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된 김준기 전 동부그룹(현 DB그룹) 회장(74)이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에서 체류 기간을 계속 연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미국으로 출국한 김 전 회장은 미국에서 이민변호사를 고용해 질병 치료를 이유로 6개월마다 체류기간을 연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 외사수사과는 서울 수서경찰서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11월 김 전 회장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를 신청해 발부받고 미국 인터폴에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했다.
김 전 회장의 여권은 무효화 조치됐지만, 미국은 인터폴 적색수배만으로는 검거·송환이 불가능해 범죄인 인도를 통해서만 피의자를 송환할 수 있다. 경찰청은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도록 법무부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의 여권이 무효화된 것을 미국 인터폴과 국토안보부에 재통보했고, 대사관을 통해 현지 사법당국에도 이 사실을 통보했다”며 “김 전 회장에 대한 체류기간 연장이 거부돼 신속하게 국내로 송환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현지 당국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의 가사도우미 ㄱ씨는 지난해 1월 김 전 회장을 성추행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16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ㄱ씨의 자녀라고 밝힌 이가 “김 전 회장을 법정에 세워 달라”는 청원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이 글에서 “고발 이후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요지부동인 가해자와 수사기관의 미적지근한 대응을 더는 참을 수 없다”고 썼다.
김 전 회장은 2017년 말에도 비서를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해 동부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