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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 (부- 영원(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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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쟁이를 위하여

 ―아버지

 

 


 당신의 빛나는 손바닥을 가진 적이 있지. 당신 손바닥 위

에서 나는 검불처럼 잠들기도 했지. 당신을 열면 당신이 사

라질까봐 나는 매일 뒷골목을 맴돌았지. 당신 손바닥에 있

을 때만 나는 어린아이였지. 여전히 어린아이고 싶었지. 당

신 손바닥에 달린 천 개의 창으로 나는 세상을 보았지. 당

신 손바닥이 보여주는 뒷골목의 사람들은 아름다웠지. 당신

을 열면 당신이 사라질까봐 나는 매일 붉은 벽에 서서 바람

을 마셨지. 지독한 행복이었지. 당신 손바닥에 아로새겨진

그 빛나는 상처를 품고 나는 어른이 됐지. 어린아이고 싶은

어른이었지. 혼자서도 손바닥을 뒤집을 수 있는 어른이었지

만, 나는 결코 손바닥을 뒤집을 수 없었지. 행여 당신 손바

닥이 쏟아질까봐, 당신을 열면 당신이 사라질까봐 나는 주

먹을 움켜쥐고 살았지. 그리운 기척 같은 버릇이었지.









 배영옥

 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 문학동네 시인선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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