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극도로 현실적인 긴장감
한동안 미래와 과거를 오가던 ‘콜 오브 듀티’가 다시금 현대전으로 돌아왔다. 시리즈의 전성기를 이끈 인피니트워드, 그리고 한때 ‘모느님’이라고까지 불린 ‘모던 워페어’와 함께. 다만 신작을 ‘모던 워페어 4’라 부르지는 않는다. 대신 프라이스 대위를 비롯한 주요 캐릭터를 그대로 등장시키며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하는 리부트작이다.
사실 구 ‘모던 워페어’가 2007년작이니까 우리가 사는 시대와는 약간 간극이 있긴 하다. 당시만해도 미래 기술에 가까웠던 것이 이제는 실전에서 널리 쓰이고, 또 전에는 상상치 못한 장비가 나오고 있으니까. 특수부대가 상대해야 할 적들도 과거보다 훨씬 복잡하고 주도면밀해졌으며 시민과 테러리스트를 구분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카운터 테러리스트의 삶도 예전 같은 순 없다. 2007년 당시에도 적잖이 생각할 거리를 건져준 ‘모던워페어’지만 이제는 한층 더 직접적인 도덕적 딜레마에 다가선다. 누굴 지키고 누굴 죽여야 하는가? 국제게임쇼 E3 2019를 맞아 그 묵직한 질문이 담긴 싱글 캠페인 일부를 감상할 수 있었다. ‘콜 오브 듀티: 모던워페어’는 오는 10월 25일 한국어화 정식 발매된다.
캠페인은 혼란스러운 영국을 비추며 시작한다. 교통 체증으로 차량과 인파가 가득한 런던 한복판에서 갑자기 자동차 한 대가 자폭하며 주위는 삽시간에 아비규환으로 물든다. 전세계는 런던이 공격당했다는데 경악을 금치 못하고, SAS(영국 육군 특수부대)는 곧 러시아에서 가스를 훔친 테러리스트 늑대(Wolf)를 참극의 주범으로 지목한다.
이에 프라이스 대위가 이끄는 기동타격대는 늑대 소굴로 판명 난 민가를 습격한다. 여기에는 앞서 차량 폭탄마에 대해 보고한 게릭 병장(Sargent Garrick, 플레이어)도 참여했다. 이들은 매우 익숙한 손놀림으로 사슬과 자물쇠를 끊고 뒷문으로 진입하여, 거실부터 한 층 한 층 빗자루질을 하 듯 단 한 명의 테러리스트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제압 혹은 사살한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극도로 군더더기 없는 SAS 요원들의 움직임이었다. 진입과 함께 야간투시경을 조용히 내리고, 전등을 쏴 시야를 차단한 뒤 당황하는 테러리스트의 미간을 뚫어버리는 일련의 과정이 물 흐르듯 전개됐다. 정의를 구현한다는 사명감이나 시민들의 복수를 한다는 분노 같은 것보다는 ‘확실하게, 깔끔하게’란 느낌뿐이었다.
또 하나 놀라운 점은 매우 사실적으로 돌아가는 작전 상황이었다. 진입 도중 마주한 민간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를 순간적으로 쓰러트려 입을 막고, 계단을 오르는 중 벽 너머의 숨은 적이 그대로 총을 갈겨 아군이 쓰러지고, 인질인 척하던 여성이 부지불식간 AK를 꺼내다 사살당하는 등 극적인 상황이 시종일관 펼쳐졌다. 게임이라기 보다는 실제 카운터 테러리스트 작전을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진짜로 이게 실제 게임 플레이라고?” 같은 판에 박힌 소리를 하고 싶진 않지만, 시연을 다 보고 나니 당장 그 생각부터 들었다. 확실히 치밀하게 짜인 스크립트를 통해 영화 같은 한 장면을 연출하는 건 오래전부터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전매특허긴 했다. 그렇더라도 기자가 본 민가 소탕 작전에서의 숨도 못 쉴 긴장감 사람을 무미건조하게 쏘는 데서 오는 묘한 감각은 이제껏 여타 게임에서 본 적 없는 굉장히 현실적인 대리 체험이었다.
물론 직접 플레이한 것이 아니라 옆에서 본 것이므로 어디까지나 조작 가능한 범위인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어쩌면 최고의 시연을 위해 숙련된 플레이어가 미리 약속된 동선대로 움직였을 수도 있고. 만약 그게 아니라 정말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를 플레이하는 누구나가 기자와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면 이 게임은 싱글 캠페인만으로도 구매할 가치가 충분하다. 과연 오랜 방황 끝에 ‘모느님’이 부활할 수 있을지, 오늘 10월을 기대해보자.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