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엘리온, 스킬의 작은 변화가 큰 나비효과 일으킨다
지스타 2017서 첫 선을 보였던 ‘에어(A:IR)’가, 약 3년여 만에 ‘엘리온(ELYON)’으로 이름을 바꿔 다시금 지스타 무대에 올랐다. 호쾌한 논타겟팅 전투와 대규모 RvR을 특징으로 내세운 ‘엘리온’은 오는 12월 10일 B2P(Buy To Play) 방식으로 정식 론칭할 예정이다. 이에 크래프톤은 지스타TV ‘엘리온 공방전: 게이머 VS 개발자’를 통해 게임에 대한 여러가지 궁금증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장에는 크래프톤 김성욱 CD와 유튜버 김성회, 스트리머 타요, 재성이 자리했다.
● 스킬 커스터마이징, 어차피 국민트리가 나올 텐데 개발 효율만 떨어지는 것 아닌가
: 과거에 게임을 하면서 대회를 많이 참가했다. 그 게임은 지금의 ‘엘리온’처럼 커스터마이징이 많진 않았다. 선택할 수 있는 요소가 한두 개 있는 정도. 그런데 그 선택 한두 개가 대회의 승패를 완전히 가를 정도의 나비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유저들이 선택에 따라 극복하기 힘든 난관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돌파하도록 지원하고 싶었다.
● 홍보 문구를 보면 수천 가지 조합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실제로 누가 그렇게 다 써보나
: 나는 국민트리가 나오는 게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선구자들이 연구를 할 테니까. 다만 그 안에서도 나 스스로 바꿀 수 있는 딱 하나가 생각보다 큰 변수를 일으키게끔 만들고 싶었다. 계산을 한번 해봤는데 진짜 조합이 100만 가지가 넘기는 하더라. 말이 100만 가지지 그걸 다 쓰면서 게임을 하진 않는다. 대신 어떤 난관을 맞닥뜨렸을 때 ‘혹시 스킬 하나만 바꾸면 되지 않을까?’ 정도를 고민하는 재미. 워로드를 만났을 때는 마법 공격력 쪽으로 세팅해보고, 어떤 던전을 갈 때는 원거리 공격 위주로 세팅해보고. 그런 부분에 굉장히 집중했다.
● 지난 테스트에선 마나 각성에 필요한 재료 수급이 너무 힘들다는 반응이 많았다
: 차원 포탈이라는 콘텐츠에서 사냥만 하면 경험치처럼 얻을 수 있게끔 되어있다. 그래서 얻는 방식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나머지 재료도 여러모로 단순화시키는 중이다. 강화를 하려면 뭐 강화석을 구해야 되고 몬스터를 잡아야 되고… 2차 서포터즈 테스트까진 그랬다. 앞으로는 파밍 시스템 자체를 단순화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개선 방향이다. 가령 룬스톤이 필요하면 그것만 파밍하면 되고 어디서 얻는지도 명확히 알려주고. MMORPG가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탓에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굳이 복잡한 파밍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 투기장과 전장의 보상 정도가 다르던데, 특별히 강조하고픈 콘텐츠가 있는 건가
: 그런 건 아니고, 플레이 시간이 인원에 따라 달라지니까 그에 따른 보상 차등이 있었을 뿐이다. 투기장을 뛰든 전장에 참여하든 명예 훈장이란 보상을 통해 원하는 인장이나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 그래서 어디서 싸우든 일정한 시간동안 얻는 명예 훈장의 양은 항상 같을 수 있도록 조정한 것이다. 단지 그 같은 양을 획득하는 시간은 승패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 PvE와 PvP 콘텐츠를 오래 운영하다 보면 각각의 유저층이 물과 기름처럼 나뉘는데
: 그래서 절충안이 필요했다. 기본적으로 PvP 장비가 있고 PvE 장비가 있긴 한데, 둘의 격차가 어느 콘텐츠에서건 그리 크게 벌어지지 않는다. PvP만 즐기던 유저가 어쩌다 PvE 콘텐츠를 하러 오더라도 즐기는데 무리가 없도록 말이다.
● 시인성, 직관성이 떨어져 보는 재미가 떨어진다. 캐릭터들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 이번에 대규모 RvR을 테스트하며 시인성, 직관성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인지했다. 그래서 상대에게 스턴이나 에어본 같은 상태이상을 걸었을 때 그 효과가 캐릭터 머리 위에 뜨도록 만들었다. 난전 상황에서 아군이 쓴 스킬인지 적이 쓴 스킬인지 구분할 수 있도록 아군 스킬에는 푸른색 데칼을 깔기도 했다. 내가 굳이 보지 않아도 되는 아군 스킬은 과감히 생략하는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노력해서 이 문제를 꼭 해결하도록 하겠다.
● 투기장 밸런스의 기준을 어디로 잡을 계획인가, 최상위권인지 중위권인지 하위권인지
: 최상위권 유저로 맞추자는 게 원래 내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쪽으로 계속 밸런스를 잡다 보니, 캐릭터 스펙이든 피지컬이든 거기에 따라갈 수 없는 유저들에게 이게 맞는 밸런스라고 납득시키기가 어렵더라. 그래서 투기장 밸런스를 맞춰줄 머신러닝 기반 AI를 연구하는 중이다. 이를 통해 최상위권과 중하위권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조화로운 밸런스를 맞춰보고자 한다.
● 이동기와 회피기가 너무 강력하고, 투기장에서 물약 사용이 가능해 싸움이 늘어진다
: 게임을 오래 끄는 걸 하나의 전략으로 여기던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은 굉장히 빠른 템포의 전투를 선호하는 듯하다. 그래서 일단 투기장에서 물약 사용은 막았고, 위치를 이동하며 발동하는 스킬의 이동거리도 전체적으로 너프했다. ‘엘리온’은 스킬 커스터마이징이 장점인데 그 특징을 죽이면 안되니까 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은 그대로 두되 이동량만 줄인 것이다.
● 각 직업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아이덴티티/탭 스킬이 공개됐는데, 소개를 부탁한다
: 기존에는 거너와 어쌔신만 탭 스킬이 있었다. 거너의 장전과 어쌔신의 은신처럼 그 직업 특유의 플레이를 위한 것들이었다. 이걸 워로드, 미스틱, 엘리멘탈리스트에도 추가하여 각 직업의 정체성을 나타내고자 했다. 일례로 워로드의 경우 탱커 노릇을 많이 하는데, 대규모 RvR에서 적들의 화력을 모두 받아내기는 힘들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그래서 탭 스킬을 통해 광역으로 방패 방어 효과를 걸고 적진을 휘저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엘리멘탈리스트는 탭 스킬로 순간이동 후 공격을 가하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식으로 부족한 이동기를 보강해줬다. 아무래도 원거리형 직업임에도 가까이 붙어서 써야 하는 스킬이 많은 탓이다. 끝으로 미스틱은 원래 정령 공명이라는 좀 활용하기 어려운 스킬이 있었는데, 그 대신 힐러 역할에 어울리게 부활을 탭 스킬로 줬다. 투기장에서도 쓸 수 있어 승기를 굳히거나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유용하리라 본다.
● RvR로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보상인 엘리온 포탈 소유권을 얻게 만든 이유는
: RvR은 그 서버의 축제이자 말 그대로 진영간 자존심 싸움이기 때문에 승리했을 때 당연히 큰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다만 본인이 열심히 참여했을 때 기여도에 따른 보상이 더 클 것이고, 진영 승패 따른 격차는 그리 크지 않도록 조정했다.
● 승리한 진영이 점차 스노우볼을 굴리며 한쪽으로 인구가 쏠리는 등 문제가 터질 텐데
: 진영간 인구수 차이가 크면 적은 쪽에 버프가 주어지고, 필드를 무차별 공격했을 때 최소한의 플레이를 보장하는 그런 시스템은 존재한다. 이것으로 완벽한 해결은 못하더라도 대응책을 계속 마련해갈 것이다. 앞서 PvP에서 언급한 머신러닝 AI로 이것도 풀어볼 수 있지 않을까, 이제껏 시도해보지 않는 방법으로 눈을 돌려보는 중이다. 한쪽의 인구가 부족할 때 그냥 머릿수만 채워주는 NPC보다는 그나마 사람답게 싸울 수 있는 AI가 낫다. 물론 강한 진영 입장에선 이기는 게 우선이지만 비슷한 상대와 싸워 이겨야 좋지 않겠나. AI가 그 균형을 맞춰주었으면 좋겠다. ‘엘리온’이 게임 역사상 최초로 진영 문제를 해결하는 게임이 되길 바란다.
● 대규모 RvR에선 고사양 PC도 프레임레이트가 요동치는데, 최적화 문제가 아닌지
: 사실 지난 테스트에선 최적화에 자신이 있었는데, 막상 200vs200 전투가 벌어지자 렉이 걸리더라. 너무 자만하지 않았나 반성의 시간을 갖고 다시금 최적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엘리온’ 스스로 RvR 게임이라 내세운 만큼 최적화는 필수라 생각한다. 론칭 버전은 테스트 때보다 훨씬 많이 개선될 것이고 구체적인 수치가 나온다면 다시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 구형 엔진인 언리얼 3를 사용하는 것과는 연관이 없나. 이에 대한 우려가 적잖다
: 워낙 오랜 기간 개발을 끌다 보니 남아있는 생채기 같다. 이제는 언리얼 5 엔진이 나오려는 시점이라 그래픽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고, 개발하는 입장에서도 불편한 점이 많다. 사실 작년에 우리 빌드를 언리얼 4로 컨버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작업하다간 진짜 몇 년이 더 걸리겠더라. 되려 최적화에 있어선 언리얼 3 엔진이라 장점도 있다. ‘엘리온’은 발사체가 굉장히 많고 200vs200 전투가 벌어지는 게임이다. 솔직히 그래픽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보다 중점을 둔 부분은 대규모 전투와 PvP고, 그걸 부각하기에 현재 엔진을 유지하는 쪽이 낫다고 판단했다. 부족한 부분만큼 장점으로 채워가도록 노력하겠다.
● ‘에어’에서 ‘엘리온’으로 바뀌면서 추가 작업이 적잖았을 듯한데, 논타겟팅 스킬이나
: 다행히 ‘에어’ 시절부터 비행선 전투가 메인이었던 만큼 논타겟팅 기반의 전투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다만 너무 논타겟팅 스킬만 많으면 피지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 그래서 실제로는 오토타겟팅 스킬이 50% 정도 있고 피지컬로 극복할 수 있는 논타겟팅 스킬이 50% 정도 있다고 봐주면 좋겠다. ‘엘리온’은 ‘에어’의 모든 것을 들어엎었다기 보다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장점을 업그레이드한 작품에 가깝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