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게임즈 세 번째 문화재 환수, 척암선생문집 책판
‘리그 오브 레전드’를 개발 및 서비스하는 라이엇 게임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11일(목), 서울 삼성동 오피스 오디토리움에서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한국국학진흥원과 함께 ‘척암선생문집 책판’ 언론공개회를 진행했다.
이날 언론공개회에는 라이엇게임즈 박준규 대표는 물론 문화재청 김현모 차장, 한국국학진흥원 조현재 원장, 척암선생 5대 종손이 자리하여 감사패를 나누고 소회를 밝혔다.
‘척암선생문집 책판’은 조선 말기 영남지역의 대학자이자 1895년 을미의병 당시 의병장으로 활약한 척암 김도화(1825-1912)의 유산이다. 선생이 생전에 남긴 글을 모아 그의 손자가 편집 및 간행한 ‘척암선생문집’을 찍기 위하여 당초 책판 1,000여 장이 제작되었으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소실된 끝에 현재는 한국국학진흥원이 단 20여 장만을 소장 중이다.
금번 환수된 책판은 ‘척암선생문집 가운데 9권 23~24면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201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한국의 유교책판’으로도 등재된 내용의 일부이다. 그간 오스트리아에서 개인이 소장하던 중 올해 2월경 독일 경매에 출품하였는데, 소식을 접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라이엇게임즈가 후원하는 국외소재문화재 환수기금을 활용하여 무사히 매입할 수 있었다.
이처럼 해외 경매에 출품된 우리 문화재에 대해 신속하게 경매 참여, 매입할 수 있었던 데는 수억 원 규모로 조성된 라이엇게임즈의 국외소재문화재 환수기금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라이엇게임즈는 지난 2012년 문화재청과 문화재 지킴이 협약을 체결한 이래 매년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을 위한 기부금을 전달해왔다.
이로써 라이엇게임즈는 지난 2014년 미국 ‘석가삼존도’ 환수와 2018년 프랑스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에 이어 세 번째 국외 문화재 환수를 완수해냈다. 이처럼 민간 기업, 그것도 해외 기업이 수 차례에 걸쳐 문화재 환수를 지원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척암선생문집 책판’ 환수에 일익을 담당한 라이엇게임즈 박준규 대표는 “국외에 나가 있는 우리 문화재를 되찾는 뜻깊은 사업에 수년째 함께할 수 있어 영광으로 생각한다. 라이엇게임즈는 앞으로도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한국국학진흥원이 필요로 할 때 기민하게 응하여 더 많은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한국국학진흥원 조현재 원장은 척암 김도화 선생이 경술국치 당시 비분강개하여 창작한 시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천지는 온통 음습한 기운으로 가득한데 강호에 묻혀 사는 외로운 신하는 원하노니 죽어서 수양산 기슭에 묻혀 혼이라도 돌아가 임금과 어버이를 뵙고 싶네”
QnA
● 이번에 환수한 ‘척암선생문집 책판’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 중국 북송 때 주돈이라는 유능한 성리학자가 성리학적 우주론의 근간이 되는 태극도설을 남겼다. ‘척암선생문집’은 퇴계학파였던 선생이 태극도설에 나름대로 분석하고 논쟁이 되는 부분을 독자적으로 체계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 불법적으로 해외에 유출된 문화재를 돈으로 매입할 수밖에 없는 건가.
: 해외 유통 시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유출되거나 도난당한 물품임이 확인된다면 관계 당국과 협조하여 법적 조치를 취한다. 실제로 이러한 노력을 통해 무사히 제자리를 찾은 문화재가 다수 존재한다. 다만 모든 문화재가 유출 경로에 대한 기록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 매입이 최선인 경우도 왕왕 있다. ‘척암선생문집 책판’은 독일 경매사를 통해 조사해봤지만 오스트리아의 작은 가문에서 오랫동안 소장해왔다는 것 외에 별다른 정보가 없었다.
●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가 한둘이 아닐 텐데 환수를 우선하는 기준이 있나.
: 물론 현실적으로 해외에 나가 있는 모든 문화재를 환수할 수는 없다. 그 가운데 국내에 전혀 없거나 문화적 가치가 대단히 높은 것, 또는 국내에서 훨씬 잘 활용될 수 있는 문화재를 우선한다. 가령 왕실 문화재와 같은 국가 상징물이 대표적일 것이다. ‘척암선생문집 책판’ 같은 경우 국가를 위해 희생한 훌륭한 선조의 유산이기 때문에 환수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 문화재 환수도 중요하지만 이제 돌아왔으니 알리는 일이 후행돼야 할 것이다.
: 오늘 이렇게 언론공개회를 통해 ‘척암선생문집 책판’이 돌아왔음을 알리는 것은 물론이고 ‘리그 오브 레전드’ 클라이언트와 공식 SNS 채널을 통해 관련 내용을 공지하려 준비 중이다.
|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