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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7월 1일, 모바일 게임계에 큰 경종을 남긴 '에픽세븐 치트오메틱 대란'사태가 터지면서 한국 게임계는 커다란 논란에 휩싸이게 됩니다. 비록 사건의 트리거 중 하나인 '치트오메틱'에 정말 게임이 뚫렸나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으나, 평소부터 지적되어 온 배급사 '스마일게이트'와 개발사인 '슈퍼 크리에이티브'의 방만한 운영이 거대한 사태를 촉발시킨 것이죠. 이는 '유저 적대적 운영'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였습니다. 평소에 게임을 즐기던 유저들이 배려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운영에 지치다 못해 게임을 삭제, 심지어는 구글 스토어에 단체로 신고를 넣을 정도였죠. 그리고 '흑우'라는 단어로 통칭되는 헤비 유저층의 지속적인 이탈에 타 모바일 게임 유저들은 이런저런 만평을 그리며 신규 유입을 환영했습니다. 물론 분노가 진정되고, 사건 자체도 꽤 긴 시간이 지난 현재에는 정말로 유저층의 이동이 컸나에 대해서는 여러 의문점이 남아 있기도 합니다.
수많은 논란을 낳았던 에픽세븐 사태 (사진 출처 : 파이낸셜투데이)
이에 넥슨과 개발사인 '스튜디오 비 사이드' 또한 기다렸다는 듯이 이전부터 정보를 흘리던 모바일 기대작 '카운터 사이드'의 정보와 CBT 일정을 공개했습니다. 물론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인터뷰를 통해 19년 하반기 정도에 발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하였으며, 인터뷰에서 언급해온 개발 기간을 살펴보면 이미 발매 시기가 가까워진 상황이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이 어떻든 간에 유저층은 "넥슨이 물 들어오니 노를 젓는다."라며 카운터 사이드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습니다. 기존 PV의 퀄리티 자체도 나쁘지 않았고 현대 도시를 배경으로 한 군상극인 '어반 판타지'장르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터뷰에서 메인 디렉터인 류금태 PD는 평소 모바일 게임이 자주 받곤 하는 문제들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카운터 사이드는 '10연차'같은 시스템을 지양하는 수집형 게임임을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코레류 게임으로 유명한 '소녀전선'이나 '벽람항로' 등의 게임 또한 참고했다고 밝혔죠. 그리고 에픽세븐 사태가 모바일 게임 전반에서 이야기될 만큼 심각했기 때문에, 대기업인 넥슨이 이 사태에서 교훈점을 얻어 대기업다운 운영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사람 또한 많았습니다. 또한 V4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 이후 카운터사이드에 대한 홍보를 늘려가는 행동을 보면 넥슨이 원하는 바도 알 수 있습니다. V4를 통해 기존 한국 RPG 플레이어들을 잡고, 카운터사이드를 통해 '오타쿠' 계층까지 잡아 모바일 시장에서 입장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죠. 따라서 게임에 대한 기대감은 서브컬처 커뮤니티 전반에 걸쳐 조금씩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카운터 사이드에 대한 기대감은 서브컬처 커뮤니티 전반에 걸쳐 조금씩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많은 논란을 낳았던 특별채용. 현재는 삭제되었다
하지만 유저들의 기대 속에서 진행된 CBT는 처참했습니다. 베타 실시 직전부터 '특별 채용'이라는 2중 가챠에 대한 내용이 언팩 되기도 하였습니다. 개발사는 추측성 글이나, 언팩에 대한 게시글은 자제해달라고 부탁하며, 특별 채용과 일반 채용의 캐릭터 풀은 같으며 R등급 이상의 캐릭터가 확정되는 보너스 가챠일 뿐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인터뷰와 다르게, 베타 때 공개된 가챠 시스템은 많은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기본형으로는 재화와 시간을 투입해 캐릭터를 획득하는 요소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용에 드는 자원량이 너무나 높았던 것이죠. 사실상 결과를 보는 데 시간까지 드는 가챠 게임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죠. 채용 계약서 또한 획득 경로를 정확히 고지하지 않아 플레이어들이 혼란스러워하기도 하였습니다.
캐릭터의 모션과 이펙트도 이야기가 많았다. (출처 : 게임인사이트)
게임의 내부적 구조 또한 조잡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카운터 사이드는 기본적으로 유명 플래시 게임 '전쟁시대' 처럼 조합을 맞춰 캐릭터를 출격시키면, 캐릭터가 자동으로 이동하며 전투를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공중 유닛에게 지상 유닛의 진행이 가로막히는 부분부터 지나치게 화려한 연출로 인한 혼잡한 가시성, 스테이지 진행에 따라 급격하게 올라가는 난이도 등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오타쿠 계열을 주요 소비자층으로 잡은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성에 대한 어필이 부족했습니다. 장인 정신이 느껴지는 라이브 2D와 몇몇 일러스트는 많은 호평을 받았으나 그 나머지가 엉망진창이었죠. '턱돌이와 턱순이'로 대표되는 수많은 캐릭터들의 일러스트부터, 매력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캐릭터들, 양판소 수준의 깊이 없는 스토리가 주요 비판점에 올랐습니다. 특히 성의 없이 다른 사진을 트레이싱하고 그 위로 대충 그린 미소녀 얼굴만 올린 듯한 'RPG 보병'이 주요한 논란거리였습니다. 게다가 이 캐릭터는 무려 SR 등급입니다. R레어도 이상의 캐릭터에 온갖 개성을 불어넣어도 모자랄 판에 SSR이 아닌 이상은 그저 엑스트라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죠. 하지만 SSR 캐릭터라도 주연급이 아닌 이상, 캐릭터의 설정도 너무나 빈약했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이입해야 할 주인공조차 정체를 추측할 만한 요소가 전혀 공개되지 않고 그저 로봇 캐릭터로 치환된 점도 문제였습니다. 일각에서는 '주시윤'이 주인공이고 플레이어 캐릭터는 그저 구경꾼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문제의 턱순이
오죽하면 날카로운 턱이 전투력 측정의 요소로 꼽힐 정도
희대의 명대사 '이수연 스트라이크'와 함께 스토리는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렸다
물론 스튜디오 비사이드와 류금태 PD 또한 인터뷰에서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긴 시간을 들여서라도 피드백 받은 부분에 대해 확실하게 수정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리고 반 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1월 14일, 넥슨은 카운터 사이드 미디어 쇼케이스를 열어 출시 일자와 CBT에서의 개선점을 공지했습니다.
전투와 게임 경제, 그리고 스토리까지. 넥슨이 공개한 30여 가지 이상의 개선안은 다행히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위에 말한 주요 피드백에 대해 세세하게 개선점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개발사는 전투의 AI를 수정하고 플레이어가 궁극기를 수동으로 발동할 수 있게 하였으며, 배속 시스템을 도입해 매끄러운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중 가챠 논란을 낳은 특별채용은 과감하게 삭제했으며, 재화의 수급을 원활하게 만들고 천장 시스템 또한 도입했다고 밝혔습니다. 논란이 된 캐릭터들의 일러스트와 인 게임 모델도 전부 개선되었으며, 스토리텔링에도 많은 개선이 있었음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2월 4일 드디어 카운터 사이드가 양대 마켓에 출시되었습니다.
먼저 전투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소대는 최대 8명으로 구성됩니다. 그리고 소대 하나당 함선 하나가 필요합니다. 플레이어는 전역 맵에서 소대를 배치하여 이동하고, 적과 조우할 경우에 전투가 시작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전투 방식은 '전쟁시대'나 '팔라독'과 굉장히 유사하지만, 조금의 차이점은 있습니다. 소대 배치는 두 줄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뒷 줄에 있는 유닛들은 앞의 유닛이 먼저 배치되어야, 투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함선은 지원 사격을 해주거나, 패시브로 아군을 강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함선의 종류에 따라 전역 맵에서의 이동 속도 또한 차이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각 병종마다 상성이 있어, 받는 대미지를 경감하거나 주는 대미지를 증폭시킬 수 있기도 합니다.
먼저 전역에서 소대를 전략적으로 배치한 후
적과 조우하면 전투에 들어간다
하지만 클로즈 베타 때 가장 많은 지적을 받은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전투가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플레이어는 조합을 맞추어 앞 가드, 중간 레인저, 후방 스나이퍼를 단순히 배치하기만 할 뿐입니다. 개입할 요소가 적다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지나치게 화려한 이펙트로 인해 전투의 양상을 파악하기가 힘듭니다. 캐릭터 수가 많아지는 순간 프레임 드랍 또한 심해, 내가 투입한 캐릭터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내기도 힘든 수준입니다. 앱플레이어의 호환성마저 최악이기에, PC로 플레이하더라도 프레임이 나아지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캐릭터들 또한 체력이 크게 높지 않아 금방 사망하고는 합니다. 사망하더라도 약간의 쿨타임 후 재투입이 가능하여, 전투는 앞서 보낸 분대가 사망한다면 다시 코스트를 모아 캐릭터를 재투입하는 단순 반복 작업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이 끔찍한 가시성, 간헐적인 프레임 드랍, 캐릭터의 낮은 체력이 삼박자를 이루어 플레이어의 눈을 괴롭힙니다. 캐릭터가 죽는지조차 잘 알 수 없어서 투입 버튼을 보고 파악해야 하죠. 덕분에 전투 장면은 볼 필요도 없이 투입 버튼만 바라보면서 캐릭터를 순차적으로 투입시키거나, 앞서 보낸 분대가 전부 사망하면 다시 조합을 맞춰서 분대를 투입하면 끝입니다. 정 귀찮다면은 오토 버튼을 누르면 AI가 조합에 맞춰 자동으로 캐릭터를 투입시켜 주기 때문에 굳이 수동 컨트롤을 할 이유조차 적습니다.
이펙트가 눈이 아플 정도로 화려해서, 캐릭터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잘 모르겠다.
그 다음으로 시스템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타 게임을 언급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에픽 세븐>과 거의 유사합니다. 기존 한국 모바일 게임의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먼저 동일 캐릭터를 합성해 별을 올릴 수 있습니다. 뽑기로 얻는 가장 높은 캐릭터인 SSR 캐릭터가 3성이기에 6성까지는 '한계돌파'를 통해 능력 한계치를 상승시켜야 합니다. 또한 다른 중복 캐릭터들을 강화 소재로 투입해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도 있습니다. 재화를 투입해 기술 훈련을 함으로써 캐릭터의 스킬 대미지를 올릴 수도 있습니다.
중복 캐릭터를 합성해 별을 올릴 수 있다
캐릭터 투입을 통한 능력치 상승
조금 재미있는 시스템은 '연봉 협상'입니다. 직접적인 전투 외에도 캐릭터의 레벨을 상승시킬 수 있는 요소를 나름 위트 있게 풀어낸 것이죠. 연봉 협상 계약서와 골드를 소모하여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는데, 협상이 성공하냐 실패하냐에 따라 그 상승 폭이 바뀝니다. 그렇기에 잘만 한다면은 골드를 적게 투입하고 레벨과 애사심(이 게임은 애정도를 이렇게 표현합니다)을 올릴 수 있습니다. 물론 실패하면 그 폭이 적어집니다. 문제는 처음 할 때는 재미있지만, 계속될수록 지친다는 점이죠. 캐릭터의 레벨을 올려주려면 계속해서 연봉 협상 테이블에 올라야 하니 곧 흥미가 떨어지고 그저 불편한 요소로 전락하고 맙니다.
캐릭터와의 연봉 협상으로 레벨을 올릴 수 있다
나름 재미있게 만들려고 한 것 같긴 한데...
마지막으로 인프라 요소입니다. 세계 여러 곳에 지부를 설치하고 지부장을 임명해 임무를 할당함으로써 재화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다른 게임의 '자원 탐사'가 '지부장 업무'로 치환됐다고 보시면 적절합니다. 여담으로 게임은 여러 대사에서 지속적으로 '회사'에 대해서 강조합니다. 캐릭터들 또한 자신이 계약 관계에 의한 피고용인임을 자각하고 있죠. 각 지부장에게 업무를 할당할 경우 야근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기도 하는데 이 부분은 빡빡한 게임 개발의 현실을 자조적으로 풍자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는 오늘도 야근이다
이제 대망의 뽑기 이야기를 해보도록 합시다. 먼저 캐릭터의 획득은 코레형 게임에 가깝습니다. 스테이지에서도 캐릭터가 드랍되며, 대부분의 캐릭터 획득은 '채용'이라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채용 계약서 한 장. 그리고 골드의 양과 계산식의 조합, 그리고 일정한 시간을 투자하면 캐릭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얼핏 코레류 게임과는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본질은 가챠에 가깝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벤트에 따라 캐릭터의 픽업 기간이 있으며, 그렇지 않다면 개별 캐릭터를 뽑을 확률은 적습니다. 게임의 앞으로의 이벤트가 어떻게 이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스테이지에서 높은 등급의 캐릭터가 드랍되는 것을 아니기에 결국에는 채용을 통하여 고등급의 캐릭터를 획득해야 합니다. SSR 캐릭터의 등장 확률은 3.5% 지만, 캐릭터의 수가 적지는 않아 개별 캐릭터의 확률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저격식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물론 공식을 통해 등장 확률을 높일 순 있지만, 항상 공식에 들어맞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즉 SSR의 확률만 높고, 뽑기의 방식만 다를 뿐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가챠 게임과 크게 다를 점이 없습니다. 그리고 채용에는 채용 계약서와 골드가 들어갑니다. 채용 계약서 또한 일일, 주간 퀘스트를 통해 수급할 수 있지만 골드가 문제입니다. 천장이 존재하지만 300뽑 이상을 투입해야 하기에, 당연히 소과금으로 도달하기는 어려운 수치입니다. 그나마 이 수치가 누적된다는 점이 다행이라고 할까요.
게다가 이상하게도 '리세마라(초반 무료 뽑기에서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까지 게임을 리셋하는 행위)'는 완벽하게 막혀 있습니다. 물론 편법을 동원하면 가능은 하지만, 튜토리얼이 너무나 길어 거진 30분이 넘는 시간이 걸립니다. 대부분의 게임이 암묵적으로나마 리세마라를 허용하는 것을 생각하면 좋게만은 보이진 않습니다. 계팔이(리세마라가 잘 된 미연동 계정을 팔아 돈을 받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라고도 볼 수 있지만, 리세마라는 게임 초반 구간을 편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여 유저 이탈을 막는 순기능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본질은 뽑기에 가깝다
그리고 카운터 사이드가 캐릭터 수집형 게임이라고 단언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가 PvP 시스템입니다. 놀랄 수도 있으시겠지만, 이 게임에는 경쟁 요소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랭킹에 따라 보상까지 차등 지급됩니다. 수집형 게임은 남들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목표에 맞추어 애정 있는 캐릭터를 육성하며 천천히 즐기는 게임입니다. 그렇기에 경쟁 요소는 최대한 지양하거나, 설사 넣더라도 PvP 요소는 넣지 않습니다. 물론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발생하는 문제 때문에 대부분의 수집형 게임이 최대한 경쟁 요소를 지양한다는 점을 보면 굉장히 의문이 드는 선택입니다. 아마 컨텐츠 양의 문제 때문일까요?
타인과 실시간 PvP를 즐기는 건틀릿
마지막으로 이 가챠는, CBT 때도 수많은 지적을 받았던 캐릭터의 문제와도 연관됩니다. 이 부분에서는 어떤 분의 비유가 적당하겠네요. "오타쿠가 아닌 사람이 오타쿠 게임을 만든다면?". 게임은 이 이야기와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먼저 캐릭터의 매력 요소가 적습니다. 물론 서브컬쳐계와, 그와 연관된 모바일 게임들이 선정성에 대한 지적을 자주 받긴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선정적인 것만으로 캐릭터의 매력이 살아나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외형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지만, 상세한 배경 설정이나, 대사에 묻어나는 캐릭터의 성격, 스토리에서의 활약 또한 캐릭터의 매력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콜렉팅 게임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위해 재화를 아낌없이 투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한정 스킨을 위해 지갑을 기꺼이 열기도 하죠.
조금의 매력도, 개성도 없는 쓸모없는 캐릭터들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카운터 사이드는 그 부분을 놓쳤습니다. CBT에서 지적을 받아 수정하겠다고 약속한 부분인데도 말이죠. 스토리에 등장하는 주역들이 아니라면, 사원 소개 하나가 끝입니다. 그리고 단순한 트레이싱 캐릭터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메카닉 캐릭터는 독자적 창작 없이 대부분이 현대 장비들과 외형이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캐릭터들이 고등급에도 있다는 점이죠. 이 부분은 앞서 말한 가챠의 문제와 직결됩니다. 수많은 재화를 투입해 얻어낸 SSR 캐릭터가 그저 '탱크', 'AC-130 건쉽' 이라면 어떻겠습니까?
무려 SSR 등급의 탱크 되시겠다. 게다가 자체 디자인도 아닌, 트레이싱이다.
비인간 캐릭터에게도 지부장 업무를 맡길 수 있는데, 그 순간 게임은 개그물이 된다
'라스트 오리진'이나 '밀리터리 덕후'층의 예를 들어 반론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라스트 오리진'은 자체적으로 메카닉 디자인 전문가를 영입하여 캐릭터를 제작합니다. 밀리터리를 사랑한다는 사람이라 해도, 단순히 실제 모습에 덧칠만 한 캐릭터에 애정을 쏟을 수 있을까요? 이 게임을 하는 대부분은 오타쿠 계층입니다. 그리고 카운터 사이드 또한 그러한 서브컬처 소비층을 타깃으로 삼고 나온 게임입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선택에 더더욱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심하게 말한다면, 캐릭터 풀을 쉽게 늘리기 위해 선택한 극단적인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임사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 어반 판타지기에 선택한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언급한 캐릭터들이 자체적인 디자인도 아닐뿐더러 특정 콘셉트를 유지하는 것조차 아니기에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이거...웃으라고 만든 거 맞죠?
하지만 스토리조차 느슨하기에 주력 캐릭터 또한 빛을 발하지 못합니다. 물론 주역 캐릭터들은 다른 캐릭터들과는 다르게 '카운터 케이스'라는 서브 스토리를 통하여 상세한 설정을 풀어주기는 합니다. 카운터 케이스는 캐릭터의 애사심이 올라갈수록 약간의 재화 투입을 통해 개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서브 스토리도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관람하지, 보통 플레이어는 잘 찾아보진 않습니다. 스토리에서 캐릭터가 보여주는 모습은 중구난방입니다. 숨겨진 과거를 가진 펜릴 소대. 흑막처럼 행동하는 주인공. 이런 요소들은 너무나 정형화된 한국식 캐릭터에 가깝습니다. 너무 '애들처럼' 군다고 해야 하나요? 진중해야 할 캐릭터가 뜬금없이 내뱉는 재미없는 농담. 억지로 껴 넣은 듯한 패러디들. 갑자기 '스피드 왜건'이 빙의해 장황하게 내뱉는 설정들과 수많은 고유 명사. 마지막으로 캐릭터들의 행동까지 왔다갔다 해 어떤 성격을 가진지 파악하기도 힘듭니다.
소대장님. 재미없지 말입니다
다행히도 캐릭터에 대해 꼭 나쁜 부분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의 특출난 강점 중 하나를 말한다면 Live 2D를 꼽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캐릭터들에 Live 2D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죠. 게다가 스토리 컷씬들 하나하나 까지에도 적용되어 있어 기술력 부분에 있어서는 꽤나 나쁘지 않은 인상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모든 컷신에 라이브 2D가 적용되어 있다.
퀄리티 하나는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이것 하나로 기술력을 칭찬하기에는, 앱플레이어와의 호환성이 최악입니다. 개발사에서 언급한 특정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게임은 간헐적으로 튕기거나, 계속해서 오류를 뿜어냅니다. 그나마 패치 이후로 특정 앱플레이어에서 동작이 가능할 뿐, 대부분의 앱플레이어에서는 게임을 플레이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덕분에 게임을 '찍먹'해보려고 했던 스트리머들이 분통을 터트리기도 하였죠. 많은 게임사들이 스트리머들에게 '숙제'를 주어서 게임을 홍보하기도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꽤나 심각한 문제입니다.
개발사도 빠르게 공지를 올리며 수정을 약속했다.
즉 정리하자면 '카운터 사이드'는 선두주자들을 파악해, 나름 비슷하게 끓여낸 잡탕 찌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투는 팔라독과 전쟁시대. 뽑기는 코레류 게임. 수많은 재화와 복잡한 캐릭터 성장은 정형화된 한국식 모바게 시스템. 몇몇 게임에서 이미 주요 콘셉트로 다루는 현대적 어반 판타지 요소들. 클로저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스토리까지. 차별점은 가챠도 코레도 아닌 어중간한 뽑기 시스템 정도일까요
그렇다면 카운터 사이드가 받는 많은 비평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류금태 PD는 앞서 출시된 중국 게임들과의 차별 요소에 대해 "소통"이라고 답한 적이 있습니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닙니다. 많은 해외 게임사들이, 자체적인 운영이나 다른 해외 배급사들을 통해 게임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논란이 따라오기도 했습니다. 커뮤니티는 카페 하나만 툭 던져주고 매크로 답변으로만 유저를 대응하며, 이벤트 또한 설명 없이 '패싱'해버리는 운영이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하였죠.
류금태 스튜디오 비사이드 대표 (출처 : IT조선)
개인적으로 모바일 게임은 평가하기 힘든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속적인 게임 유지 보수가 중요한 장르일수록 더더욱 그렇습니다. 게임의 기초적인 베이스가 탄탄하더라도 운영에서 흔들려 인기를 잃어버리기도 하며, 초창기에는 부족했지만 지속적인 개선과 소통을 통해 롱런하고 있는 게임들도 있습니다. 사건사고나 운영에 따라 '갓 게임'도 순식간에 '망 게임'이 될 수도 있으며, '망 게임'이 어느새 '갓 게임'이 될 수도 있는 것이죠. 카운터 사이드가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은 분명히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계속해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간다면 어느 순간 상승궤도를 타고 올라갈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다행히도 넥슨 또한 이 부분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지, 오픈날부터 앱플레이어 호환성 패치, 스킬 표기 오류 수정을 이어가며 사과 보상을 유저들에게 제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카운터 사이드가 어떤 결말을 향해 갈지, 그 부분은 조금 지켜볼 필요성이 있겠습니다.
결국 머리에 남은 건 이 사진 한 장뿐
난 이펙트가 강해서 오히려 화면 자체는 나쁘지않던데 아무런 개성없는 캐릭터들이 너무 많다는게 흠...
캐릭터들이 뭔가 다 이상하긴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