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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작곡: 윤종신
편곡: 조정치
작사: 윤종신
"코로나 방역 빼고는 모두 다 조금만 느슨."
상을 치르는 동안 참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코로나 때문에 조문이
무척 어려운 상황이었고 마음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먼저 말씀을 드렸는데도
결국 찾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바쁜 와중에도 잠시 짬을 내어 들러주거나
안전에 신경 써가며 같이 밤을 새워준 내 사람들, 내 친구들이요.
그들과 장례식장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문득 우리가 참 많은 생각을
짊어진 채 복잡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실감했어요. 아직 내려놓을 나이는 아니지만
너무 치열하고 정신없이 내달리고 있다는 인상도 받았고요. 장례를 마친 뒤에도
저는 그들을 이따금 떠올렸고, 결국 저를 포함한 저의 주변 사람들에게
건네고 싶은 이야기를 가사에 담아보게 됐습니다.
어머니가 떠나시면서 제가 주변을 다시 살필 수 있게 도와주신 것 같아요.
이번 노래는 힘을 빼야 할 때는 빼자는 얘기지, 대충하자거나 욕심을 버리자는
얘기는 아니에요. 저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욕심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늘 욕심을 앞세우면서 최선을 다하는 게 능사는 아니거든요.
마냥 힘을 준다고 해서 그 일이 뜻대로 되는 건 아닐 뿐더러 오히려 힘을 빼야만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기도 하니까요. 왜 야구에서 힘을 빼고 배팅하면
더 멀리 나간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요. 신발 끈은 달릴 때만 묶으면 되는 거잖아요.
발에 피도 잘 안 통할 정도로 항상 꽉 묶고 있을 필요는 없는 거죠.
우리에게는 느슨해져야만 비로소 다시 보이는 것들이 있고,
저는 그것들이 분명히 우리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해줄 거라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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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월간 윤종신 10월호 입니다.
치림이 형 피처링만 하지 말고 앨범 좀 ㅠ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