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매미 생각
허공을 부여잡고 내내 울어대던 매미 소리 뚝, 그치자
바람 서늘해지고
매미가 붙어 있던 자리에
동그란 구멍이 생겼다
그 소란스럽던 햇볕도 꽤나 진지해져서
콩꼬투리 속으로 들어간 놈은 때글때글해지고
수수밭머리에 내리던 놈은 턱 괴고 고개 숙일 줄도 안
다
매미는
울기 위해
지금, 울지 않는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고
매미의 시절이 갔노라고
섣불리 엽서에 쓰지 말 일이다
몸 속에는 늘 꼼지락거리며 숨쉬는 게 있는데
죽어도 죽지 않는
그게, 바로 흔히들 마음이라고 부르는 거란다
바닷가 우체국
안도현,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