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
연못에서 푸르고 넓은 잎사귀가 자라네
흩어질 구름이 나오네
옛 시간의 물뱀이 나오네
잃어버린 메아리가 나오네
연못은 살고
나와도 살아 내 마음에 살고
연못에서 흰 달과 나비가 나오네
연못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네
나는 이별한 사람이 다시 그립네
연못에서 굳은 얼음이 나오네
나는 죽은 사람이 다시 그립네
연못은 어제 염려스럽게 말이 없었네
오늘은 감당할 수 없게 격렬하네
연못은 연꽃 꽃봉오리가 가득했네
오늘은 시들고 꺾인 꽃대가 가득하네
연못은 빗방울로부터 초조한 말을 듣네
햇살로부터 빛나는 첫말을 듣네
연못은 맥없이 주저앉아 있네
잔물결 같은 웃음을 띠네
오늘은 늦도록 자네
나는 이 연못에서 나오네
문태준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문학동네시인선 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