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보다 전술, 펄어비스의 배틀로얄 ‘섀도우 아레나’ 1차 CBT 체험
‘섀도우 아레나’ 의 전투는 검은사막을 했던 게이머라면 위화감을 느끼기 어려울 만큼 비슷합니다. 캐릭터마다 4개의 스킬이 있지만 그 외에도 커맨드 입력에 따라 각 캐릭터 별로 구사되는 스킬이 조금씩 다릅니다. 일례로 슐츠는 점프 공격에 넉백이 달려있고, 조르다인은 평타 캔슬 콤보가 가능하죠.
아시다시피, 검은사막에서의 PVP 는 마치 격투게임 같았죠. 콤보, 심리전, 그리고 기술 상성 등등을 외우고 싸우는 매우 코어한 액션 전투였어요. ‘섀도우 아레나’ 도 기본적으로 같습니다. 사실 이는 배틀로얄 장르에서는 흔치 않은데, 대체로 배틀로얄은 전투의 방법은 매우 쉽고 직관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배틀로얄로서 초반의 배치에 많은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일단 초반 4분가량은 죽어도 다시 살아나며 아이템을 떨구지 않는 상태로서 모두가 어느정도 사냥을 통해 파밍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받습니다. 그리고 시작 후 흑정령이 되어 원하는 방향으로 날려지는데, 땅에 내린 후에도 매우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서 원하는 포인트에서 파밍을 시작할 수 있죠. 좋은 시도인 것 같습니다.
한가지 이 게임에서 특기할 점은 ‘생존’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다는 것입니다. 즉, 분명 배틀로얄에서 생존은 중요한 컨셉인데,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들이나 회복 수단, 재정비를 위한 아이템 같은게 매우 적습니다. 쿨다운이 있는 포션만 몇 개 주어질 뿐이고 파밍을 통해 얻는 샌드위치 등도 먹는 동안 움직이지 못하는 등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 대부분의 전투는 싸우다 피해서 재정비하고 이런게 없고 서로 체력이 다할 때까지 치고받는 육박전만이 되죠.
이렇게 체력 회복이나 재정비 수단이 제한되는데 여기에 더해서 쿨다운 기술을 기반으로 싸우게 되니, 무조건 싸움에 나중에 끼어드는 쪽이 유리해집니다. ‘검은사막’ 의 길드전처럼 2개 세력이 맞붙는 팀대항전이라면 이런 구조가 괜찮았지만, 결국 이건 각개전투이기 때문에 무조건 싸움을 지양하고 어부지리를 노리는게 당연해지죠.
그런데 이 부분과 결합되는 두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하나는 캐릭터별로 그런 ‘전투를 피하거나 난입해 줏어먹는’ 전투를 선택하는 능력이 아주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 그리고 게임의 구조상 모든 순간에서 전투를 강제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캐릭터 밸런스는 각 캐릭터가 1대1로 꽝 붙는다는 가정 하에서는 제법 맞는 편이지만, 배틀로얄이라는 특성상 전투가 기본적으로 난전일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자기 마음대로 싸움을 걸거나 피할 수 있는 교전 선택권으로 넘어가면 연화&하루가 심하게 언밸런스한 존재가 됩니다. 특히 이 게임의 다른 특징과 합쳐진다면 그렇습니다.
일단 이 게임에서 지형지물의 특성을 이용할만한게 별로 없는데다, 엎드리는 동작도 매우 굼뜨고 앉기를 거쳐야 해서 즉각적인 은엄폐가 불가능하고, 은엄페 중에 몹이 바로 옆에 스폰되기라도 하면 무의미해집니다. 또 기본적으로 파밍 또한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다보니 플레이어를 위험 속에 그대로 노출시키게 되고, 교전거리가 극히 짦고 이펙트도 강렬하다보니 싸움도 매우 눈에 잘 띕니다. 쉽게 말해서 싸움을 기본적으로 피하기도 어렵고, 한 번 싸우면 그게 잘 티가 납니다.
배틀로얄은 비록 결정적인 순간에는 교전을 강제해야 하지만(위험구역 같은 방법으로), 기본적으로는 플레이어가 교전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게 묘미죠. 위험과 이득을 매순간 저울질 하면서 행동을 결정하는게 이 장르의 묘미인데, 이 게임은 그런 부분이 없이 모든 순간이 리스크 천지입니다. 즉, 플레이어는 원치 않는 상황에 내몰리면서 기본적으로 항상 필요 이상의 긴장감을 가질 수 밖에 없고, 그걸 조절하거나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 부분이 이번 테스트에서 많은 플레이어들이 피로감을 호소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좀더 장황하게 말해야할 것 같은데, 제 말은 즉, 플레이어가 전투를 앞에 두고서 이 전투의 결과를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내가 지형적으로나 스킬 레벨로나 장비로나 유리한 부분을 확실히 가지고 있다면 ‘내가 이기겠구나’ 라고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하고, 반대로 ‘이 싸움은 내가 불리해’ 라고 하면 어느정도 피할 수 있는 선택권도 있어야 합니다. 지금의 ‘섀도우 아레나’ 는 그런게 없어요. 잘 싸우다가도 누가 안보이는 곳에서 난입하면 승자는 그 사람입니다.
보통 이렇게 되면 좀더 거시적인 관점으로 좀더 안전한 파밍 루트를 돌면서 좁혀드는 제한 구역 원을 예상하면서 적을 마주치지 않는 방향으로 이동하거나, 또는 교전거리나 다수의 수류탄 같은 자기 파밍 장비의 장점을 이용해 싸우거나, 지형지물을 이용하거나, 또는 존버를 타거나 뭐 그런 수많은 전략적인 잔머리를 동원하는데, 그 본질적인 잔머리가 너무 적습니다.
쉽게 생각해보면 PUBG 같은 게임은 전술, 즉 싸움에서의 노하우나 실력이 부족해도 뭐 존버를 탄다거나, 동선을 영리하게 짠다거나, 혹은 보급으로 일발역전을 노린다거나 하는 방법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섀도우 아레나’ 에서는 그런 전략 면에서의 변수가 매우 부족합니다. 일단 보급 역할을 하는 보스 몬스터도 결국 사냥을 해야 아이템을 먹을 수 있고, 그 아이템도 차원이 다른 수단을 주는게 아니라 기존의 장비보다 등급이 높은 강력한 장비죠.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에 아직 ‘섀도우 아레나’ 는 배틀로얄 보다는 성장요소가 있는 데스매치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아직 리스크를 강제하는 부분은 많은데, 그걸 타개할 방법이 오직 잘 싸우는 거 하나 뿐이기 때문입니다.
보다 이 게임이 배틀로얄이 되려면 좀 더 많은 전략적 선택지를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파밍 루트가 결국 몬스터 사냥이라는데서 많은 제약이 생깁니다. 좋은 아이디어이긴 합니다만, 너무 단순합니다. PUBG의 경우를 보면 각 지역, 크기의 집마다 기대 파밍 장비가 다른데 그런게 없이 그냥 전 맵에 고르게 분포 되어 있는 몬스터를 사냥하면 순수 무작위로 흰템에서 황금템까지 나오는건 너무 단순하고, 매력적이지 못합니다. 너무 단순한 수직적인 운에 따라 결정되고, 플레이어의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없죠.
물론 건물에서 나오는 상자들도 있지만, 그걸 주된 파밍원으로 보기는 어려워요. 한 번은 건물 안에 상자가 스폰되기도 한다는걸 깨닫고 하이델 도시로 날아가본 적이 있었는데, 오히려 몹 리젠 수가 극도로 낮아서 죽쑨 기억도 있습니다. 그리고 보급 또한 결국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는건데, 전 플레이어에게 떡하니 위치가 표시되는 곳에서 잡몹도 아니고 엄청 강력한 보스몹을 잡아야 한다면… 역전의 발판을 제공하는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매우 빛이 바랜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게 플레이어가 감내해야 하는 리스크, 긴장감이죠.
게임이 전반적으로 리스크는 매우 큰데, 그걸 해소하는 방법이 너무 제한적이고 변수도 적습니다. 만약 지금의 ‘섀도우 아레나’ 로 프로 리그를 한다고 하면 제 생각에는 50명이 게임이 끝날 때까지 존버를 타는 모습만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싸우면 손해고, 싸워도 무조건 마지막에 주워먹는 사람이 승자인 구조니까요. 검은사막에서 파생된 게임이긴 합니다만, 전투 시스템을 보다 극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섀도우 아레나’ 는 전술은 보다 간략하고 명확하게, 그리고 전략은 보다 방대하고 다양하게 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배틀로얄을 규정하는 3가지 특징은 1. 파밍을 통한 자기 성장 2. 좁혀드는 안전 구역 등을 통한 위험도와 이득의 관리 3. 승자독식의 구조,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섀도우 아레나’ 는 이 특징들을 가지고 있긴하나 이들이 유기적으로 얽혀서 만들어내는 특별한 시너지가 아직은 없습니다.
‘섀도우 아레나’ 만의 특징이라면 굉장히 코어한 전투방식, 독창적인 클래스, 그리고 파밍을 비롯한 모든 과정에서 그 전투가 관여한다는 부분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충분히 극적인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은, 본래 ‘섀도우 아레나’ 로 분리 개발을 하게 된 이유가 ‘검은사막’ 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인 것처럼, ‘검은사막’ 에 비해서 훨씬 많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특징은 분명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행인 부분은, 현재의 부족한 버전은 개발팀이 게임에 들어갈 각 부분을 테스트하기 위해 많은 부분이 배제된 버전이고, 계속해서 변화와 발전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겁니다. 테스트 종료 직후, 개발팀은 홈페이지를 통해 개선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 했지요.(포스트(링크)) 펄어비스는 ‘섀도우 아레나’ 의 테스트 과정 전체에 대한 플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하나하나 검증을 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분명 긍정적이죠.
분명 아직 첫번째 테스트이고, 아직 많은 과정이 남아있어요. 게임의 모든 부분을 확인한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현재의 버전은 주로 전투를 비롯한 핵심 요소를 검증하기 위한 부분이라고 하였는데, 아이템 밸런스 및 전투 구조 등 대표적으로 부족하다고 느껴졌던 부분에 대한 개선 의지도 드러냈습니다. 사실 전술적인 부분은 이미 충분히 깊으니, 보다 전략에 치중한다면 좋겠습니다.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