈치 회 센터 라던가 한국풍 가게가 꽤 많아서 놀랐습니다
그렇게 상점가 구경까지 다 해도 시간이 남아서 봐뒀던 카페에 가봤습니다
https://unborderedlife.com/get-treated-at-the-sanatorium-cafe-in-fukuoka/
주의)상당히 고어한 면이 있는 가게입니다
저는 방문당시에 갓난아기와 같이 오신 분을 포함해서 손님이 많은 상태였기에 점내를 제대로 찍지 못 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벽의 사진은 리뷰랑 달랐는데 대부분의 경우를 그대로네요
푸딩과 메론소다입니다
세트로 1200엔? 이었을 거에요 비커에 나온 점이라던가 티슈에 피가 튄 것 같은 점이라던가
인테리어랑 마찬가지로 이색 카페답더라구요
아 그리고 푸딩 옆의 고양이 저거 초콜렛이더라구요 장식인가 계속 보니까
마침 계셨던 관장(사장)님이 초코라 먹을 수 있다고 드셔보시라고 권하시더라구요
맛 자체는 그냥저냥 평범했어요 독특한 컨셉이라 여행에서 한 번쯤음 가볼만한 정도?
카페도 가봤고 숙소에 체크인하고 쉬다가 저녘시간에 다시 상점가에 와봤습니다
조명이 켜지니까 또 분위기가 달라지더라구요
전 오늘 첫날은 코가 비뚤어지게 마시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려고 유흥으로 유명한 나카스에 온 거니까요!
그리고 망했습니다................
사실 저는 습관이 있는데요 여행 스케쥴을 작성해서 대략 1시간단위로 일정을 짜는 편입니다
그리고 가볼 장소와 식당들을 미리 확인해두고 그대로 따라가는 스타일입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오늘 제가 가려고 했던 가게들이 망했거나 넷상의 정보와 달리 휴무이거나 했단 거죠
그것도 무려 2곳이 다!!!!
덕분에 저는 2시간을 그냥 걸어다니기만 하고 시간낭비만 하게 된 겁니다 ㅎㅎ..
이 때부터 이번 여행이 망했다고 할 수 있죠
배가 출출해해진 때에 나와 2시간을 걷기만 했으니 전 눈이 돌아갔고 결국
근처 아무 집이나 들어갔습니다
딱 봐도 프랜차이즈? 아니면 간단한 안주를 파는 가게였는데 뭐라도 먹자 싶어 들어갔어요
그리고 망했죠
우선 들어가서 맥주 한 잔 시키고 배를 채울만한 걸로 먹자 싶어서 가라아게부터 주문했습니다
그냥 기대 안 하고 들어온 거라 사진 찍을 생각도 없었는데 두 번째 메뉴를 시켜보고는 찍어는 둬야겠다 싶어서 찍었습니다
처음 나온 가라아게는 3P 560엔 두 번째는 족발이라길래 시켰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족발이 아니라 말 그대로 족발살을 양념없이 뭉쳐서 튀긴 녀석이었습니다
먹자마자 돼지냄새가 확 올라오는데 소주랑 먹기에 나쁘지 않겠다 싶더라구요 저것도 560엔인가 80엔인가 했어요
어쨋든 술이 들어가니 이젠 아무 가게나 들어가야겠다 싶어서 또 걷기 시작했습니다
구성비가 한국인 8: 일본인 2 수준으로 한국분들이 많더라구요
진짜 농담이 아니라 소리만 듣고 있으면 한국어만 들릴 정도였습니다 호객하시는 분들도 한국어로 외치고 계셔서;;
경험삼아 들어가보자 싶어서 아무곳이나 들어가 봤습니다
ㅎㅎ 오뎅은 그냥 동네 이자카야에서 먹던 맛이었어요 안정적인 맛이죠
토리카와는 위쪽은 바삭바삭하고 아래쪽은 물컹물컹한 2가지 식감을 자랑하더라구요 하하하..
맛을 기대하지 말고 분위기만 보고 간다면 문제없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30분 이상 있으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어디까지나 느낌상이었습니다 뭐라 하지는 않았어요
이후에는 3,4차로 아무 이자카야나 찾아 들어가 흥청망청 마셨습니다
사케이치반이란 가게에서는 노부부분들과 대화도 나누고 재밌었어요
구글 번역에 의지하는 저에게 편하게 간단한 일본어만 사용하면서 배려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4차까지 마시고 숙소에서 푹 자고 일어났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숙취를 풀고자 국물이 땡길 걸 예상하고 선택한 곳입니다
사실 저 같은 아싸는 사람 많고 웨이팅 많은 가게들은 부담스러워서 피하는 편입니다
어차피 이번 컨셉은 편하게 먹고 쉬는 거라 그러고 싶지도 않아 고만고만한 곳들만 갔습니다
추천세트 1680엔으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맛은 다들 아는 그 맛이구요
마이프로틴도 있을 줄은 몰랐는데 가격이 나름 괜찮아서 살까 고민되더라구요
잊고 있었는데 보니까 바로 생각나더라구요
제가 한국에서 하이볼을 먹어보면 다 맛이 없어서 안 먹게 됐는데 이번 여행에서 하이볼이
다 맛있었기에 구매를 고민해봤습니다 아 제가 가방만 메고 온 게 아니면 샀는데
캐리어를 안 가져와서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아직도 현역으로 여전히 매장에 걸려있네요 하하
저 같은 아재는 그냥 간 영양제나 하나 사고 말기로 했습니다
돈키호테 구경도 좀 했겠다 이제 점심을 먹어야겠다 싶어서
봐뒀던 가게들을 찾아 다녀녔습니다 원래 장어집을 봐뒀는데 그 모든 가게들이
웨이팅이 심하다 싶을 정도였고 갑자기 고기가 필요해졌기에 일정을 변경 야키니쿠집을 찾아갔습니다
장소는 텐진 지하상점가인데요 전체적으로 어둡지만 은은한 배경으로 아늑한 공간이었습니다
길치이기도 한 저는 구글 지도를 켜놓고도 헤매서 간신히 가게에 도착했습니다
특선 모듬 세트 4680엔
가장 비싼 메뉴였는데 어차피 장어집 가도 비슷한 가격일 테니 싶어서 질렀습니다
취향이 아닌 것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특히 안창살이 너무 제 취향이라 배가 차오르는데도 추가했습니다
1인분에 980엔
그리고 이 때부터 제 남은 일정이 다 망가져버렸죠
일단 맥주와 하이볼과 함께 마지막에는 밥까지 시켜서 맛있게 싹싹 비웠습니다
딱 육향 물씬나는 맛있는 안창살이었습니다 덕분에 과식하게 되었네요
합계 9천엔 가깝게 먹어치우고 숙소에 가서 쉬기로 했습니다
숙소 가는 길에 도넛집이 있는데 냄새가 너무 좋더라구요
아 이미 과식해서 더 먹으면 안 되는데...하지만 몸은 이미 주문해서 받아오고 있더라구요
이미 지른 몸이다 싶어서 푸딩에 안닌도후까지 편의점에서 사다 먹어치웠습니다
그리고 탈이 났습니다
예 이제 30중반의 아재가 과식으로 탈이 났어요 ㅎㅎ...
이후 일정은 당연히 캔슬 디저트 가게 봐뒀던 곳도 포기하고 그냥 폰이나 하면서 쉬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쉬기만 하기도 뭐하니 근처 신사나 가보기로 했죠
사실 상점가에 갔던 첫날부터 신경 쓰여서 가보고 싶었어요
뭔 축제라도 하나 싶더라구요
오미쿠지도 해봤습니다 길중 으로 나쁘지 않더라구요
인연은 아직 때가 아니니 인내를 가지라고 나왔어요
어차피 기대 안 한다고 ㅆ
볼 거 다 보고 다시 숙소로 와서 휴식했습니다 오후 일정은 결국 다 포기했어요
그래도 좀 쉬니까 속도 어느 정도 안정된 거 같길래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캐널시티랑 공원의 나무 같이 찍어볼려 했더니 화장실 사진 찍는 이상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지나가다 한국인 커플분들에게 사진도 찍어드리고 저도 사진 찍으면서 돌아다녔어요
구경하는데 정신 팔려서 사진은 하나도 안 찍었네요...
이제 속도 좀 괜찮아진 거 같으니 밥과 술이다!
어제 먹었던 야타이의 오뎅말고 전문점의 오뎅을 먹자 싶어 전문점을 갔는데요
들어가서 앉으니 속이 또 뒤틀리더라구요 식은땀은 줄줄 흐르는데
와서 그냥 나가기도 뭐하니 무와 두부 마루텐을 시켜서 맥주와 먹는데 고역이더라구요
여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사장님은 친절히 잘 해주시고 혼자 오신 한국 여성분과 대화도
하다보니 일어나기 뭐해져서 결국 또 추가주문
쟈코텐과 유부주머니 스지를 시켰는데 여기부터는 거의 어거지로 넣었습니다
그렇게 뒤틀린 속을 부여잡고 적당히 있다 나왔는데 너무 안타깝더라구요
이후에 봐뒀던 가게들도 못 가겠고 결국 다 포기했죠
유람선을 타려던 것도 봐뒀던 이자카야도 다 포기하고 호텔에 누워서 멍하니 있는데
너무 억울하더라구요 오랜만의 여행이 이렇게 망하나...그러게 왜 추하게 먹부림을 부려서...
그러다 너무 슬퍼서 편의점에서 하이볼에 닭볶음을 사와서 자기 전까지 홀짝거리다 잠들었습니다
3일차 복귀날 아침
11시 55분 출발이었기에 여유있게 일어나서 공항에서 밥먹고 쉬려고 했습니다
문제는 제가 아주, 아주아주 오래전의 리뷰만 보고 이동했단 것이고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공항의 식당가는...ㅜㅜ
위 사진처럼 우동집 하나만 남았고 다 사라졌네요
여전히 속이 좋지 않아 밀가루는 피하고 싶어 우동은 포기하고 다시 찾아보니
1층에 요시노야가 있다길래 그거라도 먹자 싶어 가보니 문을 닫았더라구요? ㅎㅎ
진짜 이번에는 망했구나 슬퍼하다 빈속으로 출국수속을 마치고 들어갔습니다
후쿠오카 공항 사이트를 뒤져보니 안쪽에 식당이 있다길래 그거만 보고 찾아갔습니다
결과는 바로
ㅆㅃ!!!!!!!!!!!!!!!!!
진짜 이번 여행에서 저에게 너무 화가 나더라구요 하.....
더욱 저를 슬프게 한 것은 욱여넣듯이 먹고 나와 돌아다니는 제 눈에 들어온
제법 괜찮은 퀄리티의 식당이 더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니 여유있게 와놓고 왜 찾아볼 생각을 안 했니 ㅜㅜ
그렇게 허탈감과 슬픔에 잠겨있다 비행기에 몸을 싣...지 못했어요 비행기가 도착이 늦어 지연되었거든요 ㅎㅎ
다행히 그렇게까지 늦지는 않아서 3시 전에는 한국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습니다
정말 역대급으로 모든 일정이 꼬인 여행이었는데요
다음에 가게 된다면 좀 더 준비를 철저히하고 가야겠어요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돈쓰고 돈값못할때가 제일 세상억울하죠 고생하며 여행하셨요 ㅠ
고생하셨습니다 40대중반아저씨인데 술만 며칠동안 마시러 혼자 가고싶네요 일본은 혼술해도 별로 부담이 안되던데 나카스포차 쪽은 한국사람들이 많아서 부끄럽 전 텐진 쪽 포차가 더 좋더군요
역류성 식도염,배탈,소화불량은 여행에서 절대 피해야 할 요소죠 ㅜㅡㅜ 맛있어도 적당히, 술도 적당히..참고로 나카스 포장마차는 진짜 비추에요. 한국인 많고 그 한국인 등쳐먹으려는 장사치들도 많고 나이많은 꼰대 일본아재들도 있고 어휴..이번의 실패를 계기로 담번엔 꼭 성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