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베이루트의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4차전 한국 대 레바논 경기가 관중석이 텅 빈 가운데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다. 베이루트 | 연합뉴스
낡고 황량해 사막과 같은 그라운드에선 함성이 아닌 바람 소리만 거셌고, 태극전사도 힘을 내지 못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50)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4일 레바논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무관중 경기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H조 4차전에서 레바논과 0-0으로 비겼다. 한국은 지난 달 북한 평양 원정에 이어 2연속 무관중 경기로 치러진 원정에서 연속 무득점 무승부에 그쳤다.
이로써 한국은 2승2무(승점 8)를 기록해 H조 선두를 지켰지만 2위 레바논과 3위 북한(이상 2승1무1패)과 승점차가 1점인 불안한 상황이 됐다. 4위인 투르크메니스탄 역시 안방에서 북한을 3-1로 꺾고 승점 6점(2승2패)을 확보해 최종예선 진출을 향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2차예선 반환점으로 관심을 모은 이날 경기는 레바논의 불안정한 현지 상황에 관중도 없이 치러졌다.
레바논에서 지난달 17일 조세 저항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군의 진압 과정에서 총격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격화된 것이 원인이었다. 레바논축구협회는 수만 관중이 경기 뒤 과격 시위대로 변할 것을 우려해 경기 시작 4시간 전 무관중 경기를 전격 결정했다.
한국은 지난달 북한과의 ‘깜깜이 평양 원정’에 이어 2경기 연속 월드컵 예선을 텅 빈 관중석 앞에서 치르는 황당한 상황이었다.
현지 적응을 생략한 한국은 레바논의 밀집 수비를 뚫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레바논에게 중원 장악력에서 밀린 나머지 후방에서 긴 패스로 공격을 풀어가면서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전반 35분 황의조(보르도)가 감각적인 침투로 만들어낸 골키퍼와 1대1 찬스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벤투 감독은 무기력한 전반전과 달리 후반전에는 미드필더 숫자를 줄이고 공격수를 늘리는 승부수를 띄웠다. 후반 시작과 함께 황희찬(잘츠부르크)를 미드필더 황인범(밴쿠버) 대신 투입했고, 후반 17분에는 장신 골잡이 김신욱(상하이 선화)까지 교체 출격해 공격의 날을 세웠다. 공격수 숫자를 5명으로 늘린 한국은 주도권을 잡았다. 후반 22분 황의조가 팀 동료 손흥민(토트넘)이 올린 프리킥을 방향을 바꾸는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때리는 불운에 시달린 것이 아쉬웠다. 다급해진 한국은 이강인(발렌시아)까지 투입해 총력전을 펼쳤으나 득점은 얻지 못했고 난공불락이라는 베이루트에서 승점 1점을 갖고 돌아가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