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해볼만 하다.
1. 삼국지 9 재미있게 한 사람
2. 삼탈워류보다 코에이식 시뮬레이션이 정말 잘 맞는 사람
3. 느긋하게 게임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
4. 게임에서 그래픽 별로 안 보는 사람
5. 올드한 감성 좋아하는 사람
이러면 절대 사지 않는 게 낫다
1. 군주제보다 장수제 삼국지 좋아하는 사람
2. 뭐든지 가성비가 최우선인 사람
3. 모든 요소를 일일이 직접 통제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4. 신속하게 진행되는 게임 좋아하는 사람
5. 그래픽 구린 거 못 참는 사람
PC가 근초고왕 때 컴퓨터라 플스로 사서 하고 있는데 이 게임은 뭔가 담배 같은 게임 같아요.
"하. 나는 하지만 니들은 피지 마라..."라고 하는 꼰대 아재처럼, "하. 나는 이거 하지만, 니들은 하지 마라"라고 말하고 싶은 게임이예요.
삼국지 2 때부터 해 왔고 진삼국무쌍도 오질나게 해온 코에이의 호갱이지만, 이거 욕 오지게 먹어도 싸고 불편한 점 미흡한 점 투성이 게임은 맞아요.
적어도 모바일 게임으로 출시되었거나 가격이 지금의 반값 정도만 나왔어도 지금 먹을 욕의 반은 덜 먹었을지도 몰라요.
다른 점은 많은 분들이 다 말씀해 주셔서 제가 느낀 점만 얘기하면 일단 플레이가 무진장 피곤해요.
애들이 제안 내놓는 거 결제 다 해줘도 명령서가 남아서 탐색 노가다 돌려요. 일괄선택 없었으면 진짜...
그 와중에 백성들 돈 뺏아오자고 제안하자는 놈들도 있는데 이런 놈들은 부하고 나발이고 뚝배기 깨버리고 싶어요.
직장에서는 일개 핫산인데 이 게임에서는 뭔가 회사 부장님이 되서 업무문서 검토하고 결제하는 기분을 물씬 만끽할 수 있어요.
거기다가 전쟁도 그래요. 옆 도시 하나 점령하는 것만도 엄청 시간 많이 걸리고요.
명령 내려 놓으면 애들이 뭔가 꼬물꼬물 움직이면서 땅을 색칠해 나가는데 뭔 색칠하고 움직이는 것도 진행 속도 최대한 빨리 해도 하루 왠종일 걸려요.
반동탁 유비로 했는데 남피랑 업 같은 동네는 땅도 넓고, 좀더 넘어가면 진양은 죄다 산동네라서 산악에 적합한 진형으로 안 바꾸면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어요.
병귀신속이니 병-신귀속이니 하는 건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느낌이예요.
삼국지 9랑 비스무리한 방식은 맞는데 삼국지 9는 적어도 뭔가 세월아 네월아 하는 느낌은 없었어요.
거기에 삼국지 9는 부장으로 애들 달아서 할 수 있었는데 이건 사나이스러운 게 컨셉인지 1장수 1부대예요. 이거도 은근 귀찮아요.
이게 그나마 색칠 다하면 옛날 걸스패닉처럼 욜라 ㅆㅆ한 그림이나 3D 모델링 같은 게 나왔으면 이거 분명 킹갓겜 취급 받았을 거예요.
하여간 내정이나 전쟁이나 내가 하는 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 겁나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게임이예요.
근데 이게 욕 디질나게 얻어먹는 것처럼 쓰레기까지는 아닌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12, 13보다는 낫다고 생각해요.
일단 인공지능이 이전작에 비해서 약간은 좋아진 부분은 있긴 해요. 게임 자체도 중급 난이도도 쉽지는 않은 편이고.
그리고 별의 별 시시콜콜한 무장들도 대거 추가해 줬는데 그래서 그런지 잡장들 활용도도 좋은 편에 속하는 것 같고요.
저도 삼국지 11 재밌게 했는데 11도 사실 에이스급 무장들로 펑펑 무쌍 찍는 재미가 있었지만 잡장들 활용도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죠.(물론 불함정 자폭놀이 등 맘만 먹으면 써먹을 곳이 많았지만ㅋ 그래서 11이 좋았는데...ㅠ)
하지만 14는 진짜 쓸모없어 보이는 월급도둑들도 어떻게든 써먹을 수는 있어요. 어디 내정 담당관으로 짱박아놓던지, 여유가 있으면 남의 땅 물들이러 보내도 되요.
그리고 일기토를 '단기접전'으로 표기를 바꾼 건 정말 맘에 들어요. 문제는 문관 책사나 여무장처럼 닭모가지 비틀 힘도 없는 애들이 근육바보들한테 걸려서 허무하게 뚝배기 깨지는 경우도 있다는 건데. 뭐 이건 개인 차가 있겠지만 전 이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문관이나 책사들 보호하면서 싸우는 것도 유도하는 측면도 있고, 뜬금없이 심장 쫄깃하게 만드는 느낌도 있고. 다만 명색이 삼국지 가지고 액션겜도 만드는 애들이 단기접전 퀄리티는 참 ㅋㅋㅋㅋㅋㅋㅋ 하....
아무튼 이전작에도 도입된 바 있던 보급선이라는 개념이 다시 생겨서 뭔가 생각하면서 병력을 움직이게 만든 건 사람에 따라서는 굉장히 짜증날 수 있지만 그래도 괜찮게 평가해도 좋을 것 같아요.
정리하자면 삼국지 9를 토대로 하고 11이나 13, 노부나가의 야망 창조의 요소를 조금씩 따다가 합쳐서 만든 게임 같아요.
성장하지 않은 것도 맞는데 14편 특유의 장점이 또 없는 건 아니라는 거죠.
9편이나 옛날식 향수를 느끼고 싶다면 분명 그런 부분을 자극하는 건 있어요.
꺼무위키에 의하면 일본에선 호평이 많다는데 9편이 일본에서 제일 평가가 좋은 시리즈여서 14편이 일본애들 추억이나 향수를 자극한 측면이 있는 건 분명히 있다는 거죠.
어쨌든 '군주제 삼국지'라는 시스템에 충실한 작품인 것은 분명한 거 같아요. 문제는 내가 직접 컨트롤할 부분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도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부분 꽤 역력한 데다가, 장수제 삼국지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선 굉장히 거부반응을 일으키게 만들었죠(개인적으로는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는 저도 군주제를 선호하지만)
여튼. 이 게임은 앞에서 말씀드렸듯 정말 담배 같은 게임입니다.
분명 내 몸을 피곤하게 만들고, 좋은 건 아닌데 적응한 사람 입장에서는 꼭 그렇게 못해먹을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점에서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망작까지는 아니지만 평작이라는 타이틀을 주기에도 좀 부족한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미흡한 부분은 PK나 DLC를 기대해 보자고는 하지만... 솔직히 그건 코에이 삼국지의 고질병인 "PK가 완성작"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코에이가 전혀 성장하거나 개선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예밖에 안 되죠.
올드한거 저랑잘맞음ㅎㅎ 486세대
주변에서는 피지마라 하는데 왜그런지 알겠음 몇번 피니까 중독됨
좀 애매하네요. 삼국지를 6으로 접해서 10,13을 인생에서 가장 재밌게 했고, 9와 11은 적응 못하고 접었는데...
10이랑 13이 재밌으셨으면 14는 안 하시는 걸 권하고 싶네요. 본문에 썼듯이 장수제 선호하시는 분들 입장에선 오히려 정말 눈에 밟히는 요소가 많거든요.
전 9를 가장 재밌게 해서 ㅎㅎ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