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위의 세계사 - 한 장으로 압축된 인류의 역사
정가 : 17,500원
인류 기술의 집약체인 고지도를 제대로 읽으려면 지도에 기재된 내용을 파악함과 동시에 지도제작자, 제작의 목적, 지도 제작 기술, 지도가 제작된 시기의 역사적 상황 그리고 지도에 담긴 세계관 등을 함께 알아야 한다. 이 책은 세계 지도사에서 중요하게 평가받는 10장의 고지도를 통해 고지도 읽는 법을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지도 위의 세계사》를 통해 고지도는 단순히 오래된 지도 한 장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의 역사를 나타내고, 인류가 오랜 세월 축적해온 기술의 집약체임을 알 수 있다.
1장 바빌로니아의 세계지도 : 신의 눈으로 천지를 보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세계 최초로 세상에 질서와 구조를 부여하고, 바빌론을 지도 가운데에 위치시켜 그들의 수도를 세상의 중심으로 바라보았다.
2장 프톨레마이오스의 세계지도 : 그리스인이 본 철학적 세계
‘지구는 편평하다’는 믿음을 최초로 깨트린 사람들은 그리스인이었다. 점차 ‘우주가 구형이라면 지구도 구형일 것’이라는 주장이 그리스 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3장 헤리퍼드 마파문디: 중세 기독교의 세계관을 담다
천지창조와 예수 재림, 최후의 심판에 이르는 과정, 신적 질서와 설계가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성서의 내용이 지도에 고스란히 등장하기 시작했다.
4장 알 이드리시의 세계지도: 그리스 철학과 이슬람 과학의 만남
중세 유럽의 지리학이 퇴보한 가운데, 이슬람 세계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문헌을 아랍어로 번역해 수용한다. 나아가 천문학, 지리학, 수학의 발전에 힘입어 고대에 작성된 지도를 계승·발전시킬 수 있었다.
5장 배수의 제도육체: 동양의 지도 원칙을 세우다
동양에서는 어떻게 지도를 그렸을까? 동아시아에서는 서구에서 개발한 지도 제작 기법이 들어오기 전부터 제도육체, 방격법, 평환법, 백리척 등 기하학을 바탕으로 한 거리계산법을 활용했다.
6장 메르카토르의 아틀라스: 지도학의 황금기
정치적, 종교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 뛰어난 항해술과 조선업 기술, 인쇄 산업의 중심지였던 네덜란드는 문화의 중심지로 성장했으며 지도학은 황금기를 맞는다.
7장 카시니의 프랑스 지도: 지도는 어떻게 국가를 완성하는가
약 150년간 4대에 걸쳐 카시니 가문이 제작한 지도는 중앙집권적 방식의 지도이자 프랑스 시민이 국가라는 공간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든 대단한 발명품이었다.
8장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새 나라 조선의 기틀을 세우다
새로운 왕조를 연 조선은 역성혁명을 정당화하고자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막 움트기 시작한 왕조를 안정시키려는 일환으로 만들어진 지도에는 천문과 지리가 제왕의 학문임을 나타내고자 했다.
9장 김대건의 조선전도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서방에 한반도를 알린 지도들
19세기 격변의 시기, 조선 최초의 천주교 사제가 만든 조선의 지도. 김대건 신부는 무슨 목적으로 조선전도를 작성했을까? 또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와는 무엇이 다를까?
10장 존 스노의 콜레라 지도: 전염병을 다스리다
마취과 의사 존 스노가 밝힌 콜레라의 진실. 모두가 콜레라의 원인을 독기라고 생각할 때 그는 오염된 물을 발병의 원인으로 꼽았다. 존 스노는 어떻게 지도를 활용해 콜레라를 막을 수 있었을까.
참고 문헌 및 자료 출처
지도를 제작함으로써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세계 최초로 거대하고 한계가 정해지지 않은 세상에 대해 질서와 구조를 부여했습니다. 아울러 지도를 제작해 세상의 기원에 대한 상징적이고 신화적인 내용을 묘사했을 뿐 아니라 현실 세계 추상화를 시도했습니다. 즉 지구 표면에 존재한 도시나 지역 등을 원이나 삼각형, 점, 글자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살았던 바빌로니아를 지도 가운데에 위치시켜 그들의 수도를 세상의 중심으로 바라보았습니다.
-1장 ‘바빌로니아의 세계지도’ 중에서
이러한 도법은 유클리드 기하학을 이해한 사람이면 누구나 그릴 수 있었기에 당시에는 혁신적인 지도 제작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도법으로 그린 지도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은 13세기에 들어서입니다. 이처럼 프톨레마이오스가 과학적으로 지도를 작성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은 무질서한 세계에 기하학적 질서를 부여해 세계를 이해하려는 목적이었지요. 프톨레마이오스의 세계지도에는 당시 사람들이 알고 있던 세계가 나타나 있습니다. 우선 지도의 서쪽 끝은 아프리카 북서부 카나리아 제도이며 동경 0도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지도의 동쪽 끝은 동경 180도로 표시되어 있으며 근처에 중국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남쪽은 남위 25도까지 표시되어 있고 북쪽은 툴레가 있는 북위 63도까지 표시되어 있습니다.
-2장 ‘프톨레마이오스의 세계지도’ 중에서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하루아침에 해외로 팔려 나갈 상황이라는 사실이 영국의 유력 일간지 <타임스(The Times)>를 통해 알려지자 영국 시민들은 분노했습니다. 이에 이 유물을 헤리퍼드 대성당에 온전하게 유지할 여러 가지 방안이 나왔는데, 자선사업가 폴 게티(Paul Getty)가 100만 파운드를 기부했고, 영국 문화재 보존기금에서 200만 파운드를 내놓는 등 도움의 손길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로써 성당 수리뿐 아니라 헤리퍼드 마파문디를 수용할 새로운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비용이 마련되었습니다.
-3장 ‘헤리퍼드 마파문디’ 중에서
이들 지도는 모두 이슬람 지도의 특징대로 남쪽을 지도 위쪽에 배치했어요. 아울러 세부 지역도 70매는 동에서 서로 길게 뻗은 7개 기후대를 10개 지역으로 나누어 만들었습니다. 신라가 등장하는 도엽은 제1기후대의 10번째 지도이며, ‘신라’섬들과 중국이 그려져 있습니다.
가장 북쪽인 제7기후대는 지금의 영국부터 스칸디나비아반도, 시베리아 지역이 해당합니다. 지구상의 인간이 사는 세상을 7개 기후대로 나눈 것은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가 고안한 이래 사용되었지만, 7개 기후대를 다시 10개 구역으로 세분화한 것은 알 이드리시가 처음 시도한 대담한 방식이었습니다.
-4장 ‘알 이드리시의 세계지도’ 중에서
나아가 축척, 방위, 거리를 한번에 손쉽게 정리하는 방법으로 100리를 한 모눈으로 하는 방격도법(方格圖法)이 있는데, 장형이 고안한 이 도법은 배수가 제도육체를 언급하기 이전에 만들어진 지도 제작 기법이에요. 이 방법을 사용하면 지도의 모눈 한 칸이 100리인 축척이 되고, 가로세로 선은 남북 방향을, 좌우 선은 동서 방향을 나타내므로 방위도 정리되지요. 또 모눈의 주요 지점이 배치되므로 거리 또한 정확하게 표시할 수 있습니다.
-5장 ‘배수의 제도육체’ 중에서
메르카토르가 살았던 16세기에 작성된 일반적인 지도들은 방향, 거리, 육지의 형태, 경위도 등이 모두 부정확하다는 문제점이 있었어요. 메르카토르는 이러한 문제점을 지닌 해도를 개선하고자 ‘정각도법’, 즉 지구상 두 지점 간 각도가 정확하게 표현되는 도법을 세계 최초로 고안했습니다. 메르카토르 도법 지도는 경도선과 위도선이 모두 90도, 즉 직각으로 교차합니다. 그리고 경도선의 경우 동일 간격으로 지도상에 모두 표시되지요.
-6장 ‘메르카토르의 아틀라스’ 중에서
루이 14세의 재무장관이었던 장 바티스트 콜베르(Jean-Baptiste Colbert, 1619~1683년)에게는 더 많은 이유로 프랑스 전역을 세세히 다룬 지도가 필요했습니다. 그는 국가가 부강하려면 수출을 많이 하고 수입을 억제하여 부를 축적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일종의 보호무역주의를 담은 중상주의(重商主義)를 신봉한 사람이었어요. 콜베르는 프랑스를 중상주의적으로 운영하고자 했기에 프랑스 왕국에 분포한 국가의 자원을 지도상으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각 지역이 전쟁에 적합한지, 농업에 적합한지, 상업에 적합한지, 제조업에 적합한지를 판단하고, 각 지역에 도로와 수로와 강이 있는지, 만일 있다면 그것을 개선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평가할 목적이었지요.
-7장 ‘카시니의 프랑스 지도’ 중에서
이 지도는 한 장짜리이지만, 지도가 만들어지는 데는 최소 4가지 지도가 활용되었습니다. 원나라 이택민의 성교광피도(聲敎廣被圖), 명나라 청준의 혼일강리도(混一疆理圖), 조선 지도, 일본 지도가 그것입니다. 우선 성교광피도에서는 전체 윤곽과 당시 지명과 외역 지방을 참조했습니다. 현재 남아 있는 대명혼일도(1391년)가 이와 유사합니다. 혼일강리도에서는 한반도와 일본 지역의 역대 제왕 국도와 주군 연혁을 참조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선 지도는 이회(李薈)가 그렸다고 알려진 ‘팔도지도(八道地圖)’를 사용했으리라고 추정합니다. 그 이유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제작의 실무를 이회가 담당했다고 권근이 쓴 발문에 나타나 있기 때문이에요. 다만 이회의 지도는 실물이 현존하지 않아 정확한 형태를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일본 지도는 당시 조선이 가지고 있었던 다소 간략한 지도로 추정됩니다.
달의 산에서 나온 나일강과 알렉산드리아 등대의 존재가 중세 이슬람 지도와의 관련성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학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 원나라 시기에 들어온 중동, 유럽, 아프리카 지역의 지리 정보가 담긴 이슬람 지도가 원나라의 성교광피도 등에 반영되었고, 이것이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에까지 이어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8장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중에서
김대건 신부는 무슨 목적으로 조선전도를 작성했을까요? 당시 파리외방전교회에서는 조선에 육로로 가톨릭 성직자를 보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던 까닭에 해로로 성직자를 보내려고 노력했어요. 해로로 선교사를 파견하려면 조선의 지리 정보가 필요했고, 조선에서 포교 활동을 하는 데도 마찬가지로 지리 정보가 필요했지요. 이러한 이유로 김대건 신부는 조선 정부가 보관하고 있던 세밀한 지도를 복제하여 조선전도를 작성했던 것입니다. 이 지도는 서울이 ‘Seoul’이라는 로마자로 처음 표기되었고, 한글 발음 방식으로 지명이 기재되었으며, 독도인 우산도가 쓰여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닙니다.
-9장 ‘김대건의 조선전도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중에서
존 스노의 콜레라 지도에서 가운데 부분에 보이는 ‘◉PUMP’가 바로 유명한 브로드가의 펌프예요. 주변에 그려진 막대는 콜레라 사망자를 나타냅니다. 쿠퍼의 지도에도 펌프가 기재되어 있기는 하지만 크기가 매우 작고, 하수도 정보까지 함께 제공되어 있어 펌프의 중요성이 부각되지 않지요. 그러나 존 스노의 지도에서는 하수도나 무덤 등 독기 이론과 관련된 정보는 없고, 단지 펌프와 콜레라 사망자라는 두 가지 주제만 제시함으로써 콜레라의 중요한 원인이 펌프임을 명확하게 나타냈습니다.
-10장 ‘존 스노의 콜레라 지도’ 중에서
고대인들은 세계를 어떻게 인식했을까?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탐험가들은 어떤 지도를 보며 항해했을까?
아름다운 지도 위에 그려진 그림의 의미는 무엇일까?
인류 문명과 기술의 집약체, 지도
인류가 만든 최초의 지도는 현재까지 연구된 바, 바빌로니아에서 점토판에 새겨진 ‘바빌로니아의 세계지도’이다. 지역 간의 이동조차 쉽지 않았을 고대의 사람들이 왜, 어떻게 지도를 만들었을까? 역사지리학자 김종근은 바빌로니아의 지도가 단순히 지리 정보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우주관을 나타내는 일종의 모식도라고 설명한다. 지구가 편평하다고 생각한 고대인들부터 차츰 지구가 구체임을 인식한 그리스인, 중세 기독교의 세계관을 신기하고 섬세한 그림으로 표현한 헤리퍼드 마파문디, 그리스 철학과 이슬람의 과학 기술이 만나 발전된 알 이드리시의 세계지도, 항해술과 조선술, 인쇄술의 발달에 힘입어 지도학의 부흥기를 만들어낸 메르카토르의 아틀라스 등 세계사를 이끈 지도의 발전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바빌로니아의 세계지도부터 콜레라 지도까지
동아시아에서는 서구의 지도 제작법이 유입되기 전부터 기하학을 이용한 독자적인 방식으로 지도를 제작하고 활용했다. 지도 제작의 여섯 가지 원리를 확립한 배수의 제도육체를 기본으로 방격법, 평환법, 백리척 등의 제작법이 발전하였고, 이는 조선의 지도 제작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조선에서 만든 동아시아 최초의 세계지도인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동서양을 통틀어 당대의 가장 뛰어난 지도로 인정받는데, 이는 원나라, 명나라, 일본 등지의 지리 정보가 통합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유럽 사회에 조선을 널리 알린 김대건 신부의 조선전도는 한글 발음 방식으로 조선의 지명을 적었을 뿐 아니라 ‘서울’과 ‘독도’가 표기되어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한편 서양에서는 150여 년에 걸쳐 제작된 카시니의 프랑스 지도가 근대 국가 형성에 실제적으로 활용되었으며 지도 제작의 기준을 세우고 지도학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영국 런던의 마취과 의사 존 스노는 콜레라 지도를 제작함으로써 당대의 끔찍한 전염병 콜레라의 원인을 밝혀내 역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지리학 박사
김종근이 알려주는 고지도 읽는 법
저자 김종근은 역사지리학 및 지도학사를 연구하는 지리학자다. 정확하고 깊이 있는 학술 정보를 기본으로, 지구평면론자들의 이야기부터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예시와 설명을 통해 고지도를 친절하고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인류 기술의 집약체인 고지도를 제대로 읽으려면 지도에 기재된 내용을 파악함과 동시에 지도제작자, 제작의 목적, 지도 제작 기술, 지도가 제작된 시기의 역사적 상황 그리고 지도에 담긴 세계관 등을 함께 알아야 한다. 이 책은 세계 지도사에서 중요하게 평가받는 10장의 고지도를 통해 고지도 읽는 법을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지도 위의 세계사》를 통해 고지도는 단순히 오래된 지도 한 장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의 역사를 나타내고, 인류가 오랜 세월 축적해온 기술의 집약체임을 알 수 있다.
지도로 알아가는 세계의 역사.
이거 진짜 책이야? 아무리 이미지 많더라도 한페이지에 거의 한 문단만 있는 건 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