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공격수 살라흐가 11일 열린 잘츠부르크와의 챔피언스리그 E조 최종전서 잘츠부르크 골키퍼 시칸 스탄코비치를 제치고 추가골을 터뜨리고 있다. 각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살라흐의 오른발이 정확히 골문을 향하고 있다. Tarun singh 트위터 제공
‘예각에서 정확한 마무리.’
게리 리네커는 11일 잘츠부르크전에서 리버풀 무함마드 살라흐의 골을 본 뒤 이 같은 트윗을 올렸다가 ‘아차’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살라흐의 마무리를 칭찬하기 위해 ‘정확한(accurate)’이라는 단어를 선택했지만 일부 살라흐나 리버풀 팬들의 항의를 받아야 했다. 골을 넣은 선수가 살라흐가 아닌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였다면 리네커는 분명히 ‘절묘한(sublime)’이나 ‘최고의(superb)’,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sensational)’ 같은 최상급 수식어를 동원했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리네커는 대표적인 ‘메시 바라기’로 유명하다.
리버풀 팬들이 볼멘소리를 할 만큼 살라흐의 골이 놀랍기는 했다. 살라흐는 상대 수비수가 골키퍼에게 백패스한 것을 질풍같이 달려들어 가로챈 뒤 달려나온 골키퍼까지 제치고 사각에서 골을 성공시켰다. 페널티박스 오른쪽 선상으로 골대와의 거리도 제법 된 데다가 무엇보다 각이 없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슈팅을 할 때 골대와의 각도가 10도도 채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살라흐가 전속력으로 달려가고 있었기 때문에 골대를 제대로 보기도 힘들었다. 소셜 미디어에선 “피타고라스도 단념했을 각도”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살라흐는 거의 불가능한 각도에서 불가능한 골을 만들어냈다. 찰나의 순간에 골문까지의 각도, 거리, 슈팅의 세기, 방향 등을 정확하게 계산해 냈다. 슈팅 순간의 사진을 보면 오른발이 골문을 향해 정확히 열려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살라흐의 발을 떠난 볼은 오른쪽 골대를 스치듯 지나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클럽과 대표팀을 합쳐 개인 통산 200번째 골.
마이클 오언은 “조금만 세게 찼어도, 조금만 짧게 찼아도 역시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상상을 초월한(off the scale) 골”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살라흐는 이날 여러 차례 쉬운 득점 찬스를 놓쳤지만 가장 어려운 기회를 살려내며 스스로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소셜 미디어의 반응도 뜨거웠다. “살라흐에게 노벨 물리학상을 줘야 한다”는 글부터 “피타고라스도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라는 글들이 이어졌다.
나비 케이타의 선제골에 살라흐의 쐐기골로 2-0으로 이긴 리버풀은 4승1무1패 승점 13점으로 나폴리(12점)를 제치고 E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