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메탈 맥스 제노 | 출시일 | 2018년 5월 31일 |
개발사 | 카도카와 게임즈 | 장르 | RPG |
기종 | PS4 / VITA | 등급 | 15세 이용가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PforP |
초기 드래곤 퀘스트를 만들던 호리이 유지에게는 미야오카 히로시라는 동료 개발자가 있었다. 그는 게임잡지 패미컴 신권에서 기사를 쓰던 사람이었고, 드래곤 퀘스트 3편까지 제작에 참여하며 호리이 유지의 비전을 실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3편 제작을 마지막으로 미야오카는 호리이 곁을 떠나 제작사 크레아텍을 세워 새로운 게임 제작에 돌입한다. 미야오카는 드래곤 퀘스트에서 되도록 멀리 떨어지고 싶어 했으며, 조지 밀러의 '매드 맥스'의 영향력을 일본 RPG 게임에 도입하려고 했다. 1편 발매 당시 드래곤 사냥은 질렸다는 슬로건으로 노골적으로 반 드퀘 노선을 천명했을 정도였다. 그렇게 나온 메탈 맥스 1은 괴팍한 개성으로 무장한 게임이었다. 그러나 1은 배급사 데이터 이스트의 자금 사정상 많은 물량을 찍을 수 없어서 생각보다 히트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미야오카는 포기하지 않았고 슈퍼 패미컴으로 2를 내놓으면서 중박 히트를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턴제 RPG를 기반으로 하지만, 맨몸 전투보다 전차가 훨씬 중요한 전투 디자인, 약점 공략, 비선형적 게임 구조, WANTED 개념으로 대표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특유의 기괴한 보스 몬스터를 차례차례로 잡아가는 현상금 시스템, 개조병기견 포치로 널리 알려진 괴이한 감각 같은 시리즈 특유의 요소들은 1에서도 있었지만 2에서 본격적으로 깔끔하게 정비되었고, 팬 층을 얻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메탈 맥스 시리즈의 전성기는 매우 짧았다. 과장 섞어서 말하자면 2 이후 시리즈 자체가 포스트 아포칼립스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메탈 맥스 2 이후 메탈 맥스 시리즈는 간신히 얻은 기회를 1 리메이크를 내놓는 정도로 쓰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투자를 담당하던 회사의 경영 악화는 예정되었던 3과 와일드 아이즈 제작을 취소시키고 말았다. 쐐기를 박은 건 2003년 이식작인 메탈 맥스 2 改였다. 오래간만에 돌아왔건만 메탈 맥스 2 改는 엉성한 이식 수준에 엄청나게 까였고 팬덤의 이탈을 가속했다. 2에서 정식 넘버링 후속 작이 나오기까지는 16년이나 걸려야 했고, 제작진은 두 쪽으로 쪼개졌다. 원제작사인 석세스에 남아있던 제작진은 메탈 사가로 다시 시작했다. 메탈 사가가 기존 팬덤을 유인하려다가 강철의 계절로 침몰하는 동안, 메탈 맥스 시리즈는 엔터브레인에서 카도카와 게임즈로 판권이 넘어갔다. 카도카와 쪽에서는 버리는 게 아깝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2010년 갑작스럽게 원제작사 크레아텍에다 새로운 제작사 캐틀콜을 끌여 들어 메탈 맥스 3을 만들었다.
PS2로 그나마 생존 인증을 한 '모래 먼지의 사슬', PS 진영에서 나온 몇 안 되는 '메탈 맥스' 계열 작품
부활했구나 싶던 찰나, 4편의 흥행 실패로 다시금 위태로운 지경에 놓이고 말았다
16년 만엔 돌아온 메탈 맥스 3는 2를 충실하게 계승하면서도 많은 부분을 개선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오랫동안 뿔뿔이 흩어져 있었던 팬들도 다시 뭉치기 시작했고, 카도카와 역시 2의 리메이크인 2 리로디드를 내놓아 기세를 이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카도카와의 기대와 달리 막상 판매량은 그리 신통치 않았던 모양이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3은 9만 장 정도 팔았다고 한다. 그 결과 메탈 맥스 4 월광의 디바는 상당히 쪼들리면서 제작했다고 한다. 3DS 작품인데도 3D 기능은 전혀 쓰이지 않은 데다, 애니메이션 파트를 집어넣기 위해 월급을 깎아서 넣었다는 비화마저 있을 정도였다. 거의 제작진의 모든 것을 걸다시피 제작한 게임이었으나 3을 제외하고 간판 삽화가로 활동한 야마모토 아츠지의 낡아버린 화풍이 독으로 작용했는지 4는 2만 3천 장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받고 말았다. 카도카와 내부에서도 신작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는 얘기가 있었다. 5년이라는 공백이 있었긴 했지만 메탈 맥스 시리즈는 제노로 돌아왔다.
메탈 맥스 제노가 전작과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전작을 전혀 알지 못했던 필자는 자료와 기존 팬들의 평을 참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처음 접해본 메탈 맥스 제노는 생각보다 시스템이 단순하다는 인상을 줬고, 확인 결과 많은 부분이 간소화되거나 달라졌다. 실제로 메탈 맥스 시리즈를 이끄는 미야오카 역시 인터뷰에서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먼저 전차를 살펴보자. 팬들에게 메탈 맥스 시리즈의 핵심을 물어본다면 당연히 전차를 꼽을 것이다. 메탈 맥스 시리즈에서 전차는 단순히 탈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 게임의 플레이어와 동료들은 맨몸 상태에선 약하다. 대신 플레이어는 전차를 얻어 플레이어의 전력을 강화할 수 있다. 전차 없이 진행해야 하는 맨몸 전용 던전도 있긴 하지만 사실상 게임의 70%는 이 전차를 타면서 진행한다. 메탈 맥스 시리즈의 핵심은 이 전차를 어떻게 개조하느냐에 있다. 개조는 차체인 섀시, 동력원 엔진, 이동이나 전투를 제어하는 C유닛, 주포/부포/미사일을 비롯한 속성 무기인 S-E로 나뉘며, 성능과 무게에 따라 어떻게 개조하느냐에 따라 전차의 성능이 결정된다. 여기다 메탈 맥스 시리즈는 전차 하중과 성능, SP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한마디로 하중/성능과 SP 계산을 잘해야 전차의 성능을 최대한 뽑아낼 수 있다. 이처럼 메탈 맥스 시리즈는 전차 개조가 RPG 게임 특유의 장비 맞추기와 인벤토리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게임의 매력이었다.
제노에서는 전차 커스터마이즈가 상당히 간략하게 변했다. 물론 엔진과 섀시, 화기를 중심으로 전차 하중과 방패막 능력치를 계산해야 하는 시리즈 특유의 오묘한 전차 커스터마이즈 시스템은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특수포 개념이 삭제되어 섀시-엔진-화기 (대포/기관총/S-E)만 신경 쓰면 된다. 삭제되거나 변경된 부분을 더 살펴보자면 C유닛이 삭제되고 어빌리티나 특수기를 추가할 수 있는 특성 칩 개념으로 변경되었다. 후술하겠지만 아티스트 직업이 사라져 슈퍼 개조도 2주차에서 슈퍼 개조 합금 아이템으로 가능 해졌다. 차량 종류도 대폭 정리해고한지라, 전차만 등장한다. 전작에서 전차 하중을 맞추기 위해 전차 견인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했다는 걸 생각해보면, 팬들에게는 디테일의 실종처럼 느껴질 수 있겠다. 당연하겠지만 전차 견인/대여 시스템 역시 삭제되었다.
반면 추가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일단 전차 장비 생산이 가능해졌고, 레이저 포와 우주 포와 비슷한 네프테크 장비가 도입되었다. 능력치에도 DPT라는 턴 당 데미지량 개념이 새로 추가되었다. DPT는 메탈 맥스 시리즈의 본질이 턴제 RPG라는 점을 고려해 도입된 시스템이라 보이는데, 괜찮은 아이디어였다고 본다. 이외에도 장갑 타일 개념은 ET 방패로 대체되었고 소유 대수나 더블 엔진화의 제한이 없어졌다. 한편 전작과 달리 제노에서는 장비 하중에 차량용 물건이 포함되지 않는다. 제노에서 획득한 차량용 장비들은 바로 전진기지인 아이언 베이스로 전송된다. 그 때문에 하중 걱정 없이 행동하면서, 필드에서도 바로 장착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시리즈의 전통과 변화라는 두 가지 갈림길에서 고민한 흔적이 보이며,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전차를 제외한 캐릭터 육성 같은 경우 일반적인 일본 RPG랑 크게 다를 바 없다. 메탈 맥스 시리즈는 헌터-메카닉-솔저로 대표되는 직업 개념이 있었고, 3에서는 드래곤 퀘스트하고 비슷하게 주점에서 직업별로 고용 가능한 시스템을 채용하기도 했다. 제노는 직업별 캐릭터 고용 개념이 삭제되고, 뉴로 탱크를 통해 개별 캐릭터의 자유로운 클래스 전직 및 타 직종 특기 장착이 가능 해졌다. 직종 같은 경우 아티스트 직업이 사라졌고 서바이버나 갱스터처럼 본작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직업이 눈에 띈다. 직업 개념 자체는 전작과 비교해보면 크게 차이나는 부분은 없고, 서바이버처럼 대체 왜 넣었나 싶을 정도로 잉여 직업이 있기에 육성 시엔 주의를 요구한다. 직업 개념 외에는 에이스의 길이라는 도전과제를 통해 스킬 포인트를 올리는 디자인이 추가되었다. 플레이어는 게임 내에서 다양한 행동을 한 뒤, 보상으로 에이스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이 에이스 포인트를 이용해 각종 상태 속성을 강화할 수 있다. 이렇게 투자된 에이스 포인트는 속성별로 백분율에 따른 보정이 이뤄진다. 어찌 보면 요새 유행하고 있는 패시브 스킬 육성/해금이 시리즈 최초로 도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전투 같은 경우 상술했지만, 전통적인 턴제 RPG에 가깝다. 오래간만에 거치 기기 풀 3D로 돌아온 게임이기 때문에 턴 연출은 3 같은 클래식 시리즈 하고는 다르지만 (4하고 그나마 비슷하다), 제한된 탄약, 전투 도중 탈것 탑승/하차 가능, 특수기, 약점 공격이라던가 핵심은 여전하다. 다만 달라진 점도 있다. 가장 큰 변화라면 필드에서 선제공격이 가능 해졌다는 점이 있다. 제노는 필드에서는 심볼 마크로 진행되며, 리메인즈로 대표되는 던전에서는 무작위 인카운트로 진행된다. 이 중 필드에서는 적이 근처에 등장하면 사격 모드로 먼저 선제 공격할 수 있다. 때문에 제노는 전투가 전작들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는 편이다. 잡몹 같은 경우 무한 탄창이 지원되는 강한 기관총으로 사격 모드로 먼저 공격하면 턴에 들어가기도 전에 학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헌터 클래스에 특정적 파악과 미끼로 유도하기 스킬이 추가되었는데, 파밍이 필요한 게임 특성상 상당히 유용한 편이다. 이외에도 약점을 노려 실드를 깎아야 하는 실드 브레이크라던가 전투 도중 쌓이는 피버 게이지를 통해 데미지 증가 개념인 피버 시스템이 추가되었다. 전체적으로 게임 난이도는 시리즈 중에서는 낮은 편이다. 시리즈 개성에 익숙하지 않은 필자 같은 입문자들에게는 여전히 까다롭긴 하지만, 그래도 객관적으로도 숙지해야 할 게 많이 줄었기에 시행착오를 거치면 1회차 클리어가 가능한 정도다.
메탈 맥스 시리즈의 특징을 꼽으라면 오픈 월드에 기반한 비선형적인 플레이를 꼽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1이나 2 발매 당시에도 비선형적인 디자인이 어느 정도 정립된 시절이라 선구자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런 요소들은 메탈 맥스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하고 잘 맞아떨어졌다. 스토리 미션은 전체 분량 중 1/3 정도였고, 심지어 게임 시작한 뒤 NPC에게 고백을 하면 바로 엔딩이 나왔을 정도였다. 이런 비선형적인 디자인은 제약 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월드 디자인과 맞물려 플레이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3 같은 경우 초반부 이벤트만 진행하면 어지간한 마을은 갈 수 있었다. 또한 메탈 맥스 시리즈는 주회차 플레이와 리셋 노가다를 위시한 세세하게 파고드는 요소가 많기로 유명하다. '1회차는 사실상 튜토리얼이고 2회차부터 본 게임'인 프랜차이즈라 할 정도로 다회차 요소를 비롯한 파고들 요소가 풍족하기로 유명하다. 심지어 보물 배치 마저도 달라질 정도다. 비선형 구조는 이후 조금씩 희석되는 경향이 있긴 했지만, 이 두 요소는 여전히 메탈 맥스의 개성 중 하나로 굳건히 자리 잡고 있었다.
제노는 시리즈 특유의 매력을 2회차 이후로 미루는 경향을 보인다. 1회차는 무조건 스토리 모드를 따라가야 하고, 클리어 후 헌터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스토리 모드는 적대 네임드 몬스터인 SoNS를 잡으면서 생존자 수색을 하면서 멸망을 주도한 카타스트로프스를 제거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1회차 클리어까지는 약 20시간 중반에서 30시간 정도 걸리는데, 리셋 노가다나 파고들기 요소 없이도 클리어할 수 있어서 난도는 그렇게 높지 않은 편이다. 반면 2회차부터 가능한 헌터 모드는 스토리 요소를 최소화한 뒤, 처음부터 다양한 멤버와 함께 월드를 마음껏 돌아다니면서 SoNS와 WANTED 같은 네임드 몬스터를 잡고 레벨업을 할 수 있다. 리셋 노가다 요소 역시 대폭 강화되어 난이도에 따라 드랍 테이블과 보물 상자 내용물이 변경된다. 전반적으로 선형적으로 진행되는 메인 스토리의 매력과 비선형적인 자유와 파고들기 요소를 동시에 추구하려는 야심이 느껴진다.
야심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레벨 디자인이다. 설정상 제노에서는 아이언 베이스를 제외한 마을은 모두 파괴되었기 때문에 다른 마을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베스터 포트라는 중간 웨이포인트 개념이 도입되었다. 그 때문에 1회차 플레이는 다음 베스터 포트가 있는 곳까지 진행한 뒤, 아이언 베이스로 돌아와 재정비하고 마지막 베스터 포트로 돌아와 메인 미션 진행을 재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도중에 플레이어는 필드와 던전에 있는 테크 문서를 수집하면서 아이언 베이스에 있는 상점과 전차 개조/장비 생산 레벨을 개방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진행 자체가 매우 선형적 외길인 데다, 기반이 되는 필드 디자인이 별로다. 복층 구조가 일부 도입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심심하고 지루하다. 후술하겠지만 전작들과 달리 실제로 존재하는 도쿄가 배경임에도 그렇다. 이 게임에서 필드 디자인은 실제 도쿄의 지리학적 개성은 거의 반영되어 있지 않고 비슷한 사막과 파괴된 구조물의 연속이다. 몇몇 랜드마크와 동선 배정으로만 실제 도쿄의 개성을 겨우 알리는 정도다.
그러나 리메인즈라 불리는 던전에 비하면 필드 디자인의 심심함은 양반이다. 메탈 맥스 제노의 던전은 올해의 나쁜 던전 디자인으로 꼽혀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동선은 필요 이상으로 길고, 중간 포인트는 없는 데다 적 인카운트 확률은 높다. 게다가 이동 속도도 느리고 내부 디자인은 돌려 막기의 극치라 던전 탐색이 매우 지루하게 다가온다. 던전에 들어가면 탐색의 즐거움보다는 어떻게 하면 저 많은 아이템 상자 중에서 쓸모 있는 걸 빠르게 찾아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다. 그나마 무작위 생성이 아니고 일직선 동선이라 쓸데없는 피로감은 적다는 게 위안이긴 하다. 또 다른 치명적인 단점을 꼽자면 레벨 내 상호 작용 포인트가 막상 본 게임에서 태부족이라는 점도 있다. 초반부에 인상 깊었던 '사격 모드로 벽 부수기' 같은 요소는 안 나온다. 필드 내 상호 작용 포인트가 거의 없고 있더라도 극히 단순하기 때문에 이럴 거면 초반에 벽 부수기 기능을 넣지 말던가, 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스토리가 재미있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다. 메탈 맥스 제노의 메인 스토리는 무색 무취한 캐릭터와 식어 빠진 장르 클리셰가 별 열의 없이 자동 안내하는 황무지 활극/복수극이다. 일단 시리즈를 휘어잡았던 포스트 아포칼립스 특유의 매력을 느낄 만한 이벤트가 없다. 상술했던 도쿄만의 개성도 별로 느껴지지 않는데, 서브 미션이 많았던 전작과 달리 메인 스토리만 쭉 밀고 가는 게임인지라, 인물들의 개성을 느낄 만한 순간을 좀처럼 보기 힘들다. 그 다음 주인공 탈리스가 이입 안 되는 캐릭터라는 단점이 있다. 복수귀 캐릭터라지만, 지극히 평면적이고 건성인 심리 묘사와 연출 때문에 유치한 분노를 발산하는 캐릭터로 떨어져 버린다. 중반부부터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고 왜 이렇게 차갑고 조급하게 굴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오긴 하지만, 이조차도 건성인 데다 후속작을 염두에 뒀는지 제대로 해결되지도 않고 흐지부지 끝나버린다. 주인공의 선택지도 밀린 숙제하듯 대충 배치한 티가 난다.
그렇다고 다른 캐릭터들이 좋냐고 하면 그렇지도 않다. 마리아 같은 전작 오마주적인 요소가 보이긴 하지만 애증 관계로 발전하는 미사키와 딜런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동료 캐릭터 간의 화학 작용이 없다. 그렇다고 테드 브로일러 같은 괴이한 개성으로 똘똘 무장한 적들이 나오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노아로 대표되는 제노의 적들은 별다른 자아가 없는 코즈믹 호러에 가까운 존재들이라, 몬스터 디자인을 전담하고 있는 야마모토 아츠지 특유의 기괴함을 제외하면 별다른 매력이 없다. 전작들이 대사나 이벤트 연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걸 생각해보면, 제노의 연출은 희한할 정도로 퇴보한 느낌마저 든다. 성인 만화로 유명한 오다논을 데려와 캐릭터 비주얼을 강화할 생각이었다면 적어도 각본 작업에서 성실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다. 폐허가 된 도쿄라는 현실을 모티브로 한 배경임에도 세계관 자체가 훨씬 흐릿하고 희미한 느낌이라는 점도 단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이처럼 메탈 맥스 제노의 문제점은 게임 자체가 매우 쪼들리면서 만들었다고 티가 나는 부분에 있다. 게임 용량도 스마트 폰 게임급인 1GB 정도고, 월드 자체도 그리 큰 편은 아니다. 엔딩 크레딧 역시 비슷한 장르의 게임들과 비교해봐도 상당히 짧은 편이라, 이 게임이 얼마나 소규모로 힘겹게 제작되었는지 알 수 있다. 성우 캐스팅에서도 제작진의 어려움이 느껴진다. 타카하시 치아키나 코바야시 유우 같은 나름 유명한 성우들도 참여했지만, 주역인 탈리스, 토니, 요키 성우엔 무명 성우가 캐스팅되어 있다. 연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4에서 유명 성우를 데려다 쓴 걸 생각해보면 캐스팅 예산이 없었던 건 명백하다. 초차원 넵튠 시리즈가 이 게임보다 훨씬 예산이 풍족하게 들었을 것 같은 인상마저 주는 건, 전작 4의 실패의 타격이 컸는지 반증하는 씁쓸한 사례 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게임보다 가난한 티가 팍팍 나는 게임은 아크 웍스 시스템에서 내놓은 체이스 미해결사건 수사과 정도밖에 없을 것이다.
예산 부족의 여파는 성우 캐스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전체적인 기술적 완성도 역시 한창 뒤떨어진다. 그래픽은 카툰풍을 지향하고 있음에도 모델링은 평균 이하고 모션이나 표정 애니메이션 역시 심심하고 재미없다. 게다가 썩 뛰어난 그래픽이 아님에도 최적화는 엉망이라 PS4임에도 프레임 드랍이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음악 역시 슈퍼 패미컴 시절 일본 게임 음악의 향수를 재현하려고 하지만, 편곡에도 투자를 못 했는지 WANTED 주제곡은 이전보다 못 한다. 시리즈 팬이라면 그 유명한 동료견 포치나 부활 담당 닥터 민치, 그 유명한 테드 브로일러가 등장하지 않다든가, 몬스터 디자인에 개성이 없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시리즈 전통인지 모르겠지만 후진할 수 없는 조작 역시 매우 불편하다.
어찌 보면 메탈 맥스 제노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적인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탄생한 게임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제의 '멸망할 수 없는 자들'은 그 점에서 매우 중의적인 부제이다. 멸망할 수 없는 건 아이언 베이스뿐 만이 아니라 메탈 맥스 제작진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클리어 후 뜨는 25주년 기념 메시지 역시 시리즈를 따라온 올드팬들에 대한 존경심과 앞으로도 시리즈를 이어가고 싶어 하는 열정이 느껴져 감동적이기 하다. 하지만 감동과는 별개로 메탈 맥스 제노는 전반적으로 안쓰러울 정도로 열악한 현실에 쪼들리고 있는 게임이다. 단순화되었음에도 여전히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는 전차 커스터마이즈라던가 박진감 있는 전투 시스템은 높게 평가할 만 하지만, 그 외의 다른 부분들은 상당히 삐걱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리즈를 처음 접해본 입장에서는 메탈 맥스를 모르는 다른 이들에게 쉽사리 추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싼 가격과 더불어, 모든 단점을 참더라도 오랫동안 즐길 올드스쿨 일본 RPG를 찾고 있다면 고려해볼 가치는 있을 듯하다.
P.S.1 메탈 맥스 시리즈는 닌텐도와 친한 관계였기에, 조만간 스위치 이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P.S.2 뜬금없겠지만 메인 미션에 영화 '쉘부르의 우산' 인용이 포함되어 있다.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 구입해서 즐기고 있는 아재게이머 입니다. 추억은 좋은거시여
스토리-노가다 노가다 노가다-보스전-스토리-노가다 노가다 노가다-보스전-스토리-노가다 노가다 노가다...
"녹색전차 해모수"가 생각나내요
자, 그럼 80% 세일 할 때 보자고~!
슬프다.
스토리-노가다 노가다 노가다-보스전-스토리-노가다 노가다 노가다-보스전-스토리-노가다 노가다 노가다...
완전 고전 일본rpg 스타일이네요; 진도를 나갈려면 무조건 노가다를 하던-_-;
카도카와게임즈는 그럭저럭 괜찮은IP나 개발자들을 데리고 와서 재대로 투자를 안하거나 다 완성해도 재때 발매도 안해주는 이상한 행동을 많이 하는것 같내요...
안사길잘했구나 그래픽이형편없네
스샷에서도 느껴지는 진한 똥겜의 스멜....
그럼에도 불구하고 , 구입해서 즐기고 있는 아재게이머 입니다. 추억은 좋은거시여
"녹색전차 해모수"가 생각나내요
덩핑각인가 ㅡㅡ;
슬프다.
자, 그럼 80% 세일 할 때 보자고~!
ㅋㅋ어째 루리 리뷰는 똥겜일 확률이 매우 높네. 아직도 생각난다 푸른 혁명의 발큐리아에 리뷰어의 분노가ㅋㅋㅋㅋㅋㅋ
음 폰게임인줄...
4에 쟤가 그 오토바이로 변신하는 애던가요?
쿠소게 소리를 들을 수준은 아닌데, 3이나 2R, 4를 접해보신 분이 하시면 100% 실망하는 게임, 즉 갓카리게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그런데도 리뷰 본문에서 나왔듯 시리즈 팬이 아니면 추천하기 어려운 게임이 되었다는 게 아이러니하죠.
3 꽤 괜찮았는데, 판매량이 그렇게 적을줄은 몰랐내요 ㅠㅠ 3, 2R 이후로 모멘텀을 많이 잃어 버린거 같습니다. 그 상황에 4에 실패 떄문에 이 지경이 된거 같내요. 저도 클리어 후에 메세지 보면서 왠지 짠 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IP는 여기 까지가 한계인듯... ㅠㅠ
스위치로 나오면 좋겠네요.
2나 그래픽만 리메이크 해서 다시 내주세요
SFC으로 나온 메탈맥스2는 정말 재밌게했었는데... 3,4가 나온줄도 몰랐네요;; 캐릭터 디자인보니까 왠지 알았어도 안했을것같긴 합니다만... 전차얻고 현상금걸린 몬스터 잡아서 번 현상금으로 전차 개조하고 더 좋은 전차 얻으러 다니고 그렇게 얻은 좋은전차들로 세기말 디자인의 현상금 몬스터 잡는 개꿀잼 게임이었는데 어쩌다가 이지경이... ㅠㅠ 아무래도 세기말이니 아포칼립스니 하는게 유행지난 소재라 그걸로 재밌는 무언가를 만드는걸 실패한것같아보이는군요. 개성있는 게임이라 좋아했던 게임이지만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는게 정신건강에 좋을듯
플레이하는 사람이 '이 양반들 없는 살림에 참 힘들게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면...ㄷㄷㄷ
음...유저들의 입장에서 다시한번 숙고해 주시길...
카도카와 게임즈...ㅂㄷㅂㄷ 케모노를 망친 새끼들이 뭘 만들겠다고...
제작자는 안타깝다...
b급 감성 도트겜으로 팔만큼만 팔자 했었어야.....돈 때려넣는다고 메이져가는게 아닌데 헛돈쓰고 망하고 악순환 2는 추억보정 넣고 참 재밌게 했었다싶네
그러게요 차라리 스팀으로 도트게임으로 나오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