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마이 보디
바다에 갔다
바다는 해변에 붙어 있다
해변에서
나는 오래된 필름 카메라로 겨울 파도를 찍고
형은 내게 껍질을 주었다
그 상앗빛 잿더미 속에서
나는 웃고
형은 흘러가서
외투 호주머니에 껍질을 넣고 뒤쫓아갔다
천천히 가 아주 멀어지진 마
형이 본질에서 멀어져서
나는 껍질이 주는 교훈을 생각했다
알맹이는 껍질에 붙어 있다
우리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신식 화장실에서 안전하게
서로를 범하였다
이 문장에서 알맹이인 부분은
우리가 엉덩이를 깨끗이 닦고 나의 청정횟집에 들어가 앉
았다는 것
인생의 쌍두마차에 관하여 이야기 나누었다는 것
우리 앞에 회가 한 접시
밤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상념의 흰 팬티를 내리고
내가 일병이고 형이 상병이었을 때의 흑역사를 확인했다
는 것
군인 둘이 휴가지에서
회 떠놓고 앉아 인생의 쌍두마차에 관하여 이야기 나누는
시는 이렇게 시작된다
혼자 있을 수 있겠어?
밤의 해변에선 누구나 혼자
다녀올게 바다에 빠져 죽어볼게
기다릴게 영원히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하니?
군인들은 밤의 해변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혼잣말하는 사람을 보다가
본질에 가까워져서 불꽃놀이를 보았다
터치 마이 보디
시시해
그만 됐어, 빠져나와, 알맹이는 거기 없어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시간이
이렇게 해서,
형과 내가 회를 다 먹어치울 때쯤 매운탕이 나왔다
대가리를 마주하고
우리 안의 상거지가 염불을 외웠다
나무석가모니불
염불의 알맹이는 잠시 후에 밝혀집니다
우리는 펄펄 끓는
끓어 넘치는 매운탕을 떠먹고
시원 칼칼 인생의 쌍두마차 뒤로하고
밤의 해변에서
형은 콜택시를 부르고
“서울, 얼마!” 소리치고
나는 택시 앞으로 달려들어
“너도 나 좋다고 했잖아!” 소리치고
우리는 흰 팬티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천천히 가 아주 멀어지진 마
이제 알맹이가 나온다 나온다
나와 형은 본질에 가까워져서
합장하고 인생의 쌍두마차에 올라 길 떠나
가슴 펜션으로 갔다
텔레비전을 켜고 홈쇼핑 채널을 틀었다
마지막 찬스!
삼만육천구백원에 알이 꽉 찬 영원 한 두름
나와 형은 인간을 벗고
이불속에서는 누구나 해골바가지
서로를 꼭 껴안은 채
정신의 배설물을 염원하며
기다려 알맹이로 문질러줄게
껍질까지 쪽쪽 빨아먹었다
다 먹을 때쯤 영원의 머리가 든 매운탕이 나온다
김현, 문학동네시인선 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