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조슈아 웡
역자 - 함성준
출판사 - 프시케의숲
쪽수 - 348쪽
가격 - 16,000원 (정가)
“우리는 중국 공산당에 겁먹지 않는다”
홍콩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웡의 주저
조슈아 웡의 홍콩 ‘우산운동’ 기록을 담은 책 [나는 좁은 길이 아니다]가 발간되었다. 조슈아 웡은 2014년 중고등학생으로 이루어진 ‘학민사조’를 이끌며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다. 그는 당시 홍콩의 최고책임자인 행정장관 선출에 대한 직선제 보통선거를 요구하며, 홍콩의 중심지인 센트럴 지역 등을 점거하고 끈질긴 투쟁을 했다. 이로써 그는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이 되었다.
이 책은 홍콩 민주화 운동의 한복판에서 써내려간 조슈아 웡의 주저로서, 그의 가장 뜨거웠던 시기의 기록을 담고 있다. 2013년 여름부터 2015년 여름까지의 일지를 통해 오늘날 홍콩의 희망과 열망은 물론, 불안과 공포까지 솔직하게 전한다. 18세의 청년이 시대의 요청을 외면하지 않고 사회 현안에 대해 생각을 벼려나가는 모습이 깊은 감동을 준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홍콩 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소상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조슈아 웡은 누구인가
여기 홍콩의 미래가 있다
홍콩에서 항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요한 명분 중의 하나가 바로 ‘행정장관 직선제’다. 홍콩은 1997년 7월 1일,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되면서 홍콩 행정부의 수장인 행정장관을 선거에 의해 뽑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방식이 간접선거 방식이어서 시민들의 불만이 팽배했다. 그것이 명시적으로 분출되어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것이 2014년의 우산운동이었다. 우산운동은 현재 진행형인 홍콩 사태의 핵심을 정확히 품고 있다는 점에서 자세히 복기할 필요가 있다.
조슈아 웡은 당시 우산운동을 이끈 주역으로, 민주화 운동의 현장에서 열여덟 살을 맞았다. 2012년 ‘학민사조’라는 조직을 이끌며 국민교육 반대 운동을 시작했고, 이것이 민주화 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책은 2013년 여름부터 2015년 여름까지를 일지 형식으로 기록해나간 것으로, 2014년 우산운동의 배경과 전개, 결과까지 자세히 다룬다. 또한 각 일지마다 저자의 후기가 기록되어 있어, 더욱 입체적으로 홍콩의 현안을 파악하도록 돕는다. 18세의 청년이 시대의 요청을 외면하지 않고 생각과 행동을 벼려나가는 모습이 진한 감동을 준다.
이 책에서 조슈아 웡은 자신이 생각하는 정치란 “타협의 예술”이 아니라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바꾸는 예술”이라고 말한다. 그의 이상과 굳건한 신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보수파 정치인은 물론이고 민주파 정치인에게서도 ‘이상주의’라고, 또 ‘삼류 대학이나 갔다’고 비웃음을 사는 상황에서, 그가 기댄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열망이었다. “희망이 보여서 계속하는 게 아니라, 계속해야 희망이 보인다”는 생각으로, 소수의 중고등학생 동지들을 규합해 사회적인 행동을 해나간다. 소영웅주의나 경직된 자기주장에 빠지지 않고 담담하게 일지를 기록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우산운동의 한 가지 특징은 학생들이 시위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대학생 그룹인 ‘학련’은 물론, 조슈아 웡으로 대표되는 중고등학생 그룹인 ‘학민사조’가 시위의 주축이었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약속한 행정장관 직선제 보통선거가 교묘한 방식으로 좌절되자, 초유의 행동을 감행한다. 당시 중국 정부는 1인 1표의 직선제 보통선거를 실시하되, 후보로 나서려면 반드시 친중 성향의 지명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사실상 민주파 후보를 내세울 수 없는 데에 분노한 학생들은 홍콩의 중심지인 센트럴 지역을 점거하는 행동에 나선다. 여기에 자극을 받은 시민들이 합류해 79일간 대규모 시위를 한 것이 이른바 우산운동이다. 당시 경찰의 최루탄 진압에 맞서 우산을 방패삼은 것이 시위의 상징이 되었다.
조슈아 웡은 우산운동을 주도하며 홍콩 민주화 운동의 얼굴로 급부상했다. 그해 [타임] 선정 올해의 인물, [포린 폴리시] 선정 100대 글로벌 사상가로 꼽혔다. 또한 노벨평화상 후보로 홍콩 시민들과 함께 추천되기도 했다. 2019년 대규모 시위가 다시금 일어나자 홍콩 정부가 그의 구의원 선거 출마를 막은 것에서 조슈아 웡의 정치적 위상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올해 만 24세다.
오늘날의 홍콩과
동아시아를 이해하는 열쇠
우산운동은 민주화 요구가 본격적으로 대두한 대표적인 사건이다. 중국 정부가 시민들의 행정장관 직선제 보통선거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한, 우산운동은 ‘영원한 현재’로 계속 기억 속에서 소환될 것이다. 2019년의 홍콩 사태가 이를 잘 보여준다. 그 시작은 범죄인 송환법에 대한 반대였지만, 현재 정부가 송환법을 공식 철회했음에도 시민들은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 조건의 하나로 내걸고 계속 맞서고 있다. 아마 몇 년 후에도 또 다른 어떤 사건으로 시위가 촉발될 것이고, 그 귀결은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로 끝날 것이다.
또한 조슈아 웡과 학민사조는 우산운동을 통해 홍콩의 젊은 세대에게 결코 지울 수 없는 기억을 남겼다. 그들이 성장해 홍콩의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할 것이다. 이 세대는 2047년 일국양제(하나의 국가, 두 개의 제도) 적용의 만료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며, 이에 따른 갈등이 2030년 이후부터는 지금보다 더욱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조슈아 웡도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 책에서 직선제 요구를 넘어 일국양제 이후를 고려한 어젠다를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한다.
사실 많은 한국인들은 1980년대의 민주화 운동을 추억하며 홍콩의 사태를 바라보는 경향이 짙다. 한국도 예전에는 ‘체육관 간접선거’를 했었고, 이에 반대해 ‘젊은 학생’들이 직선제 민주화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조슈아 웡도 한국어판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호소한다.
“홍콩인들은 민주를 위해 용기를 내서 싸우고 있습니다. 지난 세기 한국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마침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항쟁이 홍콩에서 거대한 물결이 되기 전, 학생들이 가슴 속에 품었던 이상과 생각들이 이 책을 통해 여러분들께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은 광주, 내일은 홍콩’이 되기를, 언젠가 홍콩 사람들도 한국처럼 자유와 민주를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홍콩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한국이 단지 민주화 ‘선배’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자칫 추억이나 우쭐거림의 차원에만 머물러선, 홍콩 사태가 오늘날 뜻하는 바를 놓쳐버린다. 한국은 중국의 대외정책을 분명히 이해하고 인식하는 관점에서 홍콩 사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덩샤오핑 이래 적용돼오던 ‘일국양제’ 원칙이 어떻게 ‘양제’에서 ‘일국’으로 서서히 기울고 있는지를 홍콩의 입장에서 선명하게 보여준다. 한국은 이를 통해 중국이 우리에게 외교관계상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홍콩에게 중국이 현실이듯, 한국에게도 중국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목 차
한국의 독자들께
들어가는 말
제1부 시민투표 전야
정부를 되찾자
주변화되고 만 ‘시민 지명’
대중 운동은 대중을 믿어야 한다
프리실라 렁의 탈정치화
홍콩의 미래, 학생의 몫
직접행동의 각오
그날 그들이 끌고 간 것은 무엇인가
중간자와 눈짓을 주고받지 말라
싸우면 싸울수록 더 강해진다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묻는 것
중앙의 프레임을 깨뜨리기
취업을 위해 사회 운동을 하다고?
소수가 다수의 염원을 걸러내는
공백기를 이겨내려면
양심이 시킨다, 언론을 지켜라
능력 있는 자가 자리에 앉는다
미래는 젊은 세대가 쥐고 있다
현실에 고개 숙이지 말 것
불평등한 판을 넘어서기
나는 타협할 생각이 없다
우리가 왜 극단분자인가요
온건파는 정치 현실을 직시하라
결정적인 소수가 된다는 것
백서, 홍콩에 찬물을 끼얹다
하지만 당신은 승리를 더 두려워한다
제2부 동맹 휴학 준비
성적이 낮으면 자격도 없는가
그저 환상일 뿐
사회에 관심 있는 일류대 학생 모델
정권의 팔뚝을 꺾어나가자
내가 믿는 것과 믿지 않는 것
오늘 하지 못하는 일은 평생 못한다
맞습니다 지금 돌격하자는 호소입니다
제3부 우산운동의 시작
저희는 조슈아가 자랑스럽습니다
석방 후: 해야만 했던 말들
대중이 오히려 리더를 이끈다
참을 수 없는 흑경의 폭력
매와 비둘기 레퍼토리
새로운 시민투표가 필요하다
정치개혁안 부결 이후에 대한 구상
단상 무대를 둘러싼 갈등에 대하여
분열 혹은 난처한 상황
청춘을 안고 두려움을 버리네
단식으로 미뤄진 엄마의 생신상
당신이 이 아름다운 도시의 수장이라면
의원들은 강 건너 불구경입니까
아들과 벗들의 신념을 위하여
제4부 점거가 막을 내린 후
내가 뽑은 ‘올해의 인물’, 불복종자
정부를 뛰어넘는 어젠다 세우기
‘분노한 학부모들’에게 묻는다
민주와 비민주는 한 글자 차이
고작 물러터진 오렌지 세 개를 주고
캐리 람, 눈 가리고 아웅
내게 힘이 되는 최고의 보상
구의회 선거에 나서려는 청년들에게
어린 나이에 유명해지는 스트레스
두 가지 해명
내가 얻은 타이틀보다 훨씬 중요한 것
학교와 사회의 올가미를 벗어나서
전설의 박사님, 치료를 포기하지 마세요
유일한 출구
오히려 이용만 당하는 온건파
죽 쒀서 개를 줄지언정
당신은 모른다, 학자금 대출의 압박을
다시 한 번, 학민사조 소집인으로서
말레이시아 입국을 거부당하다
대학생들이 기본법을 불태운 까닭
홍콩의 앞날을 결정할 2047년
나오는 말
부록1 홍콩 지도
부록2 홍콩 행정장관 선거 방식
부록3 주요 사건 일람
부록4 인명 대조표
Hong Kong No.1
비폭력 운동을 고수하고, 그것으로 정당성을 보증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기의 발달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갈수록 사람을 효과적으로 사냥하는 무기의 기술은 발달하지만, 대중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것들에 접근하기는 요원한데 정부나 그에 속한 경찰의 경우는 치안유지라든가 사회질서유지라는 명목하에 비록 진압용 병기에 한정되기는 하겠고 그랬으면 좋겠지만, 사람을 물리적으로 다스리는 보다 효과적인 무기에 접근할수 있는 가능성이 늘어나고 보다 무장의 수준도 갈수록 진화할것은 자명하기에 보다 대중을 위태롭게 할것임은 분명하겠죠. 그래서, 무기의 발달과는 상관없이 진압에 정당성 내지는 구실을 주지 않는 비폭력으로 보다 많은 인원수를 모아서 국내와 국외에 바람직한 형태의 정의를 호소하는것이 유일하고 가장 효과적인 단체적 저항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권의 유지를 위해서 세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회질서 유지라는 명목으로 권력의 입맛에 맞지 않는 자들을 강압적으로 길들이기 위한 정부가 존재하는 국가들이라면, 혹은 세계가 굳이 관심을 가져도 되지 않을만큼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국가들의 경우라면 비폭력으로 평화적인 시위로 일관한다 하더라도 갈수록 발전하는 무기와 그에 접근하기 쉬운 공권력들이 마음먹고 구실 하나 잡고 진압하기 시작한다면 과연 대중들은 갈수록 보편적인 정의를 지킬수 있을것인가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회의감이 드는것도 사실입니다. 결국에는 세상에 다시 야만의 시대가 찾아오지 않아야 무력하게 폭력에 굴복당하는 시민의 모습을 보지 않을것 같지만, 살기가 어려워질수록 정부는 그를 이용해 힘을 가지는것이 용인되고, 그것들이 시민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들여서 그게 나비효과마냥 퍼져나가면 갈수록 인간적인 삶을 보장받기를 원하는 대다수의 시민들은 공권력이 가질수 있는 보다 발달된 무기들에 얼마나 저항할수 있을지 그게 두렵습니다. 결국 독선적이고 강압적인 권력에 대항하기 위한 유일무이한 수단이 비폭력 다수의 행동일진데 갈수록 선택지의 격차가 벌어진다면 평화적인 방법이 과연 얼마나 오래갈수 있을것인가에 대해서 초조해지네요.
무기를 들수도 없으니...답답하기만 합니다. 중국이 너무 커진게 골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