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란 카구라 폭유질주, 등급분류 거부 ‘정면돌파’ 한다
[업데이트] (2018.03.22)
21일 오후, 게임물관리위원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섬란 카구라 폭유질주'에 대한 등급거부 '확정' 소식이 전해지며 파치슬로 연출을 제거한 빌드조차 출시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내 서비스사 퍼니글루는 "어제 나온 것은 1차분에 대한 확정 판결이다. 일부 연출을 수정한 2차분에 대한 검수는 아직인 것으로 안다"며 이러한 우려를 일축했다.
[기사원문]
미모의 여학생 닌자들이 호쾌한 액션을 펼치는 ‘섬란 카구라’ 시리즈는 일본은 물론 국내에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캐릭터의 특정 부위를 크고 아름답게 묘사하는 전매특허 연출은 아예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
그런 ‘섬란 카구라’가 모바일 방치형 게임이라는 색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마벨러스와 국내 게임사 디비전 오가 협력 개발한 ‘폭유질주’가 그 주인공. 제목부터 조금 엄하다 싶은데 최근 실제로 게임위로부터 등급분류 거부를 당하며 적잖이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다만 의외로(?) 등급분류 거부 사유는 선정성이 아닌 사행성 때문이라는데. 과연 여기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디비전 오 김동천 개발팀장, 퍼니글루 문권국 매니저, 마벨러스 ‘폭유 P’ 타카키 켄이치로, 코자카이 쇼고 프로듀서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 우선 ‘섬란 카구라 폭유질주’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달라
켄이치로: ‘섬란 카구라 폭유질주’는 한국 게임사와 처음으로 협력 개발한 프로젝트다. ‘섬란 카구라’를 2D 도트로 재구성한 방치형 RPG로서, 원작의 화려하고 통쾌한 액션을 횡스크롤 화면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속도감이 높은 런 액션 방식을 택했다. 방치형 게임이므로 다양한 캐릭터와 카드 일러스트를 수집하고 감상을 하는데 피로도가 크지 않은 것이 강점이다.
● 한국 게임사와 협력 개발했는데, 왜 디비전 오를 선택했나
켄이치로: 수년간 내수만을 보며 ‘섬란 카구라’를 만들어왔지만 이제는 아시아 전체로 시야를 넓히고자 한다. 남자로서 가슴을 좋아하는 마음은 모두 같겠으나 한국에서 어떤 장르가 통할지 고민하던 차에 디비전 오에서 멋진 기획을 제안해줘 여기까지 오게 됐다.
● 디비전 오는 ‘섬란 카구라’ 시리즈의 매력이 무엇이라 보았나
김동천: 이번 프로젝트 전까지는 일개 게이머 입장에서 ‘섬란 카구라’를 즐겨왔다. 무엇보다 캐릭터성이 매력적인 게임이고 스토리면에서도 탄탄하다. 일반적인 미소녀 게임과 달리 게이머가 스스로를 투영할 대상이 없고, 제3자 입장에서 소녀들의 이야기를 관찰하는 구성도 흥미롭다.
● ‘섬란 카구라 폭유질주’의 특징을 세 가지로 압축한다면
김동천: 방치, 수집, 그리고 모에. 기본적으로 플레이를 방치해놓고 ‘섬란 카구라’의 모에한 캐릭터와 일러스트를 수집하는 게임이라 보면 된다.
● ‘폭유질주’에서도 원작의 스토리를 느낄 수 있을까
김동천: 방치형 RPG다 보니 콘솔 게임처럼 스토리를 많이 넣을 수가 없다. 내용에 집중해야 하는 요소는 이런 장르에서는 되려 독이 되니까. 대신 카드마다 자잘한 원작 개그나 캐릭터성를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을 넣는 식으로 설정을 녹여냈다.
● 게임위로부터 등급분류 거부를 당한 경위를 듣고 싶다
김동천: 아무래도 ‘섬란 카구라’다 보니 선정성으로 거부당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은데 정확히는 사행성 때문이다. 게임 자체가 방치형 RPG다 보니 그냥 보는 것만으로 눈길을 끌 연출이 필요했다. 방치형 스테이지에서 카드를 수집하면서 흥미를 제공할 방법을 찾다가 파치슬로(빠칭코) 형태를 따왔는데 이게 문제가 됐다.
보통 방치형 게임은 클리커 요소로 관심을 유도하는데 우린 파치슬로를 통한 갑작스런 인터랙션으로 기대감을 주고자 했다. 다만 파치슬로는 시각적인 표현일 뿐이며 정작 여기에 과금 요소는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파치슬로가 매우 익숙하지만 한국은 과거 전설적인 모 ‘바다~’ 게임 때문에 이런 쪽에 민감한 듯 하다.
● 그렇다면 재심의를 통과하기 위한 묘책은 있나
김동천: 어디까지나 파치슬로가 걸린 것이기에 이 부분만 개편을 진행 중이다. 최초 기획 의도를 유지하면서 파치슬로는 돌림판 형태로 변경하려고 한다. 물론 과도한 과금 유도가 배제된 방치 플레이를 통한 카드 수집 및 흥미 유발이라는 콘텐츠 방향성은 그대로다. 유저 여러분이 돈이 아닌 느긋하게 ‘시간’을 투자하면서 카드를 하나하나 수집하는 재미를 느끼길 바란다.
● 파치슬로가 아니라면 주된 수익화 모델은 무엇인가
김동천: 궁극적 방향성은 유저가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도록 돕는 과금이다. 직접 판매하는 이벤트성 상품도 있긴 하지만 거기에 주력하지는 않다. 가령 과금을 전혀 하지 않더라도 시간만 충분하다면 ‘섬란카구라 폭유질주’의 모든 컨텐츠를 즐길 수 있다.
● 캐릭터 일러스트 수집이 핵심인 셈인데 분량은 어느 정도인가
김동천: 캐릭터는 비교적 쉽게 모을 수 있을 것이고 일러스트의 경우는 등급별로 희귀도가 저마다 다르다. 론칭 스펙으로는 국립한조학원, 비립헤비죠시학원, 사숙월섬여학관, 호무라 홍련대까지 4개 세력의 대표 캐릭터가 4명씩 투입된다. 여기에 카드는 캐릭터마다 40장 정도이며 이 중 4장 가량에 라이브 2D 애니메이션이 들어갔다.
● 일러스트 수위가 상당하다. 몇 세 이용가로 생각하고 있나
김동천: 전연령급의 개그 컨셉부터 남성 유저들이 좋아할 ‘신사’스러운 카드까지 일러스트 수위는 천차만별이다. 다만 심의를 할 때는 제일 강한 수위를 기준으로 하므로 ‘섬란 카구라’ 고유의 컨셉을 살리고자 19세 이용가로 신청한 상태다.
● 19세 이용가면 iOS 론칭이 불가능하다. 해외 서비스 시 문제가 될텐데
김동천: 현실적인 방법은 iOS 수위에 맞게 리소스를 교체하는 것이다. 이러면 물리적으로 상당한 작업 시간이 소요될뿐더러 양 플랫폼간 품질 격차가 발생한다. 결국 당장은 안드로이드 론칭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iOS 관련해서는 마벨러스와 협의가 필요하다.
● 마벨러스는 디비전 오가 작업한 일러스트를 검수할 때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보나
쇼고: 그 캐릭터가 갖는 귀여움과 같은 매력, 그리고 역시 가슴이다. ‘섬란 카구라’는 거기가 중요하기에 항상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디비전 오에서 그려내는 일러스트가 워낙 훌륭하다 보니 검수자로서 저도 모르게 더더욱 높은 퀄리티를 욕심부리게 된다.
● 디비전 오 입장에서는 마벨러스의 검수 과정에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나
김동천: 검수 과정에서 무언가 말도 안되는 요구를 받거나 한 일은 없다. 지금까지도 대량의 검수를 받고 있는데 무난하게 넘어가는 편이다. 다만 처음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 너무 욕심을 부렸다가 제풀에 나가떨어진 적은 있다. 라이브 2D를 넘어서 대량의 원화를 이어 붙인 애니메이션 카드를 구현하려 했는데 정말 대규모 인원이 아니면 엄두도 못 내겠더라.
● 원작의 캐릭터 음성도 그대로 수록돼 있나
김동천: 캐릭터가 등장할 때, 전투를 펼치거나 쓰러질 때 적절한 음성이 나온다. ‘섬란 카구라’ 팬들이 기대하는 그 음성은 의상파괴 던전에서 마음껏 들어볼 수 있다. 더빙도 고려했으나 블리자드처럼 국가별 현지화를 할 여력도 없고, 원음이 훨씬 고유한 느낌을 살린다고 판단했다.
● 일단 론칭을 잘 하고 나면 향후 업데이트 계획은 잡혀 있나
김동천: 신규 캐릭터를 매달 하나씩 선보이려 한다. 이 부분은 개발과 검수가 모두 끝난 상태라 언제든 투입 가능하다. 새로운 캐릭터가 한 명 추가될 때마다 기본적으로 카드 40장이 추가되는 셈이니 수집 요소도 그만큼 늘어난다.
그리고 방치형 플레이로 쌓아 올린 재화를 사용할 보다 액티브한 콘텐츠도 준비 중이다. 짧게 수동으로 즐길 수 있는 일일, 요일 던전은 물론이고 수집한 카드를 활용한 실시간 대전도 기획하고 있다. 이게 ‘하스스톤’ 같은 정통 카드 게임이 될지 ‘데스티니 차일드’ 같은 RPG가 될지는 미정이다. 진입 장벽을 고려하면 가위바위보처럼 간단한 규칙이 괜찮을지도.
● ‘폭유질주’를 시작으로 한국산 ‘섬란 카구라’를 더 많이 만나볼 수 있을까
켄이치로: 꼭 그렇게 하고 싶다. 꼭 ‘섬란 카구라’에 한정되지 않고 마벨러스가 지닌 여러 IP로 한국 게임사와 협력하면 좋겠다.
● 마벨러스가 바라보는 한국 시장이란
켄이치로: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다. 유저들이 열정적이고 멀티플레이를 즐겨 한다. 일본은 주로 협력 플레이를 좋아하는데 한국은 PvP가 대세다. 그래서 우리 게임에도 이런 특성에 맞춘 콘텐츠를 넣거나 하는 여러 가능성이 떠오른다. 앞으로도 일본과는 다른 재능을 지닌 한국의 창작자들과 손을 잡고 게임을 만들고 싶다.
쇼고: 타카키 프로듀서가 말한 데로 게임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고 PC 스팀을 통해 ‘섬란 카구라’를 많이 즐긴다. 만약 한국 유저들이 특정 시스템을 원한다면 그런 부분도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겠다. 여러 피드백을 부탁한다.
켄이치로: 관계는 없지만 트와이스를 굉장히 좋아한다.
● 그러면 트와이스를 ‘섬란 카구라 폭유질주’ 홍보모델로 쓰면 어떨까
켄이치로: 오오 해주기만 한다면 일본에서 곧장 날아오겠다!
● 이번이 첫 내한인데 무언가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나
켄이치로: 사실 입국해서 바로 여기로 온 참이라 아직 별다른 에피소드는 없다. 인터뷰 끝나는 데로 디비전 오 개발자들과 만나 얘기도 나누고 여유가 된다면 관광도 하고 싶다.
● 한국 팬들을 위한 오프라인 행사를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켄이치로: 올해부터 한국 팬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 기대해달라.
● ‘섬란 카구라 폭유질주’를 기다리는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전한다면
켄이치로: 여태까지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섬란 카구라’로서 한국에서 자체 개발한 작품이다. 가슴도 마구 흔들리니까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 기대해주기 바란다.
김동천: 기대 이상으로 많은 관심을 가져주어 감사하다. 몇몇 분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폭유질주’를 과금을 강제하는 극악무도한 게임으로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다. ‘섬란 카구라’하면 떠오르는 일러스트와 연출, 그 기대에 부응할 만한 신사력으로 보답하겠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