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현실국가를 캐묻다 -《국가》탐구
정가 : 28,000원
정보 : 400쪽
정치 체제에 관한 최고 원천源泉들을 시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우리 시대, 사상사로 읽는 원전’ 시리즈의 둘째 권은, 플라톤의 대화편 중에서도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알려진 《국가》에 관한 탐구서다. 《국가》는 그에 관한 많은 연구서와 해설서가 있음에도 그 방대한 분량과 심오한 주제들로 인해 일반 독자들이 제대로 읽어 내기가 쉽지 않다.
이에 저자는 플라톤의 강조점에 따라 목차를 재구성하여 《국가》 원문을 상세히 요약 및 해설하고 있으며, 올바른 공동체 이념을 고민해야 하는 우리 시대로부터의 날선 통찰도 담아내고 있다. 특히 ‘쾌락이라는 참주’에게 휘둘리던 아테나이 민주정에 대한 플라톤의 회고적 통찰로부터 올바른 민주주의 이념 실현의 현실적 대안까지도 찾아내고 있다. 여기에는 플라톤이 공동체의 최고선이라고 생각했던 ‘바람직한 이득’에 관한 주제의식이 큰 흐름을 차지하고 있는바, 이 주제의식은 오늘날 ‘국가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들의 ‘잘 삶’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 책은, 원문 전체를 충실하게 읽어 냄으로써 《국가》 텍스트의 탁월함을 밝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가 생겨난 시대 속에서의 생명력과 우리 시대와의 연관성을 검토해 나감으로써 《국가》를 읽는 새로운 관점과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출간사
서문
서론 또는 문제 제기: 올바름에 관한 의견들
1. 페이라이에우스로 내려감 327a~328a
2. 케팔로스: 관습에 따른 올바름(1) 328b~331c
3. 폴레마르코스: 관습에 따른 올바름(2) 331d~336a
4. 트라쉬마코스: 강자의 편익으로서의 올바름과 세상의 이치 336b~354c
5. 올바름은 부정의보다 나은가? 357a~367e
제I부 o 공동체의 구성과 올바름
1. 공동체의 성립
1.1. 최소한도의 나라 368a~372b
1.2. 호사스런 나라 372c~374d
2. 공동체의 수호자들
2.1. 수호자들의 성향 374e~376c
2.2. 수호자들의 교육 내용
2.2.1. 시가에 의한 교육 376c~392c
2.2.2. 시가의 이야기 투 392c~398b
2.2.3. 노래와 서정시가의 양식 398c~401c
2.2.4. 시가 교육이 중요한 까닭 401d~403c
2.2.5. 체육에 의한 교육 403c~410b
2.2.6. 혼의 두 측면을 위한 시가와 체육의 혼화 410c~412b
2.3. 수호자들의 선출과 목표
2.3.1. 수호자들의 구분 412c~415d
2.3.2. 수호자들의 삶의 방식 415e~421c
2.3.3. 한 나라를 지키는 참다운 방책과 교육 421d~427c
3. 한 나라와 한 사람에서의 올바름
3.1. 한 나라에 있어 세 가지 성질의 것들과 올바름 427d~434c
3.2. 영혼이 지니고 있는 세 가지 성질의 것들과 올바름 434d~445e
4. 공동체의 조직 형태
4.1. 남녀의 공동관여 449a~457b
4.2. 공동체를 위한 가족 제도 457b~466d
4.3. 전쟁 규범 466e~471b
제II부 o 공동체의 궁극적 근거와 철학적 정치가
1. 철학적 정치가의 통치
1.1. 역설: 정치 권력과 철학의 합치 471c~474b
1.2. 철학자의 정의 474c~480a
1.3. 철학자의 성향 484a~487a
1.4. 철학자와 당대 사람들과의 불화 487b~496e
1.5. 철학적 정치가의 가능성 모색 497a~502c
2. 좋음의 이데아와 철학적 정치가의 임무
2.1. 배움의 최고 대상이자 도덕적 목적 : 좋음의 이데아 502d~506c
2.2. 좋음의 소산: 태양의 비유 506d~509c
2.3. 의견과 지성에 의한 앎: 선분의 비유 509d~511e
2.4. 철학적 정치가의 도야 과정: 동굴의 비유 514a~517a
2.5. 세 비유의 종합과 철학적 정치가의 임무 517b~521c
3. 철학적 정치가의 교육
3.1. 예비 교과 521d~531c
3.2. 변증술 531d~534e
3.3. 선발 및 교과 배정 535a~543c
제III부 o 나쁜 상태의 네 가지 정체와 시민들
1. 정체 변화의 방식 543d~547a
2. 명예 지상 정체 547b~550b
3. 과두 정체 550c~555a
4. 민주 정체 555b~561e
5. 참주 정체 562a~576b
제IV부 o 참된 올바름과 궁극적 보답
1. 올바른 자와 올바르지 못한 자의 행복 576c~580c
2. 혼의 부분들에 따른 즐거움과 지혜를 좋아하는 사람의 즐거움 580d~583a
3. 참된 즐거움과 거짓된 즐거움, 그것들 각각에 따른 삶 583b~588a
4. 올바름이 이로운 까닭과 올바른 나라의 존재 588b~592b
5. '본'을 본받는 방법 595a~608b
6. 혼의 불사와 올바름에 대한 궁극적 보답
6.1. 혼의 불사 608c~612a
6.2. 올바름에 대한 궁극적 보답 612b~621b
추기追記
원전 및 참고문헌
P. 127
'플라톤이 염려하는 것은 형평이라는 기준을 객관적으로 놓고 적용하느라 참된 올바름을 입 밖에 꺼낼 수 없게 되는 상황이다. 유형의 객관적 기준을 내놓으면 집단적으로는 통용 가능하고올바름과 비슷해 보이는 것에 접근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올바름이 되지는 못한다. 억울하고 존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생기면 그것은 올바름이 실현되지 않은 상태다. 이러한 올바름을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바로 민주 정체의 참다운 정치가들이다.플라톤이 이러한 방식으로 올바름을 생각한 까닭이 뭘까?'많은 사람'이 자신들의 의견을 내놓고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 체제였기 때문이다. 모든 시민이 주권자인 민주 정체에서 당파싸움이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면서 이런 걸궁리한 것이다. 플라톤이 민주정을 반대했다면 이건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다. 모두의 입을 닥치게 하는 억압과 통제의 방책이면충분하니까. 플라톤은 민주정을 반대한 사람이 아니라 민주정에서벌어지는 싸움을 지성적으로 해결하려 한 사람이다. 민주 정체에서 정치 지도자들이 가져야 할 덕목에 대해서 연구한 사람이다.'
P. 142
'인간은 합리적이며 본성상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은 이른바 '자유민주주의'가 불변의 것으로 전제하는 명제이다. 각각의 개인이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고그 선택이 모이면 사회의 이익이 극대화된다고들 한다. 굳이 전체의 입장에서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부정하면 곧바로 '전체주의'라는 딱지를 붙인다. 이는 거짓 이분법의 잘못을저지르는 논변이다. 인간이 언제 어디서나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것을 계산할 만큼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새삼스럽게 증명할필요도 없다.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이라는 것이 명백한 경우도 아주 많다. 그렇다면 전체를 고려할 필요가없는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몇몇 개인이 극단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해도 다른 사람들이 건전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거나, 그들몇몇의 못된 짓 따위가 공동체에 큰 타격을 입히지 않을 만큼 공동체가 탄탄했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건전함이 무너지는 사태, 이를테면 대규모 역병이 번지는 상황이면 인간의 이기심은 극대화되고내 한몸 돌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는다. 이럴 때 최소한 통치자 집단 구성원이라도 자신의 몸과 이익을 돌보지 않아야 그 공동체가 유지된다. 우리는 투퀴디데스의 기록을 통해, 위기의 시대에 공동체가 어떻게 해체되고 사람들이 얼마나 사악해지는지를 펠로폰네소스 전쟁 초반 아테나이에 역병이 번지면서 벌어진사태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다.'
P. 251
'《국가》는 공동체에 대해 논의하면서 가장 먼저 수호자들의 성향을 다루었다. 성향은 성격으로 이어진다. 수호자들이 올바른 도덕적 성격을 갖추려면 올바른 내용을 갖춘 시가를 배워야 하고 체육에 의한 교육을 받아야 하며, 그 둘을 잘 조화시켜야만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이나 《수사학》에서 논의한 것을 참조하면, 인간의 성격(?thos)은 도덕적 의도(proairesis)에 의해 결정되고도덕적 의도는 목적(telos)에 의해 결정된다. 성향 또는 성격은 일종의 도덕적 요소이고, 의지의 일정한 상태나 방향을 드러낸다. 도덕적 의도, 개인이 가진 지속적인 성향, 기풍과 감정 등이 모두 결합되어 인간의 행위가 나타난다. 올바른 수호자가 되려면 이것들이잘 조화를 이루어야만 하는 것이다. 성격은 사람이 삶을 영위하는생활세계에서 형성된다. 어디서 어떻게 살았는지가 한 사람의 성격을 만드는 것이다. 거칠고 험한 곳에서 그런 것들만 보고 자라면거칠고 험한 인간이 된다. 플라톤이 공동체 수호자들의 시가 교육에 잔뜩 공을 들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P. 319
'나쁜 상태의 네 가지 정체를 읽을 때 주의해야 할요점 두 가지를 다시 한 번 정리해 두자. 첫째, 나쁜 상태의 네 가지 정체라는 말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논변의 바탕에 깔려 있는것은 무엇보다도 좋은 나라가 되어야 그 안에 사는 사람들도 좋은사람들이 된다는 것이다. 둘째, 사람들이 각자의 금고와 재산을 탐닉하면서 그것에 신경을 쓰는 것이 정체의 타락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 둘은 사실상 서로 맞물리는 관계에 있다. 좋은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타락하게 되면 나라도 타락한다. 플라톤이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정신적 퇴락이 체제의 쇠퇴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변론》에서는정치 체제라는 구체적인 맥락이 거론되지 않은 채 쾌락이 인간의삶 자체를 타락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었는데, 《국가》에서는 쾌락이 아닌 부유함이 타락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플라톤은 훌륭함과부유함은 상반된 것이라고 설정하고 정체의 변화를 설명한다. 이는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부유한 사람들 중에도 얼마든지 훌륭한사람은 있을 수 있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핵심적인 논쟁점이 부유함으로 집중된다.'
P. 341
'쾌락을 억제하고 없애면 인간이 행복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아주 옛날에 부처님 같은 분들이었고, 그렇게 말한 정치사상가는 없다. 심지어 플라톤도 없애야 한다고 하지 않고 조화를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쾌락을 기본값으로 가지고있다. 이것을 다른 말로 쓰면 이기심이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심을가지고 있다. 이기적 개인들이 그 쾌락을 충족시키려 하는 상태는홉스가 말하는 자연상태다. 자연상태론은 새삼스럽지 않다. 플라톤도 과두 정체에서 민주 정체로 오니 누구나 자기의 쾌락을 충족시키려 한다고 말한다. 플라톤이 말하는 민주 정체는 홉스가 말하는 자연상태인 것이다. 쾌락과 이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멋대로할 수 있는 자유가 허락되면 자연상태가 된다. 이러한 자연상태의이기적 개인들의 싸움을 그치게 하려면, 불법을 저지르지 않도록하면 된다. 즉 법을 강제한다. 그렇게 하면 불법에 대한 처방이 된다. 어떻게 하면 이기적 개인들에게 법을 지키게 할 수 있는가? 이타심을 가지라고 말하는 국민 계몽 캠페인 같은 것을 떠올리면 안된다. 이 자연상태의 개인들은 민주 정체에 살고 있는 사람들처럼영악하고 돈 계산이 투철하다. 이것을 홉스적 용어로 말하면 '합리적 개인들'이다.'
P. 396
'민주정에서 생겨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은 여러 측면에서 제시될 수 있다. 첫째는 권력의 배분 방식에 집중하는 것이다.아리스토텔레스, 마키아벨리, 막스 베버-책임윤리를 강조함으로써-모두 이 문제에 집중하여 의사결정의 주체, 의사결정 방식 등의 변화를 시도하였다. 둘째는 반정치적(anti-political) 접근 방식이다. 이는 플라톤처럼 초월적 형상 세계를 정치권력의 궁극적 원천으로 제시하고 철학적 통치자의 탁월함에 의존하는 것인데, 일견베버가 말하는 신념윤리만으로써 통치하는 방식이다. 플라톤의 방책이 과연 반정치적인 접근인지에는 의문이 있다. 그의 철학적 통치자는 초월적 이념을 아는 현인이기는 하지만, 앞서 사회·정치 체제에 관한 세 대화편에 관한 조망에서 보았듯이 정치술을 아는 기술자, 즉 다른 종류의 정치가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정치와는 무관한(non-political) 방식이다. 이는 지상에 존재하는 일체의 것을 거부하는 태도를 취하거나 국가를 현전하는 악의 제거를 위한 최소한의 필요악으로서만 인정하는 태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피안의 세계에 진정한 국가를 설정해야만 하고 그에 따라 정권政權과 교권敎權의 관계를 정당화하는 정치신학이 반드시 요구된다. 중세의 어중간한, 즉 정치와 무관한 방식이 결코 아니고 동시에 반정치적인 성격을 띠면서도 현실에 있어서는 권력의 배분방식에 집착했던 시대가 지나고 근대에 이르렀을 때 많은 사상가들은 이를 폐기하고 공론장에서의 쟁투를 통한 정치권력의 획득을 시도하였다.그들이 가졌던 담론의 무기들은 인격신 종교를 추방하고 법적 인격으로서의 국가를 수립하는 것(홉스), 종교적 신념에 대한 일정한관용(로크), 계몽주의(반종교주의 및 기적 추방)와 자연과학 등이었다.그러나 종교가 사라진 자리에 역사와 신화를 들여온 역사주의와낭만주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물론 선행하는 모든 시도들을 종합적으로 집약한 법실증주의, 즉 근대적 법치국가의 이념이 이를물리친 강력한 힘이기는 하였다.'
《국가》를 읽는 관점: 공동체와 개인의 ‘바람직한 이득’에 관한 현실국가론
플라톤의 《국가》는 수많은 고전 사상가들의 인식과 영감의 원천으로서 다른 어떤 고전보다도 우선적으로 읽어야 할 텍스트이다. 그렇지만 오늘날 한국에 사는 우리가 이 오래된 대화편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차적으로는, 《국가》가 민주정에 반대하는 주장으로 가득 찬 텍스트인지 아니면 참다운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알려 주는 텍스트인지와 같은 관심사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국가》는 시민이 주권자인 민주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민주 정체에서만 제기될 수 있는 정치적 문제들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 정체에 살고 있는 우리가 그 어떤 정치사상 텍스트보다도 《국가》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대다수의 정치사상가들은 당대 공동체의 대다수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평등하게 추구할 수 있는 곳에서 살지 않았으므로 이들의 사상은 오늘날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의 실질적인 정치사상 고전이 되지 못한다. 반면에 플라톤의 《국가》는 우리와 비슷한 경험지평에서 생겨난 텍스트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나라에 태어나 살고 있는지가 우리의 삶에 몹시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국가의 시대’에 살고 있다. 당연히 나라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돌이켜보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가 《국가》를 읽는 근본적인 까닭은 바로 이것이다.
《국가》를 읽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국가》는 모든 시대에 통용될 만한 윤리학의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것의 실천을 구체적으로 고려하는 현실 정치학의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참으로 잘 사는 나라, 조화로운 나라가 되려면 그 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요소들뿐 아니라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정신도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플라톤은 이 대화편에서 참으로 잘 살기 위해 사람이 정신적으로나 제도적으로 해야만 하는 것들을 궁리했고, 한 나라에서의 올바름뿐만 아니라 한 사람에게 있어서의 올바름을 실현하고자 했다. 한 사람의 올바름은 윤리학, 한 나라의 올바름은 정치학이라면, 《국가》는 이 두 가지를 포개려는 텍스트이다. 이 둘을 포개기 위해 플라톤이 생각한 최고선은 ‘바람직한 이득’이고, 이 대화편을 시작하는 물음은 ‘올바름은 이득이 되는가’ ‘올바르게 산 사람은 행복한가’이다. “즉 올바른 것을 행하며 훌륭한 것들을 수행하고 올바르게 되는 것이, 그런 사람인 것을 남이 알건 모르건 간에, 이득이 되는가, 아니면 올바르지 못한 짓을 저지르며 올바르지 못하게 되는 것이, 만약에 벌금도 물지 않고 또는 처벌을 통해 교정을 받는 일도 없다면, 이득이 되는가 하는 것”을 탐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올바름의 정의定義가 내려졌다 해도 그것의 실질을 탐구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의론과 정체론 외에도 《국가》에는 이데아론과 교육론, 영혼삼분설, 윤회설, 모방론, 동굴의 비유, 선분의 비유, 태양의 비유 등 플라톤의 대표적인 철학 이론과 비유들이 등장한다. 《국가》를 읽지 않고서는 플라톤에 접근할 수 없고 플라톤을 모르고서는 서양 철학을 이해할 수 없다.
《국가》를 읽는 방법론: 강독 형식의 원문 읽기 + 시대적 통찰이 담긴 해설
《국가》는 소크라테스와 몇몇 사람들이 나눈 방대한 양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어서 단숨에 읽어내는 것이 어렵다. 그래도 이 대화편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원전을 남김 없이 읽는 것이다. 술어의 뜻을 상세히 따지고 문장의 맥락과 숨은 뜻을 탐색하면서 반복해서 읽으면, 언젠가 플라톤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터득할 것이다. 이 과정을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하고자 저자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 책을 구성했다.
원전 텍스트 전체를 크게 네 개의 부로 나누고 다시 세분하여 목차를 구성한 후 각각에 대한 요약과 해설을 서술하였다. 각 단원마다 고딕체로 된 요약 부분은 최대한 원전의 내용을 살려 인용문 형식으로 서술하였는데, 이는 독자들이 원문의 표현에 익숙해지도록 하면서 논의의 근거와 출처를 분명히 하려는 의도에서였다. 나누고 요약하는 과정에서 번역본들과 이차 문헌들을 참조하였다 해도 이 요약은 저자의 강조와 생략을 반영한 것이다. 이어 해당 부분에 대한 강독 형식으로 술어들과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시대적 상황, 관련 참고 서적에서 뽑아 낸 주해와 출처, 다른 사상가들과의 비교, 저자의 의견 등을 서술했다. 그 밖에 《국가》와 다른 대화편과의 연관성, 각각의 텍스트들이 시대에 따라 끼친 영향이나 전반적인 논의는 추기追記에 덧붙였다.
독자 스스로 이 책 전체를 읽고 나서 원전을 다시 읽으면서 자신만의 독법을 찾아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고, 이 책의 목차에 따라 원전을 함께 읽거나, 이 책의 해설 부분만을 먼저 읽고 관심사에 따라 이 책의 요약 부분과 함께 원전의 해당 부분을 조금씩 읽어 나가도 좋을 것이다. 꼭 읽어야 할 원전이지만 읽을 엄두를 못 냈던 독자들이 이 책과 함께 《국가》 읽기에 도전해 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