뻰찌 예찬
경북 구미공단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에 올라간 지 이백일 넘은
차광호가 보내온 사진 한장
형형색색 층층이 쌓인 사각형들
고흐의 해바라기처럼 현란한 색채
그 위에서 그림을 그렸느냐고, 무척 아름답다 했더니
굴뚝 침탈 시 무기로 쓰려고
소변 담은 사각 페트병을
차곡차곡 쌓아둔 거란다
그날 먹은 것에 따라 꽁꽁 언 페트병 무늬가 달라져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이 되었다고
역시 위대한 것은 물질이라고 한다
그 무렵 평택 쌍용자동차 굴뚝 위에서
벌써 석달째 살고 있는 이창근이
70미터 굴뚝에 오를 때 가장 고마웠던 게 뭔지 아느냐, 묻
더니
뻰찌라고 한다 새벽 2시 뻰찌가 있었기에
철조망을 끊고 굴뚝 아래까지 전진할 수 있었다고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물질이
뻰찌라고 너스레를 떤다 올라와서도
자신을 살게 해준 건 구체적인 물질과 현상들
비닐 휘장을 찢어놓거나
굴뚝 재를 흩뿌리거나 먼지를 몰아와
언제나 ‘노동’을 선사해준
바람에게 특히 고맙다고 한다
가장 가파른 곳에 서본 사람들은 안다
관념보다 귀한 게 물질임을
노동이 사람을 얼마나 사람답게 하는 것인지를
송경동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창비시선 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