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중간중간에 다소 과격한 표현이 들어갔다 해도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임을 염두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올해 2017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해서 연말과 정초를 맞아
비록 올해 출시된 게임을 전부 해본 것은 아니지만, 제 경험상 손꼽힐만한 하나의 작품을 선정해 소감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하필 ‘최악의 게임’을 선정한 제 음울하고 어두운 성향을 드러내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만(....)
그만큼 올해에 망작이라고 불릴만한 작품이 적었기에, 최고보다는 최악의 게임이 더욱 선정하기 쉬웠다는 긍정적적 해석도 가능합니다. 아마도?
에이전트 오브 메이햄의 탄생 배경?
에이전트 오브 메이햄을 거론하기 위해선 빠질 수 없는 시리즈가 있습니다.
바로 이 작품의 배경이 된 오리지널 시리즈, 세인츠 로우 시리즈입니다.
잠깐 개인적은 얘기로 넘어가지요. 지금도 새록새록 떠오르는 추억이 있습니다.
2008년 10월. 바로 세인츠 로우2의 발매 당시의 기억입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에도, 당시 이 게임의 한글화 소식의 충격과 그로 인한 기쁨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오픈월드 스케일의 한글화야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지만, 2008년만 해도 사정이 많이 달랐지요.
그 때 오픈월드 시스템으로 나온 게임 중에서 굳이 한글화된 게임을 꼽자면 어쌔신 크리드나 크랙 다운 정도? 아니 오픈월드 이전에 한글화 게임 자체가 상당히 드문 시절이었죠. 이 당시만 해도 후에 GTA5 같은 작품이 한글화 되어 나올 거라곤 꿈도 꾸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GTA같은 현대도시형 샌드박스 게임인 세인츠 로우2의 한글화 발표가 게이머로서의 가슴을 얼마나 두근거리게 했는지 당사자가 아니라면 모를 겁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전 이게임을 판매점에 직접 수령하러갔습니다. 당시 거주하던 곳이 용산과 가깝기도 했고, 마침 똑같은 시기 페이블2도 나왔기에 배송비도 아낄 겸, 두 작품을 수령하러 갔던 거죠.
여담이지만 페이블2와 세인츠 로우2는 개인적으로 시리즈 중 최고작들로 손꼽고 있습니다. 그 최고 작품들의 동시발매, 엑스박스360 게이머로선 이때가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자, 이제 세인츠 로우 시리즈에 대해 좀 더 파보자면..
시리즈의 기념비적인 처녀작인 세인츠 로우1의 경우 딱히 모난 게임은 아니었지만, 특출한 점도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뭔가 GTA와 대비되는 자신만의 색깔이나 개성이 보이지 않았다고 할까요. 하지만 일단 오픈월드와 스케일과 액션으로서 재미는 충분히 갖추고 있었고, 당시 기준으로 차세대 콘솔게임으로서 HD화면의 해상도와 그래픽은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엑스박스 360 독점인데다 한글도 아닌지라 국내에선 반향이 별로 없었지만 말이죠.
그리고 2는 앞에서 언급한대로. 드문 한글화인데다 게임성은 일취월장. 거기다 소위 ‘약한’듯한 연출과 요소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보디가드가 돼서 달라붙은 사생팬들 야구방망이로 후려치기, 똥차 몰고가서 사방에 똥 뿌려대기, 달리는 자동차에 돌진해서 보험금 사기타먹기 등등. 기존의 게임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었던, 정확히는 GTA같은 게임에서 한번쯤은 해볼법한 막장행동들을 시스템화 시킨, 실로 기발하면서 엽기적인 요소들이었죠.
거기다 전작에서 대사가 총 네 마디(...)에 불과했던 주인공 캐릭터에게 개성을 부여했습니다. 진지하고 잔인하지만 또 쿨한 구석도 있는, 세간에서 말하는 Badass한 성격으로 캐릭터성을 자리 잡았고, 이것 역시 게임의 매력으로 꼽혔습니다.
다음은 3편. 이것 역시 한글화가 되어서 나왔습니다. 게임 속 분위기는 2편의 시리어스함을 좀 줄이고 유쾌함을 늘였습니다. 새로운 맵을 배경으로 스케일이 커진 부분은 나쁘지 않았지만, 소소한 커스터마이징이나 약빤 듯한 요소는 2편에서 살짝 퇴화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세인츠로우 스러운 막장성은 여전하고, 독기가 빠져 잔인한 면이 줄어든 주인공은 오히려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간건지 세인츠 로우 시리즈의 위상을 더욱 높인 작품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4편. 이 시점부터 본래 유통사였던 THQ는 도산하고, 딥실버가 새로운 유통사로서 세인츠 로우를 발매하게 되었습니다. 3대 악덕 유통사라고 불리는 딥실버는 악명을 과시하며 기존 작품의 팬들 따위는 엿바꿔먹으라는 듯이 세인츠로우 시리즈의 최신작을 비한글로 발매하여 팬들의 원성을 샀습니다.
본래 3편의 확장판으로 계획되었던 이 작품은 이런 식으로 ‘세인츠 로우4’로 태어나 안드로메다로 갑니다. 말 그대로 게임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말이죠. 외게인 침략, 지구 멸망이라는 지나치게 커진 스케일은 게임 스토리뿐만 아니라 플레이어의 정신줄까지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립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가상현실이라는 설정을 통한 자유도 높은 슈퍼맨 플레이가 즐거웠고, 1편부터 지금까지의 등장인물들 재등장과 뒷설정 기록 등, 세인츠 로우 팬으로서는 선물보따리 같은 느낌을 받은 작품이었습니다. 약 한사발한 듯한 패러디와 DLC 내용도 비교적 만족스러웠지요.
그 다음 작은 갯 아웃 오브 헬. 플레이어 캐릭터가 처음으로 ‘주인공’에서 인기 캐릭터 쟈니 갯으로 바뀌었습니다. 심지어 배경은 전작에선 우줄 넘어가더니 이제는 지옥입니다. 슬슬 제작진들이 스토리 뒷감당을 어찌하려나 싶은 걱정이 들기 시작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엔딩에서 무려 조물주(...)가 등장하여 세계를 다시 재건하자는 제안을 합니다. 아무래도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공식설정인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이제부터 언급할 이 ‘에이전트 오므 메이헴’ (이하 메이헴)의 세계관이 바로 이전 세인츠로우 시리즈의 세계관의 연장선이기 때문입니다.
...전작 시리즈에 대한 서론이 좀 지나치게 길었지요?
메이헴이라는 게임의 탄생배경을 설명하고 싶었던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후속작을 자칭한 이 메이헴을 플레이하면서 어떤 점을 느끼게 되었는지 글을 읽는 분들께 이 심정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세인츠로우 시리즈의 팬으로서, 이 시리즈를 사랑해온 게이머로서,
제가. 얼마나. 실망했는지.
스토리
세계정복을 꿈꾸는 리전이라는 조직이 있습니다. 이 조직을 막기 위해 메이헴이라는 기관이 설립됩니다. 리전 소속의 악당 닥터 바빌론은 근미래의 서울에서 자신의 음모를 펼쳐나가고 메이헴은 소속된 에이전트를 보내 닥터 바빌론을 저지하려 합니다.
..성의없이 요약한 내용이라고요? 진부하기 짝이 없다고요? 원래 스토리가 이런데 제가 어쩔...
뭐가 문제인가?
이러쿵저러쿵 돌려말하지 않겠습니다. 바로 문제점부터 파고 들어가 봅시다.
형편없는 스토리 텔링
일단 위에 적은 저 진부한 스토리를 최대한 지루하게, 몰입없이, 따분하게 풀어나가는 전개 방식이 문제입니다. 원인을 분석하자면
⚫ 플레이어가 끼어들 여지없는 이미 완성된 세계관.
악역이 누구인지는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닥터 바빌론. 그 악당이 소속된 집단도 어딘지 압니다. ‘리전’이지요.
그럼 플레이어는? 플레이어가 컨트롤하는 에이전트도 집단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메이헴이라는 이미 완성된 집단입니다.
만약 플레이어가 메이헴 설립 과정을 겪었다면, 음모를 꾸미고 있는 사악한 악역의 정체를 밝혀내는 과정이 있었다면, 그 악역이 속한 신비한 집단의 실체를 알아내려는 과정이 있었다면 이야기가 조금은 더 흥미로웠겠지요. 하지만 아닙니다. 결국 플레이어가 게임 스토리에 개입하기도 전에 스토리가 이미 결정지어진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자, 뭐가 궁금한가요? 이미 정의의 집단 메이헴이 리젼을 무찌를 거라는 밑밥이 다 깔린 상태인데?
⚫ 새 동료? 신입? 우린 이미 서로 아는 사인데?
...앞에 부분이 거시적 관점이라면 이건 미시적 관점 이야기입니다.
플레이어는 기본으로 주어진 3명의 에이전트 외에, 신입 미션을 통해 새로운 에이전트를 고용할 수 있습니다. 즉 내용상으론 아군이, 게임상으론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늘어나는 셈이지요.
신입 미션의 내용은 새로 고용할 캐릭터에 대한 짤막한 별로 보고 싶지는 않은 2D 애니메이션이 화면에 지나가고, 그 캐릭터를 컨트롤하면서 신입 미션을 플레이하게 됩니다.
..문제는 새로운 동료가 될 캐릭터인데. 정확히는 ‘새로운’ 동료가 아닙니다. 이미 그들은 메이헴에 소속된 에이전트입니다. 즉 플레이어로선 처음 보는 캐릭터인데 게임 내에선 서로 아는 사이라는 겁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생판 타인을 동료로 맞이하고 캐릭터의 몰랐던 과거와 행적을 하나하나 알아가며 정을 쌓아가며 스토리를 진행해도 모자를 판에,
지루하기 짝이 없는 2D애니로 캐릭터 배경설명을 때우고, 이미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로서 오퍼레이터와 북 치고 장구 치고 자기네들끼리 대화를 이어나가는 ‘새’ 캐릭터를 보면, 플레이어의 몰입감은 저 멀리 날아가고 맙니다. 그것도 한두 캐릭터가 아니라, 전부 다 이런 식입니다. 플레이어의 몰입요소 따윈 사전에 다 차단해버리고 알아서 따라오라는 식. 이런데 어떻게 감정이입해가며 플레이 할 수 있겠습니까?
⚫ 주인공은 없다
이 게임은 딱히 주인공 캐릭터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저 플레이어가 현재 컨트롤하고 있는 에이전트가 누구냐가 달라질 뿐입니다. 그런고로 게임 중 주로 대사를 치며 떠드는 것은 본부에 있는 오퍼레이터 몇몇 뿐. 플레이어가 고른 에이전트는 대부분 맞장구나 치는 식이고, 에이전트가 누구냐에 따라 맞장구 내용이 소소하게 바뀌는 정도입니다.
..무슨 엑스컴같은 미션 위주의 게임도 아니고, 나름 스토리를 신경 써야 할 장르에서 이런 식으로 주인공 설정조차 잡지 않고 나온 것은 정말 이해가 안가는 점입니다.
멀리 갈 것없이 세인츠 로우 시리즈만 봐도 그렇습니다. 개성이 넘치다보니 똘기마저 풍기는 주변 인물들을 주인공이라는 중심이 바로잡고 내용을 이끌어나갑니다. 캐릭터들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하면서도, 누군가의 비중이 크게 튀거나 몰리는 구석 없이 중도를 지킵니다.
하지만 메이햄은 그런 주인공의 존재 자체가 없습니다. 중심이 되어줄 캐릭터의 존재가 전무합니다.
매력 없는 캐릭터들
..위의 주인공 문제와 연루해서 언급할 문제 같아 바로 아래에 서술합니다.
본래 메이햄 역시 초기에는 한명의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주인공인 그 혹은 그녀를 둘러싼 에이전트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에이전트들의 매력이 굉장해 이 구성을 버리고 에이전트들 중심으로 바꾸었다고 하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멍청한 아이디어였습니다.
당초 이 에이전트들의 매력이라는 점이 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캐릭터들 자체가 딱 봐도 알법한 성격의 디자인에, 그 디자인에 걸맞은 진부함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매력이란걸 어필할 기회조차 게임에서 주어지지 않습니다.
프롤로그 미션에선 초기 세 명의 에이전트를 컨트롤하면서 각각 돌아가며 농담 ㅁㅁ기도 하면서 캐릭터들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프롤로그가 끝나고 이 세 명의 캐릭터 중 한명만 골라 플레이하게 되면서, 에이전트 서로간의 대화는 단절되고 더 이상의 유머스러움도 없습니다. 어이없게도 오직 프롤로그에서만 에이전트들의 커뮤니케이션을 볼 수 있는 셈입니다. 오직 프롤로그에서만!
이후 새로 얻게 되는 에이전트도 비슷한 식입니다. 신입 미션이나 이후 개별미션에서나 각각 개인 대사가 있지, 일반 메인 스토리 진행 중이나 오픈월드 모험 중에 이 에이전트들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늘어지는 게임플레이
이 게임은 TPS 즉 3인칭 슈팅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에이전트를 조작해 적들을 쏴 죽인다...라는 간소한 게임의 기본은 최소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단 에이전트 당 전용 무기는 1개입니다. 플레이어가 컨트롤하는 팀은 총 에이전트 3명, 즉 플레이어가 당장 쓸 수 있는 무기는 단 3종류란 뜻이죠. 캐릭터를 바꿔가며 전투를 해도 무기의 종류수가 애초에 적다보니 금방 질립니다.
캐릭터의 게이지가 쌓이면 메이헴 스킬을 쓸 수 있습니다. 에이전트의 일종의 고유능력으로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무쌍 시리즈의 무쌍난무라던가 세인츠 로우의 난동(Mayhem) 미션 급의 시원스러움을 기대하시면 곤란합니다. 빵빵 터지며 적들을 순삭하는 그런 스킬이 아니라 전투 보조나 힐링에 가까운 능력들이 대부분인지라 맥이 빠지곤 합니다.
결정적으로 플레이가 늘어지는 이유는 전투의 템포입니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적들의 수가 너무, 지나치게 많습니다. 이정도쯤 죽였으면 됐겠지, 하는 시점에서도 계속해서 적들이 몰려옵니다. 난이도에 상관없이 적들 체력도 쓸데없이 많은지라 미션 하나하나 플레이 타임이 유난히 길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미션의 구성도 한몫합니다. 에이전트를 늘리는 신입 미션의 경우 무조건적으로 리젼의 지하 아지트에 들어가게 되고, 이 지하 아지트의 진행은 진저리날만큼 지루합니다.
방에서 적들 격퇴-> 다음 진행-> 다른방 적들 격퇴 ->다음 진행 -> 다른방 적들 격퇴..
이런 식의 과정 5,6번을 거쳐야 비로소 미션이 끝납니다.
요약하자면
쓸데없이 많은 체력의 적 + 의미없이 많은 머릿수의 적 + 답답하게 짜인 미션 구성
이 사악한 트리플 크라운이 게임을 정말이지 지루하고 못해먹게 만듭니다.
쓸모없는 오픈월드
...애당초 게임이 오픈월드로 만들어졌다면, 메인 스토리 외에 기타 즐길 거리를 기대하는 것이 당연지사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요즘 같은 시대에 제작된 게임이라면 더더욱 말이죠.
그리고 메이햄은 이 기대를 여과 없이 박살내주었습니다.
맵 내에 존재하는 것이라곤 기껏해야 자동차 레이싱, 달리기 레이싱, 상점 지키기 정도의 서브 미션 정도입니다.
상점? 미니게임? NPC와의 상호작용? 다 메이헴에선 해당 안 되는 요소들입니다.
자동차 레이싱이나 달리기 등등은 쓸데없이 긴데다 어렵습니다. 거기다 보상은 무려 랜덤입니다. 클리어해도 원하는 보상이 안 나왔을 당시에 정말 헛웃음이 절로 나더군요.
기껏 오픈월드를 만들어놓고 요소요소를 레이싱으로만 채우다니 황당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정의의 편(경찰이나 에이전트)이 중심인 오픈월드 게임일 경우, 도시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하는 플레이어의 자유도를 추구하는 부분이 게임의 스토리와 상반되다 보니 이를 억제했다고 볼 수도 있지요. 그건 이해합니다만, 그런 종류의 제약이 게이머가 추구하는 재미를 만족시키지 못할 거라는 건 이미 ‘크랙 다운’이 충분히 보여줬을 텐데 말입니다. 도대체 이럴 거면 뭐 하러 오픈월드 맵으로 게임을 제작한 건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의미 없는 서울 배경
..일단 이 게임이 국내에서 주목받은 이유는 세인츠 로우 후속작이라던가 그런 것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죠. 메이헴의 배경은 근 미래의 서울입니다.
하지만 플레이를 끝내고 나서 느낀 점은, 제작진이 단순히 의외성에 중점을 두고자 서울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었습니다. 글쎄요, 도쿄 같은 일본 도시라면 너무나 뻔하고 유명할테니까?
그만큼 게임속의 서울은 현실의 서울하고는 너무나 다르고, 연관성도 보이지 않습니다.
서울시내의 랜드 마크라고 할만한 장소(63빌딩, 남산타워, 한강 등등) 그 어떤 곳도 표현되지 않았고, 암만봐도 일본풍인 벚꽃이 심하게 휘날리는데다, 중심가엔 광화문이 아니라 수원화성과 자금성을 이상하게 짬뽕해놓은 듯 한 해괴한 건물이 늘어서 있을 뿐입니다. 꼭 랜드마크를 게임상으로 표현할 필요는 없다지만 그럴 거면 그냥 한국의 가상도시라고 하지 왜 ‘서울’을 꼭집어 고른 거랍니까?
게다가 전세계 맥도날드 매점보다 치킨집이 많다는 서울에 치킨 가게라곤 하나도 없고, 여기도 스시집, 저기도 초밥. 도시 디자인에 앞서 모티브가 될 장소의 사전조사를 하나라도 했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입니다.
거기다 명색이 서울, 즉 한국이 배경이면서 한국인 캐릭터라곤 없고 국내정서에 받아들이기 힘든 사고방식의 야쿠자랑 일본 닌자풍의 중동 여전사? 이쯤 되면 거의 모욕으로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세인츠 로우의 시리즈의 팬으로서
가장 개인적이자 치명적인 이유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메이헴은 갯 아웃 오브 핼에서 리부트 된 세인츠 로우 세계관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세인츠 로우 4 시점부터 시리즈의 리부트가 필요했다는 점에 나름 동의합니다. 대통령에, 우주정복이라니 스케일이 지나치게 크고 산만해졌죠. 하지만 제작진이 선택한 리부트 방식은 영 조악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세계를 재창조라니. 1편부터 즐겨왔던 플레이어의 업적과 함께해온 추억을 전부 무(無)로 되돌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시리즈의 심볼이었던 플레이어와 동료들의 행적은 전부 잊혀지고, 뭔 듣도 보도 못한 집단들이 지구의 운명을 건 대결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목구멍 위까지 치솟은 씁쓸한 가래침을 뱉어낼 수밖에 없더군요.
게다가 결과는 어떻습니까? 그렇게 리부트한 세계관이 이 메이헴이라는 한심한 졸작을 표방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제작진은 세인츠로우와 이 메이헴에 연결성을 부여하려고 여러 장치를 해놨습니다. 메이헴 기관의 심볼은 예전 세인츠의 심볼을 그대로 가져왔고, 등장 에이전트 들도 세인츠 로우의 주요 동료들을 데려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인기 캐릭터 피어스 워싱턴과 쟈니 갯 등이 있습니다.
이 킹이란 에이전트의 경우 똑같은 흑인캐릭터인데다 성우까지 같다보니 누가 봐도 피어스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이 캐릭터는 메이헴의 킹이지, 세인츠 로우의 피어스가 아닙니다. 전작의 기억도 없고, 전작의 개성을 딱히 표현한 적도 없는, 별개의 캐릭터일 따름입니다. 팬으로서 보고 싶었던 것은 세인츠 로우의 피어스지, 이 메이햄의 에이전트가 아니란 말이지요. 제작진은 그걸 모른다는 말입니까?
리부트를 할거면 철저하게 0부터 다시 시작하던가 하지. 지금까지 쌓아온 세계관을 무너뜨릴 ‘무모함‘은 있으면서, 전작의 연결점 없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용기’는 없었던 겁니까?
심지어 번역마저 이상해?
글자는 한글이고 어휘는 한국어인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든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번역기를 돌린 건지 어쩐 건지 애당초 내용 자체가 와 닿지 않는 부분 투성이인데 번역까지 이러니 몰입이 도통 힘들더군요.
총평
에이전트 오브 메이헴에 진행 불가능한 버그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시나리오에서 용납 불가능한 윤리적 문제나 논리적 오류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이 게임이 2017년 최악의 게임 범주에 속할만한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평을 좀 더 냉철하게 수정해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제가 느낀 이 게임의 소감은 팬으로서 ‘실망’, ‘배신’ 두 키워드로 충분히 설명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배신당한 팬으로서 감히 말하겠습니다. 에이전트 오브 메이헴은 올해 최악의 게임이자 경험이었다고 말이지요.
한시간하다 조용히cd를플스에서빼고 하염없이눈물을흘릴수밖에없던 간글화+한국어화에낚인게임 조용히다읽고사라짐니다
한시간하다 조용히cd를플스에서빼고 하염없이눈물을흘릴수밖에없던 간글화+한국어화에낚인게임 조용히다읽고사라짐니다
하...ㅡㅜ
시대역행하는 8~90년대 퇴물 삼류 만화가 모아다가 만든 느낌, 보기만해도 짜증이 밀려오는 캐릭터들 세인츠로우 3까지 정말 재미있게 했었는데 이 게임은 진짜 돈이 너무 아까웠습니다.
아... 4까지도 정말 잼있게 했는데 리부트가 이리 망해버리나요..... 말씀하신대로 4에서 스토리전개가 너무 산으로 가버린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3에서 스틸포트 점령했으니 4부터는 국가 스케일로만 키워도 충분히 커질것같은데 뜬금없이 인트로부터 대통령 ㅡㅡ 거기부터 어이없었는데 더 뜬금없이 외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