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이자 게임 디자이너인 나오미 앨더만Naomi Alderman은 2013년 알베르 카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라디오 에세이에서 “모든 형태의 예술은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게임만이 주체적 감정을 느끼게 한다”라고 말했다. “소설은 독자를 슬프게 할 수 있지만 당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건 게임뿐이다. 연극은 관객을 즐겁게 할 수 있지만 당신이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건 게임뿐이다. 영화는 관객이 악당에게 분노하게 할 수 있지만 당신이 직접 배신당하는 건 게임에서뿐이다.”
앨더만은 게임이 실존주의 원칙을 어떻게 구현하는지 설명한다. 카뮈나 장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같은 철학자들이 인간은 신이 버린 세상에서 스스로 삶의 의미를 정의한다고 말했듯이(우리를 만드는 건 우리 자신이다) 게임은 우리가 뭔가를 얻기 위한 선택과 결정을 통해 스스로를 정의하게 한다. <와우> 같은 MMO 게임은 실존주의 개념을 탁월하게 압축한다. 게임 안에 아무리 대단한 서사가 있어도 게이머가 내키지 않으면 무시해도 된다. MMO는 1차원적 게임이 아니다.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하거나 하지 않을 수 있다. 각각의 플레이어 관점에서 가능성은 무한하다.
- <게임의 재발견> (피트 에첼스 지음, 하인해 옮김)
게임에 과묵한 주인공이 많은 이유 = 몰입감이 더 좋아져서
하지만 호이징가나 카이와가 말한 놀이의 특징인 한정된 공간과 시간에 발생하는 행위를 생각해보면 게임에서 경험하는 선택에 의한 결과와 그것의 수용(또는 부정)은 쉽게 실존의 영역까지 닿는 다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게임이 다른 문화예술과의 가장 큰 독보적 차이가 그것 때문이니. 주체적인 경험을 겪게 해준다는 것. 요즘에야 예술들 간의 경계가 희미해지고는 있지만.
싱글 게임에서 느끼는 감정은 기존의 예술과 마찬가지로 의도된 영역이고 소셜 게임에서 느끼는 감정은 커뮤니티가 주는 영역과 맞닿았다는 점에서 마냥 플레이의 주체성에 대해 플레이어의 역할을 강조하는 건 약간 성급할 수도 있단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주체적으로 하기에 더 이입이 된다고들 하는데, 게임의 여러가지 제약사항 때문에 그렇지 못한 경험이 많았어서 개인적으로는 그 주장에 공감하기 어려웠음 엄청나게 흡입력 있게 잘 만든 영상물이 오히려 게임보다 크게 이입됐던 경험이 더 많았고
단적으로 말해서 눈앞의 적을 때릴지 말지를 정하는 대부분의 상황은 플레이어의 버튼 딸깍 한번임
와 시1발 생각해보니 그러네 그첨 주체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예술은 게임뿐인가?
하지만 호이징가나 카이와가 말한 놀이의 특징인 한정된 공간과 시간에 발생하는 행위를 생각해보면 게임에서 경험하는 선택에 의한 결과와 그것의 수용(또는 부정)은 쉽게 실존의 영역까지 닿는 다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철학은 주워듣기만 했지만 모방? 혹은 시뮬라시옹? 그 방향의 단어랑 연관지어볼만 할지도
한정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미디어에 비해서는 실존에 가깝다는 얘기인것 같아요 다른 미디어처럼 '내가 아닌 미디어 속의 인물'이 아니라, '내가 조작하는 나의 대리자'라서
시뮬라시옹...요즘은 그냥 행복회로를 멋진 말로 표현한거 같음
놀이 중인 시간과 공간 내에서는 나와 거의 동일하게 인식되기도 하고, 거기서 얻은 인지 심리적 영향은 놀이가 끝나고도 남기도 하죠. 호모 루덴스가 발표되던 시점에 비해 게임이라는 매체가 줄 수 있는 경험의 범위나 깊이가 확장되기도 했구요
놀이는 한정된 시공간에서 생겨나지만 인간의 경험은 그 시공간을 초월해서 남는거라 상관없읍
ㅇㅇ 보드리야르가 말했던 내용이지?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은 공간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떠한 모방을 통해 만들어진 공간이고 공간의 작용이 인간의 이성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으로 기억하는데, 결국 인간이 인지하는 공간이 대부분 시뮬라시옹이기 때문에 공간으로 나타나는 권력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해. 다만 ‘놀이’의 경우, 사전에 그 공간과 시간의 범위가 정해지거나 잠재적 동의를 가지게 되니, 이미 시뮬라시옹으로 인지된 공간이 모방(시뮬라르크)를 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해. 다르게 말하면 게임에서 ‘현실과 유사성‘은 성립하기 어렵고 이미 허구의 공간임을 상호 인식한 상태에서 놀이(게임)은 성립하는 게 아닐까? 게임에서 ‘현실과 유사성’, ’실존의 문제‘가 먼저 제시되어 버리면 게임에서의 선택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게임은 위험하고 게임 내부의 선택은 통제되어야 한다는 논리에 닿을 수 있으니까
내가 공부하기로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시뮬라르크 개념의 핵심은 '(정당한 기준의 역할을 하는)원본이 없다'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그래서 이 개념이 보드리야르에게 있어서 오늘날 자본주의나 새계체제, 국민국가 권력의 허구성을 폭로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게임에 있어서 이 개념을 적용할 때에도 이 '원본 없음'이 빠져서는 안 된다고 봐. (물론 자본주의+권력 비판의 맥락도 같이) 그렇게 되면, 게임이 구현한 세계나 그 안에서의 경험, 선택이 '현실'로 넘어오는 건 적어도 보드리야르에게는 적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봐.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그것이야말로 게임의 목적이고 역할이지. 물론 보드리야르의 논의 자체를 안 받아들이면 되는 문제기는 해ㅡ
그러니까, 게임의 가치관이나 경험이 현실로 넘어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마음에 안 든다면, 보드리야르의 논의를 거부하는 쪽이 더 논리적으로 안전해 보인다는 얘기임.
와 시1발 생각해보니 그러네 그첨 주체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예술은 게임뿐인가?
리얼북
단적으로 말해서 눈앞의 적을 때릴지 말지를 정하는 대부분의 상황은 플레이어의 버튼 딸깍 한번임
다른 예술도 가능은 한데 소비가 아니라 직접 생산을 해야할듯
딱히 그렇진 않고 요즘은 인터랙티브 무비라고 드라마인데 선택지가 있는 케이스도 있음 대표적인게 넷플릭스 블랙미러 시리즈
헉 그런게 있구나
그리고 소극장의 경우에는 내가 스토리를 써내려가는 작가가 될 수 있음 코빅에서 했던 사망토론, 리얼극장 선택 같은 시스템이 있는 뮤지컬 시스템임 등장인물도 고를 수 있고, 상황도 고를 수 있음
내가 선택을 한다는 작용에 대한 반작용으로 타매체에 비해 주체적인 감정이 든다는 소리인듯 게임이나 그 인터랙티브 무비도 내가 상황을 설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지만 소설이나 영화에서 관객은 수용만 할 수 있으니까
블랙미러 시리즈 전체가 인터랙티브는 아니고
그건 뭐 게임도 컷씬있고하니까 ㅋㅋㅋㅋ
게임에 과묵한 주인공이 많은 이유 = 몰입감이 더 좋아져서
싱글 게임에서 느끼는 감정은 기존의 예술과 마찬가지로 의도된 영역이고 소셜 게임에서 느끼는 감정은 커뮤니티가 주는 영역과 맞닿았다는 점에서 마냥 플레이의 주체성에 대해 플레이어의 역할을 강조하는 건 약간 성급할 수도 있단 생각이 듭니다
주체성 요소만 있는가에 대한건 생각해볼 만 한것 같네요. 다만 싱글 게임의 범위가 넓어서, 개인의 선택이 큰 영향을 미치는 샌드박스, 오픈월드 혹은 발더스게이트 같은 부류의 게임에 한해서는 주체성에 의한 영향은 확실한 것도 같아요
네 잘만든 CRPG의 자유도는 진짜 상상을 초월하더라구요
맞아요 CRPG ㅋㅋ 용어가 생각이 안나서 발더스라고 썼네요 ㅎㅎ
게임은 내가 뭔가 한다는 그 느낌이 좋지
게임이 다른 문화예술과의 가장 큰 독보적 차이가 그것 때문이니. 주체적인 경험을 겪게 해준다는 것. 요즘에야 예술들 간의 경계가 희미해지고는 있지만.
포쿠
ㄷㄷ 진짜 역겹네
콜옵에서 노 러시안 미션에서의 충격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주체적으로 하기에 더 이입이 된다고들 하는데, 게임의 여러가지 제약사항 때문에 그렇지 못한 경험이 많았어서 개인적으로는 그 주장에 공감하기 어려웠음 엄청나게 흡입력 있게 잘 만든 영상물이 오히려 게임보다 크게 이입됐던 경험이 더 많았고
그건 게임 레벨디자인의 문제인데 게임은 단순한 현실을 재현하는게 목표가 아니고 정해진 상호작용 , 즉 룰을 통해서 목적을 달성하는 놀이라는데서 오는 한계임. 또 다른 측면으로는 , 아직까지는 PC나 콘솔이 현존하는 세계를 그대로 재현할 만큼의 리소스를 갖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함.
ㅇㅇ 영화의 스토리텔링은 내러티브라고 부르고, 이건 흔히 몽타주, 미장센이라 불리는 기법들 따위로 구현되는데 영화는 거의 오로지 내러티브만을 위해 만들어지는데 반해, 게임은 스토리텔링과 플레잉이 구분돼서 만들어지고 그걸 구현함에 있어서도 타 매체보다 더 많은 제약이 있다 보니 스토리텔링 측면에서만 따지면 게임은 본문과 같은 장점이나 혹은 게이머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인 ‘직접 하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더 용이하다‘라는 이야기랑 다르게 한계가 더 명확하다고 느껴짐 나로서는
게임은 결국 상호작용을 다루는 놀이거든. 우리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상호작용을 가져갈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연속이지. 이런 상호작용에 선악개념을 최초로 도입한게 바로 비디오 게임과 RPG게임과 MMO게임의 조상인 울티마 시리즈.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정보와 상호작용하며 내가 만들어가는 정보
예전에 화두가 된 게임은 예술인가 아닌가가 생각나네 기억이 잘 안나는데 이 얘기나오고 있던중에 출시된게 바쇽 인피니트로 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바쇽 인피 플레이 해보고 게임은 예술의 영역에 다다랐다고 느꼈음
바쇽은 게임의 메인이 스토리텔링이니까.
스토리 텔링 뿐만 아니라 미장센도 기가막히게 짯던데
https://naomialderman.com/ 뉘신가 했더니 게임 디자이너보단 소설가 쪽에 더 가까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