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스트랜딩 디렉터스 컷, by Hideo Kojima 그 완전판
※ 본 체험기는 SIEK가 제공한 '데스 스트랜딩 디렉터스 컷' 리뷰 코드로 작성하였습니다.
2019년 최고의 문제작이라면 역시 ‘데스 스트랜딩(Death Stranding)’ 아니었나 싶다. 천재 개발자 코지마 히데오가 독립 후 선보이는 첫 작품이라 무게감이 남달랐고,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예상 밖에 게임 플레이로 모두를 당황케 했으니까. 사람과 사람, 공간과 공간의 연결을 테마로 한 이 독특한 게임은 특히 ‘소셜 스트랜드 시스템’이란 비동기화 멀티 플레이로 오픈월드를 향유하는 새로운 방식을 선보였다. 사실 플레이 자체만 보면 ‘운송’이란 한 단어로 정리 가능한 담백한 구성이지만 여기에 독특한 인물군상과 심오한 설정, 그리고 소셜 스트랜드 시스템이 더해져 과연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코지마 히데오스러운 게임이 됐다.
그리고 오는 9월 24일 ‘데스 스트랜딩’의 ‘디렉터스 컷(Director's Cut)’이 발매된다. 지난 달 나온 ‘고스트 오브 쓰시마 디렉터스 컷’과 마찬가지로, 전세대 말기에 나온 게임으로선 어느정도 필연적인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다만 신규 지역인 이키 섬 중심으로 추가 콘텐츠를 배치하여 보다 고전적인 확장판 느낌을 주는 ‘고스트 오브 쓰시마 디렉터스 컷’에 비하여, ‘데스 스트랜딩 디렉터스 컷’은 게임 전반에 크고 작은 요소가 더해진 완전판에 가깝다. 추가 콘텐츠 대다수가 운송 편의성을 늘려주는 도구나 설비라 즐길 거 다 즐기고 엔딩을 본 게이머보다는, 여태 본작을 즐기지 않았거나 재플레이 의향이 충분한 경우에 적절한 선택이 될 듯하다.
우선 퍼포먼스는 PS5 버전답게 보다 정돈된 그래픽과 안정적인 프레임을 보장한다. 본편 출시로부터 2년이 채 되지 않아 극적인 변화까진 아니지만, 워낙 비주얼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작품이라 향상된 디테일이 반갑다. 그리고 의뢰를 수주하고 하적하고 쉬고 일어나고 하는 과정에서 은근히 로딩이 잦아 불편했는데, 이 부분은 확실히 체감이 될 만큼 개선됐다. 로딩 구간 자체가 사라지진 않았지만 그 시간이 대폭 줄어들어 더는 거슬리지 않는다. 다만 어디까지나 PS4 버전과의 비교이므로 이미 최대 프레임레이트 상승, 울트라 와이드 해상도 및 DLSS 2.0 지원 등을 선행한 PC 버전으로 즐겼다면 퍼포먼스 측면에선 체감이 덜하거나 없을 수 있겠다.
듀얼센스의 경우 활용법이 상당히 독특하다. 일단 기본적으로 이동 중 균형을 잡거나 화기 조작 시 적응형 트리거로 저항감이 느껴진다. 여기까진 예상 가능한 범주이고 ‘고스트 오브 쓰시마 디렉터스 컷’처럼 햅틱 피드백이 게임 플레이를 재정의할 수준은 아니다. 대신 코지마 히데오는 듀얼센스 전면 스피커에 주목했다. 물가나 풀숲, 설원을 걸을 때 달라지는 발걸음 소리와 환경음이 스피커로 출력된다. 무엇보다 BB가 기뻐서 웃거나 두려워서 우는 온갖 소리가 스피커로 들리는 게 압권이다. 보통 듀얼센스를 쥐었을 때 손이 어디쯤 떠있는지 생각해보라. 그렇다. 샘이 BB를 품고 있는 위치와 일치한다! 물론 이를 제대로 느끼려면 헤드셋은 포기해야 한다.
추가 콘텐츠는 초반 편의성, 중반 이후 다양성, 번외 놀거리로 나뉜다. ‘데스 스트랜딩’은 에피소드 1, 2가 최대 고비라 할 정도로 진입 장벽이 다소 높은 편이다. 초반에는 운송 수단이나 무기가 튼튼한 두 다리와 두 주먹뿐이니까. 코지마 히데오도 이러한 피드백을 인지했는지 일찍부터 신규 장비 2종, 메이저 건과 서포트 스켈레톤을 준다. 메이저 건은 일종의 전기 충격기로 원거리 무기가 없는 초반 공백을 메운다. 저지력이 떨어져 볼라 건을 얻으면 다소 빛이 바래지만 적 차량을 감전시킬 수 있어 쓰임새가 없진 않다. 서포트 스켈레톤도 허리춤에 2개 물품 부착이 가능하며 적재량도 적당한 편이라 나중에 나오는 스켈레톤과 나름 차별화가 된다.
앞서 코지마 히데오는 추가 콘텐츠라고 무조건 우월한 게 아니라 플레이의 다양성을 더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중반 이후 얻는 카이랄 다리, 점프대, 자동 추적 로봇, 화물 캐터펄트는 기존의 도구나 설비를 대체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기존 도구나 설비가 채워주지 못하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이다. 가령 카이랄 다리는 사다리를 놓긴 너무 멀고 큰 다리를 짓자니 수고스러운 애매한 균열을 통과할 때 요긴하다. 점프대도 마찬가지다(이쪽은 묘기를 부리기 위한 놀이 기구의 성격이 강하다). 이들 설비는 PCC만 챙기면 따로 자원을 채우지 않아도 단시간에 완성되므로 큰 다리보다 활용성이 뛰어나다. 물론 트럭으로 다닐 땐 다리가 최고지만.
자동 추적 로봇과 화물 캐터펄트도 마찬가지다. 각각 에피소드 5 도중과 막판에 얻는데 그쯤이면 국도가 어느정도 완성되어 트럭 운행이 원활하고 집라인도 해금된 후다. 추적 로봇에 올라타 자동으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건 분명 즐겁고, 화물 캐터펄트도 사용하기에 따라 펑펑 쏘는 호쾌함과 배송의 편의성을 모두 잡을 수 있지만 꼭 필요한 순간은 거의 없다. 이런 오묘한 밸런스가 바로 코지마 히데오가 말하는 플레이의 다양성이라 본다. 그냥 올 테레인 스켈레톤 차고 나르거나 트럭에 실어도 상관없지만 이렇게도 해볼 수 있고 저렇게도 해볼 수 있다는 것. 그런 창발적 플레이를 가능케 하는 도구를 마련해줬다는데 큰 의의가 존재한다.
번외 놀거리에선 이러한 코지마 히데오의 구상이 더욱 도드라진다. 중부 지역 타임폴 농장 남쪽에 건설되는 경주 트랙은 엄밀히 따져서 작중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다. 하지만 스토리 외적으로 보자면 이동을 테마로 한 게임에서 레이싱 장르를 끌어온 건 영리한 시도다. 레이싱이야말로 ‘이동 그 자체로 재미를 느끼는’ 장르이니 말이다. 또한 중형 노트 이상부터 어디서나 입장 가능한 사격장은 장비 튜토리얼이면서 동시에 미니 게임이기도 하다. 단순한 튜토리얼로 치부하기엔 난이도별로 아주 다채로운 구성을 갖췄다. 이외에도 프라이빗 룸서 휴식을 취할 때 샘이 걸터앉은 침대 뒤로 놓인 피규어를 주시하면 한 번 공략한 보스전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다.
추가 미션은 의외로 굉장히 빠른 시점에 주어진다. 에피소드 2서 다이하드맨의 의뢰를 받아 동부 지역 보물 고블린…이 아니라 뮬 캠프를 털다 보면 파괴된 공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 여기서 샘이 어떤 중년 여성의 카이랄그램에 이끌리며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어디까지나 스토리 중심의 콘텐츠이므로 이후 내용은 직접 확인하기 바란다. 다만 에피소드 2부터 끝까지 밀어버릴 순 없고 게임 진행도에 따라 단계별로 더 깊숙한 장소가 해금되는 식이다. 아무래도 본편 엔딩을 한 번이라도 본 게이머라면 다른 콘텐츠보다 스토리 미션에 관심이 쏠릴 텐데, 그 기대에 부응할만한 흥미로운 서사로 가득하니 ‘디렉터스 컷’ 구매자라면 필히 방문하자.
정리해보자. ‘데스 스트랜딩 디렉터스 컷’은 편의성, 다양성, 즐길 거리를 보강한 문자 그대로의 완전판이다. 당초 코지마 히데오가 구상했으나 개발 일정 상 구현하지 못한, 바꿔 말하면 비교적 우선 순위서 밀렸던 콘텐츠가 추가된 것이다. 화물 캐퍼펄트 등은 설정집에서 그 원형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디렉터스 컷’이란 부제가 퍽 적절히 느껴진다(다만 코지마 히데오 본인은 추가 개발이 이루어진 만큼 ‘디렉터스 플러스’란 표현을 더 선호한다고). PS5로 ‘데스 스트랜딩’을 처음 접하는 게이머에게 ‘디렉터스 컷’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이미 본편을 엔딩까지 봤다면 난이도를 조정하는 식으로 재플레이를 염두해두고 접근하는 게 좋겠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