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S] 프레데터: 헌팅 그라운드, 사냥하느냐 사냥 당하느냐
ET, 에이리언, 이워크, 클링온, 스크럴 등등… 헐리우드에는 온갖 개성적이고 매력 넘치는 외계인이 가득하며 프레데터 역시 그 중 하나다. 1987년 영화 ‘프레데터’에서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상대로 신고식을 치른 이 전투 종족은 어떨 때는 민폐 가득한 중증 사냥덕후로, 또 어떨 때는 숭고한 투지를 지닌 전사로 그려지며 3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시리즈가 이어지며 약간 빛이 바래긴 했지만 프레데터의 핵심 컨셉은 ‘사냥’으로, 온갖 하이테크 장비와 우월한 신체 능력으로 홀로 다수의 목표를 하나씩 추격하여 제거하길 즐긴다. 어떤 악의나 포식을 위해서가 아닌 사냥이 주는 희열에 심취하여 사람들을 습격한다는 점이 프레데터를 여느 괴물과 다른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북미 인디 게임사 일포닉은 이러한 프레데터의 로망을 실현할 비대칭 PvP 신작 ‘프레데터: 헌팅 그라운드(Predator: Hunting Grounds)’를 개발 중이다. 1987년 영화에서 깊은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다섯 플레이어가 4:1로 나뉘어, 중무장한 베테랑 특수부대와 노련한 사냥꾼 프레데터의 쫓고 쫓기는 생존 싸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기자는 국제 게임 전시 TGS 2019가 한창인 도쿄 마쿠하리 멧세에서 일포닉과 만나 ‘프레데터: 헌팅 그라운드’를 시연하고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PvP 게임인 관계로 다른 매체 기자들과 함께 플레이하였는데, 첫 판은 인간측을 골랐다가 분대 전체가 삽시간에 전멸하였고 둘째 판에선 프레데터가 되어 절규하는 기자들을 처리했다. 마지막 셋째 판은 다시금 인간이 되었는데 어느정도 감을 잡은 덕분에 역으로 프레데터를 쓰러트리는데 성공했다.
데모 빌드의 무대는 영화 1편에서 따온 것이 분명한 정글. 인간측은 스카우트 둘과 어설트, CQB(Close quarters combat, 근접 전투)로 구성됐으며 프레데터는 헌터 클래스였다. 여기서는 인간측 무장이 미리 세팅되어 있었으나 정식 버전에서는 취향껏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설정상 인간측은 임무를 완수하러 왔다가 프레데터의 사냥에 휘말린 격이므로, 본래 목표인 게릴라군 20~30명 정도가 적성 AI로 등장한다.
먼저 인간측은 1인칭 시야로 여느 FPS처럼 플레이하게 된다. 게임이 시작되면 게릴라군의 정보를 탈취하고 헬기를 불러 탈출하는 일련의 명령이 하달되는데, 그냥 프레데터를 피하고 임무만 완수해도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다. 다만 어지간한 총격에는 기스도 안나는 프레데터와 달리 게릴라군의 공격도 신경을 써야해 은근히 손이 바쁘다. 핑 시스템으로 아군에게 탄약 상자와 의료 물품, 그리고 프레데터의 위치를 알려줄 수 있으며 영화처럼 진흙을 몸에 발라 잠시간 적외선 시야로부터 모습을 감추는 것도 가능하다.
반면 프레데터는 3인칭 액션 게임을 즐기는 감각으로 플레이한다. 게릴라군의 공격은 사실상 무시 가능한 수준이고 정글 가득히 자라난 나무를 자유자재로 탈 수 있다. 한 번 나무에 오르면 하강 버튼을 길게 누르지 않는 한 절대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어쌔신 크리드’처럼 파쿠르에 실패해 모양 빠질 일도 없다. 적외선 시야로 멀리 떨어진 인간측 플레이어를 찾아내고 플라즈마 캐스터로 포격을 가하거나 클로킹 후 리스트 블레이드로 베어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혹여 시야가 봉쇄되더라도 발걸음이나 총소리를 민감하게 듣는다.
다들 초면이라 ‘헬팟’이 될 수밖에 없는 시연 특성상 게임은 대체로 프레데터가 유리하게 흘러갔다. 클로킹으로 주변 풍경과 동화된 프레데터는 인간측을 여유롭게 하나씩 낚으며 척추를 뽑는 격한 세리머니까지 선보였다. 어쩌다 반격을 당하더라도 튼튼한 맷집 덕분에 일대일 상황에서는 프레데터의 필승. 하지만 인간측이 점차 뭉쳐 다니기 시작하자 각종 중화기와 수류탄까지 동원된 집중포화를 맞고 장렬히 산화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경우에 따라선 영화처럼 자폭 장치를 가동하여 숭고한 사냥꾼답지 않은 뒤끝이 작렬하기도.
아무래도 인디 게임사의 작품이다 보니 그래픽이나 모션은 다소 어설펐으나 인간과 프레데터의 대결이라는 컨셉만큼은 제대로 살렸다. 앞으로 게임이 출시되면 다시금 손발이 착착 맞는 친구들과 분대를 짜 프레데터에게 코리안 PTSD를 새겨주고 싶을 정도로. 다만 비대칭 PvP는 밸런싱이 매우 난해하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론칭 후에도 운영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프레데터: 헌팅 그라운드’는 오는 2020년 연내 출시 예정이다. 다음은 일포닉 찰스 CEO와 자레드 CCO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프레데터’ IP가 예전만 못한데, 이 시점에서 게임화를 강행했다
: 1987년 첫 영화가 너무도 끝내줬기 때문이다. ‘13일의 금요일: 더 게임’을 완성한 후 차기작으로 다룰 IP를 고심하다 ‘프레데터’가 떠올랐다. 최근 영화는 솔직히 별로였지만 관련 만화와 소설이 꾸준히 출간되는 등 ‘프레데터’ IP가 지닌 영향력과 매력 자체는 건재하다.
● 시연을 해보니 프레데터가 너무 강한 것 같다. 도저히 죽질 않는다
: 우리 개발팀이 거의 매일매일 테스트를 하고 지난 1년간 게임스컴과 팍스를 돌며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재미있는 점은 누구는 프레데터가 너무 강하다고 하고 또다른 누구는 너무 약하다고 한다는 것인데, 사실 실제 데이터를 보면 승률은 반반에 가깝다.
● 설령 프레데터를 거의 제압하더라도, 자폭 반경이 지나치게 넓다
: 프레데터의 자폭 반경은 전체 맵의 10% 정도를 커버한다. 만약 그보다 작게 만들었다면 인간측이 어서 빨리 도망쳐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프레데터의 자폭은 설정상 핵폭발인데, IP를 빌려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서 이러한 설정을 충실히 반영할 의무가 있었다.
● 비대칭 PvP는 다수파의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밸런스가 급격히 무너지곤 한다
: 앞으로 더 많은 플레이어가 인간 혹은 프레데터 플레이에 익숙해지겠지만 어느 한 쪽이 너무 쉽거나 어려워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밸런싱할 것이다. 또한 최대한 비슷한 실력의 플레이어끼리 대결할 수 있도록 매칭메이킹 시스템도 다듬는 중이다.
● 인간측이 그냥 임무를 완수하는 경우와 프레데터를 죽이는 경우 중 어느 쪽이 많던가
: 매 시연마다 굉장히 다른 상황 및 결과가 연출되는지라 그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가지고 있지 않다.
● 인간측은 FPS인 반면 프레데터는 3인칭 액션 게임처럼 플레이하게 된다
: 일단 인간측은 총기를 사용하므로 자연스레 FPS가 떠올랐다. 또한 1인칭 시야는 보여지는 화면이 제한되어 심리적 압박감이 배가되는 효과가 있다. 반면 프레데터는 나무를 타고 다니니 인간측보다 훨씬 넓은 시야가 필요했다.
● 프레데터라면 사냥감의 피부를 벗겨 나무에 걸어 놓는 장면이 유명한데
: 충분히 생각해봄직한 연출이지만, 신속한 게임 진행을 위하여 피부를 벗기는 것처럼 오래 걸리는 액션은 자제했다. 물론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처형 모션을 추가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 영화 2편처럼 도심지를 무대로 한 맵도 개발 중에 있나
: 정식 론칭과 함께 여러가지 맵이 제공되지만 완전한 도심지 맵은 포함하지 않았다. 사실 프로토타입으로 테스트하긴 했는데 별로 재미가 없더라. 정글에서는 인간측이 어느정도 대응할 여지가 있는 반면 도심지는 프레데터가 골목으로 사라져 지붕을 타고 다니면 그야말로 무적이기 때문이다.
● 다른 IP와 콜라보레이션도 흥미로울 듯하다. 일단 에이리언부터
: 아…(웃음), 추가 캐릭터와 무기, 콜라보레이션 같은 업데이트 플랜은 다음 기회를 기대해달라.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