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오늘 아침 할머니가 이륙했다 나는 울지 않았다 내 낙
타 토요일도 울지 않았다 안녕 지하드! 하늘에서 할머니가
날다람쥐처럼 두 팔 두 다리를 활짝 펴고 호호호 저승으로
날고 있었다
공중 부양은 죽음의 대가야, 이모가 빵을 쪘다 빵은
무덤처럼 부풀고 나는 이모의 없는 불알을 빵 찼다 빵
(bbang)! 하며 폭탄이 터졌다 이모의 머리가 없어졌다 하
늘엔 미국 놈 불알들이 달랑달랑 날고 있었다
아빠가 저승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혓바닥을 길게 내
민 발바리처럼, 외신 뉴스가 돌아왔다 난 구멍 난 활주로
에 숨어 하늘을 내려다보았다 미사일이 할머니 팬티를 뒤
집어 쓰고 이승으로 돌아왔다
하늘에서 불알들이 마구 쏟아졌다 바그다드는 파괴되었
고 엄마의 다리 한 짝이 내 얼굴에 떨어졌다 활주로와 하
늘이 시커멓게 뒤집혔다 토요일은 없어졌고 난 이상한 모
래 지옥에 떨어진 앨리스였다
놀이터에 할머니 콧구멍 같은 토끼 굴이 뚫렸다 굴마다
죽은 아이들의 머리카락이 하늘하늘 흔들렸고 피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돌았다 살려고 집과 놀이터를 돌고 돌
았다 지구도 돌았다 헛소리를 하며 빙글빙글 돌았다
지옥 놀이는 재밋었다 아빠도 내 동생 사담도 돌다가 이
륙했다 친구들도 박격포탄을 타고 차례차례 이륙했다 뺨
에 마른 눈물 얼룩이 할머니 꽃무늬 팬티에 남은 마지막
세계지도 같았다
함기석
힐베르트 고양이 제로, 민음의 시 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