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더랜드 3, 비스트마스터 ‘FL4K’ 체험과 개발자 인터뷰
올 가을, 아수라장이 펼쳐진다. 전작으로부터 7년 만에 돌아오는 넘버링 타이틀 ‘보더랜드 3’가 오는 9월 13일 국내 정식 발매를 앞두고 있다. 동종 장르의 후발주자인 ‘데스티니 가디언즈’가 한국에서 보여준 행보가 썩 인상적이었는지, 2K로선 이례적으로 음성 더빙을 포함한 완전 한국어화까지 지원한다.
여기에 새로운 볼트 헌터 4인방인 거너 모즈, 비스트마스터 FL4K, 사이렌 아마라, 오퍼레이티브 제인은 물론 여러 행성으로 넓어진 무대와 훨씬 방대해진 퀘스트 및 루트도 눈길을 끈다. 세 가지로 늘어난 액션 스킬을 비롯한 전반적인 육성 자유도 향상과 멀티플레이 환경 개선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루리웹 취재팀은 지난 5월 국내 시연회에서 오퍼레이티브 제인을, E3 2019에서 거너 모즈를 직접 플레이하고 소개한 바 있다. 그리고 드디어 8월 7일 있었던 간담회를 통해 비스트마스터 FL4K을 만져볼 기회가 찾아왔다. FL4K은 멋들어진 코트를 두르고 각종 괴물을 수족처럼 부리는 안드로이드로, 첫 공개때부터 기자가 눈독을 들여온 캐릭터기도 하다. 아울러 한국을 찾은 기어박스 개발자들과 잠시간 인터뷰도 진행했다.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보더랜드 3' 언론 간담회.
아수라장에 딱! 눈으로 읽는 대신 귀로 듣자
이날 시연은 FL4K로 1레벨부터 시작하는 프롤로그 파트와 22레벨로 버레이셔스 캐노피(Voracious canopy)라는 지역에서 퀘스트를 수행하는 중반부 파트로 나뉘었다. 가장 흥분되는 점은 한국어 음성이 적용된 버전이었다는 것. ‘보더랜드’의 세계는 워낙 (미국식으로)정신나간 캐릭터가 차고 넘치는 터라 지나치게 성량이 크거나 속사포처럼 떠드는 경우가 상당히 자주 나온다. 그런 만큼 성우들이 연기하기 어렵진 않을지, 그 와중에 시리즈 특유의 광기가 희석되진 않을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보더랜드 3’ 더빙은 이러한 우려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시연 영상이 있으니 독자 여러분도 함께 평가해주기 바란다. 언제나 그렇듯 초장부터 고개를 들이미는 CL4P-TP은 영어로 떠들 때보다 두 배는 짜증날 정도로 시종일관 조잘거리고, 차분하면서도 강인한 릴리스의 목소리도 전에 느끼던 그대로다. 중반부 파트에 나오는 두 AI 발렉스와 제니비브는 누가 봐도 썩 제정신이 아닌데다 온갖 욕설을 내뱉는데 이런 부분도 가감 없이 자연스레 더빙했다. 개인적으로 FL4K은 영어보다 한국어 음성이 훨씬 멋지게 들린다.
'보더랜드 3' FL4K 프롤로그 게임 플레이 영상, 한국어 음성 지원.
'보더랜드 3' FL4K 중반부 게임 플레이 영상, 한국어 음성 지원.
전체적으로 원작의 목소리와 유사하면서도 실력 있는 성우진을 기용했다는 감상이다. 기자는 시연 직전에 ‘보더랜드 2’ DLC ‘지휘관 릴리스와 생츄어리 탈환 작전’을 플레이했는데 한국어 더빙과 위화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다만 더빙에서 흔히 보이는 대사가 뚝뚝 끊기는 현상, 영어와 음성 길이를 맞추다 보니 갑자기 말이 빨라지는 느낌, 내뱉는 것과 자막이 다른 점 등 마감에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어 보였다. 글줄의 경우 드문드문 번역이 덜 되어있기도 했는데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충분히 보완하리라 믿는다.
로봇과 야수의 조합이라니 할 수밖에 없잖아
떠돌이 로봇 FL4K은 비스트마스터라는 이명에 걸맞게 몬스터를 사냥개처럼 부리며 전투를 유리하게 이끈다. 세 가지 스킬 트리에 따라 애완 동물과 액션 스킬이 각기 달라지므로 신중히 선택하자. 헌터 트리는 돌진하는 곤충형 몬스터 스파이더앤트를 소환하며 액션 스킬은 날짐승을 보내 적을 공격하는 ‘래크 공격!’이다. 스토커 트리는 원숭이를 닮은 재버를 소환하고 액션 스킬은 잠시간 은신하는 ‘사라지기’다. 마스터 트리는 늑대 형상의 스캐그를 소환하며 액션 스킬은 원하는 지점에 애완 몬스터를 불러내 충격을 주는 ‘감마 버스트’다.
이렇게 귀엽게 생긴 강아지를 데리고 다닐 수 있다. 애견인에게 추천.
게이지의 데스트랩과 달리 항상 주인 곁을 지키며, 나름 열심히 싸운다.
헌터 트리는 전반적인 스킬 구성이 치명타 향상에 맞춰져 있어 전작의 Zer0와 같은 스나이퍼 플레이에 적합하다. 스토커 트리는 총기 대미지와 발사 속도를 올려주는 등 FL4K 본인을 강화하는 스킬이 많아 애완 몬스터와 함께 난전을 펼치기 좋다. 끝으로 마스터 트리는 명칭에서 보듯 애완 몬스터에게 힘을 실어주는 스킬 위주이며 FL4K이 받는 피해를 경감시켜 생존성도 보장한다. 아울러 세 가지 스킬 트리 모두 애완 몬스터를 보다 강력한 상위종으로 성장시키는 펫 스킬이 두 개씩 존재한다.
기자는 프롤로그 파트에서 스토커, 중반부 파트에서 마스터 트리를 탔다. 다만 프롤로그에서는 캐릭터를 거의 성장시킬 수 없어 딱히 스킬에 대한 체감은 없었다. ‘사라지기’는 여전히 최고의 생존기이지만 아직은 지속 시간을 늘리거나 쿨다운하는 보조 패시브를 찍기가 힘드니. 마스터 트리의 ‘감마 버스트’는 매우 강력하며 애완 몬스터가 피해를 주면 FL4K의 체력이 차고 역으로 FL4K이 받은 피해는 애완 몬스터가 가져가는 식으로 탱킹이 가능했다. 반면 공격력 강화 스킬이 없어 화력에서 손해를 보는 느낌.
스파이더앤트의 헌터 트리, 치명타 강화가 많아 스나이퍼에게 적합하다.
재버의 스토커 트리, FL4K과 펫이 함께 중근거리 난전에 뛰어들기 좋다.
스캐그의 마스터 트리, 펫을 중심으로 운용하는 방어적인 스킬 구성이다.
다시금 판도라로 떠날 그 날을 기다리며
종합하자면 FL4K은 육성하기에 따라 탱커로 전면에 나설 수도 있고 스나이퍼로 후방 지원을 맡을 수도 있는 다재다능 캐릭터다. 다만 기대했던 애완 몬스터의 존재감이 약간 희미하지 않았나 싶다. 전작 액스턴의 터렛과 게이지의 데스트랩도 뒤로 갈수록 쓸모가 없어지는 문제가 있었는데 FL4K의 애완 몬스터는 그보다 더 수수한 성능이다.
아마도 터렛이나 데스트랩과 달리 늘상 나와있다는 특성을 고려하여 살짝 약하게 만든 듯한데, 그만큼 캐릭터 개성이 죽어버려 아쉽다. 하필 셋 다 육상 생물이라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는 길찾기 AI도 거슬렸고. 물론 최적의 육성 방식을 찾기에는 짧은 시연이었고 그냥 기자가 절망스럽게 못한 것일 수도 있으니 정식 출시 후 직접 확인해보기 바란다.
중반부를 마스터 트리로 진행했는데, 펫이 피해를 흡수하고 흡혈도 해준다.
다만 보스전 같이 긴박한 상황에서 펫이 밥값을 제대로 했는지는 글쎄…
이런 일도 있었다. 중반부 파트에서 AI 발렉스가 추락한 함선을 장악한 제니비브에 맞서 플레이어를 안내해주는 부분이 나온다. 그런데 도중에 길이 막혀서 20분 넘게 헤매다(시연 영상에서는 잘라냈다) 게임을 껐다 키고 나서야 그것이 버그였음을 알았다. 발렉스가 앞장서며 문을 열어줘야 하는데, 도중에 어디다 끼여서 움직이지 못했던 것이다. 아직 시연 버전인 만큼 그냥 보아 넘길 수도 있겠으나 대대로 출시 초기 버그가 난무한 시리즈인만큼 걱정이 앞선다. 부디 부디 ‘보더랜드 3’는 이런 마감 문제로 안 먹어도 될 욕까지 먹진 않길 바란다.
기어박스 소프트웨어가 만들고 2K가 유통하는 신작 FPS ‘보더랜드 3’는 오는 9월 13일 음성을 포함한 한국어화 정식 발매된다. 지원 기기는 PC, PS4, Xbox One이며 PC 버전의 경우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 6개월간 독점 판매한다. 다음은 시니어 프로듀서 앤소니 니콜슨, 아트 디렉터 스캇 케스터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기어박스 아트 디렉터 스캇 케스터와 시니어 프로듀서 앤소니 니콜슨.
● 전작도 즐길 거리가 참 많은 게임이었다. 콘텐츠 볼륨을 비교해달라
: 전작과 정확히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어마어마한 볼륨인 것은 확실하다. 일단 여러 행성에 걸쳐 사건이 전개되기 때문에 물리적인 공간 자체가 훨씬 더 커졌다. 그만큼 적의 종류와 수도 늘어났고. 이곳에서 멋진 메인 캠페인은 물론 수많은 사이드 미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총기가 10억 개나 된다고 소개했는데, 진짜 특이하다 싶은 게 있나
: 별여별 총기가 많은데 하나를 꼽자면 다리가 달린 녀석이다. 말 그대로 총에 다리가 있어서 적을 쫓아다니며 쏜다. 그리고 상대를 직접 조준해도 되지만 여러 각도로 쐈을 때 탄환이 비틀거리듯 궤적을 바꾸며 날아가는 총기도 있다.
● 사실 총기가 10억 개라 해도 결국 쓰이는 것만 쓰이는 게 현실이다
: 10억 개나 되는 총기의 밸런스를 맞추긴 쉽지 않지만 여러 공식을 통해 최대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다만 PvP 게임이 아닌 협동 멀티플레이 게임이므로 밸런스보다는 재미를 우선한다. 물론 내부적인 기준이 전부는 아니고 플레이어 여러분의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반영하고 조정해갈 계획이다. 우리는 커뮤니티를 매우 소중히 여긴다.
● 릴리스, CL4P-TP을 시작으로 전작의 여러 캐릭터가 다시금 등장한다
: 전작의 캐릭터들은 미션을 수행할 때 단순히 에스코트를 해주기도 하고 함께 싸우는 부분도 있다. 플레이어 여러분이 쓰러졌을 때 곁에서 부활시키기도 하고.
● 전작은 DLC가 여럿 나왔다. ‘보더랜드 3’ 업데이트 로드맵이 궁금하다
: 전작처럼 여러 추가 콘텐츠를 계획 중이다. 모두 스토리에 기반한 캠페인 DLC이므로 기대해주기 바란다.
● 협동 멀티플레이 시 레벨 동기화가 정확히 어떻게 작동하는 건가
: 특정 캐릭터의 레벨에 나머지 파티원을 끌어다 맞추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다. ‘보더랜드 3’ 레벨 동기화는 수학적 알고리즘에 의해 여러분이 주거나 받는 대미지를 적정하게 조절해준다. 그래서 레벨이 다른 친구끼리 같이 게임을 즐겨도 자연스럽게 함께 놀 수 있다. 전리품 획득 역시 각자 필요한 것을 챙기는 인스턴스 루팅으로 바꿨는데, 보다 전통적인 방식을 선호하는 이들을 위해 이 부분은 옵션에서 끌 수 있도록 해 놓았다.
● 여러 게임 플레이가 개선되었지만 특히 물리 효과가 인상적이다
: 적에게 영향을 끼치거나 사물을 파괴하는 물리적 측면에서 훨씬 더 많은 개선을 이루었고 긍정적인 피드백도 받고 있다. 상호작용이 가능한 사물이 굉장히 많아졌는데, 가령 엄폐물에 숨거나 파괴할 수 있고 기름으로 가득한 늪지에 불을 붙이는 것도 가능하다.
● ‘보더랜드’ 시리즈 특유의 아트 스타일은 어디서 영감을 받았나
: 동서양의 아주 많은 것들이 영감을 준다. 일본의 애니메이션도 있고 미국의 그래피티도 있다. 다만 경쟁작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어서, 일부러 개발 도중에는 다른 게임을 하지 않고 우리만의 개성적이고 고유한 아트를 구현하려 노력한다.
● ‘보더랜드’ 특유의 감성을 살리기 위해 한국어화 시 요구사항이 있었나
: 현지화에 특별한 요구사항을 걸었던 기억은 없다. 다만 결과물을 가지고 내부 피드백을 받았을 때 굉장히 반응이 좋아서 기뻤다.
● PC, PS4, Xbox One 등으로 출시되는데,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할 순 없나
: ‘보더랜드 3’는 혼자 즐겨도 즐겁지만 협동 멀티플레이 시 재미가 배가되는 게임이다. 이것은 시리즈의 DNA와도 같다. 당연히 크로스 플랫폼에 관심이 있지만 당장 출시 시점에서 지원하긴 어려울 듯하다.
● 닌텐도 스위치는 어떤가. ‘보더랜드 3’를 휴대하며 즐기고 싶다
: 우리도 닌텐도 스위치를 좋아하고 자주 즐기지만 현재로선 포팅 계획이 없다. 만약 여러분이 스위치 버전을 원한다면 그러한 피드백을 많이 보내주기 바란다. 2K와 기어박스 소프트웨어는 언제나 커뮤니티에 관심을 기울이며, 관련 피드백이 충분해야 새로운 사업적 시도를 타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