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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 (부- 아! 박정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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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퓌르스탕베르광장의 겨울 시





 밤새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눈을 내렸다 그쳤다


 누군가는 다락방에서 시를 쓰고 누군가는 불빛

아래서 그 시를 읽겠지


 누군가는 레너드 코헨의 천 번의 키스를 들으며

썼으니 또 누군가는 창문을 열고 쏟아지는 눈발의 

텍스트를 읽겠지


 눈 내리는 퓌르스탕베르광장에는 누가 사는가?


 7일에는 나

 

 8일에는 그대


 9일에는 구름의 유령들


 7일


 데이비드 호크니는 「파리 퓌르스탕베르광장,

1985년 8월 7, 8, 9일」을 하나의 화폭에 담았다


 그림 속에는 분리된 작은 그림들이 섞여 있는데

그것은 다른 날의 풍경을 혼합한 결과이다


 퓌르스탕베르광장에는 들라크루아박물관이 있

고 들라크루아박물과에는 나의 다락방이 있다


 나는 어느 해 어느 달인지 알 수 없는 7, 8, 9일을

다락방에서 보냈고 어느 해 어느 달인지 알 수 없는

7, 8, 9일을 그곳에서 보내고 있다


 그것은 아마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날들이었

을 것이다


 모든 것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피에르 르메트르의 이렌을 읽고 읽었을 것이다


 창밖에는 밤새 눈이 내리고 있었을 것이다


 여성 동무를 구해야 한다


 형사반장 카미유 베르호벤의 생각처럼 밤새 눈

이 내리고 있었을 것이다


 죽은 여성 동무를 어떻게 구하는가?


 밤새 눈은 내리고 쌓이고 바라보게 한다


 추리처럼 섬세하게 두 눈 부릅뜨고 내면을 바라

본다


 세상의 끝에서 누군가 등대 불빛처럼 담배를 피

워 물고 밤새 또 다른 누군가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눈은 내렸다 그쳤다


 퓌르스탕베르광장의 7일이 지나간다



 8일


 심장은 고립을 향해 걷는다


 수염이 자라는 동안 어둠이 올 것이다


 나무들이 있고 그늘이 있고 그늘 속으로도 어둠

이 올 것이다


 발자국은 검은 모자를 쓰고 있다


 소리는 알몸으로 달아난다


 위험에 처한 여성 동무를 구해야 한다


 뜨거운 국물에 소주라도 한잔 마셔야 한다


 울음소리가 소환하는 추억의 겨울에는 눈이 내

린다


 알몸의 입술이 사랑을 고백한다


 검은 모자를 쓴 사내는 멀리 있는 모스크바처럼

불타오른다


 수염이 자라는 동안 가로수의 잎들은 서로의 안부

를 물으며 광장의 배처럼 허공을 항해하기도 한다


 밤이면 들라크루아의 유령이 떠돈다고 했다

 되 마고에서 술을 마시는 날에는 생제르맹데프

레교회당 모퉁이를 돌아 들라크루아박물관의 다락

방으로 돌아온다


 나는 이곳에서 고립을 향해 걷는다


 수염이 자라는 동안 어둠은 올 테지만 계속 수염

을 기르며 유령의 불빛을 향해 조금씩 다가간다


 아니 이제는 검은 모자를 벗고 수염을 깎고 세상

에 정체가 알려진다 하더라도 불빛 같은 글을 써야

한다


 눈발에 포위된 여성 동무를 구해야 한다


 수염이 다시 자라는 동안 생각도 다시 자랄 것이


 7일, 8일, 9일이 지나는 동안 눈발은 질문처럼

쏟아지고 나는 눈발을 헤치며 다시 다락방으로 돌

아올 테지만 혼돈은 눈발처럼 내리다 몽블랑 백색

210그램 종이처럼 지상에 정착할 것이다


 쏟아지는 눈발 속에서 여성 동무를 구해야 한다


 그녀는 최초의 인류가 될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최초의 인류를 꿈꾸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겨우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네 그루의 나무가 광장을 지키고 있는 밤이다


 광장의 밤은 별빛으로 가득할 것이다


 한 공간에 겹쳐 있는 여러 겹의 시간


 시간을 선택하고 그 시간 속으로 스며든다는 것


 아무도 틈입할 수 엇는 시간 속에서 스스로 아름

다운 삶을 꿈꾼다는 것


 미스 페레그린은 미스 페레그린의 시간 속으로

돌아가고 그대는 그대의 행성 속으로 돌아와 7, 8,

9일을 사는 것이다


 그럴 때 퓌르스탕베르광장에는 눈이 내리고 다

락방은 한 마리 짐승처럼 젖은 몸을 말리며 밤새 시

를 쓴다


 퓌르스탕베르광장의 8일이 지나간다


 

 9일


 겨울 코트를 입고 길을 나선다


 이베이가를 지나 생제르맹데프레교회당 모퉁이

를 돌아가면 길 건너편에 되 마고가 보일 것이다


 밝은 햇살과 관광객들이 점령한 두 개의 중국 인

형(어쩌면 관광객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시인

어쩌면 삶의 스파이 어쩌면 삶은 스파게티)


 산책하는 새들


 퓌르슽아베르광장을 등 뒤에 두고 소르본대학을

지나 중고 서적을 파는 센강 쪽으로 걷는다


 피에르 르메트르의 알렉스도 보인다


 산책하는 구름들


 겨울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다


 7일의 하늘에는 칠레의 모든 기록이 있고 8일의

하늘에는 파올로 그로쏘의 쇳내 나는 음성이 떠돌

테지만 9일의 하늘에는 구름의 산책이 있다


 세상의 모든 장소는 이미 눈발에 점령되었으니

이제는 세상의 모든 시간을 탐색해야 하리


 누구도 발 딛지 않은 시간을 향해 누군가 밤의

코케인으로 걸어간다


 모든 것은 한 편의 시에서 시작되었다


 아름다운 한 여자가 죽었고 그녀를 살려내야 한다


 그녀를 살려낼 수 있다면 이제 눈발은 그치고 이

세상의 시도 끝나리


 퓌르스탕베르광장의 눈 내리는 사흘이 지나간다


 눈 속에 파묻힌 시를 누가 읽으랴


 퓌르스탕베르광장의 9일이 지나간다










 박정대

 불란서 고아의 지도, PIN 20,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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