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
걱정 반 기대 반으로
L.A.에서 뉴욕까지
미국 횡단 자전거 여행을 출발했습니다.
게스트 하우스와 다운타운이 가까워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빌딩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출발할 때 딱히 뚜렷한 목적지가 없어
해가 뜨고 있는 동쪽을 향해 무작정 달리다 보니
복잡한 다운타운을 가로질러서 가게 되었습니다.
L.A. 다운타운 안에는 자전거 도로가 있었지만
차도 많고 신호도 많고 사람도 많아
자전거 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다운타운을 어느 정도 벗어나 만난
거대한 수로입니다.
헐리우드 영화나 미드에서 봤었던 것 같은
익숙함이 느껴지는 장소였습니다.
다운타운을 벗어나니
도로에 차들은 많이 줄었지만
언덕들이 많아
속도를 내기 쉽지 않았습니다.
계속 페달을 밟아
힘들게 언덕들을 몇 개 넘고 나니
도로도 넓어지고 평평해져
자전거 타기가 훨씬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지도를 보지 않고 동쪽으로만 계속 달리니
자전거가 출입할 수 없는 고속도로 입구까지 갔다
다시 돌아 나오는 일도 생겼습니다.
계속 이렇게 가면 안 될 것 같아
잠시 멈춰 해피하우스 사장님이
출발할 때 챙겨주신 사과를 먹으며
첫날 잘 곳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여행 중 잠자리를 알아볼 때는 먼저 웜샤워를 살펴봤었는데요
"웜샤워"란 여행을 하고 있거나 예정인 지역 주변에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 해주는 호스트를 찾아볼 수 있는
웹과 앱에서 모두 이용 가능한 플랫폼(?)입니다.
간단하게 자전거 여행자들만을 위한 카우치 서핑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웜샤워 앱을 실행하면 위의 사진처럼
제가 있는 위치 주변에 살고 계시는 웜샤워 호스트들이
아이콘으로 표시됩니다.
아이콘을 선택하면 호스트가 써놓은 소개와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 등 을 볼 수 있으며
원하는 날 숙식을 제공받는 것이 가능한지
호스트에게 메세지를 보낼 수 있어서
해외 자전거 여행을 하는 여행자들에게는 필수인 플랫폼입니다.
L.A.는 대도시라 정말 많은 호스트 분들이 있었는데
이때는 거리에 대한 개념이 없어
사진 속 쉬고 있는 장소에서
한참 떨어진 지역의 호스트분 들에게
메세지를 보내고 다시 출발했었습니다.
L.A. 북쪽에 있는 크고 긴 산맥(?)입니다.
첫날 라이딩하며 왼쪽을 바라보면 항상 보였던 것 같습니다.
12시가 조금 넘어
가스 스테이션에 있는 상점 앞 그늘에서 쉬었습니다.
이때 메세지를 보냈었던 웜샤워 호스트 분들 중 한 분에게
이날 숙식제공이 가능하다는 연락이 와서
몸은 힘든데 마음은 굉장히 편안해졌습니다.
이날 초대해주 신 웜샤워 호스트 분의 집 주소를 구글맵으로 검색한 뒤
경로를 살펴보며
에너지 드링크인 몬스터를 한 캔 마시고 출발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한국 편의점에서 몬스터가 흔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느 편의점을 가도 가지각색의 몬스터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하얀색의 칼로리 낮은 몬스터를 즐겨 마십니다.
가장 유명한 도로인(?) 루트 66 간판을 보고 반가워서 찍은 사진입니다.
정확하게 어딘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호스트 분 집으로 가는 길에 살짝 스쳐 지나간 듯 합니다.
달리던 중 만난 미국인 아저씨입니다.
지나가는데 애타게 부르셔서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이야기 나눴습니다.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보셔서 뉴욕까지 갈 거라고 말씀드리니
엄청 놀라시면서
동영상을 촬영해도 되냐고 물어보시고는
신기한 듯 저와 자전거를 한참 촬영하셨습니다.
헤어지는 순간도 동영상을 촬영 하고 계시는 아저씨입니다.
정오가 지나며 햇볕이 강해지고 온도도 함께 올라
많이 지친 상태였었는데
우연히 길에서 만난 아저씨가 파이팅도 넣어주시고
행운도 빌어주셔서 다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 그 유명한 인 앤 아웃 버거를 찾아갔습니다.
너무 지치고 정신이 없어
영상과 사진으로 찍진 못했지만
이곳으로 오는 길에 자전거 수리점 사장님이
지나가는 저를 또 불러주셔서
물을 얻어 마시며 이야기를 잠깐 나눴었는데
인 앤 아웃버거를 처음 먹으러 가는 길이라고 말씀드리니
무조건 이렇게 먹어야 한다며 써주신 오더입니다.
매장 직원에게 종이를 보여주며 그대로 주문한
인 앤 아웃버거입니다.
엄청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의 인 앤 아웃버거
인 앤 아웃 버거의 맛은 저의 최애 햄버거인
맥도날드 빅맥의 상위 버전 같다는 생각을 할 만큼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반면에 감자튀김은 상당히 두껍고 퍽퍽해서 고구마튀김 같았는데
저는 살짝 별로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버거가 너무너무 괜찮아서
전체적으로 맛있게 다 먹고 출발했습니다.
구글맵을 따라서 달리다 지나게 된 어느 공항 옆 도로입니다.
이때부터 허벅지에 이상한 느낌이 오기 시작하면서
2마일(약 3km)마다 한 번씩 다리에 경련이 계속 와
멈췄다 섰다 멈췄다 섰다를 반복했습니다.
이 후로도 다리 경련 때문에 제대로 자전거를 탈 수가 없어서
해가 거의 다 져가는데도
웜샤워 호스트 분 집에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꾸역꾸역 어두워지기 전에 호스트 분 집 근처에 다다를 수 있었는데
이때는 자전거를 탈 수도 없었고
끌바를 하는 중에도 다리에 경련이 와서
몇 번을 주저앉아 허벅지를 두들겨야 했습니다.
거의 기어서 도착한 웜샤워 호스트 분의 집입니다.
몸과 마음이 너무 고달픈 상태에서
예정보다 한참 늦는 제가 걱정되어 마을 입구까지 마중 나와
계시는 쏘스윗한 호스트 분을 만났는데
정말 너무 감동받아 울뻔했습니다.
도착한 후 한참 주저앉아있다가
제일 먼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었는데
그러고 나니까 조금 살 것 같았습니다.
사진은 샤워를 하고 나온 후 호스트 부인께서 차려주신 음식과 맥주입니다.
두 분은 저를 기다리다가 먼저 식사를 했다고 하셔서 혼자 먹었었는데
정말 죄송스러웠습니다.
사진이 먹는 도중에 찍어서 조금 빈약해 보이지만
저 때 스파게티를 3그릇 먹었고 맥주도 호스트 부부와 이야기 나누며
3 병 마셨던것 같습니다.
제가 이날 지낸 방입니다.
큰 침대에 방에 화장실까지 있어서
정말 편하게 하룻밤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지냈던 이 방은 호스트 부부의 자녀분이 썼던 방 같았습니다.
이후에도 미국 횡단을 하며 웜샤워를 계속 이용했었는데
이날 저를 초대해 주신 부부처럼 자녀들을 분가시키고 남은 방에
게스트들을 초대해 주시는 호스트 분들을 많이 만났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당히 어색(?) 하지만
미국에는 은퇴 후 비어있는 방에 여행자들을 초대해서
숙식을 제공하며 보람을 느끼고
다양한 여행자들에게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았습니다.
DAY-1 달린 경로입니다.
약 70마일 (107km) 정도 달렸는데
제 체력에 대한 무지와
거리에 대한 무개념으로 인해 너무 무리했던 것 같습니다.
5편 끝!!
혼자 미국 자유여행을 계획중인데, 님 글을 보고서 자전거 여행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가졌어요. 웜샤워 앱까지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이 도움이 되었다니 정말 기쁩니다 ㅎㅎㅎ
상남자! 가까운 일본이라도 가서 타보고싶었는데 결국 해보진 않고 국토종주로 만족했네요 ㅎ
저도 다음에는 일본 여행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ㅎㅎㅎ
다음 편 기대 합니다. 아직 한 참 멀었네요 이곳 뉴욕 까지 오실려면 자 힘 내세요.
^^ 이미 여행은 마치고 한국에서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뉴욕에서 살고 계신가 보네요 ㅠㅠ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