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임으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지명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입법부 수장을 총리로 지명하는 것은 삼권분립 정신의 훼손”이라고 반발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시대적 요구가 가장 잘 맞는 적임자가 정 후보자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신임 총리 후보자 인선 배경을 직접 브리핑했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합과 화합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국민들께서 변화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민생과 경제에서 성과를 이뤄내는 것”이라며 정 후보자의 적임 이유를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입법부 수장을 지내신 분을 총리로 모시는 데 주저함이 있었다”며 “그러나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이 시기에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하면서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는 ‘삼권분립 훼손’을 주장하는 야당 등의 비판과 우려에도 정 후보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점을 설명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브리핑 직후 청와대 3실장(노영민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함께한 자리에서 “국회의장으로서 여야를 운영해왔던 경험 그리고 협치의 능력, 이런 것들을 높게 평가했고 그래서 비상한 각오로 모셨다”고 말했다고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정 후보자를 낙점한 근본적인 이유가 6선의 국회의원이자 여야 정치인과 두루 소통해온 국회의장 출신임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강조점이 협치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도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가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에 총리라는 중책에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경제 살리기와 국민통합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에게 힘이 되는 정부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작정”이라고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정 후보자의 풍부한 경험과 정치적 역량은 국민을 하나로 묶는 데 십분 발휘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영했다. 반면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정 후보자 지명은) 문 대통령이 삼권분립을 파괴하고 의회를 시녀화하겠다는 독재 선언”이라고 성토했고,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스스로 ‘행정부 하수인’이 되려 하는가”라고 꼬집었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인준 표결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문 대통령은 물러나는 이 총리에게 “내각을 떠나는 것이 저로서는 매우 아쉽지만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신망을 받고 있는 만큼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김달중·곽은산·안병수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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