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마리오 3D 랜드
[ Super Mario 3D Land ]
마리오가 독보적인 이유에 대한 해답
먼저 알림 ) 본문에서 말하는 입체 시점은 입체적으로 튀어나오는 시점을 말합니다.
180도인 줄 알았는데 360도였다.
모든 문화 콘텐츠가 가장 높게 지향해야 할 목표는 < 정신적 풍족함 > 이 아닐까? 아무 생각 없이 펑펑 터지기만 할 뿐이라던지, 혹은 훌떡훌떡 벗기만 해서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문화 콘텐츠에는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음악이든 영화든 소설이든, 인간이 즐기는 문화 콘텐츠라면, 그 안에는 어떠한 사소한 것이라도 메세지가 포함되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메시지가 포함되지 않았다면, 그 콘텐츠를 받아들이는 사람들 각자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감각을 깨울만한 < 다른 것 > 이라도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훌륭한 내러티브를 가진 스토리라던지, 눈알이 절로 돌아가는 기가 막힌 연출, 혹은 이게 나랑 같은 인간이란 생명체가 생각해낸 건지 의구심이 들 정도의 참신한 상상력 등 이런 것들 말이다. 이것들이 알차게 포함되어 있어 콘텐츠를 재밌게 즐기는 동시에 정신적인 충족감을 느끼게 해줘야 된다고 생각 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콘텐츠에는 당연히 게임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슈퍼마리오엔 그저 < 플레이 > 만이 존재한다.
이 글은 < 플레이 > 가 줄 수 있는 대단함에 대해서 새롭게 깨달은 이야기다.
게임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플레이 전 [ 슈퍼마리오 3D랜드 ] 는 확실히 내가 생각하는 훌륭한 작품에서 180도 멀어진 작품이었다. 플레이하는 사람에게 주는 메시지? 그런 것 없다. 훌륭한 내러티브? 1985년도에 발매한 [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 에서 정립된 < 쿠파가 피치를 납치해가고, 마리오가 구해낸다. > 에서 단 한 발자국의 진전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게임 안에 훌륭한 연출이 있냐면 그것도 아니다. 그저 스테이지를 하나하나 클리어해서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가서 피치 공주를 구하는 게 정말 < 끝 > 인 게임이다. 이렇게 나열해보면 내가 생각하는 훌륭한 게임관에 있어서 한도 끝도 없는 멀어지는 최악의 게임에 가까운 것처럼 보이지만, [ 슈퍼마리오 3D 랜드 ] 는 내가 최근에 플레이한 그 어떤 게임보다도 놀라우면서도 재밌게 플레이한 게임이다. 180도 인 줄 알았는데, 360도 인 것이었다.
항상 똑같은 스토리, 똑같은 내러티브로
대단히 훌륭한 재미를 주는 마리오 시리즈.
입체 시점 활용법의 정석이 되다.
영화를 좋아해서 웬만큼 날고 기는 3D 영화를 대부분 본 입장에서 입체 시점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사실 입체 시점이란 게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돈 잡아먹는 괴물에 불과한 시점이다. 2D 영화를 생각없이 3D 로 변환하면 입체감 있게 튀어나와 보인다는 점에서만 좋을 뿐, 영화 속 사물들이 미니어처처럼 보여 큰 화면으로 압도적인 위압감을 줘야 할 장면이 아기자기하게만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을 넘어서 꽤 많다. 이렇듯 입체 시점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연출적인 면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 하는데, 이 작품은 입체 시점을 < 제대로, 잘 > 활용한다. [ 슈퍼마리오 3D 랜드 ] 는 < 입체 시점을 게임 플레이에 어떻게 자연스럽게 녹일까 > 의 고민에 대한 해답과도 같은, 더 나아가 정석과도 같은 작품이다. 눈이 피로하지 않고, 어지럽지 않으면서, 작은 공감각이 아닌 큰 공감각을 느끼며, 손을 뻗으면 마리오를 만질 수 있을 것만 같은 시점으로 마리오를 플레이할 수 있다는 건 게임 플레이 전의 얄팍한 내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해 보면 모든 장면에서 정말 쩔어주는 공감각을 느낄 수 있다.
언뜻 보면 그냥 평범한 3D 디자인인 것 같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세세한 부분에서 입체 시각으로 봤을 때 공감각이 잘 느껴지도록 스테이지 디자인 한 것을 볼 수 있다. 공간에 흩날리는 눈송이나 꽃송이로 입체 공감각을 극대화시키는 기초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3D로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착시를 이용한 퍼즐, 프로펠러라는 하늘로 수직 상승하고 서서히 활공하는 신 아이템을 통해 Z 축의 공감각을 기가 막히게 잘 살리는 스테이지, Y 축으로 튀어나오는 함정 - 거대 물고기, 철기둥 - 을 극한까지 밀어붙여 플레이어마저 압박감을 느끼게 하는 스테이지들은 3D 시점을 사용하면 게임이 훨씬 재미있어진다는 걸 몸소 보여준다.
여기에 화룡점정에 해당하는 마지막 쿠파 스테이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어를 여러모로 놀라게 해준다. 플랫포머 게임으로써 지켜야 되는 가장 기본인 < 재밌는 레벨 디자인 > 지키는 와중에, 입체 시각에 있어서 최고의 희열을 가져다주게끔 설계된 스테이지 구조는 그저 플레이하는 것만으로도 넋을 잃고 감탄사를 터트리게 해준다. [ 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2 ] 의 다소 허접스러운 3D 시점의 활용에 비해서 < 개과천선 > 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훌륭한 3D 시점의 사용을 보여주는 게 [ 슈퍼마리오 3D 랜드 ] 다.
화면을 뚫을 듯이 앞으로 나오는 철기둥에 어느 누구도 빠짐없이 놀랐을 것이고 감탄했을 것이다.
이 장면도 꽤나 뇌리에 남는 장면이지만 역시 최고의 명장면은 마지막 쿠파 스테이지 전체다.
입체 시점을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모조리 이용한 압도적인 연출은 그저 < 최고다 > 만은 내뱉게 해준다.
완벽에 가까운 훌륭한 레벨 디자인와 플레이
게임의 재미를 올려주는 전통적이면서 참신한 여러 가지 아이템들 - 버섯, 나뭇잎, 꽃, 부메랑, 프로펠러, 별 - 을 등장시켜 친숙하게 게임을 즐기게끔 하는 동시에 새롭게도 게임을 즐기게 해주지만, 기본적인 게임의 플레이는 전통적인 슈퍼 마리오 시리즈와 동일하다. 적을 보면 점프로 밟아 없애고, 여러 가지 함정들을 달리기와 점프로 피한다. 이 단순한 매커니즘으로 수 많은 작품을 우려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재밌다. 왜냐고? 그 이유는 치밀한 레벨 디자인 때문이다.
닌텐도 퍼스트 파티의 게임이라면 레벨 디자인이야 따로 언급 안 해도 훌륭하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 정도 아니겠는가 싶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언급하자면 < 역시 대단하다. > 플레이어가 접하지 못한 새로운 함정이나 아이템이 나오면, 그것을 미리 가볍게 체험해보게끔 하는 장소가 존재하는 기본적인 디자인에서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계단식으로 어려워지는 난이도, 하드코어 유저들도 배려한 여러 가지 수집 요소들, 이 모든 것을 해내고 나면 등장하는 가장 어려운 난이도인 동시에 전통적인 스타 레벨의 등장까지. 레벨 디자인의 교과서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정석적인 레벨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정석적인 레벨 디자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도 참신한 디자인들이 넘친다. 오픈월드 느낌이 나게끔 거대한 성을 돌아보는 스테이지라던지, 혹은 강제적인 스크롤 진행으로 꾸준한 긴장감을 유지해야 되는 스테이지, 내가 한 행동을 시간 차로 똑같이 행동하는 몬스터를 소환하여 발로 내딛는 방향 자체를 신경쓰는 동시에 꾸준히 움직여 줘야 되는 스테이지, 점프할 떄 마다 발판이 바뀌는 스테이지 등등 < 플랫포머 > 라는 게임 스타일에 완전히 부합하는, 혹은 완전히 동떨어진 레벨 디자인 모두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모습을 [ 슈퍼마리오 3D 랜드 ] 는 보여준다. < 슈퍼 마리오 > 라는 콘텐츠와 < 플랫포머 > 라는 플레이 스타일 자체의 조합이 우려질 대로 우려져서 그 어떤 레벨 디자인을 해도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는 위험한 요소가 큼에도 불구하고, 항상 새롭고 신선하며 재밌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새삼 닌텐도의 대단함을 느낀다.
[ 슈퍼마리오3 ] 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스테이지 구성, 음악, 아이템도
내가 게임을 재밌게 하는 것에 큰 몫을 했다.1
단점이라면 스테이지의 수가 좀 빈약 다는 것. 월드마다 하나씩 있는 미스터리 박스는 사실 없는 것과 별 다름없고, 보스 스테이지를 제외하면 고 작 5스테이지 밖에 되지 않는 건 확실히 콘텐츠가 부족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그걸 땜질하려고 있는 스페셜 스테이지도, 따지고 보면 원래 있는 스테이지에 여러 가지 함정을 더 설치해서 어렵게 만든 것에 불과하니 새로운 콘텐츠라고 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제작자들이 넣은 콘텐츠를 다 소비하려면, 즉 스타 레벨까지 클리어하려면 콘텐츠 양이 꽤 되는 편이기도 하지만 이리저리 재탕 요소로 콘텐츠 양을 늘린건 [ 슈퍼마리오 3D 랜드 ] 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여기에 조그마한 아쉬운 점 하나 추가하자면, 기존 마리오는 월드마다 특색이 있고 그 월드의 특색을 잘 살리는 방향으로 스테이지 디자인이 되었는데 이번 [ 슈퍼마리오 3D 랜드 ] 에서는 마지막 쿠파 월드를 제외하곤 월드와 스테이지가 중구난방으로 따로 논다는 점이, 정말 조그마하게 아쉬운 점이다.
그래도 스타 코인을 다 모으고, 일정 조건을 만족 시킨 후 스타 레벨을 클리어하고 나면
< 이야~ 많이 즐겼다! > 라는 감탄사가 입 밖으로 나올 정도의 양은 된다.
순도 100%의 재미
폭력적이지 않다. 야하지 않다. 잔인하지 않다. 도박적이지 않다. 게임 진행 방식에 있어서 올드하기 그지없는, 이때까지 이 플레이 방식으로 수도 없이 많은 작품이 만들어진 < 밟아서 적을 없애는 > 방식을 사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다. 새롭다. 참신하다. 모든 면이 이토록 유아스러운데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도 환상적이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굉장히 놀랍지 않은가. 그 어떤 자극적인 콘텐츠를 쓰지 않고, 가장 단순한 플레이를 하면서 재미를 느끼게 한다는 것은, 게임이라는 장르의 본질적인 측면인 - 순수한 재미 - 만을 가장 잘 캐치하여 전달하는 작품이라는 뜻이다. 그게 바로 [ 슈퍼 마리오 3D 랜드 ] 다.
아무런 자극 없이 코스 클리어만 해도 재미있는 게 슈퍼 마리오 시리즈의 매력이다.
앞서 말했듯이 [ 슈퍼 마리오 3D 랜드 ] 에는 메시지? 없다. 스토리? 없다. 메시지가 포함된 연출? 없다. 다만 완벽에 가까운 레벨 디자인이 있다. 입체 시점을 이용하는 참신한 레벨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스테이지마다 개발자의 상상력이 넘쳐흐른다. 그러기에 재밌다. [ 슈퍼 마리오 3D 랜드 ] 를 하고 깨달았다. 최근 들어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평가할 때, 영화나 소설의 평가 잣대를 그대로 가져와 게임에게 들이민 것은 아닐까. 게임만이 줄 수 있는 < 플레이의 재미 > 라는 본질적인 측면을 간과한 채 너무 메시지에만 매달린 채 작품의 평을 내린 것이 아닐까. 연출이나 미장센을 보긴 했지만 죄다 메시지와의 연결점에서만 봤을 뿐 그 하나의 요소로 따로 떼어서 본 적이 별로 없다. 하지만 [ 슈퍼 마리오 3D 랜드 ] 는 오로지 플레이의 < 재미 > 하나를 위해 - 미장센, 시각 효과, 연출 - 이 모든 것들이 다 집결된 작품이고, 이 작품을 플레이하면서 이게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인간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기 위해선 < 재미 > 라는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사실인데 너무 메시지에만 매달린 것 같았다. 자극적인 감각으로 덮어서 재미를 주는 게 아니라, 그런 감각을 일체 쓰지 않고 훌륭한 재미를 주는 작품은 게임이라는 콘텐츠에 가장 잘 부합하는 훌륭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입체 시점에 대한 해답. 순수한 재미에 대한 해답.
두 가지를 한 큐에 잡은 대단히 훌륭하면서 재미있는 게임
[ 슈퍼 마리오 3D 랜드 ]
훌륭합니다.
감사합니다. :)
3d 랜드에 대해서의 궁금증은 직접 플레이 해봐야 알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알고 갑니다. 마리오 3d 랜드만이 아닌 마리오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신거 같습니다. 마리오에 대해 잘 몰라도 마리오에 대해서도 파악할만하고 마리오를 알고 있어도 마리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고 역시 세계적인 명작 게임이라는 것을 느끼네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훌륭합니다.
감사합니다. :)
와아~ 전문 리뷰어이신가요?? ㅊㅊ
그냥 그런저런 사람입니다 ㅋㅋ ㅊㅊ은 감사합니다
닌텐도는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내용이 너무 좋네요 ㅠㅠ ㅊㅊ
닌텐도의 여러가지 정책들을 좋아하진 않았습니다만 게임을 해보면 좋아할 수 밖에 없다고나 할까요..
내용 정말 좋으네요! 전 플레이하는데 계속 몸이 움직여요ㅋㅋㅋㅋ부끄럽다능
그건 어려운 스테이지에 가면 저...저도 그렇다능 *--*
리뷰가 이건 완점 평론가 전문가 수준입니다! 정말 잘봣고 공감합니다
과찬이십니다 ㅋ 감사합니다
3d 랜드에 대해서의 궁금증은 직접 플레이 해봐야 알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알고 갑니다. 마리오 3d 랜드만이 아닌 마리오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신거 같습니다. 마리오에 대해 잘 몰라도 마리오에 대해서도 파악할만하고 마리오를 알고 있어도 마리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고 역시 세계적인 명작 게임이라는 것을 느끼네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항상느끼는 거지만 닌텐도는 대단한거같아요.. 하나의 캐릭터를 다듬고 다듬어서 친근하지만 항상 새롭고 멋진고 재미난 게임을 만들어내는거보면 참대단한거같아요.. 거기에 비해서 소닉이나.. 록맨은.. 참.. 에휴
예전에 분실하고 못참아서 결국 며칠 전에 DL로 다시 구입했습니다. 역시나 다시하고 또 다시해도 재밌네요. 멋진 리뷰 감사합니다. 평생 소장ㅋㅋ
잘봤습니다 다음리뷰 기대합니다.
마리오는 딴거는 몰라도 레벨디자인은 진짜 역대최강의 게임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그래픽,사운드,연출등등은 다른게임이 더 좋을지 몰라도 플레이어를 엔딩까지 유도하는 절륜한 레벨디자인은 다른 게임제작사가 본받으면 좋겠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