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이토록 눈부신 날
나의 세탁소에 놀러오세요
무엇이든 표백 가능합니다
너무 투명하여, 그림자조차 없는 문장
모든 잎이 꽃이 되는 가을은 두번째 봄이다*
라는 당신의 문장에 기대어 한 절기
환절기 잘 견뎠습니다
네, 문장 덕분입니다
아무렴요 아무렴요
고집이라 쓰고
표백된 슬픔이라 읽습니다
표백된 슬픔이라 쓰고
고집이라 읽지 않습니다
오늘부터 겨울
어떤 문장에 기대어 동절기
한 절기를 견뎌야 할지
막막하기만 먹먹하기만 합니다
문장 때문입니다, 네
아무렴요 아무렴요
아무래도 고된 날에는
일하기 싫어요, 라는 팻말을 걸고 문을 닫아요
먼 구원과 가까운 망각 사이, 당신
모든 기억이 표백되는 겨울은 두번째 생이다
눈부신 날 이토록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에 놀러오세요
무엇이든 표백 가능합니다
그림자조차 없는 문장, 너무 투명하여
* 알베르 카뮈.
이은규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문학동네시인선 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