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펠리오스 단편소설: 네가 바로 무기다
by 데이비드 슬래글
https://universe.leagueoflegends.com/ko_KR/story/aphelios-color-story/
아펠리오스는 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 내쉬며 훈련을 시작했다.
동굴 지붕의 갈라진 틈 사이로 뚝뚝 떨어지는 물소리가 아펠리오스의 귓전을 때렸다. 물은 돌로 된 땅바닥을 적셨고, 어둠 속에서 반짝거렸다. 그는 바닥의 돌에 새겨진 신성한 문양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운명과 궤도의 상징이었다. 그는 심지어 눈을 감고도 둥그런 달의 문양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는 검을 몇 번 가볍게 휘둘러 보았다. 손안에서 월석의 단단함이 느껴졌지만, 동시에 마치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가볍게도 느껴졌다. 이는 물질 세계의 달과 영혼 세계에 비친 달의 그림자가 천상의 장막을 통해 찰나의 순간 처음으로 겹쳐졌을 때 생겨난 마법의 힘이었다. 이날 온 세상에는 월석이 눈물처럼 방울방울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두 달은 각자의 궤도를 따라 서로에게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펠리오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궤도를 받아들이고 훈련을 계속했다.
이제 그의 검술은 그의 숨결처럼 빨라져 갔다. 그는 수년 동안 달의 문양을 그리는 베기 검술을 연마했고, 심지어 스스로 피를 흘리고 자멸 직전까지 갈 정도로 훈련에 매진했다. 검의 형상처럼 공중에서 몸을 비틀며 날아다니는 그의 손끝에서는 베기 공격과 쳐내기 검술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그는 눈으로 보지 않아도 볼 수 있도록, 또 자신의 검을 다루기 위해 희생한 모든 것들에 대한 기억을 지워 버리기 위해 지그시 눈을 감았다.
"아펠리오스..." 내 얼굴이 보이지. 내 입술은 떨리고 있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어.
"아펠리오스." 내 눈에 비친...
월석검이 붉게 빛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의 형체가 앞을 지나가자 아펠리오스가 휘청거렸다. 환영인 걸까? 기억의 일부일까? 확신하지 못할 정도로 얼마나 많은 자를 죽여 왔던가. 순간 월석검이 아펠리오스의 손에서 스르륵 빠져나갔다. 자신을 인도해 줄 무기가 없어진 아펠리오스 역시 이내 바닥에 무너졌다.
모든 것이 돌아왔다. 그가 억누르려 했던 모든 것이. 그가 적에게 휘둘렀던 검은 더욱더 날카로운 날로 돌아와 그를 베었다.
알룬... 아펠리오스의 여동생이 천상의 장막 너머로 손을 뻗었다. 알룬은 아펠리오스에게 그 모습을 보였지만, 그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아펠리오스가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말들을 꾹 눌러 삼켰다. 그는 순간적으로 돌에 새겨진 궤도와 운명의 상징을 내려칠 기세로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이내 주먹이 덜덜 떨리기 시작하더니 움켜쥔 손이 풀렸다.
아펠리오스가 제자리에 서서 머리를 쓸어 넘기자 하늘 위로 떠오른 달이 보였다. 달빛은 마치 그를 부르는 듯 사원 내부 깊숙한 곳까지 드리워졌다. 그의 힘이 필요할 때면 언제나 그랬다.
때가 된 것이었다. 이제 그의 신념이 보상을 받을 때가 되었다.
루나리의 힘은 천상의 장막을 가로질러 점점 커지고 있었다. 영혼 세계와 그 안의 비밀을 간직한 마법... 아펠리오스는 지난 세월 검술을 연마하면서도 혼자서는 달의 힘을 온전히 끌어오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는 사원 연못에서 키운 어둠꽃을 조심스럽게 꺼내서 그 정수를 부식성 영약 안에 담았다. 영약은 작은 그릇 안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훈련용 검을 옆에 놓고 그릇을 달빛이 비추는 쪽으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어둠꽃의 독을 입으로 가져갔다.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 목이 고통에 휩싸여 아무 말도 할 수가 없게 돼.
모든 것이 타들어 가는 느낌이 들지. 독이 전신을 타고 흐르면서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구역질이 나고 미친 듯이 기침을 해. 몸이 달의 힘을 받기 위해...
내 힘을 받기 위해 열리는 거야.
"아펠리오스." 내가 속삭이자 내 영혼이 너의 영혼에 닿아. 넌 장막 너머에 있는 내 존재를 느끼고 손을 들어 올리지. 내가 너무 멀리 있다는 사실과 그 고통을 견뎌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채.
허공에 들어 올린 손을 쥐면 무기가 생겨.
바로 내가 보낸...
중력포지.
"아펠리오스." 온몸을 타들어 가게 하는 독을 마신 너를 느끼며 속삭여. 네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내가 어떤 희생을 부탁했는지 아니까...
폐부를 찌르는 고통 속에서 마지막 가쁜 숨을 내쉰 아펠리오스는 마침내 동굴 속 사원에서 나와 어둠이 깔린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모든 것은 잊은 채 고통과 싸우고, 또 그 고통을 끌어안는 과정에서 그의 표정이 굳어져 갔다.
사원 위아래로 타곤 산의 모습이 펼쳐졌다.
냉기를 머금은 찬 바람이 세차게 휘몰아치며 눈보라를 일으키다 반짝이며 사라졌다. 그 바람에 아펠리오스의 스카프와 망토가 휘날렸다. 달빛이 더 높은 곳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를 인도해 줄 빛이었다.
이는 달을 통해 비치는 그녀의 빛이었다.
아펠리오스가 원했던 것을 그녀가 전해 준 것이다.
중력포는 단순한 월석검이 아니었다. 아펠리오스는 훈련을 할 때 검으로 긋고, 찌르고, 돌렸다. 중력포로 똑같은 검술을 쓰면 그 효과는 훨씬 더 클 터였다. 단순한 찌르기만으로도 검의 힘과 아펠리오스의 검술, 알룬의 마법이 합쳐져 엄청난 힘을 낼 것이다.
아펠리오스가 중력포로 암흑 구체를 쏘자 타곤의 천상 마법으로 공중에 떠 있던 거석이 천천히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는 단숨에 도약하여 섬 꼭대기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발걸음 뒤로 일은 작은 눈보라가 심연 속으로 흩뿌려졌다. 그가 암흑 구체를 발사할 때마다 또 다른 거석이 끌려왔다. 하나씩 밟으며 도약해 나가자 뒤쪽에서 거석들이 서로 부딪혔다. 보통 사람이라면 며칠은 걸렸을 거리를 그는 순식간에 올랐다. 물론 그 누구도 이곳을 오르려고 하진 않을 테지만.
오직 솔라리와 힘을 원하는 자들만이 이곳에서 밤을 지새웠다.
아펠리오스는 밤의 시간에 무관심한 채 정적만이 흐르는 솔라리의 주거지 위를 지나쳐 갔다. 그는 어떻게 솔라리의 광신도들이 루나리의 존재를 부정할 수 있었는지, 태양을 숭배하는 길을 걸으면서 어둠을 두려워할 수 있었는지 오랜 세월 의문을 품어 왔다. 이 어둠은 루나리만이 마주할 수 있는 어둠이었다. 하지만 그의 운명은 분명했다.
광신도들의 존재는 달빛으로 드러날 것이다.
아펠리오스가 마지막 거석으로 도약한 후 설원 위에 멈춰 섰다. 그곳에서는 솔라리 한 무리가 뜨겁게 타오르는 무기로 무장하고 있었다. 루나리가 '타오르는 자들'이라 부르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밤이 되면 루나리 이교도들을 불태워 처치했다. 솔라리의 성직자들은 낮이 되면 이 세상에는 태양뿐이라며 달을 부정했다. 검은 두건 아래에 숨겨진 그들의 얼굴은 그 판단력만큼 냉철한 불꽃으로 타올랐다. 그들은 진홍색 옷차림을 하고 쇠붙이를 걸친 이방인 한 명을 둘러싸고 있었다.
이방인은 아펠리오스가 환영 속에서 본 그자였다.
달빛은 이 설원에서 멈춰 이방인의 발을 비췄다.
"아펠리오스." 난 다시 말해. 마법을 모으며 네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속삭이지.
"내가 옆에 있어..."
아펠리오스는 공중에 떠 있는 거석에서 뛰어내려 타오르는 자들을 공격했다. 중력포의 어둠이 퍼지자 그들의 무기가 더 밝게 불타올랐다. 놀란 솔라리 무리는 소리치며 반격하려 했지만, 이미 암흑 구체에 의해 땅에 결박된 상태였다. 아펠리오스가 중력포를 내려놓자 그의 손에 새로운 무기가 나타났다.
"절단검." 내가 속삭여.
아펠리오스는 적들의 타오르는 얼굴을 똑바로 응시하며 착지했다. 초승달 형상의 절단검을 뒤쪽으로 휘두르자 빛줄기가 발사되어 거석을 폭발시켰다. 타오르는 자들은 겁에 질린 채 초승달의 힘으로 산산이 조각난 거대 돌기둥들이 내리꽂히는 광경을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펠리오스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불타는 창으로 반격하며 빠르게 사방으로 흩어졌다. 아펠리오스는 공격을 피하며 절단검을 계속 휘둘렀다. 그리고 다른 쪽 손을 천상의 장막 너머로 뻗어 또 다른 무기를 쥐었다.
"반월검." 난 밤을 향해 속삭이지.
반월검이 호를 그리며 날아가자 남은 솔라리들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아펠리오스는 회전하며 되돌아온 검을 잡았다.
전투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이방인이 네 앞에 서 있어. 그가 고마워하는 표정으로 얼굴을 들어. 그의 옆에는 타오르는 자들이 찾던 달처럼 휘어진 검이 놓여 있지.
그가 감사하다는 말을 하려고 입을 열지만, 네 표정이 일그러지는 걸 보게 돼. 너는 애써 표정을 감추며 불타오르는 자들이 창으로 낸 어깨의 상처를 치지. 고통을 떠올리며 두려움을 떨쳐 내기 위해서.
넌 그를 죽이고 싶지 않지만, 죽여야만 해.
네 얼굴은 감각을 잃어서 흐르는 눈물을 느끼지 못해. 하지만 내 눈물은 느낄 수 있지.
"아펠리오스." 난 장막 너머로 소리 높여 마지막으로 말해. 지금 우리 궤도가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어.
너의 눈을 통해서 달빛에 드러난 검의 비밀이 보여. 그 검이 버려진 이유가 말이야.
그녀가 달리고 있어...
그녀를 찾아야 해.
진홍색 옷차림의 이방인이 솔라리 무리가 쓰러져 있는 눈밭 위에 누워 있었다.
아펠리오스는 헉하고 숨을 내쉬며 무릎을 꿇었다.
그는 자신만이 들을 수 있는 속삭임을 들으며 달을 쳐다보았다.
그의 표정은 다시 무감각해졌다. 그러곤 아무 말 없이 검을 주워 들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얘는 왜케 자캐딸같죠?
얘랑 다음에 나온 그 늑대인간 같은 근육남 둘다 블레이드 앤 소울 같은 한국 온라인 게임에서 나올법한 남캐 모습 같음 디지안을 한국인이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