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리처드 사이토윅
역자 - 조은영
해제 - 김채연
출판사 - 김영사
쪽수 - 272쪽
가격 - 14,800원 (정가)
뇌 이해의 패러다임을 바꾼 놀라운 감각 결합의 세계
감각의 결합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인류의 4퍼센트가 경험하는 공감각에 관한 신경학적 연구
공감각 분야의 선구적 연구자 리처드 사이토윅 박사의 책 [공감각: 뇌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감각 결합의 세계]가 출간되었다. 공감각이란, 예를 들어 ‘감옥’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차갑고 딱딱한 베이컨 맛을 느낀다든가, 숫자 3을 체격이 좋고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인식한다든가, 시금치, 오렌지, 우유를 먹으면 파란색을 보는 등 어떤 자극을 자극 유발체와는 다른 별개의 감각 및 개념 속성으로 지각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일어나고, 감정이 실려 있으며, 지각한다는 사실이 인식되고, 유전된다. 또한 아주 어린 나이에 발현되고, 향정신성 약물의 복용이나 측두엽 발작 등 뇌의 이상에 의한 것이 아니다. 물론 치료도 필요하지 않다.
공감각은 몇십 년 전만 해도 상상력의 소산이나 ‘푸른 종소리’ 같은 표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은유, 어린 시절 각인된 단순한 기억으로 치부되어 당시 과학계에서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 1970년대 말, 저자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공감각에 대한 신경생리학적 연구를 시작해 공감각 연구를 주류 과학의 반열에 올려놓는 데 커다란 공헌을 했다. 저자가 40년간 천착해온 주제인 만큼, 이 책에는 수많은 흥미로운 사례부터 사이비 과학으로 무시받던 공감각 연구가 어떻게 주류 과학계로 들어올 수 있었는지, 아무 규칙도 없어 보이는 공감각도 범주화할 수 있는지, 공감각은 어떻게 작동하며 왜 존재하는지까지, 공감각 연구의 역사와 연구 방법, 공감각의 발생 메커니즘 등 뇌과학, 인지과학의 뜨거운 주제로 떠오른 공감각에 관한 필수 지식이 두루 담겨 있다.
“공감각을 승차권 삼아, 감각 지각부터 학습, 언어, 정서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의 전 분야를 넘나드는 여행”
공감각 사례 연구로부터 공감각 연구에 대한 통합서를 넘어 모든 사람에게 내재하고 서로 공유되며 사고와 언어의 근간이 되는 감각 요소들 간의 연관 관계까지, 이 책은 공감각의 세계와 그 의미를 일반화하고 확장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공감각을 승차권 삼아 감각 지각부터, 학습, 언어, 정서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의 전 분야를 넘나드는 여행과도 같다.
- 김채연 /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공감각 연구자
리처드 사이토윅 박사는 이미 공감각에 관한 가장 표준적인 교과서라 할 [공감각: 감각의 융합Synesthesia: A Union of the Senses]을 비롯해 공감각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출간한 바 있지만 국내에 번역되는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2003년에 출간된 [모양을 맛보는 남자The Man Who Tasted Shapes]는 이웃이었던 맛-형태 공감각자 마이클 왓슨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된 책으로, 저자가 공감각자와 교류하면서 겪은 흥미로운 일화들을 가득 담고 있다. 이어 2009년에는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 박사와 함께 [수요일은 인디고블루Wednesday Is Indigo Blue]를 썼다. 그간 축적된 공감각 실험 연구사례들을 총정리하고 뇌, 유전자 등 생물학적 기반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논의한 책이다.
저자의 이번 책 [공감각: 뇌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감각 결합의 세계]에는 전작들과 구별되는 중요한 특징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부가적인 감각 경험을 하는 특별한 사람들의 공감각에 머무르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내재하는 특정 모양, 소리, 순서배열과 밝기, 색상 등의 연합 관계에 대한 교차감각 연관성 연구로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공감각이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 감각과 뇌의 본질적인 특성을 이해하는 열쇠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 책은 알려준다.
빌리 조엘,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레이디 가가,
리처드 파인먼, 바실리 칸딘스키, 스티비 원더
그리고 당신 곁에 있을지도 모르는
공감각자들의 기억력과 창의력의 비밀
“공감각을 인간의 본질적이고 대단히 흥미로운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실제로 공감각이 인간의 상상력과 은유에 상당한 토대와 영감이 되었다고 말해도 무리가 아니다.”
- 올리버 색스 / 신경의학자, 작가
[롤리타]의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자소-색 공감각자였으며 그의 어머니, 아내, 아들까지 공감각자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아들인 드미트리 나보코프는 사이토윅 박사의 책 [수요일은 인디고블루]에 가족 이야기와 자신의 공감각 경험에 대해 글을 쓰기도 했다. 팝스타 레이디가가는 소리를 들으면 색이 보이는 색청(色聽) 공감각자로, “소리가 마치 색칠된 벽처럼 보여요. 예를 들면 제 노래 "포커페이스"는 짙은 호박색이지요”라고 말한다. 칸딘스키는 실제로 네 개의 감각이 결합한 공감각을 느꼈다고 하며, 유명한 저서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에서 다양한 감각 사이에 보편적인 번역 알고리듬을 세우고자 했다. 공감각자들은 의외로 많아서, 조사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인류의 4퍼센트 정도가 공감각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공감각자들은 어떤 계기로 스스로 깨닫기 전에는 자기가 특별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누구나 아는 이들 가운데 공감각자가 한둘은 있을지 모른다. 본인에게 공감각 능력이 있는지 조금 더 본격적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공감각 배터리(synesthete.org)를 추천한다.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이 연구자들과 함께 개발한 웹기반의 온라인 테스트로, 해당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등록 후 즉시 검사할 수 있다. 검사 결과는 검사자와 초대된 연구자만 공유 가능하다. 검사비는 없으며 한국어를 포함하여 11개 언어를 지원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공감각의 몇 가지 특징에 대해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공감각자들은 부가적인 감각 경험으로 혼란스러워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 정상 시력인 사람이 ‘본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듯, 다수의 감각양식으로 구성된 지각 체계를 공감각자들은 완벽하게 정상으로 느낀다. 이들에게는 비공감각자들과 다르게 짜인 ‘현실의 결(texture of reality)’이 있을 뿐이다. 이렇게 다른 현실의 결은 다른 움벨트(umwelt)를 낳는다. ‘움벨트’란 개체가 주관적인 입장에서 고유한 방식으로 인식하는 세계, 한 생물체가 계속해서 살아왔고 지각할 수 있는 환경을 뜻한다. 모든 생물은 자신의 움벨트가 객관적인 현실이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예를 들어 우주 전체의 95퍼센트가 우리의 감각 밖에 있다면 ‘객관적 현실’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의 뇌는 철저히 주관적인 세상을 만든다.
●공감각자는 얼마나 많은가?
공감각 형질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23명 중 1명꼴로 상당히 흔하게 존재하는데, 그 유전자가 있다고 해도 형질이 100퍼센트 발현되는 것은 아니라서 실제로는 90명 중 1명 정도만 명백하게 공감각을 느낀다. 모든 사람의 뇌에서 실제로 감각의 혼선이 일어난다. 단지 공감각자의 뇌에는 혼선이 더 심하게 일어나며 이를 의식적으로 인지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오늘날 자폐증을 한 가지 현상이 아니라 다양한 특성이 모인 스펙트럼(자폐성 장애 스펙트럼)으로 간주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공감각 역시 스펙트럼으로 볼 수 있다. 이 스펙트럼의 한쪽 끝에는 선천적 공감각자들만이 지각할 수 있는 소리의 색깔, 음소의 맛, 순서배열의 공간적 인지(수형數型, number form) 같은 공감각의 원형(原型)이 있고, 반대편 끝에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뜻을 알 수 있는 ‘따뜻한 색’, ‘차가운 색’과 같은 관습적인 은유와 지각적 유사성이 있다. 스펙트럼의 중간에는 소름, 감정이입에 따른 통증, 음악이나 냄새에 의해 떠오르는 심상, 입면 환각, 감각적 사건에 의해 연상되는 프루스트식 기억이 존재한다. 어떤 면에서 우리 모두는 공감각자다.
●공감각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두 개의 큰 가설이 있다. ‘연결성 증가’ 가설은 태아 때부터 정상적으로 생겨난 뉴런과 시냅스의 과도한 연결 상태가 성장하면서 불충분하게 제거되어 성인이 될 때까지 유지된다는 것이다. ‘억제성 감소’ 가설은 흥분과 억제가 균형을 잡고 있는 정상 뇌와는 달리 공감각자의 뇌에서는 선천적으로 흥분이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가 어렵다. 어떤 메커니즘도 궁극적으로 ‘왜’라는 질문의 답에 이르지는 못한다. 인류는 무려 4,000여 년간 뇌전증에 대해 알고 있었고 지금은 분자 수준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알고 있지만 ‘왜’라는 질문에는 여전히 답할 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공감각 연구가 왜 중요한가?
오늘날 공감각 과학은 DNA를 다루는 분자 수준에서부터 영유아의 초기 인지, 뇌 영상, 예술성과 창의성을 포함하는 생물체 전체의 행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을 포괄한다. 공감각 이면의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오랫동안 인간을 당혹하게 만들었던 정신적, 인지적, 신체적, 정서적 능력과 관련된 여러 재능과 질환을 해명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결합문제(binding problem)가 있다. 결합문제란 지각의 여러 측면이 하나의 전체로 통합되는 과정으로, 뇌과학과 심리학의 오랜 과제다. 어디선가 사과가 날아올 때 우리는 ‘빨갛다 + 둥글다 + 먹을 수 있다 + 어떤 방향에서 나에게 오고 있다 + 어떤 속도로 움직이는 무엇’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으로 경험한다. 이 각각의 특성은 심지어 뇌의 다른 영역에서 다른 속도로 처리되는데도 말이다. 공감각을 이해하는 것은 이 난제에 한발 다가서는 일이기도 하다.
목 차
들어가는 말
1장 공감각인 것, 공감각이 아닌 것
2장 공감각 연구의 간략한 200년 역사
3장 알파벳, 숫자, 냉장고 자석 패턴
4장 공감각의 다섯 범주
5장 나는 얼마나 좁은 움벨트 안에 살고 있는가?
6장 화학 감각: 오렌지는 꺼끌꺼끌, 커피는 기름진 초록색 맛, 흰색 페인트 냄새는 파란색
7장 귀로 보는 사람들
8장 오르가슴, 아우라, 감정, 촉각
9장 수형, 순서배열의 공간적 인지
10장 후천성 공감각: 같다고 하기엔 너무 다른
11장 공감각 메커니즘
해제
용어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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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네군
재밌게 읽으셨길 바랍니다. 사실 저도 이번에 기후 관련 책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를 다 읽어가고 있어서, 그 다음에 읽을 책으로 <386 세대유감>을 생각 중이거든요. 유익한 책이길 바라고 있습니다 ㅎㅎ
신자유주의와 권력 잘 읽었어요.^^ 대체적으로 경제관련 서적을 올리시다가 최근에 새로운 분야를 찾아보시려는 시도가 눈에 띄더군요. 개인적으로 맘에 듭니다. 정치인물 관련 서적을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비율적으로 잘 안 올라오는 분야 같아서요.
아마 과거에 '신자유주의' 관련 서적이 상당히 많았을 겁니다. 실제로 저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였거든요. 물론 지금도 제 관심사와 관련한 신간을 골라 올리고 있긴 합니다만, 과거와 달리 더 많은 사람의 취향이나 관심사를 만족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자연히 선정 분야가 넓어졌습니다. 사회/경제/역사가 아무래도 주를 이루지만,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과학/철학/기술(미래관련)/예술 등 문학과 에세이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유익하다 싶은 책들을 고르고 있습니다. 다만 문학과 에세이는 다른 분야와 달리 책의 방향성이나 주제를 사전에 파악할 수 없고, 온전히 완독을 했을 때야만 제대로 된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외하고 있습니다. 제가 올리는 책이, 남에게 소개하기 위함도 있지만.. 앞으로 제가 읽을 독서리스트에 해당하기도 해서, 읽고나서 뭔가가 남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서적을 고르기 위해 최대한 노력 중입니다. 물론 그 중에는 [불편한 회고]처럼 남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만족스러운 책도 있고, [엘리트 제국의 몰락]처럼 생각 외로 실망스러운 책도 있습니다. 참고로 [엘리트 제국의 몰락]을 읽으시려거든, 차라리 동일 분야의 [기득권층]을 읽으시는 것을 경험으로써 권합니다 ㅎㅎ [엘리트 제국의 몰락]의 경우 통계자료만 지나치게 나열해놓았고, 그에 따른 심도있는 통찰이나 획기적인 의견 제시가 거의 없어서 권해드리고 싶지 않네요. 정치인물 관련 서적은 제가 아마 소수의 몇 권을 올려두긴 했습니다만.. 사실 정치나 시의성이 큰 특정 이슈 서적을 소개할 경우, 댓글창에서 상당히 격한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래도 큰 범위의 주제를 가진 책은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그나마 적거나, 논쟁 자체가 건전한 방향성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특정 인물' 자체에 주제나 포커스를 두면 심각할 경우, 정말 지저분한 싸움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더군요. 단순한 평전이면 좀 괜찮은데, 정치인물 관련이면 아무래도 더 민감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 부분은 아쉽지만 제 스스로 신간 소개하는 걸 좀 자제하고 있습니다;; 논쟁에 뛰어들면, 하루 종일 거기에 묶여버리는 스타일이라 최대한 논쟁을 만들거나 뛰어들지 않을려고 노력하는 쪽이라서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