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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프린세스 메이커2 병맛 기행기를 올렸던 게이머입니다. 간만에 기행기거리를 찾아서 또 올리러 왔습니다. :)
"생산 활동을 중시하는 게임은 무슨 재미로 하나?"
사람마다 다른 답변을 내놓겠지만요. 저는 컨셉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놀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그런 게임은 전투 말고도 즐길 거리가 많거든요.
실제로 농토를 가꾸며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누린다든지, 맛있는 요리를 팔며 음식점 주인 행세를 한다든지, 예쁜 집을 짓고 친구들을 초대하여 하우스 파티를 열기도 합니다.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장난을 친다든지, 멋진 옷을 입고 폼을 잡는 등의 컨셉 놀이도 할 수 있고요.
그래서 이런 놀이를 즐길만한 게임을 찾다가 라이프 애프터에 손을 댔습니다. 다른 생활형 게임도 많은데 왜 하필 이걸 골랐냐 하면...
교복 스킨을 차려입으면 군필 여고생 컨셉으로 병맛 기행기를 쓸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 1일째: 군필 여고생, 대지에 서다
신검 1등급을 받은 여고생이에요. 육군에 입대해서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죠.
근데 전역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좀비 사태가 터졌습니다. 덕분에 예비군 소집령이 떨어져서 도로 군 생활을 하게 됐... ㅂㄷㅂㄷ
난 여기서 나가겠어! 저 털북숭이 아저씨가 고쳐둔 헬기를 뺏어 타서 도망칠 거야!
근데 망할 괴물 놈이 헬기를 부수는 바람에 뜻을 못 이뤘어요. -_-)a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괴물이 헬기를 터뜨린 대가로 괴물의 뚝배기를 터뜨려줬습니다. 어딜 군필 여고생 앞에서 깝치고 있어 -_-)+
그랬더니 웬 사람들이 저를 영웅으로 대접해주네요. 희망의 골짜기에서 발견된 유일한 생존자라나 뭐라나. 심지어 땅도 주고 개척 지원도 해주겠다고 합니다.
솔깃하네요.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에 땅주인이 되다니. 부동산 떡상하면 대학교 안 가도 되겠다 +_+
...는 이웃들의 텃새가 너무 심하네요. 땅값 안 오르겠다 ㅠㅠ
덕분에 선발대가 전멸해서 저 혼자 땅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 왔습니다. 그것도 좀비들과 싸우면서 말이입니다.
하지만 겨우 이 정도로 좌절할 제가 아니죠. 현역 시절에 '저 산이 왠지 거슬리는데'라는 연대장님의 말씀 덕분에 산도 밀어봤는걸요. 그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3
일단 활을 만들어서 좀비를 잡으라네요. 교복과 함께 총을 챙겨두긴 했지만, 내구도가 아까워서 시키는 대로 해야겠습니다.
그나저나 나무는 어디서 구하죠? 도끼 없이 캐와야 하나?
까짓 거 해보죠 뭐. 군필 여고생한테는 남아도는 게 힘이니까요.
근데 다 캐고 나니 근처에 떨어져 있는 재료가 눈에 들어오는군요. 사서 고생하는 멍청한 짓을 저지르다니, 이게 다 군대 때문이야 OTL
그래도 활과 화살만으로도 좀비를 죽일 수 있고
집터를 번쩍 들어 올려 집을 지을 정도로 기운이 넘치니까요. 머리가 모자라는 게 대수는 아니겠죠?
우여곡절 끝에 제 집을 마련했습니다.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괜찮네요. 2층에 올라가서 저격할 수도 있고.
모양새가 너무 허름해서 증축을 할 필요는 있지만요. 옆 동네 숲으로 가서 나무와 돌을 모아와야겠습니다.
호오, 나무가 널려있네요. 돌도 좀 보이고요.
밤중에는 야행성 좀비가 쫙 깔리지만. 덕분에 밤중에 혼자 돌아다니다 죽을 뻔했습니다. 잊지 않겠다 좀비 놈들 OTL
이렇게 정신없이 싸우니 배가 고파지는군요. 간편하게 허기를 때울 방법은 없을까요?
어? 보급 상자에서 먹을 걸 발견했어요. 통조림이군요!
문제는 통조림 안에 매우 수상한 내용물이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뭘 먹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알고 싶지 않아진다라, 한 번 겪어본 거 같은데...
아, 기억났다! 군대에서 해물 비빔 소스 처음 먹었을 때 저런 기분이 들었어! 왕성한 식욕도 한 방에 죽인다는 그 메뉴! 밥도둑 아닌 밥검찰로 유명한 그 메뉴!
"으으... 어어... 전역한 김 상병님이 왜 여기에...? 기록이 사라져서 이병부터 다시 군 생활을 해야 한다고...? 앙대...!"
해물 비빔 소스의 맛을 기억해버린 탓인지 악몽을 꾸며 뒤척거렸습니다. 군필 여고생의 삶은 고단하군요.
그다음부터는 아예 도시락을 싸오거나, 모닥불을 피워 즉석요리를 만들어 먹고 있습니다. 스태미나뿐만 아니라 체력도 회복되고 버프도 받을 수 있어서 좋네요. :)
■ 2일째: 이사 가서 거름 만든 썰
이렇게 필드를 돌아다니며 자원을 채집해보니 이런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경지를 운영하면 좀 더 쉽게 자원을 모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요.
문제는 개인 소유지의 농토가 그리 넓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이때...
"캠프(길드) 가입하고 이사하면 더 넓은 땅을 개간할 수 있어요!"
이 말을 듣고 이사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북쪽 섬으로 슝~
음, 땅이 참 좋군요. 잘 가꾸면 채광, 농사, 목축, 벌목 모두 자유롭게 할 수 있겠어요.
아주 간혹 곰이 문 앞까지 달려와서 귀싸대기를 날린다는 문제가 있지만요. 야생 벨튀범이 나올 줄이야.. 하지만 이건 아주 사소한 문제입니다. 곰한테 샷건을 먹여주면 바로 해결되니까요 :)
그럼 경지 운영을 해볼까요? 나무야 무럭무럭 자라렴 베어넘겨서 건축 자재로 써먹게. +_+
근데 수확량을 늘리려면 비료를 줘야 한다는군요. 마을에서 살 수도 있지만 공짜로 얻을 방법은 없을까요?
아, 화장실을 설치해서 거름을 모으면 되겠군요.
이제 군필 여고생은 하루하루 똥 싸는 기계... 아니, 거름 만드는 기계가 됐습니다. -_-)a
내친김에 목장을 만들고 아기 돼지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놀아주고 마사지도 해주니 땅바닥을 뒹굴며 좋아하는군요. 귀여워라.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
"갈빗살 살살 녹는다~"
정성 들여 키워서 잡아먹었습니다. 이제 이 돼지는 제 몸의 일부로 살아갈 겁니다.
■ 3일째: 좀비 메이 크라이 하우스
이사도 끝냈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집을 꾸미려 합니다. 먼저 저 허름한 판자때기부터 손봐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 깔끔한 나무 벽으로 강화할 수 있을까요?
답은 '좀비와 짐승을 갈아 넣는다'입니다. 처치하고 나서 얻은 뼈와 갈퀴를 투입하여 벽돌과 시멘트를 만들고, 그걸 강화 재료로 가공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열심히 사냥을 하는 도중 거대 필드 보스를 마주쳤습니다. 위협적으로 생겼군요. 비록 수많은 사람들한테 얻어터지고 순삭당했지만. -_-)a
이 와중에 모래폭풍이 불어닥칠 예정이니 동굴로 피신하라는 경고문이 떴습니다. 겨우 모래 폭풍 가지고 호들갑이냐 싶었는데...
에퉷퉷! 숨이 막힌다며 체력이 조금씩 깎였습니다. 알고 보니 미세 먼지보다 훨씬 더 위험한 재앙이었군요.
다행히 체력이 다 떨어지기 전에 동굴 안으로 피신할 수 있었습니다. 모래 폭풍이 그치면 캠프로 돌아가 공사를 지어야겠습니다.
이제 어떤 집을 지을지 고민할 차례로군요. 저는 전망 좋으면서 실용적인 건물을 지을 거예요. 그래서 1층에는 보관함과 자주 쓰는 제작 시설을 배치했고요.
화장실도 1층에 넣어뒀습니다. 이전과 달리 그림도 걸어두고 타일도 깔아뒀어요. 잘 꾸며뒀으니 자주 와서 거름을 쥐어짜고 가라는 뜻으로 말입니다.
2층에는 비교적 덜 쓰는 제작 시설과 침대를 놔뒀습니다. 나중에는 저만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꾸밀 생각이에요.
근데 왜 머리맡에 총을 걸어놓고 침대 근처에 탄약함을 놔뒀냐고요? 군필 여고생이잖아요. 자고 있더라도 언제든 튀어나가 싸울 수 있게 준비해야죠.
그리고 2층 창문으로 입구를 바라보며 싸워야 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요. 2층에도 탄약함을 배치해두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은 바깥으로 드러나도록 설계했습니다. 침입해온 좀비가 저걸 부수지 못하도록 막아둬야 한나 고민했지만... 그렇게 하자니 건물이 너무 밋밋해지길래 내버려 뒀습니다.
3층은 옥상 바비큐 파티를 열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언젠가는 지인들을 초대하여 여기서 요리를 나눠먹으려고요.
이로써 수많은 좀비들의 뼈와 갈퀴를 갈아서 그럴싸한 집을 만들어냈습니다. 좀비들이 보면 통곡할만한 결과물이로군요.
다만 재료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서요. 눈에 안 띄는 곳은 업그레이드하지 않았습니다. 군대 시절 버릇대로 가라를 친 셈이죠. -_-)a
하지만 별 수 있나요. 재료가 부족해서 손을 못 쓴 건데. 그냥 신경 끄고 낮잠이나 자겠습니다.
"이... 이병 여, 고, 생! 아입니다!!"
...
......
새 침대로 바꿨는데도 어김없이 이병 시절로 돌아가는 악몽을 꾸는군요. 역시 군필 여고생은 고달픕니다.
■ 4일째: 인성 터진 여고생vs좀비
수차례 악몽에 시달린 탓일까요. 뭔가 심상찮은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예감에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불길한 예감을 떨쳐내려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있었는데....
"오늘 20시 30분에 좀비들이 당신의 집을 습격할 거예요!"
그런 공지가 뜨더니 전기 장벽과 목책이 배송되더군요.
...
......
이건 무슨 90년대 만화 천사 소녀 네티도 아니고. '오늘 밤 당신의 집을 털어가겠어요'라고 친절하게 예고장을 던져주네. -_-
아무래도 이거 때문에 꿈자리가 뒤숭숭했나 봅니다. 그럼 화근을 뿌리뽑아야죠. 철두철미하게 방어 준비를 해놓고 좀비가 올 때까지 기다렸닥....
"야 이 썩어문드러져서 피골이 상접해진 놈들아! 고기 먹고 싶냐? 집에다 늬네들 애비 애미 형제 뼛가루를 발라뒀으니 그거나 핥아먹고 가라!"
옥상에다 요리를 해두고 좀비들을 도발해봤습니다. 한 번쯤은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거든요.
그러고 나서 큰 놈이든 작은 놈이든 가릴 것 없이 총으로 쏴 죽였습니다. 미리 만들어둔 화염병도 아낌없이 던졌고요. 이때만 해도 '좀비라 해봤자 별거 아니네!'라고 기세등등했죠. 그러나...
얼마 안 가서 장벽도 다 터지고 화염병도 다 떨어져 버렸습니다. 에고 좀비 형, 아니 선생님. 우리 말로 합시다! 내 집만은 터뜨려서는 안 돼요! 이거 만드느라 10시간은 족히 썼는데!
그렇게 속이 바짝 타들어가서 비굴한 모습을 보이던 그때-
같은 길드원 분들이 지원하러 와주셨습니다. 살았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날개 달린 보스도 간단히 물리쳤고요.
도심지를 공격해오는 적을 열심히 막아내고 상당한 보수를 받아냈습니다.
플레이는 여기까지 해뒀습니다. 게임 특징 살펴보고 나름대로 흥미로운 상황을 많이 경험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기대한 만큼 재미나게 플레이했네요.
좀 더 플레이하면 보다 멋진 집을 지을 수 있고 신규 지역도 탐험할 수 있다는데요. 조금씩 시간을 들여서 거기까지 진행해야겠습니다. 그때 재미난 상황을 겪는다면 또 기행기를 써올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