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l Fantasy 7 Remake
FF를 광고하는데 있어 여러가지 방법이 있으나, FF가 나온다는 글만 적힌 담백한 현수막이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 단순한 정보 외에는 아무런 사족도 필요없는 것이다. 이것이 FF가 가진 위상이며, 이 위상에 기여도가 가장 큰 작품을 꼽는다면 이는 FF7 외에는 없다. 그러므로 FF7은 스퀘어의 전성기를 상징한다. 이에 대한 반대 급부로 FF7은 안티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FF7을 공격함으로써 스스로의 위상을 높이고 싶어하는 부류도 적지 않다.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물론 스퀘어 입장에서는 억울할 일이 아니다. 모든 것은 높은 인기를 반증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면에서 FF7을 리메이크한다는 이야기는 언제나 허황된 것처럼 여겨졌다. 그럴 만한 일이다. FF7에는 온갖 팬들이 달려 있으므로, 잘 만들어도 못 만들어도 구설수에 오르는 것은 자명하다. 제대로 해봐야 본전을 찾는 게 최선이다. 숨겨져 있는 마지막 무기라는 이명은 계속 숨겨져 있을 거라는 의미로 풀이하는 것이 이성적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리 생각했다. 몇 년 전 처음으로 FF7R 티져 영상 공개 전까지만 그랬다는 의미다. FF7의 리마스터링 소식에 지옥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팬들은 뒤이어 투영되는 익숙한 등과 거대한 칼, 기괴한 운석 모양의 로고에 식도가 쪼개질 정도로 소리를 질러댔다. 게임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음에도 영상이 의미하는 것은 누구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7R의 발매일이 가까워졌다. 분할판매. 기간독점. 이미 오래 전에 결정된 사항일 뿐이다. 발매일이 연기되었고 주식이 출렁거렸다. 늘 있는 일이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7R을 중심으로 구름처럼 몰려 들었다. 유독 유출이 심했다. 일부 지역에 조기 공급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이에 맞불을 놓는 것처럼 정보가 쏟아졌다. 나는 눈과 귀를 닫고 기다렸다. 마침내 7R을 손에 넣었을 때, 넷 상에 온갖 전문가들이 난립하는 가운데 나는 홀로 조용하고 시끄럽게 7R을 플레이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7R을 스트레이트로 2회차 클리어한 뒤 이 글을 작성했다. 노무라 테이스트가 폭발하고, 노지마가 메가 플레어를 토해냈으며, 키타세가 자신을 가지고 홍보했다. 이것이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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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 스토리 리메이크:
템포를 담보한 캐릭터 빌딩
누구나 인정하는 것과 같이 FF7의 캐릭터는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쿨하고 강하지만 위태위태한 자칭 전직 솔져. 겉으로 보이는 인상과 그 속에 간직한 내면의 괴리가 인상적인 더블 히로인. 복수에 사로잡혀 있는 테러리스트. 음습하고 강대한 무력을 가진 미치광이 전쟁 영웅. 스퀘어는 캐릭터 메이킹에도 일류였고, 이는 20년도 전에 이미 FF7을 통해 정점에 달해 있었다. 7R은 이런 캐릭터를 근간으로 시작할 수 있는 만큼 성공이 보장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것은 그 자체로 고난이자 도전이기도 하다. 부족한 부분을 상상력으로 보충해야 했던 과거와는 달리 괄목할 만한 비쥬얼적 발전을 이룬 현세대에서 이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보다 큰 설득력과 개연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해도 비판받을 수 있는 영역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스퀘어는 이 어려운 작업에 성공했다. 기억이 결핍되어 있는 클라우드는 원작과는 달리 쿨한 성격에 집중하기 보다 사회화 진행이 더딘 캐릭터로 가닥을 잡고 설득력을 부여했다. 그런가하면 강적과의 전투에서 단호한 전투 지시를 내리는 일류 전사로써의 면모도 명확히 하고 있다. 육체적으로는 약할지언정 정신적으로 완성되어 있는 에어리스는 사회 부적응자인 클라우드로부터 기어코 하이 파이브를 받아낸다. 클라우드가 인정할 정도로 강한 전사인 티파는 원작처럼 클라우드에게 속마음을 들키는 것을 두려워하고 혹독한 현실로부터 도피하려하는 연약한 캐릭터로 묘사된다. 맨손으로 대응가능한 모든 물리적 위협에 대해서는 티파가 앞장서고, 심령적인 적을 상대할 때에는 유령에 겁먹은 티파를 에어리스가 감싸기도 한다. 디테일한 구성이 캐릭터를 생동감있게 보충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상황에서 클라우드와 티파의 거리감은 사라진다.
캐릭터를 일관적이고 설득력있게 반복해서 묘사한다.
원작에는 없는 디테일한 표현이 7R 최대의 강점이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추가 이벤트를 배치하고 챕터를 새롭게 구성하면서, 스퀘어는 추가 이벤트 수행을 독려하기 위한 보상도 잊지 않았다. 서브 퀘스트를 전부 수행하면 티파와 에어리스의 신규 이벤트를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식이다. 원작에 비해 시나리오 진행이 길어지는 구간에는 어김없이 티파와 에어리스가 파티에 합류한다. 호흡이 길어져 템포가 훼손될 수 있는 소지가 있을 때 오히려 더블 히로인의 이벤트를 확대 배치함으로써 캐릭터 빌딩을 겸한 시너지를 노린 것이다. 호흡이 길어진 만큼 속도감은 떨어지지만, 에어리스와 티파의 대조되는 성격이 부각되어 캐릭터가 더욱 깊어졌다. 최소한 스퀘어는 팬들이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를 최면에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노련하다. 일류 JRPG 제작사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다.
다혈질적이고 헛소리나 해대는 바렛트는 팀내 개그 담당이지만 동시에 지적이고 정이 많은 성격이다. 마린과 형성하는 애틋한 관계는 감히 놓칠 수 없다. 제시를 중심으로 한 아바란치 3인방의 이야기도 매력적이다. 제시는 자칫 제 3의 히로인이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콧대가 높아졌고, 빅스와 웨지의 활약도 작지 않다. 레노와 루드는 물론 이야기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루퍼스도 주요 보스전을 하나씩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각별하게 다루어지고 있으며, 여전히 밉살스러운 청도 그들과 함께 한다.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매력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시나리오에 깊게 관여하는 캐릭터가 버려지는 일은 없다. 7R의 제작진들이 입을 모아 주장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원작에 대한 리스펙트다. 적어도 제작진들이 보여주고 있는 캐릭터에 대한 리스펙트는 충분하지 않은가 판단된다.
에어리스는 여전히 건강하고 어른스럽지만 비밀스럽다.
그리고 이에 휘둘리는 플레이어는 핀치다. 괜찮지 않다.
그렇게 마음 놓고 7R을 플레이하고 있었던 원작 팬들은 그러나 기대하지 않은 공격에 노출된다. 세피로스의 첫 등장 부터 농밀하게 느껴졌던 위화감은 에어리스와의 만남을 통해 실체를 드러낸다. 7R은 원작의 시나리오를 따라가지 않는다. 그 충격적인 사실은 모든 원작팬들의 심상을 송두리채 뒤흔든다. 변화를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마찬가지다. 제작진들이 생각하는 원작에 대한 리스펙트는 팬들이 내심 상상하고 있었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판명된 것이다. 충격을 받지 않을 도리가 없다. 심지어 이 모든 문제를 상징하고 있는, 그러므로 장차 쓰러뜨려야 하는 적이 FF7 원작 지상주의자를 상징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혼란은 더욱 깊어진다. 그렇게나 원하고 갈망하던 7R에서 한순간에 악역이 되고 만 것이다. 이런 사태는 그 누구도 기대하거나 경험해 본 일이 없으리라.
하지만 이를 통해 7R은 신규 유저들이 아닌 FF7 원작을 플레이한 팬들을 위한 작품인 것으로 판명됨에 따라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원작인 FF7, 나아가 그 컴필레이션까지 섭렵하지 않으면 완전한 이해가 불가능한 스토리 라인은 명백히 원작의 극성팬을 노린 구성이다. 심지어 게임을 뜯어보면, 제작진이기에 생생하게 파악하고 있는 교묘한 원작 반영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그 안에 숨겨진 원작에 대한 경의가 따라 읽힌다. 그러므로 혼란은 극심해진다. 나는 존중받고 있는가, 말라 비틀어진 악역인가. 무엇보다 원작을 따르지 않는 것에 대한 리스크 매니지먼트와 전략 구상은 충분한 걸까. 그간 스퀘어가 만족스럽지 못했던 일이 많다. 노무라가 지은 죄도 하늘을 덮는다. 걱정이 앞선다. FF7 원작과 각종 컴필레이션, 소설을 아우르는 장대한 스토리를 뛰어넘는 것은 전혀 상상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 챕터에서 노무라 테이스트가 폭발할 때 모든 우려는 현실성을 띈다. 화면 연출, 알 듯 말 듯한 전개, 복선을 심는 방식. 이는 노무라의 대표작인 킹덤하츠를 연상시킨다. FF의 방식이 아닌 것이다. 너무도 현학적이기에 제작진만 이해하는 요소들이 화면을 뒤덮는다. 7R을 통해 FF7에 입문한 플레이어들은 대부분의 암시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킹덤하츠 경험자는 디렉터의 자아가 비대하게 투영된 영상미에 감탄하는 동시에 우려를 표할 것이다. 이것을 수습할 수 있을 것인가. 제작진은 과연 원작팬들을 어떻게 취급하고 싶은 것일까. 제작진이 그간 피를 토하며 외쳤던 원작에 대한 경의는 이 대목에서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가. 답은 분명하다. 이를 위해 다뤄야 할 요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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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시스템 리메이크 - Action Tactical Battle
턱스. 원작의 그놈들이 아니다. 빠르고 묵직하다.
프로듀서는 7R의 전투가 완전한 실시간 액션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세를 생각하면 타당한 관측이다. 그러나 디렉터는 이를 부정했다. 노무라는 7R이 가질 액션성에 대해 고심하면서도 원작 팬들이 애착을 두고 있는 턴제 기반을 완전히 버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정신이 아득해 질 정도의 시행착오를 통해 이를 시스템에 고집스레 녹여 넣었다. 그렇게 ATB(Active Time Battle)는 또다른 ATB(Action Tactical Battle)가 되었다. 실시간 액션과 전략적 턴제가 결합한 형태의, FF이기에 시도할 수 있는 전투 시스템이다. 게임 크리에이터로써, 디렉터로써 노무라 테츠야의 역량은 비틀려 있으나 비범하다. 일단 발휘되기만 하면 폭발한다. 7R에서 이 혜택을 받은 분야는 단연 전투 시스템이다. 실은 답이 이미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원작에 대한 경의는 넘치고도 남는다. 그러지 않고서야, 게임 전반에 걸친 핵심인 전투 시스템에 이토록 전작의 요소를 집요하게 주입해 둘 이유가 없다.
특징적이고, 그 어느 게임과도 다르다. 그렇기에 처음 접했을 때 당혹스러움이 앞설 수 있다. 예를 들어, 놀랍게도 7R서 제공하는 구르기에는 무적 판정이 없다. 7R에서 적의 공격은 빠르고, 경직을 주며, 제반 커맨드를 캔슬시킨다. 이런 매서운 공격을 만족스럽게 피하는 것이 일단 불가능하다. 가드 또한 성능이 완전하지 않다. 연속 공격은 일단 맞기 시작하면 중간에 가드로 끊을 수 없어 전부 맞아야 한다. 패턴을 예측하고 적절한 시기에 가드를 준비해 두지 않으면 안된다. 전통적인 액션 게임에 있어서 구르기와 가드가 누리고 있는 위상은 절대적이다. 이 모든 것을 빼앗긴 액션 게이머들은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폼은 잡지만 아무 것도 모르던 세피로스와는 달리, 노무라는 현세대 액션 게이머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빼앗는 기쁨을 향유한 것이다.
에어 버스터. 8분을 싸웠지만 손이 바빠 지루하지 않다.
7R 특유의 다채로운 패턴과 페이즈 구성이 인상적이다.
이 모든 당혹스러움을 합쳐 실체화시키면 거대 보스가 된다. 신라의 개아범 호조가 자랑하는 실험체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이 실험체는 높은 피통과 슈퍼 아머를 자랑하므로 클라우드의 무식한 공격을 등을 긁고 싶을 때 활용한다. 옴찔거리지도 않는 실험체를 열심히 썰고 있으면 그나마 날붙이인지라 생채기 정도는 낼 수 있는데, 놈은 그걸 못참고 잡기 반격으로 클라우드를 움켜쥔다. 클라우드는 몸부림치지만 혼자서는 실험체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질 못한다. 3초 후 실험체는 세살백이마냥 이 빈약한 난쟁이에 대한 흥미를 잃고 패배기친다. 이 위력이 또 마황파워라 클라우드는 그대로 영원히 누워버린다. 싸다구는 또 어찌나 빠른지 욕이 뉴런반사로 폭사된다. 피하는 것은 불가능. 막는 것도 쉽지 않다. 깬다. 물론 깰 수야 있겠지. 하지만 흥분한 리트리버와 진창에 뒹굴었으니 온 몸이 진흙 투성이가 되어 있을 뿐이다. 그거 하나 썰어보겠다고 그 난리를 피웠으니 자존감은 바닥을 친다. ATB 게이지는 늘 모자르고 물약만 빨아마시니 보스는 열심히 평타를 휘둘러 찰과상으로 죽여야 한다. 공략 시간은 소드 피시처럼 늘어지니 욕이 입에 접착된다. 노무라 이 십상시는 액션이 뭔지 모른다.
하지만 노무라가 그저 새디스트에 비인간이기에 이런 시스템을 꾸민 것은 아니다. 일견 불합리해 보이는 이 구성이야 말로 7R 전투 시스템의 근간이다. 만일 다른 게임과 같이 구르기에 무적 시간이 고려되어 있었다면, 가드의 성능이 완벽했다면, 7R 특유의 전략적인 전투 시스템은 성립될 수 없었다. 오히려 이미 어디에나 있는 액션 RPG에 그쳤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7R은 원작의 턴제 RPG에 근간을 두는 기준으로 기획되어 있으며,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7R의 회피와 가드에 취해진 조치는 필수적인 것이다. 즉, 적에게 피격당하는 것이 전제로 깔려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전제가 없는 턴제 RPG의 전투는 작업에 불과하다. 스트레스 없는 JRPG는 끔찍할 뿐이다.
아프스 2회차. 보스가 잡몹을 대동해 압박한다.
근접몹 특유의 패턴이 우직하면서도 트리키하다.
그러므로 플레이어는 이 시스템에서 게임을 클리어해 나가기 위해 3명의 캐릭터를 운용하며 전략적인 전투를 수행해야만 한다. 구르기는 원하는 지점으로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사용하되, 구르는 동안에는 커맨드 입력에 사용할 ATB 게이지가 회복되지 않으니 필요할 때만 써야 한다. 가드하고 있는 동안에도 ATB 게이지 회복은 제한되지만 원거리 공격을 가드할 경우에는 반대로 게이지 회복이 가속된다. 가드가 불가능한 공격도 있는데, 이런 공격은 오히려 구르기로 피할 수 있다. 전략적인 전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이는 기본 중에서도 기본일 뿐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배워야 할 사항들은 대단히 많다. 그렇다. 7R은 순수 액션 게임이 아니다. 턴제 RPG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다.
순수 액션 게임이 아니기에 조작은 단순화되어 있다. 같은 맥락으로 각 캐릭터들에게 부여된 어빌리티는 수는 많지 않지만 전략적인 사용 목적이 뚜렷해 골고루 활용된다. 겉보기에 정해진 포지션이 있는 것 같지만 바렛도 티파도 단단하거나 재빠른 힐러가 될 수 있다. 클라우드는 공격력도 마력도 높기 때문에 어떤 포지션도 자유자재로 소화한다. 해묵은 FF 넘버링의 특징이었던 캐릭터 커스터마이즈의 자유가 여전히 자기 주장을 하고 있어 흡족하다. 자유도가 높은 시스템이라는 반증이다. 마테리아 조합에 따른 유연한 보스 공략 또한 원작 이상이다. 전략의 핵심인 속성과 범위화 마테리아는 수량이 한정되어 있어 플레이어의 고뇌를 유도한다. 자원이 풍족하지 않으므로 전략이 심화된다.
헬하우스.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상대하면 끝이다.
어렵던 패턴을 파훼하고 나면 좋은 교보제일 뿐이다.
7R은 이 모든 것을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리고 점진적으로 가르친다. 전투 경험이 많은 클라우드의 입을 빌려 마법이 약점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상기 시킨다. 첫 번째 거대 보스전에서 기계에게는 번개 속성이 약점을 알려주며, 두 번째 거대 보스전에서는 부위 파괴의 이점에 대해 설명한다. 첫번째 인간형 보스는 회피를 이용한 포지셔닝을 종용하고, 두번째 인간형 보스는 반격하는 법을 터득하게 한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지옥의 벽으로 인식하는 헬 하우스는 약점을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시청각적으로 지도해주는 친절하고도 중요한 보스다. 능동적으로 정보를 해석하게 된 플레이어는 헬 하우스의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색으로 속성을 파악하고, 반대 속성으로 공격하는 법을 배운다. 이어 7R은 동료를 바꾸며 공략하는 법을 가르치고, 직접 조종하는 캐릭터에게 어그로가 끌린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틈이 큰 마법은 동료에게 사용하도록 지시하는 게 최선이라는 사실도 덤으로 이해한다.
배틀 리포트는 버스트 이후 대미지 증가 비율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주의력 깊은 플레이어는 티파가 이를 담당한다는 사실을 기억해낸다. 부위 파괴는 자세를 무너뜨리고, 이 때는 버스트 게이지를 증가시키는 커맨드가 유효하다는 지식도 습득한다. 게임에 익숙해진 후반부에서 게임 시스템은 클라우드에게 반격 커맨드를 제공하며, 이는 근접전의 양상을 완전히 바꿔 놓는다. 이제 클라우드는 거대 보스의 공격을 정면에서 받아내는 전천후 딜러가 된다. 이에 대비해 티파는 흘리기 커맨드를 통해 히트&어웨이에 특화된 어태커로 거듭나며, 슬슬 액션 게임적인 재미도 극대화된다. 그럼에도 원거리 공격수인 바렛과 에어리스는 공중 유닛에게 여전히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넓은 시야로 전장을 관조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보스전은 플레이어에게 점점 더 과감한 전술을 요구한다. 최후반보스전에는 시간내에 약점을 효율적으로 찌르지 못하면 게임 오버 당하는 시퀀스가 있을 정도다.
H0512. 거대 보스를 신뢰하는 동료들과 함께 토벌한다.
턴제기반 JRPG 전투의 집대성.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적의 공격은 빠르지만 반격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ATB 게이지는 느리게 회복되는 것 같지만 이를 보충하기 위한 수단이 빈틈없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적극적으로 공격할 수록 ATB 게이지 수급이 수월해지는 만듦새는 템포와 전략성을 동시에 잡아낸다. 감탄할 수밖에 없다. 구르기가 쓸모 없다고 생각하는 플레이어는 아직 거기까지 밖에 모르고 있을 뿐이다. 턴제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지만, 시스템에 제대로 대응하는 플레이어들은 이를 어렵지 않게 우회할 수 있다. 적의 공격이 빠르고 강하고 복잡하고 경직까지 동반되는 이유는 우리측 파티가 압도적으로 강하기 때문이다. 어떤 보스든 비슷한 전술로 일관할 수 있고 자원 활용에 대한 고민도 필요없는 턴제 게임이 되는 것 보다는, 지금의 7R과 같이 적이 매서워 극복할만한 가치가 있도록 만들어지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7R처럼 폭넓은 유저를 상대로 마케팅을 전개하는 게임에서 이런 접근이다. 파격적이고 만족스럽다.
스토리 상에서 가장 어려운 보스가 라스트 보스라는 점이 또한 이채롭다. 라스트 보스는 더없이 빠르고 단단하고 강하고 복잡하다. 리미트기를 미리 채워놓을 수 없도록 제한해 둔 것 또한 신의 한수다. 어디까지나 정정당당하게, 지금까지 배운 것을 모두 쏟아 부어야 한다. 심지어 라스트 보스전의 연출은 그야말로 화려하기 짝이 없다. 노무라 테츠야가 가장 잘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호사스러움은 언제나 맛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스템을 파악하면 파악할 수록 게임이 쾌적해지며, 이를 똑바로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결국 플레이어는 제작진의 손바닥 위에 있다. 제작진은 7R을 가장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반복적으로 제시한다. 학습을 통해 수립한 전술이 먹혀 그림같은 승리를 거머쥐었을 때에는 극상의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제작진이 건설적으로 자기 주장을 하는 방식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요즘 세상에 플레이어가 모든 것을 믿고 따를 수 있는 제작진은 얼마나 희귀한가.
제노바 BEAT. 격렬한 전투 끝에 시작되는 페이즈 3.
무려 열 한번의 키 체인지로 변주되는 메인 멜로디는
모습을 의태할 지언정 본질은 재앙인 제노바 그 자체.
7R의 BGM은 역대 FF를 넘어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를테면 성스러운 마법진을 통한 연속마법은 두번째 공격의 대미지가 절반으로 격감한다. 조작하고 있는 캐릭터는 어그로를 독차지하고 조작하지 않는 동료의 ATB 게이지는 답답할 만큼 천천히 채워진다. 아이템을 사용하는 것 조차 ATB 게이지를 소모하므로 그 중요성이 두번 세번 강조된다. ATB 게이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두칸으로 억제되어 있으며, 세칸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필요하다. 마력을 증가시키는 마테리아는 있으나 힘을 증가시키는 마테리아는 없다. 마법은 위력이 강할 수록 영창 속도가 느려지며 그 동안 무방비 상태가 된다. 아군 캐릭터는 온갖 공격에 경직을 받지만 슈퍼 아머 판정의 어빌리티를 하나 이상 가지고 있다. 이 모든 사항들을 고려할 때 7R의 밸런싱이 얼마나 세세하고 체계적으로 조정되었는지, 또한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을지 감히 상상할 수 없다. 능력은 출중하고 정성이 가득하다. 시스템이 재미있을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또한 끝이 아니다. 지금까지 제작진이 전수한 모든 것은 하드 모드를 위한 포석이다. 이런 넘버링이 없다. 노멀 모드가 기본이고 간혹 이지 모드가 있었을 뿐이다. 하드 모드를 본격적으로 구성하고, 이제 껏 갈고 닦은 능력을 피로할 무대를 제공한 FF 넘버링은 저 유구한 역사 속에서도 7R이 처음이다. 하드 모드에서는 아이템 사용과 MP 회복이 제한되므로 예전 JRPG에서 요구하던 효율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다. 보스전에서는 패턴이 추가되었으며, 근본적인 대응 방법이 바뀌는 경우마저 있다. 강해진 보스를 부족한 자원으로 힘겹게 상대해야 하는 하드 모드는 7R의 백미이자 집대성이다. 보스의 새로운 패턴에 대응하며 그 동안 시스템이 가르쳐준 모든 것을 이용한 전투는 즐겁기 짝이 없다. 원작에 대한 경의 없이 성립될 수 없는 전투 시스템은 전에 없던 새로움까지 섭렵하고 있으며, 기대를 뛰어넘는 완성도로 제공된다. 그야말로 7R의 컨셉 그 자체를 상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이 전술한 물음에 대한 답이다. 원작을 넘어 새로운 경지에 도달한다. 제작진들이 추구하는 원작에 대한 경의라 함은 이런 것이다. 폭발하는 노무라 테이스트가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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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한방 먹고 새로 시작한다.
분할구성을 기대감으로 덧칠하려는 노력도 가상하다.
원작을 리셋하고 새로운 스토리 전개를 도입하기 위한 기초 공사로써 7R의 완성도는 눈부시다. 원작의 일부에 불과한 미드갈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7R은 원작에서 중요한 이벤트를 끌어올 수 있을 만큼 끌어온 초호화 시퀀스로 구성되어 있다. 골드 소서의 데이트 이벤트가 각자의 결의 이벤트로 인용되었고, 라스트 보스전 이후 정체 불명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일기토 구성 또한 원작을 리셋하는 소재로써 차용되었다. 무엇보다 7R은 인간형의 라스트 보스와 직접 건곤일척의 승부를 겨룰 수 있는 최초의 넘버링이다. 디시디아 파이널 판타지에서나 간접적으로 즐길 수 있던 전투가 7R의 라스트 보스전을 통해 공식적으로 또 하나의 정사로써 편입된 것이다. 그것도 완성도가 역대급으로 치솟은 최신식 ATB의 모든 요소를 섭렵해 구성되었으니 실로 감개무량한 일이다. 이 정도면 기념비적인 첫 번째 에피소드로써 임무는 모두 수행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 제작진이 해야 할 일은 전투 시스템에서 이룩한 원작에 대한 경의를 후속편 전체에 적용하는 일이다. 원작을 뛰어넘는 것이 실로 최대의 리스펙트라고 생각한다면, 스토리를 포함한 모든 요소의 기준을 전투 시스템으로 삼아야 한다. 원작을 초월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 뿐이다. 사고를 제대로 친 만큼 그것만이 7R의 존재의의라 할 수 있다. 자신감이 지나쳤다. 굳이 가시밭길을 선택했다. 장차 쉬운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걱정이 크지만 잘 해내길 기대한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암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원작과 동일하게 진행했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이 없으리라 단정할 수도 없는 일이다. 분할이 전제되어 있음에도 게임으로써 7R의 완성도가 공고하고 그 자체로 단일 작품으로써 기능하는 것은 충분히 평가할만 하다. 이 다음 작품이 중요하다는 언급이 나오는 것만으로 우선 성공적이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스퀘어 최대의 축제에 참여하자. 노멀 모드를 즐겁게 플레이했다면 하드 모드 2회차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7R을 마무리했다면, 이제 FF7 원작을 해볼 차례다. 두려워할 필요 없다. 클래식이다. 20년이 넘게 지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FF7 원작은 그 자체로 완전하며, 구성이 지극히 농밀하다. 전통적인 턴제 RPG로써 여전히 완성도가 높은 것이다. 원작을 경험하고 나면 7R에서 겪은 모든 이벤트가 새롭다. 그 가치가 충분하며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킨다. 그렇다. 불안 요소는 남아 있으나 후속작을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스퀘어가 파이널 판타지 프렌챠이즈를 이용해 사활을 걸고 있다. 그것이 7R의 연작이라면, 팬으로써 나는 그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제 마음속에서도 이미 고티를 외치고 무엇보다도, 제 인생에서 너무나도 소중한 작품이 되어버렸답니다. 아직 플레를 못땄지만, 지금 맹렬히 고고씽 중이네요.
FF7의 오랜 팬으로써 이런 고퀄의 리뷰 언제나 환영입니다. 감사합니다.
7R 전투 시스템이 워낙 유니크하다보니 그야 물론 호불호는 갈릴 수 있겠습니다만, 객관적으로 잘만든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직접 해보시는 편이 좋을 것 같네요.
7편은 6편과 디렉터가 같은 만큼 결이 비슷하고, 디렉터가 6편을 제작하면서 많은 공부를 쌓은 만큼 대부분의 요소에서 6편의 상위호환인지라 7편까지는 해보셔도 좋았을 법 한데, 조금 안타까운 마음도 드네요. 그리고 마츠노 야스미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마츠노 야스미는 성우 대사 한줄 추가할 때에도 예산을 고려해야하는 AAA 타이틀(FF 넘버링)보다는 중후한 텍스트를 아무 고민없이 때려박을 수 있는 중소 규모의 게임 제작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츠노 야스미가 계속 FF 시리즈를 맡았다면 그냥 죽이 됐을 가능성이 높았을 거라고 봐요. 실제로 스퀘어 개발력이 최고조였던 PS2 시절에 FF12 제작을 4년이나 끌다가 마무리에 실패하고 중도하차할 정도였으니, PS3 시대 이후부터 기용되지 않았던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유니크하죠. 잘 만들었어요.
:) 공감가는 리뷰 잘 보고 갑니다. 'ㅅ'/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이 정말 좋았네요. ㅊㅊ
글로 섯불리 표현이 안되는 면이 있지요. 정말 좋은 작품입니다.
제 마음속에서도 이미 고티를 외치고 무엇보다도, 제 인생에서 너무나도 소중한 작품이 되어버렸답니다. 아직 플레를 못땄지만, 지금 맹렬히 고고씽 중이네요.
저 개인적으로는 PS4 게임 최초로 플래티넘을 획득한 게임이네요. 기대 이상의 작품이었고, 그만큼 재미있게 즐겼다고 생각합니다. 파트2에 대한 기대치도 하늘 끝까지 올라가 버렸는데, 부디 잘 만들어주길 바랄 뿐입니다.
FF7의 오랜 팬으로써 이런 고퀄의 리뷰 언제나 환영입니다. 감사합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투가지고 지인이 존나 까던데 또 아닌가보네요. 직접 해보든지 해야지
7R 전투 시스템이 워낙 유니크하다보니 그야 물론 호불호는 갈릴 수 있겠습니다만, 객관적으로 잘만든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직접 해보시는 편이 좋을 것 같네요.
리메이크로 이정도면 정말 훌륭하다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6이후의 FF는 다른 시리즈라고 생각해서 구매하진 않았지만요.. 죽이되든 밥이되든 마츠노 야스미 체제로 계속 갔으면 어땠을지 아쉽네요.
7편은 6편과 디렉터가 같은 만큼 결이 비슷하고, 디렉터가 6편을 제작하면서 많은 공부를 쌓은 만큼 대부분의 요소에서 6편의 상위호환인지라 7편까지는 해보셔도 좋았을 법 한데, 조금 안타까운 마음도 드네요. 그리고 마츠노 야스미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마츠노 야스미는 성우 대사 한줄 추가할 때에도 예산을 고려해야하는 AAA 타이틀(FF 넘버링)보다는 중후한 텍스트를 아무 고민없이 때려박을 수 있는 중소 규모의 게임 제작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츠노 야스미가 계속 FF 시리즈를 맡았다면 그냥 죽이 됐을 가능성이 높았을 거라고 봐요. 실제로 스퀘어 개발력이 최고조였던 PS2 시절에 FF12 제작을 4년이나 끌다가 마무리에 실패하고 중도하차할 정도였으니, PS3 시대 이후부터 기용되지 않았던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마츠노야스미가 대규모 프로젝트를 이끌만한 디렉터가 아닌 부분은 뼈저리게 공감합니다. 그래도 워낙에 취향이 훌륭한 디렉터인지라 어떻게든 AAA 완성품을 보고싶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아 그리고 제가 말을 이상하게 썼는데 리메이크를 구매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였어요..ㅎㅎ 물론 원작 7은 해봤습니다. 사카구치 히로노부가 스퀘어를 나오고 나서 만든 그 수많은 범작들을 생각해보면.. 딱히 디렉터 교체때문은 아닌것 같지만 키타세 요시노리는 8 이후로 너무 실망만을 거듭해서 이제는 믿을 수 없는 디렉터가 되었어요. 사운이 걸린 프로젝트인 만큼 항상 안전빵으로 개발해 나가야 되는 부담은 이해합니다만. 거기다 뭔가..저는 노무라 테츠야랑 너무 안맞나봐요..ㅎㅎ 아마노 요시카타 시절이 그립고.. 그냥 꼰대 올드팬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그렇다고 하기엔 FF는 너무 변화가 없는 시리즈라는 생각이에요. 과거의 그 충격적인 비주얼과 정교한 게임성을 보여주었던 FF가 야숨과 같이 모든것을 갈아엎고 게임의 큰 뼈대만을 남긴채 완전히 시대에 맞는 걸작으로 탄생했으면 하는 바램이 큽니다. 하긴.. 다시 생각해봐도 마츠노 야스미는 이제와서 그런걸 해낼 디렉터는 아니긴 하죠.
키타세가 디렉팅한 FF가 6, 7, 8, X인데,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8편을 제외하면 모두 최상급의 평가를 받았으므로 개인적으로는 전반적으로 대단히 신뢰받는 FF 디렉터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 호불호 갈리는 8편은 시스템 면에서 야심찬 시도 밖에 없는 작품이라 안전빵이라 하기인 특히 알맞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이토 히로유키가 디렉팅한 9편이 안전빵이라면 안전빵이겠네요. 이와 같은 맥락으로 FF 시리즈는 비록 전투 시스템에 주로 국한된다고는 하나 전작의 시스템을 없는 셈치고 아예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실질적으로 유래없이 변화무쌍한 게임 시리즈라고 생각합니다. (이 역시 9편은 제외해야 겠습니다만.) 특히 표현의 한계를 많이 극복한 PS2 이후 FF 시리즈는, 손가락 하나 까닥일 필요없는 12편부터 오픈월드 액션 RPG를 FF스럽게 성공적으로 해석한 15편에 이르기까지 전투 시스템 면에서 각 넘버링 사이에 비슷한 부분을 찾기 어려울 지경이지요. 이 정도의 변화는 유수의 JRPG 중에서도 가히 독보적이라 할 만 하기에, FF 시리즈에 변화가 없다는 말씀은 다소 수긍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JRPG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다름아닌 전투 시스템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지금의 7R에 이르는 셈인데,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7R 만큼 정교한 밸런스로 마무리된 FF 넘버링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화려하기도 오지게 화려하구요. 나중에라도 꼭 한번 경험해 보시길 조심스럽게 권해 봅니다. 완전히 새롭고 특이한, 심지어 잘 만들기까지한 전투 시스템이에요. 마츠노 야스미 선생은... 게임 디렉터로써 택틱스 오우거 하나로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만한 게임이 또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토록 완벽한 텍스트와 SRPG의 조합은 마츠노 야스미 말고는 해낼 수 없었을 거예요.
전투 재밌음 ㅇㅇ
유니크하죠. 잘 만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