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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 (부- 빈집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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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집 앞




 하지 못한 말들이 배가 될 때가 있다

 거리의 파고는 빈틈없었고 인파는 유려했다

 3월의 먹구름이 밀려들었지만 아직 세상의 반쪽은 빛나고 있었고

 그는 거의 희망의 물집을 키우고 있었다

 노를 젓는 두 팔이 느리고 규칙적으로 변해가는 동안

 뱃머리를 이끌고 있는 형식이 보였다

 그것은 신열이었고 고통이었으며 얼마간의 추방이었다

 쓰라림과 피로가 누적될수록 누추해지는 바닷물 위로 왜곡된

입들이 떠다녔다

 형식은 소문을 타고 날렵한 인칭을 갖게 되었다

 삶과 죽음의 항로가 그려지고 인칭은 사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폭풍이 몰아치는 도시에선 취객이 얼어 죽었다 거대한 서류

뭉치에 갇힌 서기는 눈물을 흘렸다

 가까운 지방으로 가는 일조차 공포와 질투를 안개처럼 둘러야

했다

 그러나 그는 나태의 변덕 속에서도 열심히 노를 저었다

 이미 추방되어버린 곳이라는 이유로, 그의 형식을 보호하면서

난파된 타인의 속내를

 세숫대야 속 삶은 달걀처럼 굽어보았다

 고백만큼 상상력이 필요한 낭비도 없었다

 봄날이 저물도록 하지 못한 말은 귀환하지 못했다

 사랑을 잃은 자의 눈 속엔 물들이 살지 않았다









 어느 푸른 저녁

 젊은 시인 88 트리뷰트 시집, 『입 속의 검은 잎』발간 30주년 기념,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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