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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 (부- 정음(正音)(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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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미르 고원




 만년설 아래 비탈을 마르코 폴로 양 어머와 새끼가 올라

가고 있다

 어미는 한소 새끼를 떨어뜨리려 하고

 새끼는 어미 곁을 떠나지 않으려 안간힘이다 부러

 비탈만 비탈만 골라 딛는 어미의 뜻을 헤아리기에 새끼는

아직 어리다

 아가, 어서 돌아가거라, 저긴 혼자서 가는 길이란다

 누구나 혼자만 갈 수 있는 최후의 길이 있단다

 비탈에서 새끼 양이 상하기라도 할까봐

 평지로 내려온 어미 양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 달리기 시

작한다

 더는 따라올 수 없도록 질주를 멈추지 않는다

 어미를 부축하던 새끼의 걸음도 울음도 이내 멀어지고

 어미는 앞다리를 꿇고 대지에 경배하듯 머리를 눕힌다

 저 앞의 죽음까지 몇 걸음을 혼자서 더 걸어갈 수 있도록

 꺾이지 않고 있던 뒷다리를 마지막으로 접는다

 여행자의 이름을 가진 양 마르코 폴로


 언제였던가 선친과 함께 보던 다큐멘터리 속 장면

 이튿날이면 사체 주위로 늑대와 여우와 까마귀떼가 몰려

온다

 체취를 따라온 새끼가 멀리서

 어미의 장례를 지켜보고 있는 파미르 고원







 손택수

 붉은빛이 여전합니까, 창비시선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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