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 알렌 브랙 사장, 블리자드는 코어 PC 게임 회사
우선 전동진 블리자드 코리아 대표가 “제이 사장은 방문 후 PC방에 방문했다가 다음 날 오전에는 GSL vs 월드, 오후에는 하스스톤 마스터즈 투어에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고 한국에서의 일정을 설명했다.
● 최근 블리자드에 연이어 인원 감축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보니 개발 기조에 변화가 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블리자드는 가치 중심의 조직이며, 오랫동안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 가치를 중시해왔다. 블리자드가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게임 플레이를 우선시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플레이어와 커뮤니티를 우선시 한다는 기저의 철학이 깔려 있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그런 노력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런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블리자드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철학 덕분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 때도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둘 것이다. 블리자드의 경영진은 가치 중심의 회사를 이끌어나간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게이머를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한 달 후 취임 1년을 맞게 되는데 소감은? 그리고 디아블로 이모탈 발표 이후 디아블로 4에 대한 소문이 간간히 나오고 있는데 디아블로 프랜차이즈에 대해서도 들려달라.
먼저 디아블로 프랜차이즈에 대해 말하자면, 개인적으로도 애착이 많은 프랜차이즈이며, 2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보니 커뮤니티의 열정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디아블로 이모탈에 대한 피드백이 엇갈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디아블로 이모탈 발표 시 커뮤니티에서 블리자드가 모바일 게임만 만들고 있다고 오해한 것 같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PC 게임 회사이고, 앞으로도 PC 게임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다만, PC 앞에서 게임을 할 수 없을 때 모바일에서 할 수 있도록 한 것뿐이며, 블리즈컨에서는 블리자드가 PC를 우선시 하는 PC 게임 회사라는 점을 보다 명확히 전달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미숙했던 것 같다.
취임 1년에 대한 소감은…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우리가 어떤 게임을 만들고 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를 고민하고 있는데, 앞으로의 방향을 위해 투자를 하고 있으며, 그 기반이 되는 개발 분야의 인원도 계속 충원할 예정이다. 콘텐츠에 대한 게이머의 수요가 큰 만큼, 프랜차이즈 전반에 있어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 현재 계획 중인 작품은 무엇이며, 지난 해 공개한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와 디아블로 이모탈의 출시 일정은 어떻게 되나?
게임이 제대로 준비가 되었을 때, 게이머에게 멋진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 때 출시일을 발표하는데, 아직까지는 그 두 작품의 발매일을 발표하기 어려울 것 같다.
● GSL과 하스스톤 경기를 참관했다고 했는데, 한국의 이스포츠를 직접 본 소감은? 또 한국 내 업체에 대한 투자 및 협업에 대한 구상은?
게임을 보고 플레이 하는 것도 멋진 경험이지만, 공공장소에서 세계 최고의 기량을 지닌 프로게이머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이다. 현장의 열기, 에너지도 대단했는데, 이는 직접 가보지 않으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스스톤이든, 스타크래프트든,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현장에서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 같고, 특히 주말 하스스톤 경기는 반전이 있어서 프로게이머들도 현장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을 것 같다. 이스포츠야말로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라 할 수 있으며, 그래서 우리도 이스포츠에 대한 투자 및 발전 계획을 고민할 것이다. 이스포츠의 미래 전망은 매우 밝다.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프랜차이즈마다, 플랫폼마다, 게임마다 많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창작물을 개발할 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현실에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이런 아이디어를 가시화 할 수 있도록 많은 개발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 HGC 폐지로 많은 히어로즈 팬들이 우려하고 있다. 그로 인해 많은 유저들이 히어로즈의 중요도가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들려달라.
모든 게임을 살펴보고 우선 순위에 대해 고민하면서, 우리 스스로 이 팀 사이즈가 적절한지, 혹은 다른 프로젝트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하는 부분을 많이 생각한다.
● 한국에서 블리자드 팬들이 사람을 평가할 때 워크래프트 종족, 스타크래프트의 종족을 보는데, 제이 대표는 어떤 종족을 주로 하나?
나는 우리 자식들을 모두 똑같이 사랑하지만, 스타크래프트에서는 평생 프로토스로만 플레이 했다.
● WoW 클래식 출시가 1주일 남았는데, 2013년 블리즈컨에서 관련 질문을 했을 때는 부정적인 답변을 했지만 2017년에는 게임을 공개하고, 2019년에는 게임을 오픈 하는 것에 대한 감상은? 또 2013년 부정적이었던 이유는?
2013년 블리즈컨에서의 답변은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은 것 같다. 당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사람들이 향수를 느낄 때 색안경을 끼고 과거를 돌이켜보기에 좋은 것만 기억하기 쉽다는 것이었는데, 이 부분이 잘 전달되지 않았다. WoW 클래식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많은 이야기를 했으나 2013년에는 기술적인 구현이 쉽지 않았으며, 과거의 WoW 자체에도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 지금의 유저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 해결해서 현재의 WoW와 병행이 가능할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WoW 클래식 발표 당시는 내게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이다.
● 한국 PC방을 방문했다고 들었는데, 소감은?
한국에 올 때마다 PC방에 들리는데, 이는 한국 게임 문화에서 PC방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PC방의 운영 방법에 대해 듣고, 직접 경험하고 있는데, 서양의 랜 파티처럼 매번 갈 때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WoW에는 300명의 팀원이 매달려 유저 경험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어떤 콘텐츠를 제공할 것인지 끊임 없이 고민하고 있다. 마이크와는 자주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번에 오기 전에도 연락을 했다.
● 디아블로 이모탈처럼 공동 개발을 하는 게임을 더 늘릴 생각인가? 그리고 디아블로 이모탈 외에도 그런 게임이 있나?
현재 이야기할 것은 없지만, 공동 개발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여러 게임 회사들과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회의를 해왔고, 그간 외주사와 협력하면서 출시된 게임도 있고 안 된 것도 있기 때문에… 넷이즈와는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 WoW 클래식의 인기가 좋다면 불타는 성전과 리치왕의 분노를 도입할 생각이 있는지?
가능은 하지만 지금은 WoW 클래식 출시 결과를 알 수 없어 앞으로의 상황을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커뮤니티의 의견을 경청하여 올바른 판단을 내리도록 하겠다.
● 블리자드 관련하여 예전처럼 코어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 어떤 길로 나아갈 것인가?
우리의 행보를 보았을 때 캐주얼 게임을 만들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우리는 코어 PC 게임 회사이고, 앞으로도 코어한 게임을 만들어갈 것이다. 물론 다른 플랫폼에서의 기회는 모색하겠지만, 블리자드가 최우선시 하는 것은 게임 플레이이며, 향후에도 의사 결정을 내리는 기준이 될 것이다.
● 오버워치의 경우 별도로 움직이지만, 블리자드의 최근 이스포츠에 대한 전략은 과거에 비해 소극적인데, 그런 결정은 단독으로 내리나? 아니면 액티비전과 협의를 하나? 또 향후 이스포츠에 대한 전략은?
게임에 있는 경쟁적인 요소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이 이스포츠라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 외부의 영향력이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오버워치의 경우 글로벌 이스포츠를 만들기 위해 별도 법인을 설립했는데, 그 안에는 여러 파트너 사가 있으며, 이해 관계는 서로 다르지만 모두 오버워치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동안 콘솔에도 변화가 있었고, 새로운 플랫폼도 등장했는데, 플랫폼에 관계 없이 어떻게 하면 게이머에게 훌륭한 게임을 전달하고,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가가 중요하다고 본다. 비록 PC 게임의 발전 속도가 모바일 게임의 성장률을 따라잡지는 못 하고 있으나, PC 게임에도 기회는 있다고 생각한다.
● 게임 중독이 질병 코드로 분류된 점에 대해 업계가 반발하고 있는데, 블리자드는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가?
복잡한 사안인데, 이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 같으며, 우리도 참여하여 관련 기관과 협의함으로써 올바른 결정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
● 올해 1월 멕시코 계 직원에 대한 인종 차별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공정하게 플레이 하자는 것인데, 근무 역시 누구든 공정한 환경에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직원을 채용할 때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며, 인종 차별, 성 차별, 성 희롱 등은 용인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 최근 정치적 올바름(PC) 표현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대해 너무 불필요하게 강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모든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꾸밀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블리자드 문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게임을 만들 때도 이런 부분이 투영되는 것 같다.
● 블리자드가 이번 블리즈컨에서 주가 부양을 위한 발표를 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과연 그런 파격적인 무언가를 기대할 수 있을까?
블리즈컨에서 발표를 할 때는 무엇을 개발하고 있는지 이야기할 것이며, 시네마틱 트레일러 공개 후 현장을 찾은 이들이 직접 플레이 해볼 수 있게 할 것이다. 다만 블리자드는 빨리빨리 게임을 만들기보다 철저하게 만드는 곳이다 보니, 개발이 어느 정도 단계인지에 따라 공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주가와는 관계 없다.
끝으로 제이 사장은 “한국은 이스포츠의 종주국으로 유명한데, 이번에 PC방에서 게이머들의 열정을 느끼고, 이스포츠 현장에서 팬들의 열기도 느낄 수 있어서 즐겁고 보람된 시간을 보냈다.”며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전했다.
이장원 기자 inca@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