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사랑하는 일
오늘 저녁은
지금까지의 저녁이 아니다
놀랍지 않은가
이 낭떠러지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일
나침반도 없이 내리꽂히는
그까짓 두려움
그까짓 불안
죄의식과 허위와 허위의 아름다움과
슬픔 쇠사슬의 겸허로
뜨겁고 단순하게
절박하게
온몸이 떨리는 살아 있음으로
당신을 사랑하는 일
태어날 때 이미 내 손에 도착한
선물이
꽃잎의 시간이
무수한 축복의 뿌리를 달고 있음을
이제야 본다는 것
놀랍지 않은가
문정희
작가의 사랑, 민음의 시 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