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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 (부- 정음(正音)(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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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흉터 필경사

 

 

 


 이야기를 몸에 새기고 싶어서 흉터를 갖게 되었나 보다

 살거죽을 노트로 내어주었나 보다

 머리카락으로 가린 이마 위의 흉은 감나무 가지를 타고

놀다 떨어진 것이다

 할아버지는 읍내 차부 옆 약방까지 달려갔다 오시고

 강볕 밭 매러 갔던 할머니는 눈에 독가시가 돋아났다

 하이고 손씨네 귀한 첫손주를 잘 모시질 못했으니 내가

죽일년이라

 그 상처 아물 때까지 숨도 제대로 크게 쉬질 못하고 지냈

구나

 흉터는 다문 뒤에도 말을 한다

 어떤 흉터는 다이빙을 하던 냇물의 돌을 기억하고

 돌에 부딪혀 까진 무르팍을 혀로 핥아주던 옆집 선자 누

나를 잊지 못한다

 돌이끼처럼 앉은 딱지를 상처가 나지 않게 뜯어먹던

 물고기들의 입맞춤도 있다 각시붕어였지 아마

 자신의 몸에 이야기를 파 넣는 필경사 

 어느 페이지엔 부끄러워서 혼자만 읽는 이야기도 있고

 지워지고 지워져서 더는 읽을 수 없는 이야기도 있다

 단벌 노트에 쓰는 비망록 나달나달해진 페이지에 지우개

똥 같은 때가 밀린다

 아니, 지우개밥인가 이 모든 이야기들이 나의 필생이라면

필경,

 마지막 필경은 모든 기록을 불사르는데 바쳐질 것이다








 손택수

 붉은빛이 여전합니까, 창비시선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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