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계속되는 밤
알코홀릭alcoholic, 그것은 연약한 존재가 자신
을 열정적으로 위로하고 있다는 뜻이다
나빠질 때까지, 더 나빠질 때까지
스스로 대답해야 하는 존재들, 끝없이 질문하는 존
재들과도 같이, 지구 바깥에, 허공에 집을 짓는 사람들
그런 시절이 있었지
그때는 나도 너처럼 말수가 적었고
감당할 수 없는 질문엔 얼굴을 붉혔다
험한 말을 늘어놓지도 않았고 가끔 술을 마시기는 했지만
즐기는 편은 아니었어…… 대신 호주머니에 돈이 좀 있
을 땐
꿈꾸는 약을 샀지 매일 밤 계속될 것만 같은 아름다운
꿈들
돌이켜보면 조금은 지루하기도 했던 것 같군
아름답다는 건 때로 사람을 맥 빠지게 만드는 어떤 결심
같은 것이기도 하니까
종교를 갖는다는 것, 찬물로 세수를 해라 이 엄마
가 죽도록 때려줄 테다
공허해질 때까지, 더없이 공허해질 때까지
언젠가는 밤새도록 책이란 것도 읽었지
너처럼 책 속에서 오래도록 생각에 잠겼고
형제들에게 버림받은 짐승처럼
종이 속에 묻혀 조금 울기도 했지
그래 손등은 보드라웠고…… 너는 믿지 못하겠지만
그때도 여전히 내가 누구인지 몰랐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그저 언제나 다그치고 몰아세
우는
내가 나의 부모였으니까
웨이트리스waitress, 네가 먹을 음식과 네가 먹다
남긴 음식을 치워주겠다는 뜻이다
나빠질 수 없을 때까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때까지
황병승
트랙과 들판의 별, 문학과지성 시인선 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