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라이프’부터 ‘도타 2’까지 수많은 흥행작을 배출해온 밸브가, 결국 자사의 TCG ‘아티팩트(Artifact)’ 개발 중단을 선언하며 업력에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2018년 11월 정식 론칭한 ‘아티팩트’는 세계적으로 인기리 서비스 중인 ‘도타 2’ IP를 활용한 디지털 카드 게임으로, ‘매직 더 개더링’의 아버지 리처드 가필드가 개발을 주도하여 큰 기대를 모았다. 미리 게임을 플레이한 여러 외신의 평가도 호평 일색이었기에 론칭 직후 판매 역시 호조였으며, 첫날 동시접속자 6만 명을 넘겨 안정권에 접어드는 듯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아티팩트’는 밸브의 또다른 흥행작이 되지 못했다. 순풍만범이었던 첫날 동시접속자 6만 명은 일주일만에 절반 가량 감소하였고, 연말 즈음에는 1만 명대가 붕괴하여 사실상 PvP 게임으로서 생명력이 고갈됐다.

TCG 자체의 진입 장벽도 높거니와, Free to Play를 지나치게 배제한 구조가 신규 인원의 유입을 저해한 탓이다. 초기에 빈약한 콘텐츠에도 불구하고 기본 판매가 2만 2,500원으로도 모자라 인게임에서 카드팩을 얻기가 매우 제한된 구조라는 게 문제였다.

결국 밸브는 2019년 초, ‘아티팩트’의 실패를 인정하고 한동안 원인 분석에 골몰했다. 그리고 얼마 후 게임의 설계를 전면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아티팩트 2.0’ BETA를 열었다. 그렇게 ‘아티팩트’는 게이머 대다수에게 잊혀진 다시금 한 해를 넘겼다.

즉 금번 ‘아티팩트’ 개발 중단 선언은 ‘아티팩트 2.0’ BETA에서조차 게임을 되살릴 단초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밸브는 “게임 측면에서는 목표한 바를 대부분 달성했기에 상당히 만족스러웠으나, 실제 플레이어 수는 현재 시점에서 추가 개발을 진행할 수준이 되지 못했다. 그러하기에 어렵사리 Artifact 2.0 베타의 개발을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남겨진 게임은 스팀 스토어에서 제거되지 않고, 앞으로는 누구나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다. 최초 공개되었던 ‘아티팩트’는 ‘아티팩트 클래식(Artifact Classic)’으로, 재설계를 거친 ‘아티팩트 2.0’은 ‘아티팩트 파운드리(Artifact Foundry)’로 각각 서비스된다.

‘아티팩트 클래식’은 전선에 무제한 유닛 동원이 허용되므로, 대규모 군대를 조성하여 상대와 격돌한다. 플레이어는 전선마다 강력한 주문과 자원을 투입하여 상대를 압박하는 한편, 적의 포탑이 무너지거나 아군 포탑이 위협을 받을 때 세력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대량으로 무작위 이벤트가 진행되는데, 심사숙고하고 심원한 지식을 활용하여 정리해야 한다.

‘아티팩트 파운드리’의 게임플레이는 좀 더 직관적이다. 섞인 덱에서 거의 모든 무작위 요소가 삭제되었으며 영웅이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한 역할을 수행한다. 영웅에 더해, 게임 안에서 거의 모든 카드가 어느 정도 개편되어 좀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집중하기 쉬워졌다. 100가지가 넘는 신규 카드와 20명의 새로운 영웅이 ‘아티팩트 파운드리’에 추가되었다.

‘아티팩트 클래식’은 튜토리얼, 사전 구성 봇 플레이, 게임 내 대회 시스템, 단일 게임 사전 구성 글로벌 매치메이킹, 연승 순위가 정해지는 사전 구성 이벤트(미리 구성된 덱을 선택하여 패배할 때까지 플레이), 사전 구성 도전 승부(전체 세트로 덱을 구성하고 2패를 하기 전 5승 하기), 전체 덱 선발 도전 승부(제한된 수로 선택된 카드에서 덱을 구성한 다음 2패를 하기 전 5승 하기)를 지원한다.

‘아티팩트 파운드리’는 튜토리얼(확장됨), 싱글 플레이어 캠페인, 사전 구성 봇 플레이, 영웅 선발 봇 플레이, 봇 퍼즐(플레이어가 제작한 퍼즐 지원 포함), 사전 구성 래더(전체 세트로 덱을 구성하고 실력에 따라 순위 올리기), 1대1 영웅 선발 래더(상대에 맞서 적절한 영웅과 맞상대 영웅을 선택한 다음 해당 영웅에서 생성된 덱으로 플레이, 실력에 따라 순위 올리기)를 지원한다.

두 버전은 무료화 방식에 소소한 차이가 있다. ‘아티팩트 클래식’은 모든 플레이어가 모든 카드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구매 이력이 있는 플레이어의 기존 카드에 한하여 특별한 ‘수집가의 선택품’으로 전환되어 장터에서 거래할 수 있다. 유료 이벤트 참가권은 삭제되었다.

‘아티팩트 파운드리’는 게임을 플레이하여 카드를 획득한다. 모든 카드는 인게임에서 획득 가능하며 카드나 팩이 판매되진 않는다. 장터에서 거래도 불가하다. 제작 중이던 최종 카드 아트는 모두 게임에 추가될 것이다.

끝으로 밸브는 “모든 ‘아티팩트’ 플레이어에게 감사한다. 우리는 이렇게 하는 것이 커뮤니티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두 게임과 관련하여 그동안의 작업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더 많은 게이머 여러분이 즐기도록 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