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리얼 엔진, 레이 트레이싱부터 카오스 피직스까지
차세대기, 스트리밍, 5G, VR/AR/MR 등 그 어느 때보다 기술적 격변이 심한 시대를 맞아 세계 굴지의 게임 엔진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에픽게임즈는 14, 15일 양일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언리얼 서밋 2019 서울’을 개최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언리얼 엔진 컨퍼런스인 금번 행사는 프로그래밍·아트·파트너·교육 및 엔터프라이즈까지 다방면에서 지난 3월 GDC 2019를 달군 최신 정보와 전문가 강연으로 채워졌다.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등 국내 주요 게임사는 물론 스퀘어에닉스 ‘킹덤하츠’ 팀을 비롯한 해외 개발자도 다수 참여하여 일반에서 접하기 힘든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줄 전망.
특히 올해는 에픽게임즈 코리아가 10주년을 맞았다는 또다른 의미가 있다. 이에 본 강연에 앞서 선단에 오른 박성철 지사장은 “약 260명과 함께 시작했던 언리얼 서밋이 어느덧 4,000명이 넘게 참여하는 거대 행사로 성장했다.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등불이 바로 언리얼 엔진 커뮤니티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서 에픽게임즈 팀 스위니 대표가 ‘언리얼의 현재(The State of Unreal)’라는 주제로 기조 연설을 진행했다. 에픽게임즈는 모든 플레이어가 언제 어디서든 친구를 찾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스토어와 스토어, 게임사와 게임사를 연결하는 새로운 게임 생태계를 구축한다. 이를 위하여 88:12라는 파격적인 수익 분배 구조를 내세운 에픽스토어를 열고 유비소프트와 손을 잡았으며, ‘에픽게임즈 온라인 서비스’도 지원을 넓혀가는 중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500만 달러 규모였던 ‘언리얼 데브 그랜트’ 기금을 총 지원금 1억 달러(한화 1,188억 원)의 ‘에픽 메가그랜트’로 약 20대 확대 시행한다. 해당 기금은 투자나 대출이 아닌 순수한 지원을 위한 것으로 추가적인 계약이나 요구사항은 전혀 없다.
‘에픽게임즈 온라인 서비스’란 전세계 2억 5,000만 유저에게 ‘포트나이트’를 서비스하며 얻은 노하우를 담아낸 셀프 퍼블리싱 SDK다. 이를 통해 개발자는 어떤 엔진을 사용하든, 어떤 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든 상관없이 검증된 게임 운영 인프라를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 아직은 게임 분석과 티켓팅 시스템만 지원하지만 올해 안으로 업적, 순위표 및 통계, 파티 및 매치메이킹, 음성채팅, 플레이어 인벤토리 기능이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다음으로 본격적인 언리얼 엔진 4.22버전 최신 기술이 소개됐다. 포토리얼리즘을 지향하는 언리얼 엔진 4는 피지컬 매트릭스에 기반한 렌더링으로 목제, 철제, 유기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감을 현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다. 영국의 슈퍼카 제조사인 맥라렌은 신형 언리얼 엔진으로 신형 차량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아울러 렌즈 왜곡과 같은 포토그래픽 이펙트로 영화와 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래픽 기술의 가장 큰 도전은 보다 현실적인 디지털 인간(Digital humans)을 만드는 것이다. 언리얼 엔진 4는 사람의 표정과 피부, 치아는 물론 그 안에 내제된 감정까지 잡아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매직리프에서 제작한 디지털 인간 ‘마이카(Mika)’는 AI를 접목하여 유저의 눈으로 바라보고 시선에 맞춰 자세를 바꾸며 편안하고 자연스런 경험을 제공한다.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Ray tracing) 기술은 루카스필름과 협력하여 영화 ‘스타워즈’에서 선보인 바 있는데, 테크 데모 ‘트롤’을 보면 최신 오프라인 렌더링 이펙트와 견줄만한 실시간 빛 표현을 확인할 수 있다. 포르쉐 역시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 기술을 활용하여 자사의 최신 차량을 홍보하기도 했다.
이외에 최적화와 개발 편의성 증대를 위한 기능 향상도 이루어졌다. 전체 리컴파일은 30% 빨라졌고 인크리멘탈 빌드는 350% 빨라졌다. 게임을 돌리는 와중에 C++ 코드를 고치는 라이브 코팅도 지원된다. 새로운 LOD(Level of Details) 기술은 개발자가 따로 작업하지 않아도 기기 사양에 맞춰 자동으로 오프젝트의 그래픽 품질을 조정한다.
에픽스토어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에픽스토어는 보다 공정한 수익 분배, 즉 개발자가 88%를 갖고 스토어는 12%만 받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포트나이트’로 확보한 방대한 유저층에 2주마다 좋은 게임을 무료 제공하고, 여기에 AAA급 독점작을 더하여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아직은 초기 단계인만큼 미비한 기능도 있지만 장기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개선해 나가고 있다.
에픽스토어가 추구하는 생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 작품으로 지난 4월 출시된 ‘월드 워 Z’가 있다. 이 게임은 당초 스팀으로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에픽스토어 독점으로 선회하였고, 88:12 수익 구조의 이점을 살려 소비자 가격을 낮춘 것이 초반 흥행에 기폭제가 됐다. 개발사는 게임이 잘되어서 좋고 플레이어는 저렴하게 신작을 즐길 수 있으니 모두가 행복해진 셈이다.
이날 기조 연설의 하이라이트는 ‘카오스(Chaos) 피직스 시스템’이었다. 업계 최고의 물리 엔진 전문가가 모여 제작한 카오스 피직스 시스템은 건물 붕괴와 같은 대규모 물리 효과가 필요한 장면에서 시네마틱급 품질의 비주얼을 실시간으로 구현할 수 있게 해준다. 에픽게임즈 ‘로보리콜’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테크 데모 ‘카오스’를 통해 이러한 시세틈의 위력을 확인 가능하다. ‘카오스 피직스 시스템’은 다가올 언리얼 4.23에서 얼리 액세스 형태로 제공된다.
끝으로 팀 스위니 대표는 “한국에 있는 모든 언리얼 엔진 커뮤니티 여러분에게, 지난 10년간 보여준 성원에 깊이 감사한다. 에픽게임즈를 창업하고 28년이 흐른 지금 게임은 엔터테인먼트 역사상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니고 TV와 영화보다도 더욱 거대해졌다. 우리 산업과 에픽게임즈과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함께 더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길 기대한다”며 기조 연설을 마무리했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